소문자  f'에게  


                             < 형 > 은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리 똥통 학교라고는 하지만 장남이 학급에서 반장(하고 학년 부회장)을 했으니 믿음직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부모 말쌈에 장남'은 고분고분했어라.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형은 항상 브랜드 옷과 신발을 신고 다녔다. 반면 나는 형이 입다가 버린 옷을 입고 자랐다. 형이 < 나이키 > 신발을 신고 다닐 때, 나는 < 나이스 > 신발을 신고 다녀야 했다. 쪽팔란 거라. 그래서 nice 에서 c를 볼펜으로 교묘하게 k로 " 리모델링 " 하고는 했다. 비만 오면 나이스'는 자신의 출신 성분이 강제로 " 아웃팅 " 될까봐서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뿐이었다. c는 일종의 주홍글씨 A였던 셈이다. 이처럼 내게 돌아온 것은 낡은 옷과 짝퉁 신발(신발은 형으로부터 공수받을 수는 없었다. 바지 밑단은 줄이면 되지만 신발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procrustes's bed 가 아니지 않은가)이 전부였다. 딱히 불만은 없었다. 형은 될성부른 나무였고 나는 히마리 없는 떡잎이었다.

그런데 형은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습속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러니까..... 그게, 아,  마땅한 심리학 용어가 없어서 대략 << 새것 - 거부증 >> 이라고 부르겠다. 형은 < 새것 - 거부증 > 환자'였다. 물건 앞에 < 새 - > 가 붙는 순간 부끄러움을 느끼는 병이다. 이해하시려나 ?  예를 들어 옷가게에서 산 새 옷을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병이다. 새 옷은 쪽팔려서 못 입겠단다. 그래서 형은 입지도 않은 새 옷을 세탁기에서 수십 번 세탁한 후에야 비로소 입고 다녔다. 그렇다고 히피처럼 찢어진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새것은 아니되 그렇다고 찢어진 것도 아닌 옷. 그 옷이 형에게는 안성맞춤인 모양이었다. 형과 나는 나이 터울이 있는지라 새것은 아니되 그렇다고 찢어진 것도 아닌 옷'은 몇 년 후에 내 것이 되었다. 영화 << 올드 보이 >> 가 그 당시에 만들어졌다면 친구들은 나를 올드보이'라고 놀렸을 것이다. 눈물이 나네, 시바.

내가 옛날 이야기로 말문을 여는 이유는 포스트모던한 대한민국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인간은 대대로 자연을 모방했다. 최대한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 미학의 궁극이었다. 사극을 볼 때 흔히 " 불초소생 " 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여기서 불초는 아버지를 닮지 못한 죄'다. 그렇기에 << 불초소생 >> 은 아버지(대자연)을 닮지 못한 못난 아들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부자 관계에서 아버지는 원본이고 아들은 사본'인 셈이다.  형만한 아우가 없는 이유는 < 아우 > 가 아무리 뛰어난 필경사'라 해도 방대한 텍스트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쓰기'란 힘에 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사란 결국 잘해야 본전인 경우'다. 설령,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필사를 했다 한들 " 원본의 위작 " 일 뿐이다.

사본이란 그런 운명인 것이다. 소문자 f(사본)는 최대한 F(원본)을 닮기 위해서 대장간을 찾아 대장장이에게 전신 성형을 의뢰한다. " 슨상님 ! 담금질로 최대한 쫙~ 쫘아아아악 ~  펴 주시오. 나도 한번 F처럼 각 잡고 살고 싶어야. "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현대 사회는 원본을 닮고자 하는 사본의 욕망'이 희석되었다. 이제 소문자 f는 대문자 F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f의 목적은 F 가 아니다. f는 아비 없이 태어난 신인류인 셈이다. 청바지가 좋은 예'이다. 이제 청바지는 새 청바지에서 낡은 청바지로 늙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낡은 청바지'로 유통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기만이면서 동시에 모방, 흉내, 시늉'이다. 이제 신상품인 낡은 청바지 < f > 는 아버지를 닮으려는 노력보다는 단순히 흉내 내는 것에 그친다.

 

f가 닮고 싶은 것은 아빠의 청춘이 아니라 아빠의 연륜이 가지고 있는 권위'다. 청바지가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의 마모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f는 인고의 세월을 " delete " 한다. 그것은 불필요한 것이니까. f의 다른 이름은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아날로그가 이룩한 과정을 모두 생략한다. 전자 시계는 날마다 테엽 감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디지털 카메라는 아날로그 카메라가 거쳐야 하는 암실 과정을 생략한다. f는 성장통 없이 바로 어른이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소문자 f 다.  절차(과정)가 생략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절차'다. 의사봉만 두들긴다고 합법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을 볼 때마다 디카'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경쾌하게 송출하는 셔터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발, 셔터도 없으면서 셔터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내니 말이다. 이러다가는 눈 오는 소리'도 효과음으로 송출될지도 모른다. 펑펑, 눈 내리는 날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표맥(漂麥) 2015-12-0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최근에 읽은 모든 글 중에 가장 와 닿는 글입니다. 내게는 그렇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15:15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칭찬 복이 많네요. 좋은 눈을 가지신 표맥 님의 천리안이 빛을 발하는군요. 호호

stella.K 2015-12-0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 그런 병도 있습니까?
저는 옷 사는 걸 귀찮게 여기는 병이 있습니다.
꽤 오래된 병이죠. 엄마는 비싼 건 못 사 입으셔도 나름 패셔니스타신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멋있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건 엄마의 덕이거나
아님 엄마 옷을 통째로 빌려입고 나올 때죠.
그런 점에서 전 불초소생이입니다. 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16:31   좋아요 0 | URL
다행이네요. 선택은 또다른 스트레스입니다.
집에 패션니스트 한 명 있으면 온 가족이 다 패션리스트가 되기 마련입니다.
스텔라 님 행운아 !

samadhi(眞我) 2015-12-0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연년생 조카가 비슷한 상황이네요 근데 곰발님 상황보다 좋죠 동생한테. 제 조카들은 큰 애가 새 것을 싫어해 작은 애가 새 것을 입고 난 뒤에 해어진(작은 애가 정말 털털하거든요. 끄떡하면 운동화에 구멍을 내놓는 아이라서 저랑 비슷 ㅋㅋ) 옷을 형이 입어요. 바보형(?) 덕분에 동생이 득을 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16:40   좋아요 0 | URL
좋은 형제네요. 제가 초등일 때 형은 고딩이니 레벨이 안 맞습니다. 결국 몇 년 후에나 입거나 크게 입거나... ㅎㅎㅎ. 새 것 증후군이 의외로 있나 보죠 ? 하튼 형은 새 옷 입는 걸 극구 싫어했슴돠. 정말로 세탁기에서 일부러 30번 돌렸다니까요... 뭐라더라? 새 옷 특유의 냄새가 싫다나.. 뭐 그런 핑계였던 것 같슴돠.

기억의집 2015-12-0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직권상정 했다는 뉴스 보니 이 나라가 어찌될까 싶었어요. 어휴, 백세시대인데, 노인네들의 생각은 변함 없으니, 더 암울해지네요. 진짜 f가 판치는 시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09:02   좋아요 0 | URL
과거를 조종하는 사람은 미래를 조종한다.

조지오웰이 동물농장에서 한 말입니다. 1984인가 ???! 갑자기 헷갈리네요.
요즘 유난히 오웰이 다시 생각납니다.
정말 오웰은 탁월했어요. 정말 탁월했습니다.

참... 웤ㅇ 워킹맨 읽어보셨나요 ? 요즘 킹 신간 실망이라고 하셔서...
이 작품은 함 읽어보세요. 좋습니다.

워킹맨이 아니라 롱워크... 수정..

cyrus 2015-12-0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것을 사용하는 것을 부끄럽기 보다는 사용하기가 아까워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요. 그런데 처음에는 다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막 쓰게 되더군요. 스마트폰이 그렇죠. 스마트폰 새로 사면 소중하게 사용하지만, 일 년 지나면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09:03   좋아요 0 | URL
저는 새것부터 막 쓰는 스타일입니다. 어릴 때부터 헌옷만 입고 자라서 행동이 그리 되었어요.
옷 찢어졌다고 혼날 일 없으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습관이 무섭다고, 그게 잘 고쳐지지가 않네요....
노트북 산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중고 되었습니다.
 

 

 

 

 

 

 

 

 

 

 

 

 

 

 

 

 

 


 

 

 

 

 

                                                                                                                         

그릇'에 대하여




                                                  흔한 말 : 그릇을 통한 인간에 대한 은유. 그릇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음식이나 물건 따위를 담는 기구(식기),  어떤 일을 해 나갈 만한 능력이나 도량(아량)을 뜻한다. 그릇이 작다는 말은 속이 좁다는 말과도 통해서 " 아량 " 을 사내새끼의 으뜸 덕목으로 여기는 헬조선 가부장 사회에서는 욕에 가깝다. 

그러니깐 < 그릇 > 은 인간 됨됨이'에 대한 은유인 셈이다. 이렇듯, < 량 > 과 < 량 > 을 자지우지하는 것은 그릇의 크기'에 달렸다. < A량 > 가 되느냐 < R량 > 이 되느냐. 그 < 문제 > 는 그릇에게 물어보시라. 그릇은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음식 종류에 따라서 그릇도 모양새와 쓰임새가 다르다. 당연히 임금님 수라상에는 다양한 음식만큼이나 다양한 그릇을 엿볼 수 있다.  설겆이 하기가 귀찮다고 임금님 수라상에 올릴 깍두기'를 접시'에 담았다가는 시녀인 당신 모가지'는 박하 사탕처럼 깍둑, 시원하게 날아갈 것이다. 그릇 종류가 많으니 당연히 인간 사회도 다양한 그릇이 모여 삼라만상'을 이룬다. 사발 같은 놈이 있고, 바리 같은 놈이 있으며, 거시기 뭐냐... 그렇지, 보시기 같은 놈도 있다.


 

 

  ① 주발 : 남자의 밥그릇 , 사기나 은기, 사기주발(사발)

  ② 바리 : 여자용 밥그릇

  ③ 합 : 밑이 평평, 뚜껑도 평평, 큰 합은 떡 약식 찜 등을 담음

  ④ 쟁첩 : 전, 구이, 나물, 장아찌 등을 담는 납작하고 뚜껑이 있는 그릇

  ⑤ 탕기

  ⑥ 보시기 : 김치류를 담는 그릇

  ⑦ 종지 : 간장, 초장, 초고추장의 장류를 담고 크기가 가장 작다.

  ⑧ 대접 : 국대접

  ⑨ 옴파리 : 사기로 만든 입이 작고 오목한 바리 (주로 뜨거운 음식)




그릇 모양을 보면 대충 그 용도를 알 수 있다.  생긴 대로 논다. 밥그릇은 밥그릇처럼 생겼고, 접시는 접시처럼 생겼고, 대접은 대접처럼 생겼으니까. 그런데 요상하게 생긴 식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 바리 > 다.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고 ?  속이 좁은 것으로 보아 종지처럼 고추장이나 된장을 담는 용도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밥그릇이었다. 남자는 밥을 주발(사발)에 담고 여자는 바리에 담았다고 한다. 니미, 이런 신파 ! 하루 종일 부엌에서 가사 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은 밥그릇 크기에서 벌써 차별을 받는다. 굶지 않고 사는 것이 내일의 목표였던 시대'를 생각하면 가사 노동자는 밥을 짓는 노동의 주체이지만,  정작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은 넉넉한 주발이 아니라 속 좁은 바리'였던 것이다. 

< 바리 > 는 깍두기를 담는 보시기와 간장이나 된장 따위를 담는 종지'보다 조금 더 클 뿐이다. 그릇 종류만 봐도 불알후드의 지랄 같은 알량'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아량은 니미 !  <  속 > 좁은 바리에다 아무리 밥을 꾹꾹 눌러 담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  더군다나 피 흘리는 모성 신화'를 강요하는 사회이다 보니 여성은 밥을 바리에다 가득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덜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 애달고 애달고 애달프도다(됐고!).  잠시 그릇 나라 동화 속 이야기로 빠지자. 일찍이 그릇 나라 백성 가운데 아량이 넉넉한 메이드 인 거제도 출신 양푼(님)이 보시기에 속이 가장 좁은 것은 종지였다고 한다.  " 우지, 이런 일이...... "  오늘은 < 종지 >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며칠 전, 속이 가장 좁은 종지 그릇 때문에 한 사람이 대국민으로부터 조리돌림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대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릇이었다. 통 넓고 넙데데한 모양새로 보아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은수저는 되는 계급이었다. 직장인들이 대부분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할 때,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에만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는 신소리'로 보아 평소에는 서울 외각 가든 같은 곳에서 화전놀이를 즐기는 듯했다. 일반 직장인들이 회사 근처 식당이나 구내식당'에서 후다닥 밥을 삼켜야 하는 것과는 다른,  유기농 웰빙 라이프'라고나 할까 ?  자고로, 그릇 팔자는 이름대로 된다는 소리'가 허투루 나온 말은 아닌 모양이다. 이름이 대접이다 보니 대접만 받던 그였다. 그는 뼛속까지 자본주의적 그릇이었다.

내 돈 내고 내가 음식 사먹는데 왜 다 먹고 나서는 종지 따위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 하는가 ?  ㅡ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  그릇된 생각을 하는 분이셨다. ( 필자는 그릇의 그릇된 생각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릇의 생각이니 그릇된 생각'은 당연하다 ) 흙수저 물고 태어난 종지에게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그는 회사로 돌아와서 월간 신문고'에 주발사발(그릇 나라에서는 노발대발을 주발사발이라고 표현한다) 잘잘못을 따졌다. " 이 사발 식기'가....... 니미, 젖가락 마이싱이다. 잘못하면 한방에 숟갈(훅가)는 수가 있어. 밤길 조심해라 ! 이러니 너희들이 평생 벙거짓 꼴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 "  그릇된 생각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 대접은 자신을 화나게 한 그릇'이 누구인지 만천하에 알렸다. 신문고의 위력을 보여주마. " 그놈은 옴파리도 아니고, 바리도 아니고, 보시기도 아니고, 접시도 아니여....... "  대접의 권세를 익히 아는 터라 이 사실이 종지에게도 알려지자 작고 초라한 종지는 저녁 내내 떨어야 했다. 종지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종지는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리다가 바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종지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 ㅡ 여기까지가 그릇 나라에서 전해지는 슬픈 동화'다.


평생 대접받기를 원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그릇이 작은 사람이다. 그들은 깍두기를 < 보시기 > 에 담지 않았다고, 반찬을 < 쟁첩 > 에 담지 않았다고 상을 엎는 부류'다. " 나, 나나나나. 누군지 알아 ? 나... 대접이야, 대접. 응?  클 대, 대접받을 접 ! 대접이라고 !!! "  대한그릇 땅콩 사건도 알고 보면 < 땅콩 플레이팅 > 에 대한 대한그릇 상속녀의 불만이 아니었던가 !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상이 무거워지는 원인은 반찬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릇이 많아서이다.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면 기꺼이 한 번쯤은 가벼운 양푼에다가 이것저것 담아 밥을 비벼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격식을 차리지 못한 대접을 받았다고 해서,  무거운 식기를 들고 수천 번을 왔다갔다하며 서빙을 해야 하는 노동자의 등골을 생각하면, 무작정 주발사발 화낼 일이 아니란 소리'다. 

밥그릇이 크고 화려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릇이 큰 것은 아니다. 본문과는 상관 없이 마무리는 안도현의 시 << 스며드는 것 >> 으로 매조지하자.  " 온갖 산해진미'를 다 음미해도 간장게장의 짭짤하고 깊지만,  아린 맛을 보지 않았다면 교양인으로서 결격이란다. 수많은 대접에게 안도현을 권한다. "

 


댓글(20) 먼댓글(1)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그.바.보 #44 - 탕기(湯器)와 탕기(Tanguy)
    from 冊性愛子 2015-12-04 18:53 
    ‘그릇’은 인간 됨됨이에 대한 은유이다. 평생 대접받기를 원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그릇이 작은 사람이다. (곰곰생각하는발의 「그릇에 대하여」 중에서) 나는 동시대 함께 살아있는 작가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싶습니다. 죽고 난 후 작가는 자기 작품에서 손이 떠납니다. 떠나버린 작가의 허울 같은 작품이야 남겠지만 작가의 살아있는 온기는 이미 사라지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에 귀를 열고 눈으로 듣는 그런 활동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ZZZ 2015-12-0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대급 잡글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좋은 의미유..........)
그 칼럼보다 이 글이 백 배 잘쓴 거 가터. 어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13:10   좋아요 0 | URL
잡놈의 글이니 잡글이 맞죠...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말입니다.
ㅋㅋ

기억의집 2015-12-0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오는 아침에 미친년처럼 한참 웃었네요. 웃으면서 씁쓸하고 공감가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13:11   좋아요 0 | URL
머리에 꽃은 꽂지는 마십셔.. ㅎㅎ 저도 쓰면서 씁쓸하기는 하더군요...
저런 글을 쓸 수는 있죠. 문제는 데스크입니다. 데스크는 왜 거르지 못했을까 ?
한심한 거죠..

수다맨 2015-12-0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번에 올리신 글은 시원하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면 기꺼이 한 번쯤은 가벼운 양푼에다가 이것저것 담아 밥을 비벼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문장에 무릎을 몇 번 쳤습니다.
누군가의 한끼 대접이 때로는 자기 마음에 차지 않을지라도, 웃으면서 밥그릇을 비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체가 높았던(?) 대한항공 조모씨나, 한 끼 식대를 지불했다고 우쭐하는 조선일보 부장씨나 평생 대접만 받기를 바라는, 생각 없는 푼수들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13:12   좋아요 0 | URL
종지 하나 안 줬다고 ( 뒷말 보니 뭐 서빙하시던 분이 사과도 하고 그랬다더군요..)
신문에다가 지랄을 하시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싶습니다. 뭐 그리 화가 난다고....

지나가다가 2015-12-0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눈팅만 하다가 댓글 하나 남깁니다. 알라딘 역대급 핵잼글입니다
식기???! 그릇 이름 가지고 욕 만드는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젖가락 마이싱에서 터졌습니다
회사동료들에게 보여주니 다들 박장대소 젖가락 마이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13:1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욕 표현에 대해서는 항상 심혈을 기울입니다. 젖가락 마이싱... 캬 ~~
식샤는 하셨슴까..

stella.K 2015-12-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발사발. 사발 식기, 거 참 좋은 욕이네요.ㅋㅋㅋㅋㅋㅋ
얼마 전 아트욕 좀 알켜 달라고 청했건만 원고 다 넘기고 이제 와
알켜 주시는 건 어느 그릇입니까? 흥!`
오늘 글은 정말...!!!!! 확실히 곰발님만 쓸 수 있는 멋진 B급 칼럼입니다.
곰발님 책은 언제 나오는 겁니까? 거기에 꼭 실릴만한 글인데
애간장을 녹이시누만요!ㅠㅠ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14:07   좋아요 0 | URL
몰랐습니다. 저도 조선일보 한부장 때문에 저의 아트 욕적 욕망이 되살아나서
스텔라 님 생각하며 작성한 겁니다. 이미 넘기셨군요.. 허어.. 이거 참...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가 봅닏.
젖가락마이싱이다. 이거 진짜 욕 아트인데 말이죠... 슬쩍 끼워넣으시면 안 됩니까 ? 요즘은 원고 다 파일로 보내지 않습니가..

붉은돼지 2015-12-0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일찌기 보지못한 천하제일잡문이외다. (잡글이 맞다고 하시니...)ㅎㅎㅎㅎㅎ 놀라 감탄했소이다.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09:52   좋아요 0 | URL
저도 잡글이라고 쓰긴 썼는데 어감이 뭔가 이상하다했더니 잡문이라고 해야 ... ㅎㅎㅎ 정상이네요....
잡글이라... ZZZ 님 책임지슈.

뽈쥐의 독서일기 2015-12-0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체 무지한 그릇이다 보니.. 알라딘 서재가 와글와글해서 두 종지 칼럼을 찾아봤네요. 이런 숟갈!!!
덕분에 주발사발한 온갖 패러디 물을 흠뻑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09:53   좋아요 0 | URL
아직도 여운이 남습니다. ㅎㅎ. 대체 무슨 배짱이었을까요. 자기가 그렇게 작성하면 진짜 망할 줄 알았나 보죠. 오히려 성지순례가 되어 매출이 껑충 뛰었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samadhi(眞我) 2015-12-0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말놀이 진짜 우와!! 아파서 끙끙거리던 차에 크게 웃어재꼈어요.
진짜 미추어버리겠네요. 곰발님 말빨 글빨 절정에 이른 듯합니다. 판소리 한 대목같아요. 귀에 짝짝 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09:53   좋아요 0 | URL
역시 욕을 좀 아스트랄하게 넓은 마음으로 예술한다는 마음으로 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응이 뜨거우니 말이죠...

samadhi(眞我) 2015-12-03 16:32   좋아요 0 | URL
욕 전수받고 싶어요 사사시켜 줍시오, 욕쟁이(?) 스승님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16:41   좋아요 0 | URL
욕명소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창조욕 연구 좀 해야 할 듯합니다.. 허허.

cyrus 2015-12-0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탕기`라는 그릇도 있군요. 이름이 낯설지 않아요. `탕기` 영감은 그릇이 큰 사람이었어요. 무명의 반 고흐에게 미술도구를 빌려주면, 그 보답으로 돈 대신 고흐의 그림을 받았답니다. 영감은 고흐에게 받은 그림을 자신의 그림가게에 전시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3 09:54   좋아요 0 | URL
고흐 작품 중에 저는 해바라기보다는 탕기 영감 그림 시리즈를 더 좋아합니다. 탕기 영감 만날 고흐네 집 방문할 때 먹을 거하고 술 가지고 갔다고 하죠 ? ㅎㅎ
 

 

 

 

 

 

대접만 받다 보니 그릇이 작아진 사내 이야기 

 


 

 

 

 


                                                             친애하는 이웃이 링크를 걸어 두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칼럼을 읽었다. 제목이 << 간장 두 종지 >> 라고 하길래 손수건부터 준비했다. 오갱끼데스까 ? 와따시와갱끼데스 ! 그래, 울, 어, 주, 리, 라. 구리 료헤이의 << 우동 한 그릇 >> 나 함민복의 << 눈물은 왜 짠가 >> 와 유사한 힐링 푸드 ㅡ 서사'인 줄 알았다. 가난이 죄이라, 지게미와 쌀겨로 허기를 채우던 부부 / 가난한 남편이 손수 차린 밥상 /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 쌀은 어떻게 구했다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 / 상 위에 놓인 쪽지 c.u  / (인써트)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 낯익은 남편의 글씨를 본 아내는 눈물이, 팽이도 아니면서 핑 돈다 / 아아, 그날 밤........ ㅡ  이런 신파 말이다.  

나는 최불암 목소리 버전으로 읽기 시작했다. " 모든 우리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없고 모든 남의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많다. ~  "  문장을 보니 : 남의 떡이 더 커 보안다는 농담 같은데 문장 배열이 상당히 걸리적거린다. 모든 우리 회사 앞 ??!  논술 강사'였다면 < 모든 > 이라는 관형사에 빨간 색연필로 x 표시를 한 후 " 지랄 " 을 했을 것이다. 그냥 우리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없다라고 작성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굳이 " 어쩔 수 없이 " 회사 근처 식당에 갔다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평소에는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으리으리한 " 가든 " 에서 식사를 하시는 모양이다. 이 칼럼을 읽은 조선일보 근처 식당들은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무슨 생각을 할까 ? 그래도 그렇지. 이 얼마나 걸리적거리는 문장인가, 니미 

뭐, 그것은 그냥 그렇다 치자.  맛집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 모든 > 이란 관형사를 사용했다면 차라리 부정을 강조하는 < 너무 > 라는 부사를 사용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우리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너무 없다.  따순 밥 한 그릇을 기대했는데, 문장 첫머리부터 빈정이 상해서 밥맛이 떨어졌다. 이런 신파 ~ 이게 뭐얌 !  뭐, 기자가 마감에 쫓겨서 문장 고르기 작업을 허투루 넘겼다고 치자. 문제는 문장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기자가 < 모든 > 을 < all without...... > 으로 사용했다면 땅값 비싼 태평로 근처 가게는 백이면 백, 다 맛이 없는 식당이라는 말이 된다. 이 기사를 읽으면 조선일보 근처 광화문 뒷골목과 태평로 맛집들이 화를 낼 만하다. 기자는 왜 회사 앞 모든 식당이 맛이 없다고 강조했을까 ?

이런 태도를 사회심리학적 용어로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라고 한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 는 태도'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태도 > 가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많은 이유는 < 하나와 열 > 때문에 가 본 적도 없는 " 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 " 도 동일한 족속으로 싸잡아서 비난한다는 데 있다. 기자가 < 모든 우리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없다 > 라고 선언하는 것도 이와 같다. 몇몇 식당이 맛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기자는 자신이 경험한 < 부분 : 제한된 정보 > 을 가지고 < 전체 > 에 대한 결과를 도출한다. 물론 << 하나 = 열 >> 이 성립될 수는 있다. 하지만 하나 = 열'이 성립된다고 해서 2,3,4,5,6,7,8,9도 동일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형편없는 태도'다.

짬뽕은 맛있지만 짜장이 맛이 없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지 않은가 ? 첫 문장부터 밥맛이 떨어져서 읽지 않으려 했으나, 그 자세 또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태도'이렷다. " 첫 문장부터 밥맛 떨어져서 읽지 않았다. 끄읏 ! "  이라고 작성하면 수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리라. 내가 모를 줄 알았지 ?   하는 수 없이 끝까지 읽었다. 이 칼럼은 논리적 비약의 끝판왕이란 생각이 들었다. 간장 두 종지 때문에 아우슈비치를 소환하는, 이 환장할 만한 논리적 비약은 판타스틱하며 아, 아아아스트랄했다.  간장 때문에 아우슈비츠가 호출될 줄 그 뉘 알았으랴 ? 간장이 뭐길래, 이토록 애간장을 태우는 것일까. 기자는 분노한다. 기자라는 알량한 권력으로 매타작을 한 것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실명으로 까발릴 수는 없는 노릇. 그 식당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란다. 역시 기자 정신은 살아 있다. 그런데 어쩌나. 그 동네에는 네 개의 중국집이 있었으니 말이다. 내일은 탕슉 2인당 간장 한 종지'만 나오는 식당에 가서 짬뽕에 탕슉'이나 시켜 먹어야 겠다. 솔까말, 탕수육은 이미 탕수육 소스가 제공되는 음식이니 간장 소스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짜장면을 시켜 놓고서는 비벼 먹겠다며 고추장 소스도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신문의 품격은 칼럼이 좌우하는 법. 오랫동안 통 큰 < 대접 > 만 받다 보면 나중에는 그릇이 < 종지 > 처럼 작아지기 마련이다. 이 글과는 상관없이 김규항의 문장으로 끝을 맺자. " 온갖 책을 다 읽어도 수영을 읽지 않았다면 지식인으로 결격이란다. 너에게 수영을 권한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펼친 부분 접기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

 

idxno=126359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6359





 


댓글(18) 먼댓글(1)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기자와 개는 접근 금지
    from 冊性愛子 2015-12-01 18:43 
    조선일보를 구독 신청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 지난주 토요일 조선일보에 문제의 칼럼이 게재된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칼럼의 필자는 간장 두 종지를 가지고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한 편을 완성했다. 필자가 칼럼 데드라인의 압박에 쫓겨 급한 마음에 이런 글을 쓴 것일까. 중국집에 간장 두 종지 더 달라고 주문했다가 주인에게 거절당한 자신의 경험을 야마로 잡을 줄이야. 필자는 그 당시 상황을 겪으면서 느꼈던 불쾌한 감정을 심하게 과장해서 표현했다. “간장님은
 
 
다락방 2015-12-0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킵해놓은 간장 있지? 그것 좀 가져와˝ 라고 반말로 지껄이겠다는 것도 짜증나요. -_-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0:02   좋아요 0 | URL
미디어오늘이 그 식당으로 취재를 갔나 봅니다. 주일 왈 :


식당 주인에 따르면 간장을 갖다준 건 물론이고 1번 테이블 손님에게 사과도 했습니다. 계산할 때 찍어주는 도장도 추가로 찍어주었습니다. 칼럼이 나간 이후 해당 식당은 혹시 부족할까봐 간장 종지도 추가로 구입했다고 했습니다. 직원들 친절교육도 다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현우 부장은 칼럼 마지막에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그 중국집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 간장 두 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간장을 갖다주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화를 풀고 가신줄 알았는데 기사로 쓰셨더라고요 저희가 잘못한거니까 혼나야죠. 그래도 조선일보,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문에 쓰셔서 조금 놀라기는 했어요. 앞으로 저희가 잘해야죠.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다락방 2015-12-01 10: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방금 미디어오늘 기사 봤어요. 아, 쪼잔함이 하늘을 찌르네요. 결국 받아먹고서는...하아- 세상..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는 쪼선 일보라고 해야겠다... 어찌나 쪼잔한지.....

표맥(漂麥) 2015-12-0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장 쯤 되는 분이 참 쓸 것도 없나보다~ 싶었는데...
이 글을 보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덕분에 아침에 웃고 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0:31   좋아요 0 | URL
아침에 죽을 지경이었는데 이 글 때문에 웃어서 살아나셨군요 ? ㅎㅎㅎ 제가 생명의 은인이 되었네요... (시덥지않은 농담이었슴봐 )

살리미 2015-12-0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저런 사람이 뉴스부장이라니 조선일보 알만하죠. 아주 지 얼굴에 대놓고 간장 붓네요. 그 식당 주인은 조선일보 구독자라는데...... 하아~~ 별게 다 열받게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8:39   좋아요 0 | URL
그릇이 작은 모양입니다. ㅎㅎㅎㅎㅎㅎ

만병통치약 2015-12-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대급 갑질이군요 ㅋㅋ 신문권력이 중국집까지 침범하다니. 막노동꾼부터 나랏님까지 1인 1 단문지가 기본이고 탕수육 간장은 보통 1~2그륵인데 말이죠. 푸흐흐흐 어느 중국집인지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8:39   좋아요 1 | URL
이러다가 중국과 전쟁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습돠.
탕슉 전쟁..

akardo 2015-12-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집 블로거가 나 블로그하는데 서비스 잘 좀 해주쇼 하며 음식점 가서 갑질하는 느낌의 칼럼이네요. ㅎㅎㅎ 일개 맛집 블로거보다 못한 수준의 글이라니......중국집에서 탕수육 사먹을 때 간장 종지를 한 사람에게 하나씩 주는 데 못 봤는데....비싸고 고급진 데만 다닌 버릇을 평범한 중국집에 가서 내보였나 봅니다.-_-;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8:40   좋아요 1 | URL
왜 옛날에 사회문제가 된 적 있잖습니까. 블로거지라고... 꼭 그런 뉘앙스의 글이었습니다.

cyrus 2015-12-0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칼럼 필자가 마감날 문득, 쓸 게 없다보니 쪽팔렸던 경험이 불쑥 생각나서 글로 썼을 것 같아요. 지금도 필자는 집에서 이불킥하고 있을 겁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8:41   좋아요 1 | URL
다음 주 마감날 문득이 무척 궁금하네요. 생깔까요. 아니면 반성을 담았을까요..ㅎㅎ

cyrus 2015-12-0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을 곰발님의 블로그에 먼댓글 형식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안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1 18:41   좋아요 0 | URL
어 그렇습니까, 얼릉 풀어두르겠습니다.

수다맨 2015-12-01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소한 얘기를 신문 지상에다 쓰는 걸 보니 조선일보 부장은 할 일이 정말 없는 사람 같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09:00   좋아요 0 | URL
분명 쪼오선 일보에도 데스크라는 게 있을 텐데..... 글쓴이가 저런 글을 썼다고 해도, 데스크에서 거르면 되는데.. 이걸 거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한 거죠........ 컬럼은 데스크 검열 없는 자유 권한일까요 ? 그럴지도.... 하튼 잘 모르겠군요...
 

 

 

 

 

 

 

 

 

 

 

 

 

 

 

 


 


 

 

 



죽어야 사는 여자

 


                                               심순애1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어서  가난한 약혼자인 이수일을 버린 비정한 여자. 일베들이 보기에 심순애는 근대 이후 최초의 김치녀'이자 건축학개론판 첫사랑 쌍년'인 셈이다. 순애는 고민에 빠진다. " 사랑을 쫓자니 돈이 없고,  돈을 쫓자니 사랑이 우는구나. 수일 씨이~  몸은 떠나지만 마음만은 그대 곁에....... " 

순애는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불타는 염통 대신 차가운 돈'을 선택한다. 벼락 같은 비수가 이수일의 염통을 관통한다. 원통할 뿐이다.  이어지는 이수일의 그 유명한 대사.  " 이런 신파 ~  놓아라,  순애 !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았더냐 ? " 이수일은 복수를 다짐한다.  " 순애, 보자보자 하니 날 보자기로 보는군. "  그는 스뎅 < 가위손 > 이 되어 돌아온다. 제2 금융권'인 산와머니(고리대금업자) 대표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아. 한국 서사에서 돈 때문에 조강지남을 버리고 결혼한 여자의 일생이란 뻔한 결말, 잘되는 꼴을 본 적 있던가.  그녀는 수일 씨'를 잊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수일 씨는 순애를 용서한다는,  뭐얌. 이런 신파 ~   모두 다 이수일과 심순애가 펼치는 < 이런 신파 > 에 눈물을 쏟을 때,  

심순애의 한복 치마저고리와 이수일의 양복 바짓가랑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었으니 자신을 평화학 연구자라고 소개하는 정희진'이다. 그는 << 여성의 몸, 그리고 명칭 >> 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성은 구남성, 신남성으로 구별되지 않지만 여성은 구식 여성, 신여성으로 구분되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근대와 진보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수일과 심순애에서 남성은 양복을 여성은 한복을 입는다거나, 은행 같은 사무실에서 사복을 입는데 반해 여성은 유니폼을 입는 것도 같은 경우다. 여성이 남성 공동체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남성 공동체의 번영과 몰락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마치, 민족의 전통을 외치는 사람은 남성이지만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제사 음식을 준비하거나 김치를 담아야 하는 사람은 여성인 것처럼.

 


복장 문화의 변천사로 보자면 한복 입은 심순애는 구식 여성'이고 이수일은 신문물을 접한 개화파2(신식 남성)다. 여기서 심순애가 순하지만 맹한 구석이 있는, 돈에 눈이 먼 어리석은 여성 캐릭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복 입은 심순애는 계몽(개간, 개량)의 대상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전근대를 상징하는 한복 치마저고리 입은 심순애는 미개한 땅인 처녀림이면서 처녀지인 셈이다. 평생을 삽질하는 데 인생을 바친 불도저 이명박 달인'이 환장할 만한 불모지다. 나무를 베고, 다리를 놓고 건물을 올려야 쓸모 있는 땅이 된다. 이 땅을 개간하는 주체는 남성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불도저(bulldozer)를 운전하는 것은 오로지 수컷3 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악극 끄트머리에 가서 스뎅 가위손 이수일 선생은 결국 병든 심순애를 받아들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수일이 심순애를 받아들이기로 한 동인(動因)이다. 이수일은 심순애'가 자살을 기도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남산 위에 철갑을 두른 소나무 같던 마음이 버들나무처럼 야들야들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수일은 김중배의 알반지에 눈이 멀어서 자신을 버린 심순애를 용서한 것일까 ?  내가 보기에는 심순애의 자살 행위는 상징적 허물 벗기'다. 허물을 벗는다는 점에서 심순애의 자살 몸짓은 개화(改化) 혹은 재생(再生)에 가깝다. 그녀는  혹독한 자기 징벌을 실천함으로써 더러운 몸( = 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었던 그 옛날 심순애)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이수일에게 보낸다. 우리 순애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수일 씨이 ~  그 옛날의 순애가 아니랍니다.

순애의 자살 시도'는 포식동물이 너무 빠르거나 강해서 도망이나 싸움에서 승산이 없을 때 죽은 체하는 기능적 방어 기제'처럼 보인다. 포식동물은 대부분 꿈틀거리며 반항하는 먹잇감보다는 죽은 먹잇감에 대해서는 감시가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죽은 척하며 도망칠 기회를 노리는 먹잇감은 운이 좋으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심순애의 자살 시도는 이수일이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만든 일종의 기절인 셈이다. 상대방에게 용서를 얻기 위해서는 죽으라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것이다. 이수일과 심순애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 신파 - 서사 > 로 보지 않고 팜므파탈이 지랄을 하는 < 악녀 - 서사 > 로 보자면 심순애는 항상 돈을 보고 짝을 선택하는 여성이다.

처음에는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끌렸으나 김중배가 쫄딱 망하고 이수일이 신흥 부자로 새롭게 등장하자 심순애는 다시 이수일과 연결된다. 심순애의 자살 시도를 < 죽기 아니면 까무리치기 - 죽음 모방 > 으로 보자면 가능한 해석이다. << 신소설에 나타난 육체 인식과 형상화 방식 구조 >> 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영아가 쓴 << 육체의 탄생 >> 은 개화기 시대의 신소설'을 중심으로 < 근대의 몸 > 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그녀는 신소설에 나타난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성적 위협을 받거나 자살을 시도한다고 지적한다.


해피엔딩을 맞기 위해 신소설의 여자 주인공들이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은 자살 시도이다. 그들은 성적 위협에 처했을 때 자살을 기도해서 위기를 모면한다........ 성적 위협의 순간에 여자 주인공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음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고, 무수한 고난을 잘 극복해 낸 데 대한 보상으로 가정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아 행복하게 살게 된다. ( 273, 육체의 탄생) 

 

자신의 목숨을 내놓음으로써 이수일에게 구원받는다는 점에서 " 심순애 - 몸 " 은 갱생, 개화, 개량, 개간된 신체'에 해당된다. 이런 신파의 대명사인 << 장한몽(이수일과심순애) >> 이 국내에 번안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드라마는 여전히 신소설의 이런 신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여전히 계몽되어야 할 몸'이다. 사랑 혹은 복수는 반드시 변화 과정을 통과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 영화 << 미녀는 괴로워 >> 에서 주인공 여성은 전신 성형을 통해 날씬한 미녀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는 낡은 신체를 버리고 새로운 신체를 얻기 위해 수술대 위에 죽기 아니면 까무리치기로 눕는다. 심순애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 살아난 것4과 같은 심인(心因)이다. 

제니와 심순애는 잠시 까무라쳤다가 눈을 뜬다. 쉽게 말해서 이런 식의 캐릭터 여성들은 죽기 아니면 까무리치기라는 점에서 죽어야 사는 여성들이다. 여성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죽음 모방을 통해 남성에게 용서를 구하고 구원을 받는다면, 남성들은 해피엔딩을 얻기 위해 이처럼 위험한 도박을 하지는 않는다. 사내새끼의 허물은 굳이 벗을 필요까지는 없다. 사내새끼의 허물은 "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는 실수 " 이기 때문에 굳이 갱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앗, 나의 실수 ! "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면 된다. 이처럼 똑같은 잘못을 해도 그 잘못에 대한 반성 레베루는 남성과 여성이 전혀 다르다. 남성은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지만 여성은 말로는 빚을 갚을 수 없다.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니미... 이런 신파 ~ 한국 여성은 죽어야 산다 ■ 

 

 



 

  1. 주인공 이수일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아버지의 친구인 심택의 집에서 자라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심순애와 혼인을 약속한다. 어느 정월 보름날, 심순애는 김소사의 집으로 윷놀이를 갔다가, 거기에서 대부호의 아들인 김중배를 만난다. 심순애에게 매혹된 김중배는 다이아몬드와 물질 공세로 심순애를 유혹하였고, 심순애의 마음은 점점 이수일로부터 멀어져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수일은 달빛 어린 대동강가 부벽루에서 심순애를 달래보고 꾸짖어도 보았으나, 한 번 물질에 눈이 어두워진 여자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울분과 타락 끝에 고리대금업자 김정연의 서기가 된 이수일은 김정연의 죽음과 함께 많은 유산을 받게 된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 심순애는 대동강에 투신자살하려다가 이수일의 친구인 백낙관에게 구출된다. 결국, 두 사람은 백낙관의 끈질긴 설득으로 다시 결합하여 새 출발을 하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한몽 [長恨夢]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2. 장한몽은『매일신보』에 연재된 신문소설로서 전편[上]이 1913년 5월 13일부터 10월 1일까지, 속편[中·下]이 1915년 5월 25일부터 12월 26일까지 연재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한몽 [長恨夢]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3. bull : 황소
  4. 침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15-11-2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석까지... 논문입니까? ㅋㅋ 논문 잘 읽었어요. 연구 조금 더 보태서 학위 받으셔야겠소. ㅎㅎㅎ 여성학 연구에도 일가견이 있을 듯해요. 서민씨랑 두 분은 잘 해내실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30 13:53   좋아요 0 | URL
주석이 있어야 뭔가... ㅎㅎㅎㅎ 그럴 듯하지 않습니까.... ㅎㅎㅎㅎㅎㅎ.

cyrus 2015-11-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크레치아는 로마 황제의 아들 섹스투스에게 능욕당하고 복수를 결심하고 자살했어요. 루크레치아의 남편이 이 사실을 알고, 반란을 일으켜서 공화정을 세우게 되죠. 그녀의 억울한 희생이 로마의 역사를 바꿨어요. 나중에 중세의 역사가들은 그녀를 여걸로 평가합니다. 그녀의 고귀한 희생이 강조되다보니 여성에게 가해지는 남성의 성적 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밀려나고 말았어요. 남성 역사가들은 섹스투스의 강간이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는 실수’로 여겼을 거예요. 억울한 여성은 죽어야 사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30 13:57   좋아요 0 | URL
오, 섹스투스 하시길래 지어낸 농담이구나 했는데 섹스투스가 원래 있는 인물이군요.
종종 한국 현대사도 보면 자살에 따른 파장이 어마어마했죠.
군사정권이 무너진 이유도 몇몇의 자살 파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생각되더군요...

표맥(漂麥) 2015-11-2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사랑 쌍년`에서 빵! 터졌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30 13:58   좋아요 0 | URL
건축학 개론에 보면 왜 나오는 대사 아닙니까... ㅎㅎ.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ㅎㅎㅎㅎ
 
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은 무섭다 ,           고 ?!



                                                                법은 무섭다. " 하룻강아지 < 법 > 무서운 줄 모른다 " 는 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법 무서운 줄 모르는 인간을 하룻강아지'라며 비웃지만,  글쎄올시다. 내가 보기에는 < 법 무서워하는 놈 > 보다 < 법 무서운 줄 모르는 놈 > 이 더 " 인간 " 적인 경우가 많다. 말놀이'나 하자고 이 리뷰를 쓰는 것은 아니다. 말놀이 구경은 과천 경마장으로 가시라.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회'라면 사회 구성원들이 굳이 법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쉬운 비유를 들자면 행복이 가득한 집에 사는 아이들이 부모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법 > 이라는 것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 최후의 수단 " 이지 " 최우선 선택 " 이 결코 아니다. 하다 하다 하다 하다 안 될 때 법의 손길을 빌리는 것이 정상이다. 즉, 법은 뱀 꼬리가 되어야지 용 머리가 되면 안 된다는 소리이다.  한국 사람들이 툭 하면 " 법대로 해 !!!! " 라고 소리치는 것은 이 나라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고소/고발이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툭 하면 명예훼손'이다. 이처럼 법을 앞세우는(법이 용 머리가 되는, 법대가리) 국가는 집구석이 엉망인 나라'다. 

사실 전과자는 법 무서운 줄 모르는 부류보다는 법을 무서워하는 쪽에 더 가깝다. 고기도 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한 번 군대 갔다온 놈이 두 번 다시는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심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 그들은 교도소 생활이 끔찍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싸우는 놈보다 법 무서워하는 놈이 더 " 개불 " 같다. 자고이래로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저돌적으로 싸운 하룻강아지들에 의해 사회는 발전했다.  영화 속 영웅들은 대부분 자신의 투쟁이 법적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대가리를 상실한 채 맞짱을 뜬 사람들이다. " 야, 이 오호츠크 시밤바에서 쌍끌이 어망에 잡힐, 법대가리를 상실한 새우젓 같은 놈들아.  다 덤벼라 ~ 크아아아아앙...... " 

반대로 불의 앞에서 새우처럼 등 굽히고 눈 감은 동조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법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자들이다. 그렇지 않은가 ?  누군가는 박정희 때문에 이만큼 먹고 사는 것이라며 두 주먹 불끈 쥐겠지만, 사실 이만큼 먹고 사는 것은 법 무서운 줄 알면서도 법 무서운 줄 모르고 덤볐던 민주화 주역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다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지금은 386 늙은이'라는 조롱을 받지만 이들이 흘린 피가 강철 군화를 벗겼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요즘 엉뚱한 세력들에게 호명되어 곤란을 겪고 계시는 유관순 누나'도 따지고 보면 법을 무서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던 영웅이 아니었냔 말이다.  유관순 누나가 법적 처벌을 두려워했다면 거리에 나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들머리가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여기 " 법대가리 " 를 상실한 채 사법부와 맞짱을 뜬 인물이 있다. 석궁 테러 사건으로 유명한 김명호 교수'다.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담당 부장 판사에게 테러를 가했다는 게 사건 요지'이다. 르포 작가인 서형의 << 부러진 화살 >> 은 석궁 테러 이후의 재판 과정을 담은 재판 기록문이다. 일단 이 사건은 매우 특이하다. 법정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포부 당당하던 고래도 법정에 서면 새우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김명호 교수는 당최 쫄 기미가 없다. 쫄기는커녕 재판 중에 판사와 검사를 직무 유기, 직권 남용, 공직자 윤리 강령 위반 따위로 고발한다. 판사가 보기엔 똥 싼 놈이 성 내는 꼴이리라. 하지만 피고인이 보기엔 법대로 해야 할 집단이 법대로 하기는커녕 오히려 법을 무시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이 당찬 " 빅ㅡ엿 " 에 엄숙해야 할 재판정은 블랙 코미디'가 되었다. 뜬구름 위에서 뒷짐 지며 아래 세상을 내다보며 훈수나 두던 어르신이 알고 보니 쫄아서 앵앵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태산처럼 높은 고래인 줄 알았는데 모기였다니 ! 골치 아팠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사건 담당 판사가 재판 도중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했을까. 깐죽거리는 피고인에 질려버린 그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 이런 된장...... " 그는 사표를 제출하고는 대형 로펌인 << 김에는 간장(김앤장) >> 으로 갈아탄다.  여러모로 골 때리는 사건이었다. 나중에는 재판 참관인들이 판사들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기록을 보다 보면 판사들도 시정잡배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은 마치 프랑크 카프라의 한국판 << 김명호 씨, 법정에 가다 >> 처럼 읽힌다.

이 책 말미에 딸린 부록(판결문 전문)을 읽다 보면 사법부의 쩨쩨한 복수심이 읽힌다.  제 식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기는 법 조직'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판사는 김명호 교수에게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통쾌한 복수인지는 모르나 내가 보기에는 치졸한 복수처럼 보인다. 석궁을 들고 부장 판사네 집을 찾아간 것에 대해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법부가 < feel > 과 < fact > 를 혼동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데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은 노름판에서나 벌어져야지 신성한 재판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돼지 2015-11-2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밥 먹으로 가야해서 일단 `좋아요` 해놓고 갔다와서 읽을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9 16:26   좋아요 0 | URL
점심 너무 오래 드시는 거 아닙니까 ? ㅎㅎ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11-30 14:33   좋아요 0 | URL
아~~ 이제 점심 다 먹었습니다....^^ 한끼 떼우는 것도 쉽지 않군요...
제가 몇년 전에 한 일년정도 육아와 살림을 좀 한 적이 있었는데요..삼시 세끼 이거 무섭더군요..
아침먹고 돌아서면 점심이고 점심먹고 돌아서면 저녁이더이다..
하루종일 삼시 세끼 생각으로 분주하고 바쁘더군요...
살림이라는 것도 해도해도 끝이없고 했는 일 또 하고 또 한일을 또또하고 티가나는 것도 아니고
광이 나는 것도 아니고 ...뭐랄까 참 허무하더군요...
주부우울증 걸릴 뻔 했어요....

samadhi(眞我) 2015-11-2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설을 보니 생각나는데요. 저도 얼마 전에 일하는 곳에서 사장이랑 같이 일하는 언니랑 세월호 얘기, 최루탄직사에 쓰러진 백남기 씨 얘기하며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정권 어쩌고 열을 냈더니 사장왈, ˝공권력에 도전˝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구. 차마 정당이라 부르기 부끄러운 똥누리당이 늘 하는 말이거나 봐주기 힘든 신문 쪼가리들이 주로 해대는 대사 같지요. 그 말 듣고 말문이 막혀서. 헉. 그러면서 저더러 흥분하지 말랍디다. 아니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그럼 흥분 안 합니까. 하고 말았는데요.

제가 유시민이나 손석희처럼 똑똑하지 못 해 흥분하지 않고 조용히 에둘러가며 비웃어가며 가볍게 찌르는 말 몇 마디를 못 하고 있더라구요. 씨도 안 먹히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해˝라는 걸 시키려면(그럴 수가 있긴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똑똑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30 14:00   좋아요 0 | URL
그득권에 세뇌를 제대로 시켰죠.
공권력이 마치 신성불가침인 것처럼 말이죠. 자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공권력에 대해 싸우고 희생한 결과, 그 결과의 자유를 실컷 누린 새끼였으면서 정작 그들에게는 지나치게 비판적이죠...
답이 없죠. 이런 놈들에게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절대 설득할 수 없습니다.

seokgung 2015-12-1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법을 밥 먹듯이 위반하는 인간들에게 석궁 든 것이 뭐가 잘못인가?
법치국가라고 떠들면서 어리석은 민중들을 우롱하며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판사년놈들에게 `법 지키라`며 국민저항권을 행사한 건데...
그런 석궁사건의 의의를 부정하거나, 재판테러 저지른 판사년놈들의 말 `테러`를 그대로 옮기는 인간들은 법치민주주의 국가에 살 자격없는 노예근성에 찌든 돌대가리다.
=>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6&dirId=61303&docId=160796195&qb=67aA65+s7KeEIO2ZlOyCtA==&enc=utf8§ion=kin&rank=40&search_sort=0&spq=1&sp=4&pid=SRucZspySEhssuhX60ssssssst8-095852&sid=gmM9snkGf5nR9gRhiQJRfQ%3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