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남자




 


                                                                                                       고전 영화,    더군다나 무성 영화는 재미없다고 항문에 힘 주며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의 << 스팀보트 빌 주니어, 1928 >> 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는 " 고전 영화는 고리타분하다 " 는 말을 하지 못한다.  무성 영화 특성상,  자막 카드가 화면에 자주 삽입되면 영화 관람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에 모든 무성 영화는 내러티브가 간결하다. 그렇기에 무성 영화는 줄거리가 단순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무성 영화라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영화 또한 내용은 간단하다.   태풍이 마을을 덮치고 주인공은 재난을 극복하고 가족의 영웅으로 우뚝 솟는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진정한 재난 영화의 걸작이자 버스터 키튼이라는 이름 그대로 블록버스터'다 !  개인적 취향을 고려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얀 드봉 감독이 연출한 << 트위스터, 1996 >> 보다 재미있다. 허풍 떨지 말라고 ?! 글쎄......  야시야시한 허풍인지 무시무시한 태풍인지는 다음 동영상을 보고 확인하시시.






이 위험천만한 장면은 특수효과로 인한 눈속임이 아니다.  태풍에 의해 건물 앞면이 찢겨나가는 목조 건물 세트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집을 지을 때 사용되는 건축 자재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세트 건물 무게만 2톤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는 이토록 위험천만한 장면을 리허설 없이 진행했다고. 리허설을 하게 되면 무너진 세트장을 다시 지어야 하니 눈도장으로 대충 서 있을 자리를 잡고 " 레디 ~ 악숀 ! " 를 외친 것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모한 용맹처럼 보인다. 

 

2톤의 무게가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데에도 그는 " 스톤 페이스 STONE FACE " 라는 별명답게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다.  만약에 버스터 키튼이 위치 선정에 실패했거나 세트로 지어진 건물이 무너질 때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는 저승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키튼의 최고 걸작을 뽑을 때 주로 << 제너럴 >> 이나 << 설록 2세 >> 를 선정하지만,  나는 << 제너럴 >> 이나 << 셜록 2세 >> 가 버스터 키튼의 최고 걸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스팀보트 빌 주니어 >> 이다. 이 영화는 버스터 키튼의 자기반영성을 담고 있다.

 

아버지에 이끌려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고르는 장면이 무척 상징적이다.  결국 그는 포크파이(키튼을 상징하는 모자)를 고르지 못한 채 아버지가 고른 중절모를 쓰고 가게를 나온다.  하지만 이내 바람에 의해 모자를 잃어버린다. 인상 깊은 대목이다.

 

 

찰리 채플린이 < 감성 > 을 중시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를 선보였다면,  버스터 키튼은 < 액션 > 에 방점을 찍은 코미디를 선보였던 배우'다. 성룡 이전에 이미 그가 있었던 것. 성룡이 자신의 영화에서 써먹은 액션 아이디어는 대부분 버스터 키튼에게서  빌려온 것들이다.  버스터 키튼, 그는 액션 코미디 장르의 A에서 Z다. 레너드 말틴이 뽑은 < 20세기 꼭 봐야 할 영화 100 > 목록에는 << 우리의 환대, 1923 >> 와 << 제너럴, 1927 >> 이 선정되었는데, 선정된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을 없을 만큼 뛰어난 버스터 키튼의 다른 영화가 많다.

 

무엇보다도 << 셜록 주니어, 1924 >> 는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 놓은 이태리 명품 양복 같은 작품이다. 당구 치는 장면과 영화관 장면은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꽃길이 있다면 가시밭길도 있는 법, 그가 가는 길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성 영화 배우에게 토키 영화 시대는 악몽이었다. 영화적 영감은 늙어 죽었고, 뮤즈가 떠나자 알코올에 의지하게 되었다.  그는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모든 재산을 탕진하기에 이른다. 이 천재 배우이자 감독은 결국 주급 100달러를 받는 개그 작가로 겨우 산다. 누군가 나에게 찰리 채플린이 더 좋은가 이나면 버스터 키튼이 더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빠가 더 좋아 아니면 엄마가 더 좋아, 라고 묻는 차원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가 물에 빠졌는데 누구를 먼저 구하니, 라는 고약한 질문처럼 들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라임라이트, 1952 >> 라오 ! " 이 영화에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이라는 두 명의 전설적 배우가 등장한다. 한 명은 지나치게 무표정한 얼굴이고 다른 이는 과도한 웃음을 짓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둘 다 위대한 배우였다 ■








레너드 마틴 선정 20세기 꼭 봐야 할 영화 100선 목록

 


20세기 꼭 봐야할 영화 100

                                                                                                            -레너드 말틴 선정-


1. <국가의 탄생>(1914)D.W 그리피스.

2. <인토런스>(1916) D. W. 그리피스
3. <우리의 환대>(1923) 버스터 키튼
4. <탐욕>(1925) 에리크 본 스트로하임
5. <황금광 시대>(1925) 찰리 채플린
6. <전함 포템킨>(1925) 세르게이 에이젠스타인
7. <빅 퍼레이드>(1925) 킹 비더
8. <프레쉬맨>(1925) 샘 테일러 & 프레드 뉴메이어
9. <메트로폴리스>(1926) 프리츠 랑
10. <제너럴>(1927 ) 버스터 키튼

11. <일출>(1927) F. W. 머노우
12. <군중>(1928) 킹 비더
13. <서부전선 이상 없다>(1930) 루이스 밀레스톤
14. <가로등>(1931) 찰리 채플린
15. <엠> 프리츠 랑
16. <드라큐라>(1931) 토드 브라우닝
17. <프랑켄슈타인>(1931) 제임스 와일
18. <천국의 말썽>(1932) 어네스트 루비취
19. <킹콩>(1933) 메리안 C. 쿠퍼
20. <식은 죽 먹기>(1933) 레오 맥커리

21. <사막의 아들>(1933) 윌리암 A. 세이터
22.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프랭크 카프라
23. <이것이 선물>(1934) 로만 Z. 맥로드
24. <오페라의 밤>(1935) 샘 우드
25.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제임스 와일
26. <39 계단>(1935) 알프레드 히치콕
27. <스윙 타임>(1936) 죠지 스티븐스
28. <모던 타임스>(1936) 찰리 채플린
29. <공작 부인>(1936) 윌리암 와일더
30. <천금을 마다한 사나이>(1936) 프랭크 카프라

31. <그랜드 일루전>(1937) 쟌 르느와르
32.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 데이빗 핸드
33. <로빈 훗의 모험>(1938) 마이클 커티즈
34. <반드리카 초특급>(1938) 알프레드 히치콕
35. <역마차>(1939) 존 포드
3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빅터 플레밍
37. <오즈의 마법사>(1939) 빅터 플레밍
38.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1940) 하워드 호크스
39. <분노의 포도>(1940) 존 포드
40. <환타지아>(1940) 월트 디즈니

41. <설리반의 여행>(1941) 프레스톤 스터지스
42. <시민 케인>(1941) 오슨 웰스
43. <말타의 매>(1941) 존 휴스톤
44. <레이디 이브>(1941) 프레스톤 스터지스
45. <카사브랑카>(1942) 마이클 커티즈
46. <옥스보우 인시던트>(1943) 윌리암 A. 웰먼
47. <모간 크리크의 기적>(1944) 프레스톤 스터지스
48. <이중 배상>(1944) 윌리암 와일더
49. <황야의 결투>(1946) 존 포드
50. <이것이 아름다운 삶이다>(1946) 프랭크 카프라

51.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 윌리암 와일더
52. <위대한 유산>(1946) 데이비드 린
53. <자전거 도둑>(1948) 비토리오 데시카
54.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1948) 존 휴스톤
55. <건 크레이지>(1950) 조셉 H. 루이스
56. <이브의 모든 것>(1950) 조셉 L. 맨키위즈
57. <선셋 대로>(1950) 윌리암 와일더
58. <라쇼몽>(1950) 구로사와 아키라
59.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 알프레드 히치콕
60.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진 켈리 & 스탠리 도넌

61. <하이 눈>(1952) 프레드 진네만
62. <7인의 신부>(1954) 스탠리 도넌
63. <워터프론트>(1954) 엘리아 카잔
64. <7인의 사무라이>(1954) 구로사와 아키라
65. <수색자>(1956) 존 포드
66. <영광의 길>(1957) 스탠리 큐브릭
67. <제7의 봉인>(1957) 잉그마르 베르그만
68. <현기증>(1958) 알프레드 히치콕
69.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알프레드 히치콕
70. <400번의 구타>(1959) 프란시스 트뢰포

71. <뜨거운 것이 좋아>(1959) 윌리암 와일더
72. <싸이코>(1960) 알프레드 히치콕
73. <돌체 비타>(1960) 페데리코 펠리니
74.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데이비드 린
75. <8과 1/2>(1963) 페데리코 펠리니
76.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스탠리 큐브릭
77. <메리 포핀스>(1964) 로버트 스티븐스
78. <욕망>(1966)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79. <졸업>(1967) 마이크 니콜스
80.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아서 펜

81.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스탠리 큐브릭
82. <와일드 번치>(1969) 샘 페킨파
83.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존 슐레진저
84. <대부>(1972)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5. <비열한 거리>(1973) 마틴 스콜세즈
86. <대부 2>(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7. <컨버세이션>(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8. <블레이징 새들스>(1974) 멜 브룩스
89. <죠스>(1975) 스티븐 스필버그
90. <내시빌>(1975) 로버트 알트만

91. <애니 홀>(1977) 우디 알렌
92. <스타 워즈>(1977) 죠지 루카스
93. <디어 헌터>(1978) 마이클 치미노
94. <지옥의 묵시록>(1979)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95. <성난 황소>(1980) 마틴 스콜세즈
96. <이티>(1982) 스티븐 스필버그
97. <좋은 친구들>(1990) 마틴 스콜세즈
98. <쉰들러의 리스트>(1993) 스티븐 스필버그
99. <펄프 픽션>(1994) 쿠엔틴 타란티노
100. <파고>(1996) 조엘 코엔

<제공>BFI(British Film Institute: 영국 영화 연구소)
<참고 사이트> http://penart.co.kr/fame/famestory-059.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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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채플린 삘이 난다 했더니...!
그렇게 벽이 무너졌는데도 하나도 안 다친 걸 보면 그것도 신기하네요.

저는 최근 테오도르 드레이어 영화를 봤는데 <잔 다르크의 수난>이
무성영화더군요. 처음엔 무성영화라 안 보려고 했는데
<오데트>를 보고 좋아서 결국 보게 됐지요.
그 영화도 대사 자막은 최대한 자제하고 대신 음악을 사용해
진중한 음악극 같은 느낌이 나는데 나름 좋더군요.

곰발님은 영화 강의해도 잘 하실 텐데...조근조근.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44   좋아요 0 | URL
자막 카드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그 시대 감독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죠.
그렇기에 내용은 최대한 단순화시킵니다.
대신 몸 동작, 즉 몸 움직임에 모든 것을 쏟죠.
찰리 채플린이나 키튼 같은 거장, 위대한 감독이자 배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성 영화라는 한계가 오히려 표현의 확장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중에서도 사실 대부분은 지루하지만 키튼 영화 하나만큼은
정말 재미있씁니다. 보세요. 요즘 유투브에 다 깔려있더군요.
저만 해도 이런 영화 보려고 시네마떼끄 다니고 영화제 찾고 그랬었는데..
너무 쉽게 볼 수 있어 살짝 불만이기도 합니다..

clavis 2016-09-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근조근.
저도 애 써 가볼텐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45   좋아요 1 | URL
전 발화에 문제가 많습니다. 혀가 짧아서 발음이 부정확해요. ㅋㅋ

clavis 2016-09-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갑자기,발화라고 하니까 조한혜정선생의 ˝자기발화는 자기해방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는쥐..짧막해도 부정확해도 괜찮슴다 자기해방 귀귀!!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발음 교정해서 반드시 성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2016-09-06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6 1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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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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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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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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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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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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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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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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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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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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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5: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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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5: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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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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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너드 말틴 기준은 반만 믿으면 될 것 같다. 주로 영미 위주로 영화를 고른 듯.. 좀 뻔뻔하다는 생각..

yureka01 2016-09-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성영화는 거의 본적이 없었습니다만..딱 하나 곱으라면 채플린의 모던 타임...이거 부터 출발했습니다. 아마 그의 영화는 많이 봤던 기억이 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3:33   좋아요 1 | URL
사실.. 재미만 놓고 보면 키튼 영화가 채플린 영화보다 2배는 재미있습니다. ㅎㅎ 기회되면 보세요.
요즘은 50년 저작권법이 풀려서 유투브 가시면 무료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무성 영화니 자막 없이도 보기 가능하구요..

transient-guest 2016-09-0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 CF에서 종종 패러디되는 장면인데 이런 영화였군요.ㅎㅎ 영화를 좋아하지만 흑백영화까지는 아직 못 갔습니다. 대학교 때 History of European Cinema를 수강하면서 흑백영화나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만, 아직은 어려운 영화도 많이 있고, 재미를 느끼려면 노력이 필요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최근 5-6년 동안 아마존에서 세일할 때 잉마르 베리만, 고다르 같은 고전모음을 구매했는데 제대로 보기엔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8 11:07   좋아요 0 | URL
고전 시작하실 때 키튼 영화만큼 좋은 영화도 없습니다. 성룡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죠. 내 영웅은 버스터 키튼이다.. 사실 성룡 영화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사실 키튼 영화에서 다 나왔던 것들입니다. 키튼 영화 보면서 성룡 영화와 비교하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입니다..ㅎㅎㅎㅎ..

개인적으로 4,50년대 스튜디오 영화를 좋아합니다. 보면.... 끝내줍니다..ㅎㅎㅎ
 

 

 

 

 

영화관에서 생긴 일




                                              다양성을 존중하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대형 멀티플렉스는 유해 어종으로 지정된 " 배스 " 와 같다. 식성이 좋아 닥치는 대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다 보니 토종 어류가 사라졌듯이 대기업 자본이 독점한 멀티플렉스는 동네마다 랜드마크로 우뚝 솟았던 개인 극장-들(3류 극장)을 잡아먹었다. 한때, 사랑방 구실을 했던 극장 건물은 방치되어 < 깨진 창문 이론 > 에 적용될 만한 폐허가 되거나 땡처리 마트로 바뀌었다. 지금 이 이야기는 그 당시, 영화관에서 생긴 일'이다. 그때 보았던 영화 제목이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형편없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벌거벗은 몸이 서로 엉키는 에로 영화였다는 사실 뿐. 마지막 회, 텅 빈 극장 안에 뜨문뜨문 앉은 관객 앞에 한 여자가 외쳤다. " 너희들, 그렇게 섹스하고 싶니 ? " 여자의 얼굴에 영사된 영화의 편린들이 겹쳤다. 뒤엉킨 몸과 신음소리가 여자의 몸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당황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몰랐다. 그 사이, 여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해프닝이라고 생각할 즈음 여자는 다시 나타나서 스크린 앞에 서성거리며 어두컴컴한 극장 속을 서성거렸다. 나는 영화보다 그 여자가 흥미로웠다. 영화보다 그 여자가 더 영화 같았으니까. 그때였다. 그 여자와 내 눈이 서로 마주쳤다. 여자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극장 안으로 영사된 희미한 빛만으로도 그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묘한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여자는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영화관 밖으로 사라졌다. 다시 영화관은 평온을 되찾았다. 긴장감 넘치는 해프닝에 비하면 영화 같지 않은 영화는 재미가 없어서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영화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회 상영이었기에 사람들이 모두 영화관 밖으로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옷을 추스리고 몸을 뒤로 돌리자 바로 뒷자리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영화를 상영 중일 때는 몰랐었는데 극장 딤머(조명등)가 켜지고 나니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마치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연출한 <<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에 나오는 늙은 베티 데이비스를 닮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 "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남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은 있어서 차마 내뱉지 못했다. 여자는 허리를 굽혀 내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 빙신아, 영화...... 끝났어 ! " 나는 허겁지겁 영화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 극장은 문을 닫은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극장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깨진 창문 사이로 그녀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1962년에 연출한 이상 심리극 <<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생겼나 ? WHAT EVER HAPPENED TO BABY JANE ?  >> 이다.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심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는 마스터피스'다. 위의 에피소드는 폐쇄된 극장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픽션이라고 지레짐작했다면 틀렸다. 논픽션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예측은 틀렸다. 내가 경험했던, 내가 극장에서 경험했던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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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0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끝났어!~~이 맨트 잊혀지지 않을듯 하네요..ㄷㄷㄷ (하여간 주장은 하되 강요는 하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죠 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27   좋아요 1 | URL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영화 끝났어,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내 뒤에 와서 내 목덜미를잡더니 이런저런 말을 속삭여서 기절할 뻔한 적은 있었습니다.. 극장 관계자가 끌고 나갔는데 원래 자주 오는 사람이라고...

yureka01 2016-09-0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뜩했을 거 같은데요..우허..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39   좋아요 1 | URL
어마어마하게 깜짝 놀랐죠..ㅎㅎㅎㅎ 그때 극장 앞쪽에서 영화를 봐서 그녀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내 뒤로 왔더군요. 기절 기절..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티플렉스의 시장 독점으로 인해 영세하게 극장을 운영했던 사람들은 도산을 했다. 내가 아는 극장 사장은 멀티플렉스와 경쟁하기 위해 사채를 끌여들여 단관을 4개관으로 확장했는데, 결국은 경쟁에서 도태되어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사장은 극장에 목을 매 자살했던 사건이 있었다.

stella.K 2016-09-05 13:41   좋아요 0 | URL
그럼 거기서 영화를 봤다는 말인가요?
오늘 페이퍼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곰발님 어느 날의 꿈을 쓴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결국 그 여자가 사장의 원혼이 되어 나타난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진짜 영화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3:45   좋아요 0 | URL
두 개 사실이 모두 사실인데 따로 따로 입니다..
글 쓰다 보니 재미를 위해서 약간 조미료를 치기는 했습니다..


stella.K 2016-09-05 14:41   좋아요 0 | URL
그러면 그렇지...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이비 제인`이라는 영화에서 실제 배우인 조안폰테인과 베티 데이비스는 실제로 어마어마한 앙숙이었다. 말은 물론 얼굴도 쳐다보기 싫어했을 정도였다고... 그러니까. 불꽃튀는 연기는 어느정도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stella.K 2016-09-05 13:37   좋아요 0 | URL
이런데서 명화가 나오는 거겠군요.
하긴 배우와 연출이 너무 좋다거나,
작가와 연출이 좋으면 발전이 없죠.

곰발님 이 댓글 읽으니까 예전에 연출가하고 더 싸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데요?ㅋㅋ
하긴, 작가는 연출가의 쨉이 안 되더요. 배우쯤 되야 쨉이되지.
우리나라는 아직도 작가를 봉으로 알고 있는 연출가들이 많지요.
오태석 정도는 되야 누가 건드리는 사람 없으려나...?
그래서 작가가 연출하겠다고 그러는 거고.
우리나라 이 바닥은 정말... 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3:47   좋아요 1 | URL
한국에서 대본작가는 힘이 0%입니다.. 대들지 못하죠.
미국처럼 노조가 있어야 힘을 발휘하지
노조가 없는 한국에서는 쫒겨나기 일쑤죠..

하튼.. 이 영화에서 두 배우는 서로 앙숙이었다고 합니다. 서로 안 볼 때 욕하고 그랬다더군요.
내가 최고지... 이 자신감이 불꽃튀는 연기 대결로 이어진 경우.

yureka01 2016-09-05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동성아트홀이라는 단관 극장이 있습니다.
여기는 예술인전용극장으로 탈바꿈해서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일반적으로 멀티플렉스랑 똑같이 경쟁하면 자본력 앞에서 버텨내기 불가능하더군요...

동성아트홀에서 밥말리 다큐멘터리 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는 일반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을 아예 하지 않거든요....
돈벌이용 영화만 틀어주니 그만큼 영화 보는 사람들의 선택권 자체가 없는 셈이죠....
또 광고는 얼마나 길게 하던지..게다가 밥콘장사는 아주 그냥 노났더군요..
제벌 4세들이 팝콘장사하는 거 보니..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3:03   좋아요 1 | URL
한국영화판의 큰 문제는 배급과 극장을 대기업이 독점한다는 거죠..
이거 미국에서는 불법입니다. 배금과 극장 하나만 해야 합니다.
두 개 다 독접하면 자신이만든 영화를 극장에 독과점할 수가 있거든요.
이게 기형적인데..
한국이 워낙 친기업 정책을 펼치다 보니..
보면 2000개 스크린에 한 영화가 1800개까지 독점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습니까.
매우 심각한 문제죠..

clavis 2016-09-06 05:41   좋아요 0 | URL
밥 말리..넘넘넘 보고잡네용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23   좋아요 0 | URL
말리 형 좋죠..ㅎㅎㅎ. 레게 머리 한번 하고 싶은데 머리를 감을 수 없다고 하니.....

시이소오 2016-09-0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영화 끝났어, 완전 무섭네요.

글래머러스한 팜므파탈과의 에로스적인 경험을 기대했습니다만
반전이네요 ㅋ

배급과 극장을 독점하는건 산업자본이 은행을 독점하는것과 마찬가지 아닐런지요?

ㅋ 알드리치 영화 보고싶네요. 저도 참 영화 본다고 봤는데 곰발님한테 게임이 안될듯. 박찬욱이나 오승욱 감독님에비견할 덕후십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5:37   좋아요 0 | URL
알드리치의 이 영화 < 선셋대로 > 와 함께 죽여주는 이상 심리 스릴러`입니다.

제가 주로 현대 영화보다는 고전을 보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것 같지
사실은 허당입니다.. 허허..

푸른희망 2016-09-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긴장하며 읽어내리다가 영화포스턴가요?
저 얼굴에 기함했습니다 ㅜㅜ
이야기가 매럭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22   좋아요 0 | URL
정식 포스터(영화 개봉 당신 포스터)는 아니고 아마도 DVD나 이런 쪽 포스터일 것입니다..
함 보세요. 무척 재미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9-08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도 작은 극장들은 고전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AMC, Regal, Kirkorian 등의 대형극장이 독식하고 있는 추세에요. 다만 저의 경우 근처에 있는 작은 극장을 종종 가는데, 오후 5시 전에는 할인가격으로 $6이면 신간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ㅎ 회사 근처라는 이점도 있구요. 옛날엔 학교 앞이나 지하상가도로에 가끔 미친 여성이 옷벗고 전도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약간 맛이 간 아저씨가 역시 전도하면서 이상한 얘기하는 걸 종종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은 제정신으로 그런 분들이 꽤 있다죠??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8 11:04   좋아요 1 | URL
제정신이 아니신 분들이 그러는 것은 100% 이해하는데, 제정신인 분들이 종종 대형 사고를 치죠. 자기만 벗고 돌아다니면 상관이 없는데 남들을 벗기려고 하는 목사가 꽤 많은 편이라........ ㅎㅎ.. 작은 극장들이 선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멀티플렉스 생기고 나서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 떨어졌습니다...
 

 

 

 

 

 

막간에 잡담

 

 

 

 

 

 

 

 

 

 

1.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은 대부분 "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이 서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서사'가 실패해야만 가능하다.  성공한(행복한) 사람은 " 지금 여기에 " 만족하기에 " 경계 너머 " 인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만이 과거로 도피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공황, 망상, 근심, 히스테리 따위)에 시달린다.  불안이란 기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심리적 투사이다.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자신이 겪을 비극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마치 크리스마스 전야에 스쿠르지 영감이 자신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장면과 같다.  찰스 디킨즈 소설 << 크리스마스 캐럴 >> 에서 스쿠루지 영감은 과거 유령, 현재 유령, 미래 유령과 동행하며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데,  그는 이 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 삶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간 여행은 비단 SF적 상상력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실패한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도 시간 여행 서사의 변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 << 파이란 >> 은 멜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다룬다. 이강재라는 사내 입장에서 보면 파이란이 남긴 편지는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이자 죽은 자의 편지라는 점에서 유령이다. 이 유령은 3류 건달 이강재를 이끌고 파이란이 살았던 과거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이강재는 자신의 현재 삶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연출한 << 길 >> 도 마찬가지'다. 무쇠 같은 남자 짐파노는 젤소미나의 노래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이강재와 짐파노가 후회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처럼 실패한 연애담은 후회를 동반한 소망을 다룬다.

 

 

 





 

 

2.                                 존 윌리엄스 소설 << 스토너 >> 는 " 야망이 없는 남자 " 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스토너의 삶을 < 실패 > 로 규정했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소망을 가질 뿐 큰 야망을 꿈꾸지는 않는다. 나는 커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는 부모에게 빌붙어 살아야 하는 어린 시절의 설레발일 뿐이다. 스토너가 야망이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토너를 비범한 인물 범주에 놓는 오류를 범한다. 스토너와 나폴레옹을 혼동하면 안 된다. 그는 나폴레옹과는 달리("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불가능성에 대해 순응하는 인물이다. 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가능하게 만들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은 대부분 독재자의 목소리'다.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상태로,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스토너의 윤리적 태도다.

 

 





 

 

3.                                           셰익스피어 비극 << 리어왕 >> 을 읽다 보면 추석 특선 단막극 같은 줄거리에 당황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산을 노린 두 딸(첫째,둘째)은 온갖 감언으로 환심을 사 재산을 빼앗은 후 늙은 아버지에 대한 부양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니 말이다. 추석 명절에 농사 짓는 부모의 땅을 노리고 온갖 감언으로 환심을 사려고 모여드는 가족을 다룬 단막극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추석에 온가족이 모여 이런 종류의 단막극을 보고 있으면 모두 다 한마디 한다. " 저 가족 막장이네, 막장 ! "  우리는 항상 막장 드라마를 욕하지만 사실 셰익스피어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아버지'다. 사실 고전 중에는 막장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 오이디푸스 >> 이다. 이 작품은 근친상간을 다룬다. << 백설공주 >> 도 동화라는 이름을 빌렸을 뿐 내용을 보면 막장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막장을 좋아한다. 이야기의 본질은 막장이다. 그렇기에 막장이라고 해서 모두 다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수많은 드라큘라 영화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영화는 무르나우 감독이 연출한 << 노스페라투,1922 >> 이다. 고전 무성 영화를 선정해서 나의 과시적 교양을 뽐내려는,  계산된 수작에서 비롯된 결정은 아니다. 정말, 이 영화는 끝내주는 뱀파이어 영화'다. 모든 면에서 << 노스페라투 >> 는 << 노스페라투 >> 이후의 영화를 압도한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연출한 << 노스페라투, 1979 >> 도 훌륭하긴 하지만 비교 대상은 아니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주요 원인은 조형의 순수성과 더불어 노스페라투를 연기한 맥스 슈렉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 압도적인 비주얼은 신화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 무성 영화에 사운드를 입힌 블루레이가 출시되었지만 이보다 멍청한 기획은 없는 듯하다. 이 영화는 사운드 없이 무성으로 감상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노스페라투, 1922

 

무엇보다도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는 인간적이다. 그는 자신이 누울 관을 직접 들고 다닌다. 프랑코 모레티는 드라큘라를 자본(가) 상징'으로 읽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불가촉천민처럼 보인다. 지상의 방 한 칸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현대판 하우스푸어 같기도 하다. 설핏, 웃음이 나는 대목이지만 이 어설픈 설정이 마음에 든다. 노스페라투, 무시무시한 걸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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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4 1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보던 그림 동화나 피노키오, 이런 동화들은 어른이 돼서 다시 봐야 합니다. 특히 삭제 없는 완역본으로요. 어렸을 때는 어른이 편집한 동화를 읽으면서 순수한 동심을 느꼈다면, 완역본 동화를 읽으면 현실의 냉정함을 느낄 수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4 15:38   좋아요 1 | URL
하긴 동화 원전 보면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죠. 잔인하니까..
원전 읽는 재미가 쏠솔하죠. 동화는 말입니다..

사실 옛날에는 어린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죠. 10살 만 되면 작은 어른 취급했습니다. 담배를 피우기도 했으니...

나와같다면 2016-09-0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타임리프의 기본 감정은 안타까움인듯.. 그때 내가 너를 지켰더라면..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4 16:42   좋아요 0 | URL
드라마 시그널을 작동시키는 것도 두 남녀의 연애 실패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습니다..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20세기 영화-들



                                                                                       1. 옛날에 다녔던 직장에서 그의 감투는 사외 이사'였다. 충무로 바닥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그의 인맥이 필요했다. 영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 석 자를 공개하면 모두들 아, 하시리라. 그는 에로 영화를 전문으로 만드는 감독으로 어느 해는 흥행 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벗는 영화라면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딱히 할 일이 없어도 점심 시간 즈음에 들려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것을 즐겼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여배우와 잠자리를 했는지를 고백하고는 했다. 말재주도 워낙 뛰어나서 우리는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도 모른 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그가 입만 열었다 하면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 너희들, 에로 감독이 얼마나 애로 사항이 많은 줄 아니 ? " 그가 에로 감독이기에 그 가족들이 겪었어야 할 슬픈 가족사는 제외하더라도 에로 감독이 에로 영화를 찍을 때 겪어야 하는 애로 사항은 다른 장르보다 심각했다고 한다. 80년대만 해도 검열 기준은 엄격해서 에로 영화를 만들 때 반드시 지켜야 할 4無 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올누드 금지. 둘째, 젖꼭지 노출 금지. 셋째, 거웃 노출 금지. 넷째, 키스 장면에서 혀 노출 금지. 이 지점에서 그는 폭발하고는 했다. " 야, 시발...... 너희들 생각해 봐라. 에로 영화에서 알몸도 안 된다, 젖가슴도 안 된다, 키스도 안 된다고 하면 대체 뭘 찍으란 거니 ? 옷 다 입고 에로 영화를 찍을 수는 없는 것 아니니 ?  " 이 모든 제약을 뚫고 에로 감독은 에로-스러운 장면을 연출해야 되니 이만저만 속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외 이사는 이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 애마부인을 보렴. 이 모든 것을 통쾌하게 날려버린다고 ! " 나는 그날 그 길로 비디오 가게에 들려 << 애마부인 >> 을 빌렸다. 도대체 어떤 내공을 펼쳤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에로 영화 감독이 이 영화를 추천한 것일까 ?  하지만 영화는 에로 4無 정신에 충실한 뿐이었다. 한다 싶으면 불타는 장작을 보여주기 일쑤이고, 한다 싶으면 꽃병 속 꽃을 보여주기 일쑤였다. 기껏해야 배우는 하얀 란제리를 입고 몽유병 환자처럼 밖을 어슬렁거렸다. 이내 천둥이 쳤다. " 비가 오겠네 ? " 아닌 게 아니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란제리가 비에 젖자 옷이 살에 달라붙으면서 속살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 올누드는 물론이고 젖가슴과 거웃까지도 말이다. 이 장면이 검열을 피했던 이유는 배우가 옷을 입었다는 데 있었다. 에로 감독이 오랜 고심 끝에 선보인 비장의 카드였던 셈이다. 쿠아아아아아. 나는 만화에 나오는 괴물처럼 웃었다. 웃긴다, 정말 웃긴다. 그 이후로 << 애마부인 >> 시리즈는 내 인생의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에는 검열을 피하기 위한 감독의 몸부림이 엿보인다. 그 몸부림에 건배를 !





2. << 반지의 제왕 >> 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은 처음부터 A급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는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기 전에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저렴한 제작비로 B급 영화를 만들었다. << 반지의 제왕 >> 과는 달리 " 가짜 " 티가 팍팍나는 효과, 엉성한 연기, 엉터리 이야기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나는 잘 만들어진 << 반지의 제왕 >> 보다는 << 고무 인간의 최후 >> 나 << 데드 얼라이브 >> 가 더 흥미롭다. 작정하고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만들다 보니 못 만들었을 뿐이다. << 애마부인 >> 이 검열을 피하기 위한 에로 감독의 눈물 나는 애로 사항을 엿볼 수 있다면, << 데드 얼라이브 >> 는 검열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자유분망한 " 퍽유 정신 " 이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이보다 더한 피범벅 영화가 있을까 ?  이 영화는 작정하고 좀비들의 신체를 절단한다. 사실, 내러티브도 없고 플롯도 엉성하다. 쉴 새 없이 자르고, 찌르고, 토하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재현될 뿐이다. 내가 이 영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영화는 결코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문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대는 끝났다. 가라타니 고진이 지적했던 것처럼 근대 문학은 종언을 고했다. 예술가라는 자의식에 빠지다 보면 << 지옥의 묵시록 >> 같은 형편없는 영화가 만들어진다. 코폴라 감독은 전쟁과 인간이라는 심연을 탐구한다고 설레발을 쳤지만, 사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감독의 자의식 과잉이 만든 참사'다. 이 영화로 인해 몇몇 영화사는 파산을 선고했다.





3. << 아비정전 >> 은 40번 넘게 보았고 << 쇼생크 탈출 >> 은 20번 넘게 보았다. 아비정전은 더 이상 보지는 않지만 쇼생크 탈출은 여전히 관람하고 있다. 볼 때마다 새롭다는 점이 새로운 영화'다. 그렇다면 이 두 영화가 내 인생의 영화 목록에서 1,2위를 다툴까 ? 그렇지는 않다. 관람 횟수와 감동은 좀 다른 측면이 있다. 베스트 목록을 작성할 때, 내가 항상 넘버1으로 뽑는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는 20년 전에 한 번 본 후 본 적이 없다. 의도적이다. 더 이상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첫 번째 관람이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를 어느 허름한 시네마떼끄에서 보았을 때 영혼이 털리는 경험을 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할 때, 북극에서 오로라를 발견했을 때 느끼게 되는 어떤 환희를 기억한다. 그 기억이 완벽해서 다시 보기를 거부하게 된다. 완벽한 관람은 딱 한 번이면 된다. 욕심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법이니까. 이 영화에는 느닷없이 부는 돌개바람이 등장한다. 계산된 바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한 그 계절에 부는 바람의 종류도 아니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돌발 변수였던 것이다. 배우는 예기치 않은 변수에 깜짝 놀라지만 감독은 이 변수가 신이 예술가에게 내리는 선물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예술이란 종종 계산에는 없는 변수에 의해 탄생하게 된다.


 

4. 요즘 자주 보는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 길 >> 이다. 곱씹을 수록 좋은 영화'다. 미장센은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고, 내러티브와 플롯은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꽤 정교한 편이다. 또한 카메라 동선과 배우의 동선은 간결한 리듬감이 있어서 운율적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자만 50년대 영화가 21세기 영화보다 기술적으로 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젤소미나가 짐파노에게 남긴 편지는 어느 아낙의 낭독(노래)으로 전해진다. 그러니까, 짐파노 입장에서 보면 젤소미나(가 자주 불렀던 노래를 따라부르는 아낙네)의 노래는 뒤늦게 도착한 편지인 셈이다. 뒤늦게 도착한 편지는 위험한 편지'이다. 그것은 죽음 같은 후회를 동반한다. 영화 << 파이란 >> 에서 이강재가 그랬던 것처럼 짐파노는 늦은 밤 해변에 엎드려 대성통곡한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이별이 주는 통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짐파노의 통곡을 단순히 신파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별을 경험하고 나서 이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는 전혀 다른 영화로 다가왔다. 곱씹을 수록 슬픈 영화'다.

 

 

 

 


 

5. 수많은 드라큘라 영화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영화는 무르나우 감독이 연출한 << 노스페라투,1922 >> 이다. 고전 무성 영화를 선정해서 나의 과시적 교양을 뽐내려는,  계산된 수작에서 비롯된 결정은 아니다. 정말, 이 영화는 끝내주는 뱀파이어 영화'다. 모든 면에서 << 노스페라투 >> 는 << 노스페라투 >> 이후의 영화를 압도한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연출한 << 노스페라투, 1979 >> 도 훌륭하긴 하지만 비교 대상은 아니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주요 원인은 조형의 순수성과 더불어 노스페라투를 연기한 맥스 슈렉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 압도적인 비주얼은 신화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 무성 영화에 사운드를 입힌 블루레이가 출시되었지만 이보다 멍청한 기획은 없는 듯하다. 이 영화는 사운드 없이 무성으로 감상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는 인간적이다. 그는 자신이 누울 관을 직접 들고 다닌다. 프랑코 모레티는 드라큘라를 자본(가) 상징'으로 읽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불가촉천민처럼 보인다. 지상의 방 한 칸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현대판 하우스푸어 같기도 하다. 설핏, 웃음이 나는 대목이지만 이 어설픈 설정이 마음에 든다. 노스페라투, 무시무시한 걸작이다.

 

 

 

6.  고전 영화, 더군다나 무성 영화는 재미없다고 항문에 힘 주며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의 << 스팀보트 빌 주니어, 1928 >> 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는 " 고전 영화는 고리타분하다 " 는 말을 하지 못한다.  무성 영화 특성상,  자막 카드가 화면에 자주 삽입되면 영화 관람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에 모든 무성 영화는 내러티브가 간결하다. 그렇기에 무성 영화는 줄거리가 단순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무성 영화라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영화 또한 내용은 간단하다.   태풍이 마을을 덮치고 주인공은 재난을 극복하고 가족의 영웅으로 우뚝 솟는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진정한 재난 영화의 걸작이자 버스터 키튼이라는 이름 그대로 블록버스터'다 !  개인적 취향을 고려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얀 드봉 감독이 연출한 << 트위스터, 1996 >> 보다 재미있다. 허풍 떨지 말라고 ?! 글쎄......  야시야시한 허풍인지 무시무시한 태풍인지는 직접 보고 확인하시시. 이 위험천만한 장면은 특수효과로 인한 눈속임이 아니다.  태풍에 의해 건물 앞면이 찢겨나가는 목조 건물 세트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집을 지을 때 사용되는 건축 자재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세트 건물 무게만 2톤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는 이토록 위험천만한 장면을 리허설 없이 진행했다고. 리허설을 하게 되면 무너진 세트장을 다시 지어야 하니 눈도장으로 대충 서 있을 자리를 잡고 " 레디 ~ 악숀 ! " 를 외친 것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모한 용맹처럼 보인다. 2톤의 무게가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데에도 그는 " 스톤 페이스 STONE FACE " 라는 별명답게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다.  만약에 버스터 키튼이 위치 선정에 실패했거나 세트로 지어진 건물이 무너질 때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는 저승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키튼의 최고 걸작을 뽑을 때 주로 << 제너럴 >> 이나 << 설록 2세 >> 를 선정하지만,  나는 << 제너럴 >> 이나 << 셜록 2세 >> 가 버스터 키튼의 최고 걸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스팀보트 빌 주니어 >> 이다. 이 영화는 버스터 키튼의 자기반영성을 담고 있다. 아버지에 이끌려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고르는 장면이 무척 상징적이다.  결국 그는 포크파이(키튼을 상징하는 모자)를 고르지 못한 채 아버지가 고른 중절모를 쓰고 가게를 나온다.  하지만 이내 바람에 의해 모자를 잃어버린다. 인상 깊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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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6-09-03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마는 모르나 (만)애비는여기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3 13:57   좋아요 0 | URL
라임이 그닥 훌륭한 조합은 아니군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3 14:00   좋아요 0 | URL
언제 한번 자이언트 로보`에 대한 페이퍼 기대하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9-0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런 어려운숙제를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3 14:08   좋아요 0 | URL
만화애니전문 알라디너라면 적어도 로보 정도는 언급해야 합니다..

cyrus 2016-09-0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CN, CGV에 틀어주는 19금 영화는 에로스러운 장면 잘려서 나옵니다. 편집 없이 19금 영화를 틀어주는 영화 채널이 캐치온플러스입니다. 그런데 한국 에로영화만 해줍니다. 중딩 때 OCN에서 해주던 `모넬라`를 보면서 틴토 브라스의 에로스러움을 눈으로 느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3 14:54   좋아요 0 | URL
저는 현대 에로 영화에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보는 에로 영화는 8,90년대 에로 영화..
요게 전혀 야하지는 안아요. 요즘 관점에서 보면... 할 만하면 방앗간 보여주는 방식이니깐..
전 이게 재미있더군요.. ㅎㅎ

stella.K 2016-09-03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마 부인> 청소년 관람 불가라 나올 때부터 아예 볼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한다 싶으면 그런 장면이 나왔군요.ㅋㅋ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면 한다`는 그 정신 영화에서도 비껴가질 않는 것 같는군요.

그런데 그 장외 이사란 사람 누굽니까? 봉만대..?ㅋ
얼마 전 네이버 뒤적이다 그 사람이 우리나라 30대 안에 드는 감독이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2016-09-03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9-03 19:21   좋아요 0 | URL
아, 나영희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ㅎㅎ

아, 내 인생의 영화는 `파리대왕`과 `시네마 천국` 그리고 존 말코비치가
나왔던`위험한 관계` 정도...?
그래도 곰발님처럼 몇 십번씩은 못 봤습니다.ㅠ

옛날에 저의 싸부는 `시네마 천국` 막 까던데 그걸 이해 못하겠어요.
하긴 내 동생은 `레드 바아올린` 거의 쓰레기 취급하는데 식겁했죠. 그 좋은 영화를...
남자와 여자가 영화를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길`과 `파이란`은 저도 인정!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3 19:2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다 좋아하는 영화들네요. 파리대왕, 시네마천국.. 자 돟아하는 영화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9-0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스페라투는 무성영화 특유의 몰입도가 있어 좋아요.ㅎ 마치 16비트 이전시대의 게임과 같이 상상력에 더 많이 의존하고 극단적인 감성을 끌어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8 11:01   좋아요 0 | URL
노스페라투는 조형미가 꽤 뛰어납니다.. ㅎㅎ. 순수하게 조형미에 집중할 수 있어서 복잡한 현대 내러티브 영화보다가 종종 단순한 형태의 원시적 영화를 찾아볼 때가 있습니다.. ㅎㅎ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귀두입니다.





-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귀두입니다

 

내가 처음부터 " 범성론자 " 였던 것은 아니다. 한때 실존주의이니 니힐리즘이니 떠들었던 적도 있었다. 담벼락에 오줌을 싸는 행위는 " 윤리적 애티튜드가 생리적 현상 앞에서 무너지는 사태 " 라고 고상하게 표현했던 적도 있으며, " 똥 싸고 자빠졌네 " 라는 말 대신 " 학문(항문)에 매진하는 열정 " 따위로 표현했던 적도 있다. 그 당시에 나는 좆이나 똥이라는 비속어를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없는 놈이 있어보이려면 글만큼 좋은 장난감도 없다. 얼굴이 잘생긴 놈은 굳이 밤새워 연애편지를 쓸 필요가 없다. 잘생긴 얼굴은 그것 자체가 훌륭한 글감이요, 문장이 아닐까 ? 루저의 운명을 타고난 나는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서 편지를 쓰고 글을 쓴다. 문학에 대해서, 정의에 대해서, 예술에 대해서 ! 야들야들한 목이버섯 같은 문장. A급 언어를 사용하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를 당신에게 선사하리라.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문학적 감수성'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운동권 출신이 새누리당에 투신하여 극우의 목소리를 내는,  그런 극적인 변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내가 선택한 것은 " 범성론 " 이었다. 범성론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니, 당연한 소리이겠지만, 세상이 좆같아 보였다.

또한 범성론적 시각으로 인간을 보니 인간이 좆같은 거라. 하, 이런 세상도 있구나. 거울에 반사된 내 얼굴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좆같이 생겼네, 말하는 귀두라. 귀엽두라(귀엽더라). 껄껄. 그러니까, 귀두가 세상을 지배하는 꼴이구나. 일단, 범성론적 시각으로 보면 모든 일상과 예술이 좆같다. 이 표현은 비속한 표현이 아니다. 범성론 자체가 모든 현상을 좆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시선이니 말이다. 이 시선으로 헐크를 분석하니 헐크라는 캐릭터는 발기된 남근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솥도 아니면서 솥처럼 솟질 않나, 팽창하질 않나, 피가 한쪽으로 쏠리질 않나. 무릎 탁, 치고 아, 하게 된다.

아, 하고 나서 무릎 탁, 치면 어색하니까. 리차드 매드슨의 << 줄어드는 남자 >> 는 말 그대로 발기부전인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가 아내에게 반응하는 의기소침은 발기부전 탓이다. 황당한 해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몸 크기가 줄어드는 판타지를 다룬 영화에서 줄어드는 대상이 대부분 남자인 이유를 곰곰 생각하면 일리 있는 분석이다. 범성론적 해석을 보다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볼까 ?  영화 << 킹콩 >> 은 성기 사이즈가 서로 맞지 않는 데에서 오는 섹스 트러블을 다룬 영화'다. << 실미도 >> 도 마찬가지'다. 실미도 대원은 사회로부터 낙오된, 고개 숙인 남자들이다. 그들은 누구 주먹이 더 센가를 두고 주먹다짐을 하지만, 사실은 물렁살-들'이다.

훈련 목적은 단단한(딱딱한) 몸을 만드는 것이다. 배우 강성진이 울면서 출정을 앞둔 대원들을 향해 " 우린 죽지 않아 !!! " 라고 외칠 때,  나는 임포텐츠 환자의 결연한 의지를 읽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마치 발기 부전 치료 모임에 참석한 환자들이 모임을 끝마치면서 마지막에 외치는 구호 같았다. 그래요, 당신의 발기를 기원합니다 !    << 실미도 >> 가 천 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당시, 많은 남성들이 IMF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단단한 귀두에 대한 열망은 온 국민의 바람이었다. 거리에는 온통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단단한 몸매에 팽팽한 피부. 그리고 커다란 얼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블루클럽 >> 이라는 이상한 이발소가 등장하면서 탄생한 귀두컷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 힘 있어 보이는 귀두로 깎아주세요.  " 이발사는 가위손처럼 쓱쓱쓱쓱 ~ 다듬더니 강철 같은 귀두컷을 선보였다. 이발사는 손님에게 박카스 한 병을 내밀며 말하곤 했다. " 어때요, 우람해 보이죠 ? "  세상을 범성론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재미있다. 인간을 개 돼지로 보는 인간에 비하면 이 얼마나 성스러운 시선인가.


 


 

스타일 변천사  ( 클릭 )

 

 

 

 

 

 

펼친 부분 접기 ▲

P.S  어제는 음주 관계로 글을 쓰지 못해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후딱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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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1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이 꼭 잘 생긴 남자만 밝히는 건 아닌데.
물론 그런 여자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제가 허리우드 영화가 점점 싫어하는 이유기도 하지요.
뭐 허리우드 영화 뿐이겠습니까?
영화판이 남자 감독들이 장악하고 있는 걸 보면 남성적 이미지만 강조하고.
에로 장면을 봐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못 봤겠더군요. 어쩌면 여주인공들을 험히 다루던지.
그래서 전 프랑스 영화가 좋습니다. 섬세하거든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3:12   좋아요 1 | URL
아. 마자요. 프랑스 영화 보면 여성을 섬세하게 다루는 자세가 엿보입니다. 여성을 단순히 소모품 따위로 소비하지도 않죠. 반면 한국 영화나 미국 영화 보면 지나치게 소모품이죠..

그것은 아마도 프랑스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일 겁니다..

yureka01 2016-09-0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글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음주 글 간간이 부탁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3:13   좋아요 1 | URL
제 글은 전부 저녁에 쓰고 아침에 잠시 교정하고 올리는 것인데..
어젠 늦게까지 술을 마시느라 못 써서 점심이 후딱 썼습니다..ㅎㅎ.. 이거 생각없이 쓰니 글이 술술 풀리네요..ㅎㅎ

peepingtom 2016-09-0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진짜 재밌어요. 새삼 이런 식으로도 글을 쓸 수가 있구나
생각했네요 ㅎㅎㅎㅎ
곰곰님 쌍커플있지 않았나요. 저번에 보니 있던데, 수술하셨나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3:28   좋아요 0 | URL
쌍커풀이 있다가 없다 그럽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없고 저녁에는 생기고.. ㅎㅎㅎㅎㅎ

cyrus 2016-09-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편지를 쓰는 시대가 지났으니 이제 연애에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현실적으로 답하면 물론 돈이겠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3:41   좋아요 0 | URL
어려운 질문이군요.. ㅎㅎ 이젠 편지를 대신하는 게 문자 전송일려나요?

cyrus 2016-09-01 13:59   좋아요 0 | URL
말빨이 좋고, 카톡 메시지 잘 보내는 것이 요즘 연애 잘하는 방법의 기본인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4:11   좋아요 0 | URL
카톡 인정 !!! 개인적으로는 카톡을 징그럽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게 대세인지라..

오거서 2016-09-01 20:10   좋아요 0 | URL
말빨도 좋아야하지만 순발력이 더 좋아야하대요. 그리고 이모티콘 중요합니다. 요즘 텍스트보다 비주얼이 우선시되기에.

syo 2016-09-0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루져라고 표현하셨어요? 이 정도면 꽤 훈훈하고 괜찮은 귀두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4:12   좋아요 0 | URL
배려깊은 권두언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쇼 님도 훈훈하십니다. 전 목소리가 모기처럼 앵앵거려서 틀렸습니다. 발음이 정확하질 않아요.

peepingtom 2016-09-01 14:27   좋아요 0 | URL
또 그 얘기시네. ㅋㅋㅋㅋ 제가 말했잖아요. 곰곰님 목소리는 상위 10%라고요. 여성들이 좋아할 목소리예요.
왜 자꾸 자기비하하시는지 ㅋㅋㅋㅋ 오프에서 곰곰님 만난 적 있으신 분들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4:46   좋아요 0 | URL
톰 님의 제안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stella.K 2016-09-01 14:5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닙니다. 톰님 말씀에 200% 인정!!!ㅋㅋㅋㅋㅋ

peepingtom 2016-09-01 15:03   좋아요 1 | URL
여자들이 남자 목소리 평가하는 거랑 남자들이 남자 목소리 평가하는 건 다를 거에요. 그리고 누구나 자기 목소리 처음 들으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죠.저도 내 목소리 녹음해서 들으면 이상해요. 아마 많은 분들이 곰곰님 목소리 좋아할걸요. 가만....... 이거 혹시 곰곰님이 노리는 효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막 드네요?ㅎㅎㅎㅎ 이 효과 노릴려고 자기비하한거져?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5:06   좋아요 0 | URL
그런 식의 위로 됏거등여 !

stella.K 2016-09-01 15:13   좋아요 0 | URL
아닌데. 진짠데. 속고만 사셨나 봅니다.

근데 곰발님 삐지니까 되게 귀엽네.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5:21   좋아요 0 | URL
됏거덩여!

속고만 살아서 속알딱지 됏거덩여 !

syo 2016-09-01 15:31   좋아요 0 | URL
와, 사진 속의 수염과 예상되는 목소리를 토대로 지금 요 애교를 재구성해보았더니, 한 일곱 배 정도 더 오프라인에서의 곰발님이 궁금해졌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5:40   좋아요 1 | URL
쇼 님도 그러는거 아니거등여.



언제 한번 대대적으로 모임 함 가지자구요.. ㅎㅎ

syo 2016-09-01 15:47   좋아요 0 | URL
↑ 이 달의 댓글로 추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6:07   좋아요 0 | URL
이달의 댓글보다는 이달의 페이퍼가 좋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9-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일리스트 곰곰발님 굿굿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5:07   좋아요 0 | URL
역시 저에겐 만애비 님이 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0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새로운 시선을 던지시는 군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3 13:46   좋아요 0 | URL
그래야 세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 지더군요..

clavis 2016-09-1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프로필 사진도 저희 형부가 한창 노실때 사진과 흡사하니 고우십니다^^짱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