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남자
고전 영화, 더군다나 무성 영화는 재미없다고 항문에 힘 주며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의 << 스팀보트 빌 주니어, 1928 >> 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는 " 고전 영화는 고리타분하다 " 는 말을 하지 못한다. 무성 영화 특성상, 자막 카드가 화면에 자주 삽입되면 영화 관람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에 모든 무성 영화는 내러티브가 간결하다. 그렇기에 무성 영화는 줄거리가 단순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무성 영화라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영화 또한 내용은 간단하다. 태풍이 마을을 덮치고 주인공은 재난을 극복하고 가족의 영웅으로 우뚝 솟는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진정한 재난 영화의 걸작이자 버스터 키튼이라는 이름 그대로 블록버스터'다 ! 개인적 취향을 고려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얀 드봉 감독이 연출한 << 트위스터, 1996 >> 보다 재미있다. 허풍 떨지 말라고 ?! 글쎄...... 야시야시한 허풍인지 무시무시한 태풍인지는 다음 동영상을 보고 확인하시시.
이 위험천만한 장면은 특수효과로 인한 눈속임이 아니다. 태풍에 의해 건물 앞면이 찢겨나가는 목조 건물 세트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집을 지을 때 사용되는 건축 자재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세트 건물 무게만 2톤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는 이토록 위험천만한 장면을 리허설 없이 진행했다고. 리허설을 하게 되면 무너진 세트장을 다시 지어야 하니 눈도장으로 대충 서 있을 자리를 잡고 " 레디 ~ 악숀 ! " 를 외친 것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모한 용맹처럼 보인다.
2톤의 무게가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데에도 그는 " 스톤 페이스 STONE FACE " 라는 별명답게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다. 만약에 버스터 키튼이 위치 선정에 실패했거나 세트로 지어진 건물이 무너질 때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는 저승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키튼의 최고 걸작을 뽑을 때 주로 << 제너럴 >> 이나 << 설록 2세 >> 를 선정하지만, 나는 << 제너럴 >> 이나 << 셜록 2세 >> 가 버스터 키튼의 최고 걸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스팀보트 빌 주니어 >> 이다. 이 영화는 버스터 키튼의 자기반영성을 담고 있다.
아버지에 이끌려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고르는 장면이 무척 상징적이다. 결국 그는 포크파이(키튼을 상징하는 모자)를 고르지 못한 채 아버지가 고른 중절모를 쓰고 가게를 나온다. 하지만 이내 바람에 의해 모자를 잃어버린다. 인상 깊은 대목이다.

찰리 채플린이 < 감성 > 을 중시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를 선보였다면, 버스터 키튼은 < 액션 > 에 방점을 찍은 코미디를 선보였던 배우'다. 성룡 이전에 이미 그가 있었던 것. 성룡이 자신의 영화에서 써먹은 액션 아이디어는 대부분 버스터 키튼에게서 빌려온 것들이다. 버스터 키튼, 그는 액션 코미디 장르의 A에서 Z다. 레너드 말틴이 뽑은 < 20세기 꼭 봐야 할 영화 100 > 목록에는 << 우리의 환대, 1923 >> 와 << 제너럴, 1927 >> 이 선정되었는데, 선정된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을 없을 만큼 뛰어난 버스터 키튼의 다른 영화가 많다.
무엇보다도 << 셜록 주니어, 1924 >> 는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 놓은 이태리 명품 양복 같은 작품이다. 당구 치는 장면과 영화관 장면은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꽃길이 있다면 가시밭길도 있는 법, 그가 가는 길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성 영화 배우에게 토키 영화 시대는 악몽이었다. 영화적 영감은 늙어 죽었고, 뮤즈가 떠나자 알코올에 의지하게 되었다. 그는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모든 재산을 탕진하기에 이른다. 이 천재 배우이자 감독은 결국 주급 100달러를 받는 개그 작가로 겨우 산다. 누군가 나에게 찰리 채플린이 더 좋은가 이나면 버스터 키튼이 더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빠가 더 좋아 아니면 엄마가 더 좋아, 라고 묻는 차원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가 물에 빠졌는데 누구를 먼저 구하니, 라는 고약한 질문처럼 들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라임라이트, 1952 >> 라오 ! " 이 영화에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이라는 두 명의 전설적 배우가 등장한다. 한 명은 지나치게 무표정한 얼굴이고 다른 이는 과도한 웃음을 짓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둘 다 위대한 배우였다 ■
레너드 마틴 선정 20세기 꼭 봐야 할 영화 100선 목록
20세기 꼭 봐야할 영화 100
-레너드 말틴 선정-
1. <국가의 탄생>(1914)D.W 그리피스.
2. <인토런스>(1916) D. W. 그리피스
3. <우리의 환대>(1923) 버스터 키튼
4. <탐욕>(1925) 에리크 본 스트로하임
5. <황금광 시대>(1925) 찰리 채플린
6. <전함 포템킨>(1925) 세르게이 에이젠스타인
7. <빅 퍼레이드>(1925) 킹 비더
8. <프레쉬맨>(1925) 샘 테일러 & 프레드 뉴메이어
9. <메트로폴리스>(1926) 프리츠 랑
10. <제너럴>(1927 ) 버스터 키튼
11. <일출>(1927) F. W. 머노우
12. <군중>(1928) 킹 비더
13. <서부전선 이상 없다>(1930) 루이스 밀레스톤
14. <가로등>(1931) 찰리 채플린
15. <엠> 프리츠 랑
16. <드라큐라>(1931) 토드 브라우닝
17. <프랑켄슈타인>(1931) 제임스 와일
18. <천국의 말썽>(1932) 어네스트 루비취
19. <킹콩>(1933) 메리안 C. 쿠퍼
20. <식은 죽 먹기>(1933) 레오 맥커리
21. <사막의 아들>(1933) 윌리암 A. 세이터
22.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프랭크 카프라
23. <이것이 선물>(1934) 로만 Z. 맥로드
24. <오페라의 밤>(1935) 샘 우드
25.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제임스 와일
26. <39 계단>(1935) 알프레드 히치콕
27. <스윙 타임>(1936) 죠지 스티븐스
28. <모던 타임스>(1936) 찰리 채플린
29. <공작 부인>(1936) 윌리암 와일더
30. <천금을 마다한 사나이>(1936) 프랭크 카프라
31. <그랜드 일루전>(1937) 쟌 르느와르
32.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 데이빗 핸드
33. <로빈 훗의 모험>(1938) 마이클 커티즈
34. <반드리카 초특급>(1938) 알프레드 히치콕
35. <역마차>(1939) 존 포드
3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빅터 플레밍
37. <오즈의 마법사>(1939) 빅터 플레밍
38.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1940) 하워드 호크스
39. <분노의 포도>(1940) 존 포드
40. <환타지아>(1940) 월트 디즈니
41. <설리반의 여행>(1941) 프레스톤 스터지스
42. <시민 케인>(1941) 오슨 웰스
43. <말타의 매>(1941) 존 휴스톤
44. <레이디 이브>(1941) 프레스톤 스터지스
45. <카사브랑카>(1942) 마이클 커티즈
46. <옥스보우 인시던트>(1943) 윌리암 A. 웰먼
47. <모간 크리크의 기적>(1944) 프레스톤 스터지스
48. <이중 배상>(1944) 윌리암 와일더
49. <황야의 결투>(1946) 존 포드
50. <이것이 아름다운 삶이다>(1946) 프랭크 카프라
51.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 윌리암 와일더
52. <위대한 유산>(1946) 데이비드 린
53. <자전거 도둑>(1948) 비토리오 데시카
54.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1948) 존 휴스톤
55. <건 크레이지>(1950) 조셉 H. 루이스
56. <이브의 모든 것>(1950) 조셉 L. 맨키위즈
57. <선셋 대로>(1950) 윌리암 와일더
58. <라쇼몽>(1950) 구로사와 아키라
59.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 알프레드 히치콕
60.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진 켈리 & 스탠리 도넌
61. <하이 눈>(1952) 프레드 진네만
62. <7인의 신부>(1954) 스탠리 도넌
63. <워터프론트>(1954) 엘리아 카잔
64. <7인의 사무라이>(1954) 구로사와 아키라
65. <수색자>(1956) 존 포드
66. <영광의 길>(1957) 스탠리 큐브릭
67. <제7의 봉인>(1957) 잉그마르 베르그만
68. <현기증>(1958) 알프레드 히치콕
69.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알프레드 히치콕
70. <400번의 구타>(1959) 프란시스 트뢰포
71. <뜨거운 것이 좋아>(1959) 윌리암 와일더
72. <싸이코>(1960) 알프레드 히치콕
73. <돌체 비타>(1960) 페데리코 펠리니
74.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데이비드 린
75. <8과 1/2>(1963) 페데리코 펠리니
76.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스탠리 큐브릭
77. <메리 포핀스>(1964) 로버트 스티븐스
78. <욕망>(1966)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79. <졸업>(1967) 마이크 니콜스
80.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아서 펜
81.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스탠리 큐브릭
82. <와일드 번치>(1969) 샘 페킨파
83.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존 슐레진저
84. <대부>(1972)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5. <비열한 거리>(1973) 마틴 스콜세즈
86. <대부 2>(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7. <컨버세이션>(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8. <블레이징 새들스>(1974) 멜 브룩스
89. <죠스>(1975) 스티븐 스필버그
90. <내시빌>(1975) 로버트 알트만
91. <애니 홀>(1977) 우디 알렌
92. <스타 워즈>(1977) 죠지 루카스
93. <디어 헌터>(1978) 마이클 치미노
94. <지옥의 묵시록>(1979)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95. <성난 황소>(1980) 마틴 스콜세즈
96. <이티>(1982) 스티븐 스필버그
97. <좋은 친구들>(1990) 마틴 스콜세즈
98. <쉰들러의 리스트>(1993) 스티븐 스필버그
99. <펄프 픽션>(1994) 쿠엔틴 타란티노
100. <파고>(1996) 조엘 코엔
<제공>BFI(British Film Institute: 영국 영화 연구소)
<참고 사이트> http://penart.co.kr/fame/famestory-059.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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