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 말 하 야 구 :
영화의 반대말은 야구다.
1. 영화의 반대말은 야구다. 투수가 8회까지 완벽한 공을 던졌다 한들 9회 2사 만루에서 홈런을 맞으면 욕을 먹기 마련이지만 영화는 내내 지루하다가도 라스트씬 10분이 뛰어나면 모든 과오를 덮을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낸시 사보카 감독이 연출한 <<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 dogfight, 1991 >> 은 라스트씬이 뛰어난 영화'다. 카메라는 거리를 유지한 채 두 사람이 포옹하는 장면(뒷모습)을 담담하게 담는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고 뒤로 물러나지도 않는다. 또한 이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오래 잡아두지도 않는다. 이 수줍은, 조용한, 내성적인 카메라 동선이 마지막 장면을 빛나게 한다. 그것은 마치 경기 내내 죽을 쑨 타자가 9회말 2아웃 만루에서 쌀밥을 날린 경우다. 경쾌하게 하늘로 치솟는 공을 보며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하리라. 쳤습니다 !!!!!!!!!!!!!! 아....... 하늘 위로, 하늘 위로, 하늘 위로 쌀밥이 높게 치솟고 있습니다. 만루 싸~~~ 알알알알밥 !!!!!!! 봄비 내리는 봄밤에 생각나는 멜로드라마이다. 쌀밥처럼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2. 왕가위 감독은 " 뒷모습 " 을 가장 잘 찍는 감독 중 한 명'이다. << 화양연화 >> 는 뒷모습에 페티쉬를 가진 감독의 취향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슬픔은 종종 얼굴을 감출 때 빛이 난다. 박근혜처럼 눈물로 슬픔을 연기하는 배우는 형이하학이다. 장만옥은 슬픔을 연기하기 위해 슬픈 얼굴 대신 흔들리는 어깨를 보여준다. 바람을 그리기 위해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그리는 화가처럼 장만옥은 슬픔을 연기하기 위해 사랑에 흔들리는 어깨를 연기한다. 지금 당신은 형이상학을 보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통곡은 소리 없이 우는 어깨가 아닐까 ? 영화 << 아비정전 >> 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어깨가 등장한다. 아비(장국영)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서 다시 버림받았을 때, 그는 슬픈 마음을 애써 감추고 씩씩하게 걷는다. 하지만 슬로우모션에 갇힌 그는 제자리걸음이다.

3. 다시 쌀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 쌀밥왕 베이브 루스는 통산 729개의 쌀밥을 때린 전설이었다. 그런 그가 은퇴를 선언하니 은퇴 경기 당일에는 수많은 사진가들이 그 앞에 나타나 카메라 후레쉬 벌브를 터트렸다. 모두 다 전설적 영웅의 화려한 얼굴을 찍느라 정신이 없을 때 단 한 사람, 나다니엘 페인은 거인의 쓸쓸한 뒷모습을 찍는다. 이 사진은 그해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이 사진이 가진 아우라는 " 거리 " 가 주는 힘이다. 만약에 사진가가 더 가까이 다가갔거나 혹은 더 뒤로 물러났다면 이 사진이 획득한 정서는 실패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앞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뒤에서는 선명하게 보이는 어깨이다. 어깨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
4. 이 글의 끝은 문재인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둥근 어깨와 굽은 등이 좋다. 그가 시민 곁으로 다가가 낮은 자세로 눈을 맞추며 손을 잡을 때 만들어지는 그 둥글고 굽은 어깨는 권위적이지 않아서 좋다. 곡선의 힘을 믿는다, 아름다운 어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