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이곳에 기어들어옴.
‘사‘자 행사 두 개 치르고(이사, 제사)
‘식‘자 행사 하나 남겨 놓고 있다.
(결혼식....아! 혹시 오해하실까봐서요,
제가 하는 결혼식 아니구요,
남동생 결혼식 날 받아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이사하고 널부러져 있다가,
다시 일어나 정리하다가,
또 널부러졌다가,
지겨우면 집 근처 어슬렁거리며 가게들 간판 외우며,
˝곧 찾아가겠어요.˝
내 마음속 장바구니에 담아 둔 가게 리스트 작성하다
나 지금 뭐하는 것인가?
또 짐정리...정리...정리.
정리하면서 자아성찰도 수 십 번.
그동안 나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아...손때가 묻었건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물건들이 많아 대략난감.
손에 잡히는대로 버리고 버려도 왜 그렇게 짐이 많은지!!
아....도망치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다.
그래도 정리 중 가장 신나게 정리한 곳은 책장 정리였는데
이것도 하다 보니 대략난감.
오래된 책들과 아이들 어린시절 보던 책들.
또는 사다줬는데 아이들이 읽질 않아 어쩌지? 하며,
혹시나 읽으려나? 싶어 미련을 못버리고 가지고 있던 책들.
그리고 정작 내가 읽으려고 샀지만, 읽지 않은 책들.
정리하느라 이것도 괴롭고 힘들었다.
애들 책은 한 두 칸만 남기고 조카에게 물려 주고,
오래되어 보지도 않는 영어 관련 책들은 버리고,
내가 읽어야할 책들은 어떻게든 끼워 넣었다.
책장 두 개를 더 사야할판에, 책장도 낡다 보니 이사오면서
낡은 책장 두 개를 버리고 왔다.
쏟아져 나온 책장 두 개에 꽂혀 있던 책들ㅜㅜ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현재의 책장을 만들긴 했는데 이젠
책을 더 구입한다면 더이상 꽂을 곳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그래서 세운 계획은 나도 독서괭님 따라하기를 해볼까? 생각중이다.
한 달에 두 권 또는 세 권만 사기!
계획을 세우니까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몰라 절로 신중해지고,
신중해지니 주문이 더뎌진다.
아직 이번 달 책은 한 권도 못샀네?
오호...대단한 나의 의지력!
그것보다 책정리 해놓고 가족들 앞에서 자아성찰의 시간이
있었기에 좀 뿔이 나서 내 언젠간 이 책들을 다 읽고 말리라!!
으르렁거렸었기에 당분간 책 사는 건 자제하려고 했던 이유가
더 클 것이다.
그래도 대단하지!! 나도 자제하려면 자제가 되는 사람이구나!
깊이 깨달았다.
암튼,
벌써 15일은 후딱 넘어갔고,
서서히 조여오는 도나 해러웨이의 빨간 책.
단발머리님의 인상적였던 댓글이 환청으로 들린다. ˝도나도나도나도나~~~~˝
딱 주말까지 놀고 월요일부터 읽어야지!
마음 먹었으나, 볼일 보러 아침 9시에 집을 나가 저녁 7시 넘어
집에 들어와버렸다. 직장인인줄....🙄🙄
고딩딸이 이사온 아파트 독서실에 등록해서 숙제하러 가야한대서, 따라 갔다가 월 1 만 원이란 소리에 네???
그럼 저도 해주세요~ (전의 아파트는 월 3 만 원이었거든요.)
헬쓰장도 전가족 이용시 월 1 만 원이란 소리에 네~~쩜쩜쩜..
뱃살은 빼야겠지?? 그럼 그것도 할게요!!!
(엊저녁 독서실 각각 여자 세 명 등록했더니 아침에 전화 옴.
내가 착각하고 등록한 줄 알았다고...내가 넘 무리했나?)
여튼 단발머리님의 도나도나도나~~
환청 더 들리기전에 이제부터라도 읽자!!
맘 먹었을때 해야 하니까, 딸이 독서실 내려 가는 길에
고민 좀 하다가 부리나케 따라내려 갔더니 딸이 그곳에 없다.
전화하니까 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있단다.
빨랑 와~ 나밖에 없어~
그렇게 둘이서 열공?을 하고 왔다.
열공을 했지만, 애석하게도 해러웨이님의 책은 무슨 말인지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잠 잘까봐
평소 마시지 않는 저녁 커피까지 마시고 갔었는데도
아..9시 넘어가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마구 떨어진다.
뒤에 앉았는 딸에게 부끄러워 뒤를 슬쩍 돌아보니
미동없는 녀석도 졸고 있던...
암튼
해러웨이님의 책은 역시 독서실에 앉아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집중에 집중을 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읽다 보면 놓치게 되는 문장들이 너무 많더라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시는지? 대단들 하시다.
부족한 내공으로 열심히 따라가보고 있는 나로선
일단 선커피.
커피 마시고 내 눈 앞을 보니 왠지 또 은근하게 슬쩍슬쩍
빨강들이 보인다.
5 월은 빨강이 대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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