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만들라고 했더니 수류탄을 만들었어요




                                                                                                    대한민국 주류 언론이 이판사판 아사리판을 넘어 개판'이라는 사실은 << 갤럭시 7 폭발 사고 >> 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핸드폰을 만든다고 하더니 수류탄'을 만들었으니 토끼가 늑대 새끼를 낳은 것이요, 가전업체가 알고 보니 군산업체'라는 사실을 폭로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 전량 리콜 결정, 그전과는 다른 삼성 경영진의 발빠른 행보 " 라거나 " 경제적 손실을 떠나 신뢰 회복에 역점을 둔 삼성 경영진 " 이라는 프레임으로 논점을 흐렸다.

전량 리콜을 손실을 무릅쓴 정직한 행동 따위로 묘사한 것이다. 잘못했으면 매를 들어야 하는데 사탕을 준 꼴이다. 이게 과연 공정 보도일까 ? 핸드폰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류탄이었다면, 그것을 전량 리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언론은 바람직한 경영 윤리라고 떠벌렸다. 이런 보도를 추파춥스 보도'라고 한다. 특정 기업이나 집단을 " 빨아주는 " 행위이니 말이다. 아, 당연히 < 추파춥스 보도 > 라는 말은 처음 듣는 표현일 것이다. 내가 지어낸 말이니 말이다. 이런 보도는 전파가 아니라 특정 대상에게 충성을 맹세하고자 하는 추파'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니미, 이러다간 새되겠어 !

문제는 언론이나 검경만이 개판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학판도 못지 않은 개판'이다. 추파춥스 문학'은 선생님과 어르신이 주도한다. 사실, 박하사탕도 아니면서 박하게 말하자면 평론가와 작가는 앙숙 사이인데 대한민국 문학판은 유독 평론가와 작가의 관계는 " 우리가 남이가...... " 에 가깝다. 그들은 서로 만나 친분을 과시한다. 가난한 문학(가)을 두고 차마 싫은 말은 못하겠어요 _ 라는 모 평론가의 말'은 착한 심성으로 포장된다. 신인 작가들은 자신이 살 길을 쥐새끼처럼 깨닫는다.작가 동인 모임보다는 선생님과 어르신의 술자리에 나가 음주가문'을 하는 게 출세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덕담과 정실과 주례'가 남발되는 이유이다.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는 << 왜 내 시집 기사 안 써줘요 >> 라는 칼럼에서 한국 문단이 지속적으로 여혐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는 언뜻 세계와 불화하는 듯도 하다. 가진 자와 성공한 자들에 비해 처량하고 궁상맞은 자신의 신세를 노래한다. 그러나 ‘죄라고는 사랑한 죄 밖에 없는, 가난하고 불쌍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낭만적인 나’의 서사 밑엔 늘 여자가 방석처럼 깔려 있다. 그는 세계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한탄하지만, 여성을 착취하는 세계의 메커니즘에서 내려올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 시절에 여자가 ‘밥 혹은 몸’이었듯, 그의 시에서도 여자는 ‘밥 혹은 몸’이다. 야만의 세계를 꼭 빼 닮은 야만의 시에 여자의 자리는 없다.

 



그 옛날, 김정란 시인의 조선일보 비판에 대한 조선일보 홍위병을 자처한 남성 어르신들의 처절하고 너절한 응징'은 뒷골목 쌈마이의 그것보다 노는 꼴이 더 험악했다. 문학을 이야기할 때는 그토록 정확한 수사와 미문을 사용하더니 정작 정치적 영역으로 옮기자 혐오와 조롱 그리고 막말이 쏟아졌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문학판이나 정치판이나 결론은 문장력이 아니라 정치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단에서의 으스대는 남성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집필실이 아닌 술집으로 옮기면 선생님은 어느새 한량이 되어 갓 등단했거나 작가를 꿈꾸는 예비 여성 작가를 술이나 따르는 작부 취급하곤 한다. ( 출판사가 어느 정도 명성이 있는 남성 선생님을 모실 경우 술자리에 젊은 출판사 여직원을 동석시키는 경우는 흔한 풍경이다. 입만 열면 사람은 염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던, 이름 석자 대면 모두 아는 모 소설가는 며칠 놀다 오라고 건낸 출판사 법인 카드로 딸래미 결혼 혼수를 장만했다고 한다. 사용한 액수가 1억이 넘는다고. 이름 밝히면 누구나 아, 하는 모 시인은 젊은 여성 편집자에게 나의 섹스파트너가 되지 않겠느냐고 추파를 던졌다. 출판계에서는 이미 유명하신 분이라고 ! )

물론, 일부분이지만....... 또 그것을 일부분이라고 말하기에는 꽤 흔한 풍경이어서 망설이게 된다. 내가 백 날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랴. 다음은 시인 김현의 말이다.



어디서 뭘 배웠기에 문단에도 이렇게 씨발 새끼들이 많을까요? 차례대로 적어보겠습니다. 한 출간기념회에서 저는 우연히 남자 1이 혼자 있던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1이 말했습니다. 너의 오늘 목표는 저 누나들을 이 자리로 끌고 오는 거야. 그의 손가락은 술자리 한쪽에 (아마도 그를 피해) 앉은 여자 시인들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욕으로만” 듣던 모 시인이었습니다. 남자 2는 송년회에서 만났습니다. 술에 취한 2가 자신보다 후배인 한 여자 시인에게 맥주를 따라보라고 명령했습니다. 맥주가 컵에 꽉 차지 않으니 그는 태연하게 자신의 바지 앞섶에 컵을 가져가서는 성기를 잡고 오줌 싸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자기 혼자 막 웃었습니다. 저 개새끼는 누구니, 아 저 개새끼가 말로만 듣던 그 개새끼구나. 술에 취하면 여자 시인들 아무한테나 걸레 같은 년이니, 남자들한테 몸 팔아서 시 쓰는 년이니 하는 바로 그 개새끼로구나. ‘술이 죄지, 술에서 깨면 사람은 착해’라는 말을 들으며 점점 개새끼가 된 그 개새끼구나, 그를 욕하곤 하였습니다. 3,4,5는 또 그러더랍니다. 젊은 여자 후배 시인들 이름을 열거하며 꼴리는 순으로, 따먹고 싶은 순으로 점수를 매겨보자. 술만 취하면 여자가 무슨 시를 쓰느냐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9도 있고, 걸레 같은 년, 남자들에게 몸 팔아 시 쓰는 년 - 이런 말은 어쩌다 이런 사람들의 단골 멘트가 되었을까요 - 이라는 말을 동료 여자 시인에게 내뱉으며 스스로 “명예남성”임을 자칭하는 여자 시인 0도 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11도 있고 12도 있고 13도 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1-1, 2-3, 3-5, 4-7, 5-9의 반복적인 사례도 많습니다. 문단 사람이라면 대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단의 이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 버젓이 살아남아 가해자로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 김현, 「질문 있습니다」중. (『21세기문학』2016년 가을호)


 


만약에 이 기사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 당신은 문학판 돌아가는 꼴에 대해 까막눈일 가능성이 높다. 김현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이미 잘 알려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나와 소송으로 얽힌 악연을 가진 모 시인'은 이 분야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그 시인과는 육두문자를 남발하지는 않았지만 오두문자 수준까지는 갔다. 재판에 사용될 증명 서류들이 오가다가 극적으로 합의를 본 경우였다 ).

문제는 위험한 폭력성과 성범죄를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 시인의 기행 정도로 치부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범죄이지 기행이 아닌 데도 말이다. 범죄를 기행으로 미화하는 방식은 마치 수류탄을 만든 삼성을 두고 잘하는 짓이라고 치켜세우는 꼴을 닮았다. 여성혐오'로 번역되는 misoginy는 여성혐오보다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다. " 문자 그대로의 '여성혐오'만이 아니라, 여성 보호, 여성 존중, 여성 애착 등 겉보기에는 매우 여성친화적으로 보이는 태도들 역시 차별적인 젠더역할을 고정화시켜 남성지배의 구조를 영속화시키는(김명인) "  전략도 misoginy 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문학판은 미소지니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출중한 중견 작가라는 평을 받는 모 작가의 패턴은 전형적인 미소지니이다. 그의 소설은 항상 일상에서 권태에 빠진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묘령의 여인을 만나고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활기를 얻은 남성은 다시 도시로 복귀한다는 내용. 이상하게도 그 작가의 소설 속 남자는 낯선 여인과 섹스를 하면 활기를 얻는다. 여성과의 섹스가 모든 근심을 해결하는 박카스이자 날이면 날마다 오면서도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약장수가 파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 작가의 순진함을 볼 때마다 역겹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것은 여성을 단순히 여성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의 병을 치유하기 위한, 황수현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본적으로 바닥에 깔리는 방석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문학을 두고 여성의 근원을 탐구하는 오디세이아 따위로 포장하면 답은 없다. 핸드폰을 만들라고 했더니 수류탄을 만들면 야단을 쳐야 하듯이,  여성 찬양이라는 근사한 껍데기를 벗기면 그 속에 여성 착취가 내재되어 있다면 그 또한 매서운 채찍을 휘둘러야 하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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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9-19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속했던 분야에서 흔했던 일이므로, 당연히 문학에서도 그러리라 예상했지만 (경악 수준은 아니고) 담담하지는 않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8:4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무덤덤하네요..

stella.K 2016-09-19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계라고 조금도 나은 곳이 없군요.
연예계도 그렇다지 않습니까? PD한테 잘 보이고,
제작 이사나 스폰서한테 잘 보여야 드라마 주인공 딴다고 하지 않습니까?

박카스...? 진짜 웃기네.
그러니까 남자고 여자고 공부해야 한다니깐요.
여성 작가들 작부하려고 습작하고 공부한 거 아닌데...
차라리 좋은 편집자가 누군지, 좀 후진 출판사라도 내 책 성실하게
내 줄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9:13   좋아요 0 | URL
문학판이 순수할 거란 망상에서 좀 벗어났으면 합니다.
글구 보면 썩지 않은 구석이 없어서 이제 대한민국은 망할 날만 기다리는 밑창
뚫린 낡은 배 같기도 합니다..

yureka01 2016-09-1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타이틀이 그저 양아치를 포장하는 가면 같은 놈 있을 겁니다.시를 쓴다고 아주 순수한 척하는 페거리도 있을 겁니다.시가 그들에겐 일종의 겉멋의 허세용이니까요...
술먹고 개되는 놈은 일단 처발라주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9:42   좋아요 1 | URL
시는 읽지 않는데 시인은 가장 많은 국가라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인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몰락의 증후입니다. 조선 몰락할 때 상놈보다 양반이 넘쳐나지 않았습니까..

yureka01 2016-09-19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마 시 생상력은 극강..소비력은 최저...소비처없는 시밭에는 잡초만 무성하지나 않을까 싶더군요.ㅎㅎㅎ 어떻게 연휴는 주절한 시간 되셧는지요...술을 못마시니 속이 허....합니다.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0 09:49   좋아요 1 | URL
아. 마자.. 유레카 님 술 안 드신다 그랬죠 ? 크......
이럴 때는 정말 낙이 없으시겠습니다. 그리 좋아하시던 술을 못 드시니..
대신 제가 유레카 님 몫까지 마셨습니다. 눈 뜨고 마시고 눈 감고 마시고...

2016-09-19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6-09-19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가 등단 문화가 작가들이나 시인들을 다 망쳤지요.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어요. 조중동의 신춘문예? 있나요? 지금은 아마 약빨 안 받아 그다지 신춘문예가 영향력이 없긴 할 겁니다. 저는 순수 문학이니 쟝르문학이니 이분법으로 문학을 규정하고 순수 문학 아니면 까는, 하대하는 문학판은 이미 부패한 정치문학이라 생각해요.

진짜 우리나라가 얼마나 여혐이 강한지 최근에 크리스틴 블링클리 기사의 댓글보고 놀랬습니다. 이 여자가 유명한 빌리조엘하고 결혼한 모델인데... 빌리 조엘하고 이혼해서 보테크했다고 썼더라구요. 진짜 이런 잘 알지도 못한 댓글 읽은 사람들은 얼마나 김치년 김치년 이럴까요? 제가 미국 팝 문화를 일찍 접하디 보니, 크리스틴 블링클리에 대해 잘 아는데,,, 이 여잔 빌리 조엘과 결혼하기 전에 제리 홀과 함께 미국의 탑모델이었어요. 미국이나 유럽의 패션잡지의 단골 표지모델 일 정도로. 빌리 조엘보단 못하지만 아마 엄청난 규모의 수익을 벌어들였을 겁니다. 그 때 빌리 조엘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놀랬을 정도니깐요. 제리 홀과 크리스틴 블링클린 다음을 잇는 모델이 신디 크로포드나 클라우디아 쉬퍼가 뒤을 이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탑 모델이었는데 우리 나라 남자들에게 크리스틴 블링클리가 빌리 조엘과의 이혼으로 재산 분할인 보테크로 재산을 일군 여자가 되었더군요.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뭐라 말해야할지....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0 09:41   좋아요 0 | URL
문단이라는 집단의 주요 구성원을 보면 대부분은(소설가를 제외한) 교수 집단이죠.
언제가 이런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 대 문창과 등단 작가 4명 배출, 쾌거 !

이제는 문단이 입시처럼 된 겁니다. 문단에서 영향력이 큰 교수 밑에서 집중 케어를 받아야
등단 확률이 높은 거죠. 이들이 각종 심사위원서부터 문예지 편집위원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깐 문단은 그들 집단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순문학을 끌어들인 거죠..

시인으로 등단했던 사람이 교수가 되면 그때부터는 시를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 정확히 말하자면 게을러진다고 합니다 ) 가끔 내죠. 고희연을 준비하는 자식들이 아버지를 위해 선심 쓰는 자서전처럼 시집이 출간되는 겁니다.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에곤 실례 2016-09-19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인이나 문인이 되는것을 하나의 악세사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이다보니 그런일들이 일으나는게지요.
기성문인이 그룹지도로 문인을 양성한다니 내세울 것 없는 유한마담들이 몰리고 문인 타이틀을 자신의 스펙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저런 남자 문인들의 횡포도 견뎌주는 거라고 봅니다. 솔직히 시 써서 출판하고 수입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뭘바라고 시인이 될려고 하는지도 의문이고 수없이 많은 지방의 잡다한 문학을 표방한 잡지들이 우후죽순 처럼 생겼다가 폐간되기를 반복합니다.시를 써서 원고료를 받는게 아니라 게제비 명목으로 이름도 없는 그 잡지들을 사주는 경우도 허다 하더이다.나라가 망조가 드니 모두들 입만 살아있는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우리는 후진국이고 우리나라는 뭔가 잘못돼있는 거라면 어디 선진국이나 질서잡힌 다른 나라에라도 갈까하는 희망이라도 가져볼수있었는데 이젠 세계 어디나 편 할 곳도 없는것 같은게 더 암담한것 같지 않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0 09:43   좋아요 0 | URL
문창과 교수 집단에서는 해마다 힘겨루기 대회를 한다고 합니다.
누가 더 많은 제자를 등단시키는 지에 대해서 말이죠.
일종의 쪽집게 과외를 하는 겁니다.
등단 시 보십시오. 다 똑같지 않습니까 ?

제자들아, 올해의 경향은이런이런 식이다. 알았지. 집중하자...

이러니 백 명의 등단 시가 나오지면 모두 다 비슷한 시만 양산되는 사태..

새아의서재 2016-09-20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판과 함께 평론가, 혹은 그 평론가 집단의 일부인 교수사회는 또 어떠합니까. 아닌 경우도 물론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냥 평범한 소시민남자들이 하는 행동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제가 하는 모교수는 그런 권력을 이용해서 별짓거리를 다하더군요. 진짜 더러워서 못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0 09:44   좋아요 0 | URL
교수 사회가 썩었죠. 지금 이게 제대로 된 지성 집단이 아닙니다.
달걀부인 님은 직접 겪으셨으니 제대로 체험하셨을 겁니다.
이젠 문단도 그냥 학원이 되었습니다..
 

 

 

 

 

 

 

 

 

사진 작가 워커 에반스 풍으로 찍어봤다. 다음에는 데이비드 린치 풍이거나 다이안 아버스 풍으로 찍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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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9-1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진도 사진이고 수염도 멋지시네요. 하루만 남자가 되면 이발소 가서 칼면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1:55   좋아요 0 | URL
옷의 디테일이 좀 죽었습니다. 핀조명 좀 때렸어야 하는데 말이죠..

수염 갂을 때 사각사각거리는 맛이 꽤 좋죠... 대공황 노동자처럼 찍는 게 컨셉이었는데... 실패입니다..

마립간 2016-09-1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뇌적 곰곰발 님의 면모를 보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1:57   좋아요 0 | URL
양뇌는 뭡니까 ? 태어나서 양뇌적이라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ㅎㅎㅎ

마립간 2016-09-19 12:05   좋아요 0 | URL
좌뇌가 텍스트면, 우뇌는 이미지죠. 양쪽 모두를 평균 이상으로 사용할 때, 사용합니다. (공식용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만 사용하는 용어는 아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4:33   좋아요 0 | URL
아.. 그 뇌`군요... ㅎㅎㅎㅎㅎ 전 번뇌 뭐 이런 거 말할 때 그 뇌인 줄 알았습니다..

clavis 2016-09-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뮤트 무튼이나 아라키풍으로도 한번 부탁드려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2: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라키풍은 너무..... 쇼킹할 것 같습니다. 수박 하나 옆에 두고 칼라로 찍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아니면 밧줄 목에 걸고... 뭐 그런 이미지 아닌가요.. ㅎㅎ.. 아라키 사진도 참 묘하죠....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디셔먼 스타일은 어떤가요..

clavis 2016-09-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신디셔면으로 갑시다 이야기 대왕 곰발님께 딱 이네유
일민미술관에서 아라키전 했을때 뿅갔슴미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2:38   좋아요 0 | URL
아라키 전시회도 했었나요 ? 금시초문이네요.. 전 이 사람 사진집을 봤는데.. 진짜 독특합니다.
전형화된 스튜디오 사진도 아니고.. 특히 색의 대조가 아주 강열하잖습니까.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사진작가입니다. 클래비스님도 사진 좋아하시는군요.
일반 사람들 헬뮤트 뉴튼은 알아도 아키라 거의 모를 듯..

clavis 2016-09-1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찍는다면 배병우스타일로 아주 단아하게 잘 찍어드릴 자신있는데욬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2:40   좋아요 0 | URL
소나무 사진 찍기 힘들죠. 막상 찍으면 그 질감이 잘 살지 않더라고요. 이때 유레카 님이 오셔서 한 말씀하셔야 격조가 높아지는데... 어디 가셨남..

clavis 2016-09-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격조 지금도 아주 고품격임당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3:47   좋아요 0 | URL
고품격이란 말씀에 으쓱.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4:00   좋아요 0 | URL
하튼 아라키풍은 수박 제철일 때 시도해 보겠습니다..

stella.K 2016-09-1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봤던 그 모자로군요.
갠적으로 첫번째 사진을 서재 이미지로 쓴 건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근데 사진마다 아우라가 있군요.
후랏쉬로 비춘 거 아닙니까?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3:48   좋아요 0 | URL
후라쉬가 멉니까... 핀조명이라 불러주세요 ~ ㅎㅎ

헌팅캡, 저 여러 개 가지고 있습니다..
전 생긴 게 그래서 그런가.. 좀 가려야 분위기가 나더군요..

stella.K 2016-09-19 13:58   좋아요 0 | URL
가려서도 분위기가 나지 않는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오죽하면 사진을 포기하고 살겠슴까?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3:59   좋아요 0 | URL
표현의 방식은 여러 개죠. 스텔라 님은 글로 자신을 표현하니 도긴개긴입니다..

stella.K 2016-09-19 14:08   좋아요 0 | URL
글도 잘 쓰시고 사진도 잘 찍는 곰발님만 하겠습니까?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4:11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그림도 잘 그린다고 하더군요.. ^ㅡ^( 이거 너무 하이텔스러운 이모티콘일려나요)

stella.K 2016-09-19 14: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맞아요! 그걸 빼먹었군요!!!
그림도 잘 그리시고!!!
비행기 태워드리면 비행기도 잘 타시고...ㅋㅋㅋ

어디 비행기 태워드리면 어디까지 올라 가시나 두고 보았더니
한도 끝도 없으십니다 그려. 흥!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4:34   좋아요 0 | URL
누가 칭찬하면 쑥스러워서 일부러 뻔뻔한 척하는 겁니다..

기억의집 2016-09-1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한아름의 웃음을 선사해주시네요~ 이런 시도 자체가 곰곰님의 개성있는 유머 아닌가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3:57   좋아요 0 | URL
진지하게 찍은 사진입니다. ㅎㅎㅎㅎ

기억의집 2016-09-1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라키는 지금 댓글로 첨 들어요. 찾아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3:56   좋아요 0 | URL
기모노 입고 수박 깨먹는 사진 있습니다. 갠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사진.

yureka01 2016-09-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빨력이 예리하시더니 역시 이지적인 ^^.ㅎㅎㅎ멋찝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3:57   좋아요 0 | URL
사진 품평 좀 부탁드립니다..
 

 

 

 

 


타이타닉에서 우리가 놓친 것 




http://m.media.daum.net/m/media/culture/newsview/20160915074328294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 타이타닉 >> 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는 " 불쾌했던 경험 " 으로 남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불쾌한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몰랐다. 밤샘 작업을 하고 난 터'라 친구가 억지로 나를 극장으로 끌고 나온 것에 대해 뿔이 났을 수도 있고, 중간중간 조느라 흐름이 끊겼을 수도 있고,  깨어 있을 때에는 졸음을 참느라 집중하지 못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 사람들은 상기된 얼굴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지만 나는 시큰둥한 얼굴로 극장을 나왔다. 친구는 종로3가 둘둘치킨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며 내가 지루하게 본 이유를 작품성이 아니라 내 졸음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잠을 자느라 집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집중할 수 없어서 잠을 잤노라고 말했다. 하여튼 나는 << 타이타닉 >> 에 대해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명절 특선으로 << 타이타닉 >> 을 방영하길래 작정하고 영화를 시청했다.  보면서 아, 했다. 내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를 발견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싫어할 구석을 지금에서야 발견한 것인지도. 캐서린 윈슬렛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스케치북을 보는 장면이 있다. 스케치북 대부분은 한 여자의 누드화'다. 살짝 질투를 느낀 캐서린 윈슬렛은 디카프리오에게 매력적인 누드 모델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구는 사이가 아니냐는 행간을 깔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화가인 디카프리오는 당황한 기색이 없다. 믿을 구석이 있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 오, 오해는 마세요. 그녀와 나는 모델과 화가의 관계일 뿐입니다. " 캐서린 윈슬렛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러자 디카프리오가 말했다. " 다음 장을 넘겨보세요. 그녀는 다리가 하나 없는 모델입니다. " 그는 웃으면서 말한다. 장애인을 내가 사랑할 리 없는 것 아니냐는 표정이다. 캐서린 윈슬렛도 스케치북의 다음 장을 넘겨보고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도 그처럼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애를 가진 여자를 사랑할 리 없지. 나는 이 장면에서 경악했다.  장애의 아픔 앞에서 그토록 해맑게 웃다니.  캐릭터의 윤리성에 대해 딴지를 걸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이 장면은 누가 봐도 불필요한 설정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 장면이 비윤리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장면에서의 비윤리성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비단 감독뿐만은 아니다. 영화 << 타이타닉 >> 에 대한 수많은 리뷰가 쏟아졌지만 이 문제를 가지고 딴지를 거는 평론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다리 하나가 없는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아픔을 느꼈으리라. 영화 << 귀여운 여인 >> 이 가난한 여자가 과시적 소비를 마주했을 때의 곤경을 다룬 것이라면, << 타이타닉 >>은 반대로 부유한 여자가 3등실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을 다룬 영화'다. 얼핏 보기에는 상류층 여자인 캐서린 윈슬렛이 3등실 문화에 동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치유를 위해 그것을 소비할 뿐이다.

지첵은 이 영화를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케이트 윈슬렛은 상류층 여자로 정신적으로 고민과 혼동 속에 있고, 그녀의 자아는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기능은 그녀의 자아 재구성을 돕는 것입니다. 그녀의 자아 이미지를 말 그대로, 그가 종이에 그립니다. 이건 가장 인기 있던 옛 제국주의자 신화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상류층 사람들이 활력을 잃어버렸을 때, 그들은 하류층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고 여깁니다. 기본적으로 기들에게서 삶의 에너지를 빠는 흡혈귀 식으로 무자비하게 착취하여 활기를 되찾아, 그들의 고립된 상류층 생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그렇기에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비겁한 작품이다. 흑인 여자는 거울에서 " 흑인 여자 " 를 보지만,  백인 여자'는 거울 속에서 백인 여자가 아니라 단순히 " 여자 " 를 본다.  전자는 흑인'이라는 결핍을 인식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이 백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주류 백인 사회에 속한 백인의 피부색은 결핍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인종, 젠더, 장애, 계급에 둔감한 이유는 그가 성공한 백인 남성이기에 그렇다. 만약에 그가 다리 하나가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면 캐서린 윈슬렛과 디카프리오가 다리 없는 누드 모델의 데생을 앞에 두고 해맑게 웃는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류의 무지, 망각, 무감각은 항상 비주류의 고통을 양산하는 주범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페미니즘 서적을 읽다 보면 내가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줄기차게 여성을 차별했다는 사실이 덜컹, 걸린다. 그때는 몰랐던 것을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주류로서의 내가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전과 그후의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류근의 시'다.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는 << 왜 내 시집 기사 안 써줘요 >> 라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는 언뜻 세계와 불화하는 듯도 하다. 가진 자와 성공한 자들에 비해 처량하고 궁상맞은 자신의 신세를 노래한다. 그러나 ‘죄라고는 사랑한 죄 밖에 없는, 가난하고 불쌍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낭만적인 나’의 서사 밑엔 늘 여자가 방석처럼 깔려 있다. 그는 세계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한탄하지만, 여성을 착취하는 세계의 메커니즘에서 내려올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 시절에 여자가 ‘밥 혹은 몸’이었듯, 그의 시에서도 여자는 ‘밥 혹은 몸’이다. 야만의 세계를 꼭 빼 닮은 야만의 시에 여자의 자리는 없다.

 


시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에 대해 정색을 하고 < 문단과 여혐 > 이라는 민감한 글을 썼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거울이다. 남자는 거울을 통해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보다는 사람을 본다.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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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1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타이타닉 봤는데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없네요.
근데 보면서 이 영화는 작품에 비해 너무 고평가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게 또 어찌보면 허리우드의 힘이기도 하죠.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더럽게 허세 부리는. 그래서 제가 허리우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고.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메리칸이라고 하잖아요. 전 이게 더 문제라고 봐요.
곰발님이 말한 옛 제국주의.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재투성이 아가씨와 왕자의 이야기는 영원한 이야기 법칙이잖아요.
싫으면 보지 말아라. 그게 주류들의 속성이고.

근데 류근이 그런 사람이란 게 참...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9:58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청탁 운운은 기자가 엄청나게 오버를 한 것이라 봅니다. 친분이 있다 보니 지나가는 말로 툭툭 내뱉은 것일 수도 있으니 시인 입장에서는 뿔이 날 만합니다.

그런데 기자가 지적한 류근의 시적 자아`는 비판을 받을 구석이 있긴 하죠. 개인적으로 류근 시를 좋아했지만 불편했던 대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의 시의 세계는 여자가 방석처럼 기본적으로 깔려 있잖아요. 다시 그 시를 생각하면 걸끄러운 겁니다..

clavis 2016-09-18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악
문제는 거기서 부터 시작. . 이 자쉰감 넘치는 결말. . 아주 시적입니다. 제가 너무 빠수니같은 찬양을 올려대서 반곰발 세력이 형성될까 걱정이네요^^

무튼, 저는 나쁜남자라는 영화를 보면서 ㅇㄷㅈ기자가 그 영화를 평하면서 참 나쁜 한 남자를 보았다고 했는데 저도 공감했습니다. 그 남자, 누군지 아시겠지요? 감독입니다, 감독!

그런 영화, 왜 만드는거여요
그 장면, 왜 집어넣은 건지. .
곰곰 생각하게해주심 감사드림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09:27   좋아요 1 | URL
저를 너무 찬양하시지 마십시오.
저의 친애하는 적들이 사방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ㅎㅎ
하튼 타이타닉 보다가 저 장면 보고 깜짝 놀랐네요..


+

김기덕 감독 말씀하시는 거군요 ? ㅎㅎㅎ
저는 기덕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도 있는데 나쁜남자에 대해서는 동의를 못하겠더군요..




수다맨 2016-09-19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류근의 시를 읽어보지 않아서ㅡ최근에는 시집을 사거나 읽어야 할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끼겠더군요ㅡ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기자가 약간은 오버한 감도 있고, 좀 더 짜임있고 성실한 칼럼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저 칼럼은 (저만의 추측입니다만) 류근 시의 맹점이라 할 만한 부분을 제대로 건드린 것 같습니다. 저 기자의 말을 정리하자면 시인은 빈자의 만감萬感을 재치와 위트 있게 표현할 줄 알지만, 그러한 표현의 바탕에는 여성을 성적/물질적 존재로 한정짓고 격하하려는 무의식이 숨어 있다, 뭐 이런 거겠지요. 주류 문예지의 평론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날카롭고 독한 말투라는 점에서, 독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칼럼이란 형식이 필자에게 적잖은 집필의 자유를 허하기는 하지만) 저 칼럼을 다 읽고 나니 어딘가 두서없고 애매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차라리 작심하고 실명을 거론하면서 류근과 문단을 제대로, 찬찬히 저격(!)하는 글을 썼으면 더 좋았을 듯합니다. 기자가 시인(들)의 이름을 가리고 비판을 하려다 보니까 청탁 얘기, 류근 시의 문제, 문단 내의 남녀차별, 김현 시인의 제언, 세계의 착취 메커니즘과 같은 얘기들이 갈피 없이 섞이고 있다는 인상이 느껴져서요. 물론 이런건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문제에 가깝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09:30   좋아요 0 | URL
칼럼이다 보니 원고지 제약도 있고 하기에 어차피 겉핥기 식으로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ㅎㅎ. 그런데도 위 기자의 문제 제기에는 딱히 할 말이 없더군요. 예리한 지적이기는 했습니다. 사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윤대녕 식 소설이거든요. 왜 남자 주인공이 권태에 빠지면 여행을 가고 거기서 뮤즈를 만나 섹스를 하고 병을 치유하고 돌아오는 서사.. 이게 참.. 진짜 여자를 방석처럼 깔고 가는 거거든요. 일종의 착취죠.... 이걸 이제는 바로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윗 칼럼도 아마 지면을 달리 해서 쓰라고 하면 제대로 쓸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싸우듯이
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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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서   고 생 하 는   느낌  :

 

 

 

 

찰떡과 개떡

 

 


 


                                                                                        문학은 항상 새로운 형식에 대해 응답했다. 지금은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신경숙도 옛날에는 기성'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이 돋보였던, 혜성처럼 등장한 기라성 아니었던가.

 

주먹 불끈 쥐고 핏대 세우며 대의를 향해 소리쳤던 당대 문학과는 달리 신경숙이 독자에게 조곤조곤 귀엣말로 속삭였을 때 우리는 새로운 작가의 출현에 열광했었다. 그는 목에 핏대 세우던 문학이 주류였던 시절에 " 히마리 없는 말 " 로 승부를 본 작가였다. 히마리 없는 말이 힘껏 내달리는 말을 이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신경숙은 증명했다(그랬던 그녀의 히마리 없는 말을 상징하는 쉼표와 말줄임표의 과도한 사용이 이제는 지적 사항으로 바뀌었다)장정일과 하일지도 마찬가지였다. 채찍과 경마장, 그들은 각자 좋아하는 성적 취향의 도구로 거들먹거리는 주류를 " 사정없이 " 후려쳤다. 

 

새로운 것을 갈망했던 젊은 평론가들은 사정 없이도 사정없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그들의 소설에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최근 8월 땡볕의 쇠불알처럼 축 늘어져 있던 문단이 정지돈의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에 환호를 보내는 데에는 정지돈 소설이 가지고 있는 실험성 때문이리라. 정지돈의 첫 번째 소설집 << 내가 싸우듯이 >> 에 대한 평단의 환대와는 달리 관객은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고 명태전도 아닌 형식에 당혹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볼멘 목소리가 감지된다.  호들갑 떠는 평단의 지지에 주눅이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이들이 판단을 유보한다는 의미로 ★★★ 를 주는 모양새'다.

 

그런데 나는 정지돈 소설이 과연 새롭고 실험적인 소설'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세계의 인용의 인용의 인용의 인용으로 채워진 " 텍스트는 보르헤스가 이미 오래 전에 써먹은 수법이고, 기록물 - 들의 문서를 발췌, 인용, 배열, 주석을 다는 콜라보도 발터 벤야민이 << 아케이드 프로젝트 >> 에서 선보인 편집 방식이 아니었던가 ?  정지돈이 보르헤스와 벤야민을 끌어와 고다르-풍(여기서 풍은 약간의 경멸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고다르를 호명하는데 나는 왜 그가 강박적으로 고다르를 호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으로 직조하는 방식은 전혀 새롭지 않다.

 

이미 작품 속에 작가의 실명을 기입하며 픽션과 논픽션을 자유자재로 엮는 방식은 소설가 손창섭이 50년대에 자주 써먹던 수법이었다. 정지돈 소설집 << 내가 싸우듯이 >> 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 내러티브는 실종되고 텍스트(혹은 특정한 판본)만 호출되는 " 소설이다.  그는 서사'를 뒤집어 사서(司書)의 영역으로 소설을 옮긴다. 그는 서사를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실재하는 텍스트를 인용하거나 부재하는 텍스트를 만들어내거나 실재와 부재를 뒤섞은 텍스트를 만들어서 가본(假本)을 내놓는다. 그에게는 지식 저장소인 도서관이 소설가의 집필실인 셈이다.

 

그것은 벤야민이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그 아래 짧은 코멘트를 붙였던 작업 방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 그가 자신의 작품론을 변명하기 위해 쓴 << 일기 / 기록 / 스크립트 >> 에서 벤야민에 대한 언급은 없고 엉뚱하게 고다르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은 의아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장탄식을 내뱉었다. 의, 아, 예, 요 ! 당연히 내러티브 중심으로 소설을 읽는 독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편 << 눈먼 부엉이 >> 에서는 제목 그대로 " 눈먼 부엉이 " 라는 한국어판 판본을, << 창백한 말 >> 이라는 단편에서는 " 창백한 말 " 이라는 텍스트를, << 뉴욕에서 온 사나이 >> 에서는 장이 뉴욕에서 썼다는 << 말라 노체 >> 라는 단편에 대한 언급(호명)으로 채워진다. 

 

한번 호명된 텍스트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텍스트를, 다른 텍스트는 또 다른 텍스트를 호명하게 되는 순환 과정을 거친다. 쉽게 말해서 정지돈 소설집은 자신의 텍스트는 없고 타자의 텍스트(그 텍스트가 실재이든 허구이든)에 대한 끊임없는 오마주로만 채워진 영화 같다. 타자의 텍스트로 자신의 텍스트를 채우는 방식이 작품 의도였다면 할 말은 없지만 개떡 같이 말하면 찰떡 같이 알아듣는 평론가를 위해 쓴 글이라면 유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읽은 << 눈먼 부엉이 >> 는 좋게 읽었다. 하지만 동일한 형식이 변화 없이 반복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하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는 술주정뱅이의 주사를 보는 것 같다. 그의 단편 하나를 읽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지만 단편들로 묶인 소설집을 읽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작가의 시그니처이거등여 _ 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되받아치고 싶다. 아니거등여!  제사 음식이 맛있을 때는 제삿날이 전부이다. 이 소설집은 마치 제사 음식을 열흘 연속으로 먹은 느낌이다.  그는 한국 문학의 문제점이 서사의 과잉에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 문학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는 서사의 과잉이 아니라 서사의 빈곤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집을 읽고 난 생각은 사서 고생하는 느낌 ?! 이 표현은 중의적이다.

 

사서(의 고행)를 자처하는 작가의 고생이 훤히 보이고, 또한 이 책을 사서 읽고 내용을 파악하느라 고생하는 독자의 고생도 훤히 보인다.  찰떡 같이 말했는데 개떡 같이 알아듣는 독자는 있어도 개떡 같이 말했는데 찰떡 같이 알아듣는 독자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독자의 잘못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개떡 같이 말해서 개떡 같이 알아들었던 것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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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9-18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속시원한 리뷰네요 ;ㅂ;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06:1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한국 소설이 제 체질에는 안 맞습니다..

hellas 2016-09-18 06:2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전 다음작품도 읽고있을거예요. 한국문학 좋아하니까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06:26   좋아요 0 | URL
저도 말은 그렇게 하는데 여전히 읽고 있을 겁니다..

clavis 2016-09-18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정말 속시원해요 그 동안 문학에 대해 뭔가 짓눌리고 무식한 탓에 내가 오직 모를 뿐. . 했는데

그게 개떡같이 말했기에 개떡같이 알아들었던 것~😍다시한번 곰발님을 국회, 아니 유엔으로!!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06:18   좋아요 1 | URL
하도 정지돈 정지돈 하길래.. 기대 작뜩 하고 봐서 그런가..
짜증만 엄청 나고.. 실재가 가상을 섞는 것은 이미 30년부터 유행하던 건데 뭔놈의 새로운 미학이라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소설 읽으면서 이거 다 이미 50년 전에 손창섭 할베가 실험적으로 쓴 수법이거등.. 이러면서 읽었습니다..

clavis 2016-09-18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곰발님 페이퍼를 읽으면서 ˝남을 울게 하는 것이 시인이지 본인이 울면 안된다/망한다˝고 박남준 시를 평하는 최영미씨 글이 생각났어요 나날이 🙌만세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06:34   좋아요 0 | URL
오, 그렇습니까 ? 본인이 울면 신파이고, 독자가 울면 감동입니다. 마찬가지로 극중 배우가 울면 신파이고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배우를 보고 독자가 울면 감동입니다..

clavis 2016-09-18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유. . 너는 콩나물을 많이 먹어서 그렇게 키가 크냐던 질문을 하고 싶어집니다 흙흙. . 지난 추석에 당췌 뭘 드셨기에 크헐👍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06:44   좋아요 0 | URL
짜장 대신 울면 먹었지요.. ( 솔직히 어제는 광어회 먹었습니다. 명절에는 회 종류로 느끼함을 지워야 함 )

clavis 2016-09-18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엔 울면 안된다던 그 울면을 드셨군요~콜레라 조심하십쇼!-! 여긴 명절 즈음의 지진이 핫 이슈였지요..언제나 멋쥔 통찰력과 생명력있는 사유가 넘실대는 광어같은 글 잘 읽고있습니다.감사드려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06:57   좋아요 0 | URL
계속 술 마시느라 어제서야 달이 대따 똥그랗게 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제가 한심해지더군요. 추석인데 그래도 달은 보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하는 마음..
어젠 달이 잘 보이더라고요..

clavis 2016-09-18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석내내 달도 못보고 집에도 못갔는데 병원에 가서 아픈 사람 방문하고, 장례나서 다녀오고 했습니다. 브람스 간주곡 2번을 복용하면서 힘을 냈습니다. 꼭 한번 들어보세요^^제가 글렌 굴드 연주로 함 올려볼게용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2:43   좋아요 1 | URL
아이고 그러셨군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링크 건 곡 들었습니다. 다시 듣고 있습니다. 굴렌 굴드와 브람스가 만나니 정말 좋군요. 신기한데요. 음악을 들으니 마치 웬지 북유럽 이른 가을 야외 카페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이듭니다.

기억의집 2016-09-1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 문학 이야기가 없어서.. 실험은 그만두고 작가의 생각은 그만 담고 이야기나 만들어냈으면 좋겠어요. 지난 번에 무도 보다가 김영하의 검은꽃하고 군함도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2:45   좋아요 0 | URL
한국 문학의 고질병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인데 정지돈은 한국 문학의 서사의 과잉으로 간다고 느낀 모양이더군요. 맥을 잘못 잡은 듯. << 검은꽃 >> 은 그닥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나쁘다고 할 만한 근거는 없슴..ㅎㅎ

yureka01 2016-09-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어릴때는 소설을 읽었는데 최근에 다시 책을 잡고 부터는 소설은 전혀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이상하게 소설이 안땡겨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비소설만 읽어서 문학을 읽으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사실 비문학이 문학보다 재미있잖습니까..

기억의집 2016-09-18 13:06   좋아요 0 | URL
저는 나이가 드니 비문학 위주로 책을 읽더라구요. 예전엔 일본소설도 많이 읽었는데... 점점 쟝르쪽만 선별해서 좋아하는 작가들 신간 위주로 읽고 비문학 특히 과학쪽으로 읽게 되는데....명절 보내면서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읽는다는 건 끊임없이 프레임을 깨는 작업이고 내 안의 사고나 프레임이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구나 싶었어요. 정말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읽어서 평생 하나의 사고 프레임에 고정한 체 사는 거 보고 암담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3:15   좋아요 1 | URL
명절에 타이타닉 하길래 다시 봤습니다. 남들은 다 좋아하는데 왜 나는 싫어하게 되었나 ? 그걸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윈슬렛이 디카프리오 스케치북을 들여다봅니다. 여자 나체를 그린 그림들. 윈슬렛은 질투가 나 묻죠. ˝ 사랑하는 사이였나 봐요 ˝ 쉽게 말해 침대에서 서로 뒹구는 사이`였냐고 묻는 거죠. 디카프리오가 말합니다. ˝ 아뇨.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장을 펼쳐보세요. 그녀는 다리 하나가 없슨니다. ˝ 둘 다 그 그림을 보고는 오해하서 미안하다는 듯 디카프리오를 보죠. 이게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거죠.

지금 서로가 비윤리적 태도로 일관하는 겁니다. 남자는 봐라, 다리 하나 없는 여자야. 이런 여자를 내가 사랑하겠어. 라고 변명하고 여자는 어머, 정말 다리가 없네.. 그때 비로소 방긋 웃죠. 얼마나 웃깁니까. 이 얼마나 폭력적인가요 ? 다리 하나 없는 장애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얼마나 아플까요. 감독은 굳이 그 장면을 넣었어야 했을까 ? 그림 속 모델을 다리 하나 없는 캐릭터로 설정한 후 히히덕거리게 만드는 데 대해 죄의식은 없었던 것일까.. 이런 생각들.. 그래서 이 영화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기억의집 2016-09-18 13:15   좋아요 0 | URL
오홋 그런 장면이 있어요? 저는 아직도 타이타닉을 안 봤어요. ㅠㅠ 어제오늘 밀정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연휴도 심심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3: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전에는(극장에서 보긴 했씁니다만.. ) 생각없이 넘어간 부분인데 다시 보니 그게 진짜 걸리더라고요..

기억의집 2016-09-1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님 맞아요. 여러 사상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책으로 만나는 거 진짜 매력적이더라구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변한 경우에요.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생활면에서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경우입니다. 저도 정치적 입장과 생활이 변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쩌면 극우였을 것 같습니다. 끔찍한 경우...

stella.K 2016-09-18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돈이 정말 짜증나죠?
그런데 정지돈의 소설 저는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아주 후진 소설로.
화가 난 건 평론가들 때문이죠. 이 별로인 소설에 자기네들끼리 좋아서 난리 브루스를 쳤다는 게.
그리고 정지돈도 웃기지. 몇몇 평론가들이랑 후장사실주의 말장난이나 하고 앉잖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진짜 완전 또라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작가가 되가지고 평론가들이랑 놀기나 하고.

제가 글쓴이의 말을 그렇게 길게 쓴 것도 사실은 정지돈 때문이었어요.
글쓴이의 말을 어떻게 쓰나 고민 많이했는데 이 사람이 나를 건드린 거죠.
정지돈도 작가의 말 길게 쓰는데 나라고 못 쓰나 뚜껑 열린 거죠.ㅋㅋ
작가가 독자를 위하지 않는데 독자라고 작가를 위하겠냐고 깐 것도 정지돈을 비롯한
서사없는 작가들을 향한 독설이기도 하고.

그때야 비로소 독자가 할 일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평론가가 하지 않으니 독자가 하는 수 밖에요.
곰발님이 이렇게 훌륭하게 독자로서 그 일을 감당하고 계시잖아요.
이 책의 좋아요가 가장 많습니다 그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8 18:56   좋아요 0 | URL
저는 << 눈먼 부엉이 >> 는 좋았습니다.
왜냐. 처음 접한 정지돈 소설이니까.
그런데 똑같은 말을 8편 내내 하는 겁니다.
술주정으로 했던 말 반복하는 사람처럼..
그러니까 이 소설이 단편 1개로 이루어졌다면 좋지만 단편집으로 묶였다는 점에서
지루하고 지루하다는 말이죠..


stella.K 2016-09-18 18:5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래요. 그것 하나였으면 나름 괜찮게 봤을 거예요.

수다맨 2016-09-1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게 말하면 독자도 고도의 지적 배경을 쌓아야 읽을 만한 소설이고, 박하게 말하면 말씀하신 대로 `개떡같이 말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자의 텍스트로 끊임없이 채워진 오마주`란 표현도 지극히 온당한 지적이란 생각이 들구요.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정지돈 같은 작가의 존재도 -그의 문학적 가치와 성취가 어떠하든 간에- 종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진정한 문제는 위에 스텔라님 말씀처럼, 정지돈을 최고의 젊은 작가로 일찌감치 비평적 규정을 하려는 몇몇 평자들의 섣부른 욕구라고 봅니다. 과연 정지돈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독자와 작품이 밀도 깊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해야지요. 평론가가 먼저 `걸작이 나타났다`고 흥분하는 모습은 솔직히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례로 금정연(정지돈 작가와 같은 에콜에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같은 평자들의 해설은 정말이지 읽기가 힘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9 19:18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저도 정지돈의 시도를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마 거의 아무런 변화없이 8편의 단편을 계속 쓴다는 것은 웃긴 거죠. 이게 무슨 얼어죽을 작가의 시그니처입니까. 니미, 피카소도 자기 색깔을 찾기 위해 수없이 다양한 시도 긑에 지금의 피카소 그림이완성되었고, 고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껏 신인 작가가 시작부터 자기 스타일에 자뻑이 든 경우죠. 위에서도 말했듯이 제사 음식은 제삿날에만 맛있죠. 이거 두 번 먹으면 느끼해서 못 먹습니다... 이 소설집은 마치 제사음식을 8일 동안 먹은 꼴..
 

 

 

 

 

 

 

 

 

 

 

 

 

 

 

 

                                       

 

내  가      싸  우  듯  이     :

 

 

정지돈과 나


 

 


                                                                                   " 쓰는 기계 " 스티븐 킹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소설가를 꿈꾸는 일반인이 습작 소설을 쓰다가 항상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데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우선 자신이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다.  얼마 전,  나는 소설 하나를 썼다. 말이 좋아 소설이지 사실은 소설을 빙자한 자서전이어서 내심 부끄러웠다.  스티븐 킹의 충고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K에게 원고 심사를 부탁했다. 며칠 후 K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어이없다는 투로 내 습작 소설이 요즘 잘나간다는 정지돈의 소설 << 고개 숙인 남자 >> 를 노골적으로 표절했다고 지적했다. 감정이 섞인 말투였다. 뻔뻔하다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 깜짝 놀랐다. 내 인생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써내려갔을 뿐인데 표절이라니 ?!   그렇다면 내 인생이 허구적 삶이라는 말인가.

바로  정지돈의 << 고개 숙인 남자 >> 를 사서 읽어 보았다.  K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누가 보아도 정지돈 소설과 내 습작은 싱크로율이 99%였다.   주인공 이니셜만 바뀌었을 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이야기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나이 29살 때 찾아온 전립선 장애로 인한 발기부전으로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다는 소설 속 설정도 현실 속 내 사정과 똑같았다. 이토록 은밀한 정보를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   그러니까, 정지돈 작가가 만들어낸 가장의 인물은 나였던 것이다. 그는 나를 모델로 소설을 쓴 것이다.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가능한 일일까 ? 우여곡절 끝에 작가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 연결음 후에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 정지돈 작가이십니까 ? "  " 네에, 제가 정지돈입니다 ! " 나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당신이 소설 속에서 창조한 주인공이 바로 나'이다. 당신은 내 삶을 표절했다. 그가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 혹시.......  치질로 고생하신 적 있으십니까 ? " 그는 매우 흥미롭다는 듯 추임새를 넣어가며 내 하소연을 경청했다.  그가 말했다. " 제가 지금 바쁜데 시간이 되시면 제 집으로 오시겠습니까 ?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군요. " 그는 약속 시간을 정한 후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가 알려준 주소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목적지까지 1KM 남았다는 네비게이션의 기계음이 들렸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동네는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였던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이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자동차가 멈춘 곳은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집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남긴 주소는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주소와 동일했던 것이다. 나는 부르스 윌리스도 아니면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리면서 정지돈이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제가 정지돈입니다 ! 그가 미소를 지었다. 섬찟한 미소였다. 




 

그는 내가 쓴 습작 소설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 마음에 쏙 드는걸.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고 아비보다 근사한 소설을 완성했구나. "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 곰곰생각하는발 님'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이 맞습니다. 제가 상상 속에서 키운 캐릭터죠.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피조물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만......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겁니다. 킁킁. 그때부터 일이 묘하게 꼬이겐 된 거죠.  기억상실증에 걸린 피조물은 자신을 실존하는 인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신을 만든 소설가이자 조물주입니다. " 나는 싸우듯이 정지돈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 조까, 오호츠크 시밤바 새끼야 !  그따위 새빨간 거짓말에 내가 속을 줄 아냐. " 

그는 차가운 시선을 내게 던지더니 웃음을 지었다.  " 그러는 거 아냐. 밥 주는 주인의 손을 물면 되나.  너에게 명령하노라. 빤스 벗고 엎드려뻗쳐 ! 어서 !!!! "  그때였다. 멱살을 잡은 내 손이 스르르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의 명령대로 빤스 내리고 엎드려뻗쳐를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 어어....  내가 왜 이러는 거지 ?  정지돈은 내 바지에서 허리띠를 잡아 뺀 후 한 손에 휘감았다. " 너 이놈,  정신 좀 차리자.  하나에 정신을, 둘에 차리자. "  그가 내 엉덩이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 너의 후장은 내가 한 땀 한 땀 꿰맨 결과'다.  알았느냐 ! "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가상의 캐릭터란 사실을 말이다. 정신을 ! 차리자 ! 정신을 ! 차리자 !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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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9-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정지돈 책 읽어보고싶네요.
정신을 차리자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1:45   좋아요 0 | URL
재미 더럽게 없다고 악명 높은 책이니 사서 보지는 마십시오.. 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9-12 11:46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가보면 항상 비치중이거든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2: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글쿤요... ㅋㅋ 새롭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소설집인 것 맞는 것 같습니다.
시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거든요..

2016-09-12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2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키미 2016-09-1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돈의 책보다 곰곰생각하는발님의 글이 훨씬 재미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2:01   좋아요 0 | URL
이런 걸 두고 아비보다 자식이 낫다.. ㅎㅎ

수다맨 2016-09-1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지돈, 오늘날 한국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인 실험성을 내장한 작가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일독할 때마다 저는 약간은 갑갑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의 글은 굉장히 협소한 의미에서의 텍스트주의로 귀착될 여지가 강하다고 봅니다. 언젠가 제가 비유했듯이 외국에서 수십억원을 주고 들여왔다는 거대한 설치 미술을 보는 느낌입니다. 시에서는 예술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 상찬을 하지만 저로서는 정작 감정선을 자극할 만한 감응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요. 그냥 `저런 것도 있을 필요는 있겠지`라는 생각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3:54   좋아요 0 | URL
문학이라는 게 늘 새로운 형식(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에 열광하다 보니 후장사실주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은 합니다. 한때 하일지나 장정일도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소설로 관심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전 아직까지도 정지돈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정지돈 하니 이름 석 자만 알고 있는 형편..

yureka01 2016-09-12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한참 웃었습니다..아 요즘 스트레스성 두통 생겼는데 한방에 날려주시네요...재미있게 읽었어요..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3 08:53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syo 2016-09-1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재미지다ㅠ

정지돈 이야기를 하셨지만 막상 글은 오한기 느낌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3 08:53   좋아요 0 | URL
굿모닝입니다. 지옥같은 명절 연휴이군요.. 그렇죠 ?

syo 2016-09-13 09:24   좋아요 1 | URL
곰발님도 굿모닝입니다.

저는 어른들과의 전투준비를 마쳤습니다. 잔혹한 말의 실탄을 잔뜩 구비해놓았지요.....

cyrus 2016-09-13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옥같은 명절 멘탈 다치지 않게 무사히 보내세요. 살아서 다시 만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4 05: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살아서 봅시다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