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관과 위민관

 

 

 

 

 

 

 

 

 

다음은 한겨레 임석규 논설위원의 글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12월, 청와대에 3개 동의 비서실 건물이 새로 들어섰고 ‘여민관’(與民館)으로 명명됐다. 여민, 국민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맹자> ‘양혜왕장구 하편’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유래했다. 왕이 자기만 즐기면 백성들이 반발하지만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면 백성들도 함께 기뻐할 것이란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 여민관을 위민관(爲民館)으로 바꿨다. 위민,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세종의 위민정치를 본받겠다는 명분이었는데, 실은 ‘참여정부 흔적 지우기’의 일환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위민관을 여민관으로 되돌렸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위민은 국민이 객체가 되는 개념이고 여민은 국민과 함께한다는 뜻”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민은 국민을 주체로 바라보는데 위민은 국민을 대상으로 본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부를 ‘더불어민주당 정부’라고 부른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부이니 ‘더불어 정부’란 이름이 제법 어울린다. ‘더불어’는 아무래도 ‘위민’보다 ‘여민’에 더 가까운 단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위민관보다 여민관이 나을 수도 있겠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자가 만든 이름을 바꾸고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운다. 위민관은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었다. 후임자는 그것을 또 바꾸고 흔적을 없앤다. 여민관이란 ‘본명’을 되찾는 일이 행여 이런 악순환의 연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여민이나 위민이나 뜻은 다 훌륭하다.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해도 좋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는 것도 나무랄 게 없다. 그런데 위민을 내세우고 친서민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백성들보다 토건업자들 배를 더 불렸다. 문패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속에 담긴 뜻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임석규 논설위원 sky@hani.co.kr)

 

나는 여민이나 위민이나 뜻은 다 훌륭하다는 임석규의 말에는 일단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의하지 못한다. 철학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 여당 與 > 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여 서로 짝이 되는 무리'라는 뜻이다.  동반자요, 수평적 관계이다. < 여민 與民 > 도 마찬가지다, 당의 자리에 민을 대입했으니까. 하지만 < 위민 爲民 > 은 다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 백성을 위한다 " 는 뜻인데 가만 보면 " 누가 " 라는 주어가 빠져 있다. 도대체 누가 백성을 위한다는 것일까 ? 지금은 왕정이 아닌 공화정 시대이니 임금이 백성을 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애티튜드는 엿볼 수 있다.

< 위민 > 은 국민을 위한다라는 뜻과 함께 국민을 다스린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 위민부모 >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임금이나 고을의 원은 그 다스리는 백성의 어버이가 된다는 뜻이다. 21세기 소년소녀라면 대뜸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라는 말도 나쁜 말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도포 입고 수염 휘날리는 시대에서나 통하는 애티튜드이다. < 여민 > 이 정부와 국민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다면 < 위민 > 은 정부와 국민의 수직적 관계에 방점을 찍는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큰 차이이다. 임석규는 " 정권이 바뀌면 전임자가 만든 이름을 바꾸고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운다 " 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원래 이름을 되찾아준 것을 두고

" 본명을 되찾는 일이 행여 이런 악순환의 연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고 충고한다. 할 일이 태산인데 쩨쩨하게 이름 하나 가지고 왈가왈부하냐는 투'다. 하지만 < 여민 > 이냐 < 위민 > 이냐는 문제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는 행위만큼 사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갈 국정 철학의 근간을 세우는 일이다. 쟈크 데라다는 똘레랑스(관용)가 권력을 쥔 자의 시혜적인 느낌이 강해서 불편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위민도 그런 의미에서 권력을 쥔 자(정부)가 국민에게 주는 환대라는 느낌이 강해서 불쾌한 이름이다. 나라님이 백성을 어여삐 녀겨 스물여덟 자를 맹가서 노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은 국가의 자식새끼가 아니다. 

 

 

 

 

 

                         

 

여담 ㅣ 언론은 국가 권력을 감시할 사명이 있다. 반면, 시민은 국가 권력을 감시할 사명은 없다. 전문 지식이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시민은 언론 권력을 감시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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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7-05-16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민과 여민에 대해서 몇마디 쓸까하다가 말았는데 이렇게 자세히 올려주셨네요.

저도 위민보다 여민이 맞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4 21:5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제가 그 말을 하는 겁니다. 지들이 뭐라고 뜬구름 위에서 뒷짐 지고서는 개똥밭에서 구르는 이승의 비참을 논합니까. 웃긴 말이죠.

레삭매냐 2017-05-14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화국에서 위민이라니,,, 너무 왕정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시민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각설하고 ˝여민˝이 더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4 22:09   좋아요 0 | URL
수학 공식으로 말하자면


위민은 정부 > 시민
여민은 정부 = 시민



글구보면 mb 이 인간도 참.. 예민한 *이에요..
이 인간도 위계질서는 무진장 따지는 듯합니다..

2017-05-14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1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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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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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3: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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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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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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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1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민, 위민 다 필요없고, 무조건 서민이 짱입니다! 서민 교수님, 사랑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2:09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 님 라임이 일취월장하십니다그려..
 

 

 

 

 

 

 

 

 

                               

 

왜   반 말 하    야 구  :

 

 

 

 

 

영화의 반대말은 야구다.

 

 

 

                                                                                                    1. 영화의 반대말은 야구다. 투수가 8회까지 완벽한 공을 던졌다 한들 9회 2사 만루에서 홈런을 맞으면 욕을 먹기 마련이지만 영화는 내내 지루하다가도 라스트씬 10분이 뛰어나면 모든 과오를 덮을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낸시 사보카 감독이 연출한 <<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dogfight, 1991 >> 은 라스트씬이 뛰어난 영화'다. 카메라는 거리를 유지한 채 두 사람이 포옹하는 장면(뒷모습)을 담담하게 담는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고 뒤로 물러나지도 않는다. 또한 이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오래 잡아두지도 않는다. 이 수줍은, 조용한, 내성적인 카메라 동선이 마지막 장면을 빛나게 한다.  그것은 마치 경기 내내 죽을 쑨 타자가 9회말 2아웃 만루에서 쌀밥을 날린 경우다. 경쾌하게 하늘로 치솟는 공을 보며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하리라. 쳤습니다 !!!!!!!!!!!!!! 아....... 하늘 위로, 하늘 위로, 하늘 위로 쌀밥이 높게 치솟고 있습니다. 만루 싸~~~ 알알알알밥 !!!!!!!                                      봄비 내리는 봄밤에 생각나는 멜로드라마이다. 쌀밥처럼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2. 왕가위 감독은 " 뒷모습 " 을 가장 잘 찍는 감독 중 한 명'이다. << 화양연화 >> 는 뒷모습에 페티쉬를 가진 감독의 취향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슬픔은 종종 얼굴을 감출 때 빛이 난다. 박근혜처럼 눈물로 슬픔을 연기하는 배우는 형이하학이다. 장만옥은 슬픔을 연기하기 위해 슬픈 얼굴 대신 흔들리는 어깨를 보여준다. 바람을 그리기 위해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그리는 화가처럼 장만옥은 슬픔을 연기하기 위해 사랑에 흔들리는 어깨를 연기한다. 지금 당신은 형이상학을 보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통곡은 소리 없이 우는 어깨가 아닐까 ?   영화 << 아비정전 >> 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어깨가 등장한다. 아비(장국영)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서 다시 버림받았을 때, 그는 슬픈 마음을 애써 감추고 씩씩하게 걷는다. 하지만 슬로우모션에 갇힌 그는 제자리걸음이다.

 

 

 

3. 다시 쌀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  쌀밥왕 베이브 루스는 통산 729개의 쌀밥을 때린 전설이었다. 그런 그가 은퇴를 선언하니 은퇴 경기 당일에는 수많은 사진가들이 그 앞에 나타나  카메라 후레쉬 벌브를 터트렸다.  모두 다 전설적 영웅의 화려한 얼굴을 찍느라 정신이 없을 때 단 한 사람, 나다니엘 페인은 거인의 쓸쓸한 뒷모습을 찍는다. 이 사진은 그해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이 사진이 가진 아우라는 " 거리 " 가 주는 힘이다. 만약에 사진가가 더 가까이 다가갔거나 혹은 더 뒤로 물러났다면 이 사진이 획득한 정서는 실패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앞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는 선명하게 보이는 어깨이다. 어깨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

 

4. 이 글의 끝은 문재인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둥근 어깨와 굽은 등이 좋다. 그가 시민 곁으로 다가가 낮은 자세로 눈을 맞추며 손을 잡을 때 만들어지는 그 둥글고 굽은 어깨는 권위적이지 않아서 좋다. 곡선의 힘을 믿는다, 아름다운 어깨다

 

 

 

 

 

 

 

 

 

 

 

 

덧대기 :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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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0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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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12: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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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0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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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4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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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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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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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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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1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오랜만에 야구에 대한 곰발님의 글을 보고 싶어요. 요즘 삼성, 아니 제일 라이온즈 하는 것 보면.. 진짜.. 이번 시즌 못 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못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진짜 100패 찍을 것 같습니다..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6 12:04   좋아요 0 | URL
최저 승률까지 도달했죠 ? 삼미보다 낮은 성적이었다고 하더군요.. 뭐, 백 패 한 번 찍어보죠ㅡ 뭐... ㅎㅎㅎㅎ
 
환대에 대하여 동문선 현대신서 177
자크 데리다 지음, 남수인 옮김 / 동문선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빠돌이'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에 떠오른 책

 

 

 

                                                                                                            에스키모인에게는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의무가 있다. 설원에 쓰러진 자가 비록 부모를 죽인 원수라 해도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보살펴야 된다는 것. 극한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사람들의 관습법인 셈이다.

하지만 절대적 환대가 언제까지나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돌봄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몸을 추스린 원수(손님)는 그 집을 빠져나와야 한다. 그 순간부터 집주인의 " 잠시 중지된, 혹은 유예된 복수 " 는 유효해진다. 그러니까 주인이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보내는 환대는 환대인 듯 환대 아닌 적대이며 동시에 적대인 듯 적대 아닌 환대인 셈이다. 말장난하기 좋아하는 데리다는 이 상황을 환적(歡敵, hostipitality)이라는 신조어로 설명한다. 환적(歡敵, hostipitality)은 " 환대의 적대 " 라는 의미로 환대(hospitality)와 적대(hostility)을 담고 있다. 그것은 절대적 환대라기보다는 조건부 환대인 것이다.

데리다는 전자가 이상적이기는 하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후자'이다.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진보 진영으로부터 환대받은 적이 거의 없다.  당시 시민 사회와 진보 언론은 지지보다는 감시와 비판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 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양쪽 진영으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훗날, 노무현은 자기 편이라 믿었던 진보 진영의 벼린 칼끝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박근혜를 비난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노무현을 비난하는 것은 안전하다. 박근혜를 비난하면 무시무시한 보복이 따르지만 노무현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하여, 우리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노무현을 비난했다.

 

그것은 지적 우월성이 주는 쾌락이었으며 안전한 과시였다. 하지만 꽤나 용기있는 충언처럼 보였던 진보의 무차별적 비판 뒤에 숨은 고약한 심리는 노무현이라는 약자를 짓밟을 때 오는 우월감이었다. 그동안 문재인을 향했던 비난도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이 갖추어야 할 미덕은 비난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지적 우월성의 증명이 아니라 따스한 환대'이다. 우리는 노무현이 땅에 든든한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 까방권(지지) " 을 만들었어야 했다. 진보 시민 사회의 감시와 비판은 허니문 기간이 끝난 후에도 충분하니깐 말이다. 우리는 싹의 뿌리가 땅에 내리기도 전에 물을 준답시고 수압이 높은 소방 호수로 물을 준 꼴이다.

 

노무현에게 필요했던 것은 소방 호수에서 쏟아지는 물벼락이 아니라 물뿌리개에서 내리는 안개비'였으리라. 내가 문재인의 빠돌이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에 떠오른 책이 바로 데리다의 << 환대에 대하여 >> 이다. 부모를 죽인 원수라 하더라도 돌봄 기간 중에는 극진히 원수를 보살펴야 하듯이,  비록 당신이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 허니문 " 기간 중에는 증오를 멈추고 그를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여, 나는 감시를 잠시 멈추고 조건부 환대의 방식으로 그를 맞이할 생각이다. 합리적 이성이 승리를 거두기 위하여 잠시 비이성을 선택2)한다

 

 

 

 

 

 

 

                                      

 

 

덧대기

 

 

2 )        합리적 이성을 위하여 비이성을 선택하는 방식이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뜨거운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사랑은 비이성의 소모적 열정이니까. 평상심을 잃고 기울어질 때 사랑은 시작된다. 모든 사랑은 비이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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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5-13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바마가 가고 트럼프가 오듯이, 때론 박근혜가 가고 문재인이 온다.

2017-05-15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3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빠 돌 이 가    뭐 가    나 빠  :

 

 

 

 

 

 

 

 

 

 

 

나는 오늘부터

             문빠가 되기로 했습니다

 

 

 

 

 


 

 

 

                                                                                                                                                                                         내 지인은 환갑이 넘은 노인으로 관상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얼굴을 척 보면 다 압니다아아아 "  그에게는 시집 안 간 외동딸이 있는데, 선을 보고 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퇴짜를 놓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관상가는 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 사람 얼굴 보고 판단하면 못 쓰는 겨어, 이것아 ! " 얼굴 보고 판단하는 직업을 가진 그가 얼굴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고 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니, 얼굴 보고 판단했던 딸은 평소 얼굴 보고 판단하는 아비가 얼굴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하니 혼란스럽다. 나는 사람 얼굴 보고 판단하면 못 쓴다는 그럴듯한 훈계를 그닥 신뢰하지 않는다. 첫인상, 그러니까 직관의 힘을 믿는 편이다. 얌체처럼 생긴 사람은 얌체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고, 정직하게 생긴 사람은 정직한 사람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내 경험만 놓고 보면 말(혹은 글)보다 얼굴을 믿는 쪽이 득이 되었다. 얼굴이 형이상학이라면 말이나 글은 형이하학이다. 여기서 말하는 얼굴은 얼굴이라는 신체 부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관상가는 타인의 면상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모발 상태, 상처, 손발의 형상, 특이 거동도 참고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성, 동작에 있어서도 호흡, 걸음걸이, 앉은 모양, 누운 모양, 먹는 모양도 관찰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관상학은 동양 철학이며 통계를 바탕으로 한 행동심리학이기도 하니 이 사실을 알면 함부로 사람 얼굴 보고 판단하면 못 쓴다는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문재인의 동성애 발언에도 불구하고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데에는 말이 주는 무게보다 얼굴이 주는 무게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 정직하게 살아온 날들의 총합 " 이다. 관상이란 그 사람이 < 살아온 날 > 을 통해서 앞으로 < 살아갈 날 > 을 예측하는 통계학이다. 정직한 마음이 정직한 얼굴을 만드는 것이지 정직한 얼굴이 정직한 마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문재인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 오래 전, 작은 기사 하나 " 였다. 기사 내용은 청와대 근무 시절에 문재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청와대 내 직원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공무원 비리'가 대부분 룸 있는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가 사전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위가 탁 트인 직원 식당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직위가 낮은 수송부·시설부·조리부·관람부 소속인 기술직 직원들과 직원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갖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나는 그 행위가 쇼맨심(-心)이 아니라 본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손수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식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인 것이다. 노제에 걸린 사진을 보며 노무현의 깊은 주름을 볼 때마다 주류의 칼날에 의해 난도질당한 흉터처럼 보여서 후회가 몰려왔던 기억이 난다. 

하여,  나는 오늘부터 문빠가 되기로 결심했다. 조건 없는 환대로, 내 마음의 文을 열어 당신을 지지한다. 부끄럽지 않다. 그게 빠돌이의 숙명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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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5-13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내면은 결국 외면을 통해서 발현되거든요. 행동.말씨..솜씨.과거의 행태등이 얼굴에 적혀 지거든요. 제가 문크리트 할려구요....결코 외롭지 않게 손을 내밀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3 01:58   좋아요 1 | URL
어쩌다 한번 하는 쇼맨십은 어색하기 때문에 들통이 나기 마련이지만
문통은 얼마나 자연스럽습니까 ? - 문빠 선언 이후 최초의 댓글 1호입니다..

2017-05-13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3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7-05-13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곰곰동지, 어찌된거요?
얼빠로 돌아서다니...ㅜ
...... 하긴 나도 요새 웃고 다니니 뭐라 할말은 없소만, 이대로 주욱-- 그랬으면 좋겠소^^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3 09:32   좋아요 1 | URL
포포동지 반갑소..
오늘도 하루는 문라이트로 시작합니다. 그게 우리의 임무요 !

돌궐 2017-05-13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하다가 이제 왔소?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3 09:47   좋아요 1 | URL
방황 좀 했습니다..

잠자냥 2017-05-1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대통령 현재까지의 행보로는 빠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전 고민고민하다 심언니 찍었는데 좀 후회되더라고요. 하하하하하.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3 10:32   좋아요 1 | URL
전 심빠, 문빠 둘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쿼크 2017-05-13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그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3 16:00   좋아요 1 | URL
이제 우리는 동지입니다.


˝ 쿼 동지님 !!!! ˝

한서민 2017-05-14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빠선언 반가워요^^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라를 팔아먹지 않는한 끝까지 지지한다는 맘으로 문빠하려구요. 5년동안 문대통령 비난할 사람들은 우리 아니라도 널렸으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4 12:30   좋아요 0 | URL
한동지님 !!! 반갑습네다. 요즘 뉴스가 마치 정치 휴먼 드라마처럼 읽힙니다...

그렇게혜윰 2017-05-14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홍영감탱이의 말은 그저 얼굴을 거들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4 12:31   좋아요 0 | URL
누군가 그러더군요. 영감탱이가 친근할 때 쓰는 용어라면
호로자식도 친근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고...

2017-05-15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
조경엽 외 지음 / 한국경제연구원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와  따  시  와     대  따     좋  아   :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

 

 

 

 

 

                                                                                                                                                                                                                                                                                                                 일 열심히 하라고 대통령 뽑아줬더니 알고 보니 사람이 아니라 공기청정기였던 모양이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자 같은 하늘 아래이지만 공기부터가 다르다.

으스대지 않는 타자에 대한 배려'가 좋은 환경을 만드는 모양이다.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직접 탁자 밑으로 밀어넣는 장면(과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 _ 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의 좋은 성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것은 쇼맨십이 아니라 습속이다. 가는 길에 영광 있으라. 설령 미세 먼지 주의보가 발령된다 한들 박근혜 정부 시절 때 졸라 쾌청하던 날보다도 청명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가 오바마 코스프레하냐며 비판하는 이가 있길래 돼지 발정제 코스프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받아쳤다. 또한 그 행위가 오바마 코스프레이면 어떠랴. 박근혜는 그런 변검술을 써본 적이라도 있던가 ? 

목공소에 가면 503본드'를 판다. 공사판에서는 " 오공삼 " 으로 불린다. 503본드 제품 주의사항을 살펴보면 코로 직접 냄새를 맡지 말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 503은 몸에 해롭습니다아.        주의사항을 읽다가 경기도 변두리 가막소 독방에서 독수리도 아니면서 독수공방하시는 수인 번호 503호가 생각났다. 밥은... 먹고 다니는지........   503호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나는 나즈막히 속삭였다. 오갱끼데스까 ? 여기는 와따시와 대빵 좋아 !                     한국경제연구원이 << 촛불 시위의 사회적 비용 >> 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책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의 피해 비용을 추산한 것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뜬구름 잡는 셈법이 골때린다. 참가자의 노동 생산 손실, 공공 지출, 제3자 손실 등 직접 피해 비용을 6,685억으로 잡고,  손에 잡히지 않는 비용으로는 사회 불안정과 국정 과제 지연으로 1조 9,000억의 국가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모든 잘못은 시위에 참가한 시민과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라는 논조'다. 그런 식으로 계산하자면 : 2008년 광우병 시위 때보다 규모나 시위 기간 모두에서 압도했던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에 들어간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   대략 10조의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고 치자. 

만약에 박근혜가 일찌감치 석고대죄하여 스스로 물러났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사회적 비용을 9조 정도는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론은 10조라는 사회적 비용 손실은 박근혜 한 사람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회적 비용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는 당선되었고 문재인은 낙선했다. 이틀 뒤, 한진중공업 최강서 노동자가 자살한다. 회사 측에서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파업을 주도한 노조를 상대로 158억 손배액을 청구한 것이다. 빚 때문에 근심이 쌓인 최강서 노동자는 박근혜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절망 끝에 숨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박근혜 당선 소식은 날 벼린 칼날이었으리라. 이때 문재인은 최강서 노동자의 빈소를 찾아간다. 그때 문재인은 굳은 결심을 했다는 후문이다. 패군지장(敗軍之將)으로서 최강서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파업으로 인해 생긴 회사 측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 박근혜 때문에 촛불을 든 시민은 박근혜에게 대략 10조의 손배액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는 당신 때문에 촛불을 들었으니까. 다시 한 번, 503호의 안위를 걱정하며 외친다. 오갱끼데스까 ? 여기는 와따시와 대따 좋아 ■

 

 

 

 

 

 

 

 

 

 

덧대기 ㅣ 사진 두 장

 

 

 

-  "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 ( 시계 방향 ) "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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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2017-05-12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거 끝나고 부터는 뉴스가 디따 보고 싶어져요
이렇게 기분좋은 뉴스를 ...여길 틀어봐도 저길 돌려봐도 . 시간이 갈수록 자꾸 기분좋은 뉴스만 나와요.

트럼프.시진핑.아베. 김정은 .....니들 모두다 동작 그만!!!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10:41   좋아요 0 | URL
요즘 뉴스가 휴먼 드라마 같습니다. 꽃미남-들 나오는 드라마 같다고나 할까됴..

트, 시, 아, 김 지도자보다 문 지도자의 비주얼이 압도적이네요...

akardo 2017-05-12 0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부분 읽으면서 전여옥이 박근혜에게 우비 모자 씌워주라고 주변에서 말 들었다고 한 거 떠올랐는데 딱 그 사진 올리셨네요. ㅋㅋㅋ 정수기 물 자기가 떠먹은 것 가지고 못말리는 근혜님 어쩌고 한 게 생각납니다. 대박 웃겼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10:40   좋아요 0 | URL
문통, 국민의당 당사 찾아가서 10분 면담하고 끝나자 지원은 벌떡 일어나 나갔는데 재인은 자기 의자는 물론이고 지원 의자까지 의자를 정돈하더군요. 습관인 거죠.. 이런 매너가 말입니다..

새아의서재 2017-05-12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제 지인분들 정치가 유쾌해졌는데 이젠 비주얼까지 최강이라면서... 무슨 아이돌 그룹도 아닌데...뉴스보면서 왤캐 흐뭇하답니까.. 순간 유시민에서 조국으로 팬심을 옮겨야하나 살짝 고민도.. 여기까진 진실을 포함한 농담이고. 계속해서 국민의 감시의 눈 작동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10:39   좋아요 2 | URL
저도 재인, 조국, 종석시 원탁에 있는 모습 보니.. 이거 뭐, 화보를 찍어도 될 것 같은...
근혜, 경환, 병우 있던 그 시대 모습 연상하니.. 격세지감을 느낌니다..

사람은 얼굴 보고 판단하지 말라 하는데 사실은 얼굴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게 제 평소 지론임..

붕붕툐툐 2017-05-12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기청정기˝ 대통령이 바뀌고 난 후의 느낌을 어쩜 그리 잘 포착하셨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10:38   좋아요 0 | URL
뭔가 속이 확 뚫리는 기분입니다.. 박하사탕 깨물었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포스트잇 2017-05-12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히 503본드 아, 이런...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10:37   좋아요 0 | URL
냄새 고약하죠.. 오공삼을 사용하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라고 합니다. 안 그러면 독가스 때문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오공삼 박근혜 보고 싶네요... 얼굴이라도 좀 봤으면... 무척 걱정됩니다. 한여름에 보일러 놔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2017-05-12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2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조는 2017-05-12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용이 아니라 경제효과아닌가요? 10조어치만큼 비용을 쓰고 누군가는 수익으로 가져가고 그럼 다시 지출로...
진짜 촛불살돈 없는 사람은 시위에도 안나갔을테니 결국 전체 경제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을듯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2 20:05   좋아요 0 | URL
셈법이 워낙 형편없기도 하지만, 님 말씀대로 다른 방향으로 보자면 비용이 아니라 경제 효과에 가까운 듯합니다... 내로남불이라고 한국경제원 이거 워낙 보수 재벌 쪽 경향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