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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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무섭다 ,           고 ?!



                                                                법은 무섭다. " 하룻강아지 < 법 > 무서운 줄 모른다 " 는 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법 무서운 줄 모르는 인간을 하룻강아지'라며 비웃지만,  글쎄올시다. 내가 보기에는 < 법 무서워하는 놈 > 보다 < 법 무서운 줄 모르는 놈 > 이 더 " 인간 " 적인 경우가 많다. 말놀이'나 하자고 이 리뷰를 쓰는 것은 아니다. 말놀이 구경은 과천 경마장으로 가시라.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회'라면 사회 구성원들이 굳이 법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쉬운 비유를 들자면 행복이 가득한 집에 사는 아이들이 부모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법 > 이라는 것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 최후의 수단 " 이지 " 최우선 선택 " 이 결코 아니다. 하다 하다 하다 하다 안 될 때 법의 손길을 빌리는 것이 정상이다. 즉, 법은 뱀 꼬리가 되어야지 용 머리가 되면 안 된다는 소리이다.  한국 사람들이 툭 하면 " 법대로 해 !!!! " 라고 소리치는 것은 이 나라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고소/고발이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툭 하면 명예훼손'이다. 이처럼 법을 앞세우는(법이 용 머리가 되는, 법대가리) 국가는 집구석이 엉망인 나라'다. 

사실 전과자는 법 무서운 줄 모르는 부류보다는 법을 무서워하는 쪽에 더 가깝다. 고기도 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한 번 군대 갔다온 놈이 두 번 다시는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심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 그들은 교도소 생활이 끔찍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싸우는 놈보다 법 무서워하는 놈이 더 " 개불 " 같다. 자고이래로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저돌적으로 싸운 하룻강아지들에 의해 사회는 발전했다.  영화 속 영웅들은 대부분 자신의 투쟁이 법적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대가리를 상실한 채 맞짱을 뜬 사람들이다. " 야, 이 오호츠크 시밤바에서 쌍끌이 어망에 잡힐, 법대가리를 상실한 새우젓 같은 놈들아.  다 덤벼라 ~ 크아아아아앙...... " 

반대로 불의 앞에서 새우처럼 등 굽히고 눈 감은 동조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법의 처벌을 두려워하는 자들이다. 그렇지 않은가 ?  누군가는 박정희 때문에 이만큼 먹고 사는 것이라며 두 주먹 불끈 쥐겠지만, 사실 이만큼 먹고 사는 것은 법 무서운 줄 알면서도 법 무서운 줄 모르고 덤볐던 민주화 주역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다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지금은 386 늙은이'라는 조롱을 받지만 이들이 흘린 피가 강철 군화를 벗겼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요즘 엉뚱한 세력들에게 호명되어 곤란을 겪고 계시는 유관순 누나'도 따지고 보면 법을 무서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던 영웅이 아니었냔 말이다.  유관순 누나가 법적 처벌을 두려워했다면 거리에 나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들머리가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여기 " 법대가리 " 를 상실한 채 사법부와 맞짱을 뜬 인물이 있다. 석궁 테러 사건으로 유명한 김명호 교수'다.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담당 부장 판사에게 테러를 가했다는 게 사건 요지'이다. 르포 작가인 서형의 << 부러진 화살 >> 은 석궁 테러 이후의 재판 과정을 담은 재판 기록문이다. 일단 이 사건은 매우 특이하다. 법정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포부 당당하던 고래도 법정에 서면 새우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김명호 교수는 당최 쫄 기미가 없다. 쫄기는커녕 재판 중에 판사와 검사를 직무 유기, 직권 남용, 공직자 윤리 강령 위반 따위로 고발한다. 판사가 보기엔 똥 싼 놈이 성 내는 꼴이리라. 하지만 피고인이 보기엔 법대로 해야 할 집단이 법대로 하기는커녕 오히려 법을 무시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이 당찬 " 빅ㅡ엿 " 에 엄숙해야 할 재판정은 블랙 코미디'가 되었다. 뜬구름 위에서 뒷짐 지며 아래 세상을 내다보며 훈수나 두던 어르신이 알고 보니 쫄아서 앵앵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태산처럼 높은 고래인 줄 알았는데 모기였다니 ! 골치 아팠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사건 담당 판사가 재판 도중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했을까. 깐죽거리는 피고인에 질려버린 그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 이런 된장...... " 그는 사표를 제출하고는 대형 로펌인 << 김에는 간장(김앤장) >> 으로 갈아탄다.  여러모로 골 때리는 사건이었다. 나중에는 재판 참관인들이 판사들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기록을 보다 보면 판사들도 시정잡배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은 마치 프랑크 카프라의 한국판 << 김명호 씨, 법정에 가다 >> 처럼 읽힌다.

이 책 말미에 딸린 부록(판결문 전문)을 읽다 보면 사법부의 쩨쩨한 복수심이 읽힌다.  제 식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기는 법 조직'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판사는 김명호 교수에게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통쾌한 복수인지는 모르나 내가 보기에는 치졸한 복수처럼 보인다. 석궁을 들고 부장 판사네 집을 찾아간 것에 대해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법부가 < feel > 과 < fact > 를 혼동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데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은 노름판에서나 벌어져야지 신성한 재판에서 벌어진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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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2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밥 먹으로 가야해서 일단 `좋아요` 해놓고 갔다와서 읽을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9 16:26   좋아요 0 | URL
점심 너무 오래 드시는 거 아닙니까 ? ㅎㅎ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11-30 14:33   좋아요 0 | URL
아~~ 이제 점심 다 먹었습니다....^^ 한끼 떼우는 것도 쉽지 않군요...
제가 몇년 전에 한 일년정도 육아와 살림을 좀 한 적이 있었는데요..삼시 세끼 이거 무섭더군요..
아침먹고 돌아서면 점심이고 점심먹고 돌아서면 저녁이더이다..
하루종일 삼시 세끼 생각으로 분주하고 바쁘더군요...
살림이라는 것도 해도해도 끝이없고 했는 일 또 하고 또 한일을 또또하고 티가나는 것도 아니고
광이 나는 것도 아니고 ...뭐랄까 참 허무하더군요...
주부우울증 걸릴 뻔 했어요....

samadhi(眞我) 2015-11-2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설을 보니 생각나는데요. 저도 얼마 전에 일하는 곳에서 사장이랑 같이 일하는 언니랑 세월호 얘기, 최루탄직사에 쓰러진 백남기 씨 얘기하며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정권 어쩌고 열을 냈더니 사장왈, ˝공권력에 도전˝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구. 차마 정당이라 부르기 부끄러운 똥누리당이 늘 하는 말이거나 봐주기 힘든 신문 쪼가리들이 주로 해대는 대사 같지요. 그 말 듣고 말문이 막혀서. 헉. 그러면서 저더러 흥분하지 말랍디다. 아니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그럼 흥분 안 합니까. 하고 말았는데요.

제가 유시민이나 손석희처럼 똑똑하지 못 해 흥분하지 않고 조용히 에둘러가며 비웃어가며 가볍게 찌르는 말 몇 마디를 못 하고 있더라구요. 씨도 안 먹히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해˝라는 걸 시키려면(그럴 수가 있긴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똑똑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30 14:00   좋아요 0 | URL
그득권에 세뇌를 제대로 시켰죠.
공권력이 마치 신성불가침인 것처럼 말이죠. 자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공권력에 대해 싸우고 희생한 결과, 그 결과의 자유를 실컷 누린 새끼였으면서 정작 그들에게는 지나치게 비판적이죠...
답이 없죠. 이런 놈들에게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절대 설득할 수 없습니다.

seokgung 2015-12-1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법을 밥 먹듯이 위반하는 인간들에게 석궁 든 것이 뭐가 잘못인가?
법치국가라고 떠들면서 어리석은 민중들을 우롱하며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판사년놈들에게 `법 지키라`며 국민저항권을 행사한 건데...
그런 석궁사건의 의의를 부정하거나, 재판테러 저지른 판사년놈들의 말 `테러`를 그대로 옮기는 인간들은 법치민주주의 국가에 살 자격없는 노예근성에 찌든 돌대가리다.
=>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6&dirId=61303&docId=160796195&qb=67aA65+s7KeEIO2ZlOyCtA==&enc=utf8§ion=kin&rank=40&search_sort=0&spq=1&sp=4&pid=SRucZspySEhssuhX60ssssssst8-095852&sid=gmM9snkGf5nR9gRhiQJRfQ%3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