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맥락 속에 곧 맥락의 질서가 있다.
때론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 하여도 그 무의미 속에
때론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아무 말도 깊게 생각해 보면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처럼...
‘머리에서 들리는 소리를 쓰지 말고, 팔꿈치에서 들리는 소리를 써라‘처럼....
읽으면서 아무 말 하는 작가님들은 아무 말을 쏟아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 그 능력들이 놀랍다.
나도 저런 내공을 연마하고 싶어지더라는...

책은 더 지적이고, 놀라운 대목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들에 꽂혀서
밑줄 긋는다는 부분들이 부끄럽지만, 대략 이런 부분들이었다.


팔꿈치의 노래를 들어라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복수를 잘한대요. 한기씨가 말했다. 내가 여느 때처럼 한기씨에게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아무거나 좋으니 힌트를 주세요, 라고 하니 돌아온말이었다. 맥락을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한기씨는 늘 맥락을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놀라운 건 그 무맥락의 말이 어느순간 연결되며 의미를 ‘창발‘ 한다는 사실이다(대부분 아무말이긴 하지만),
누가 겨울에 태어났는데요?
-저요.
한기씨가 말했다.
- 그리고 은진이(한기씨 와이프), 정원이(한기씨 딸).
다 겨울에 태어났어요.
-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그런 셈이죠.
...
눈밭의 쓸쓸한 최후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지만 쓸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게다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그런 말은 쓸 수 없네요.
나는 다시 한번 한기씨에게 징징댔다. 어떡하죠? 한기씨는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면에 귀를 기울이세요. 한기씨한테 내면도 있어요? 한기씨는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 P227

-머리에서 들리는 소리를 쓰지 말고 팔꿈치에서 들리는 소리를 쓰세요..
- 팔꿈치?
나는 팔꿈치를 귀에 대려고 했지만 닿을 듯 말 듯 닿지 않았다(다들 한번 해보시길……). 팔꿈치를 안고 낑낑대다보니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 이게 돼요?
-안 되죠
-...........
- 그게 바로 문학입니다. 팔꿈치와 귀의 관계.
- ..........
- P228

오한기가 천재라는 건 공인된 사실이다. 본인도 알고 다른 작가들도 안다. 오직 독자들만 모를 뿐이다. 다시 말해한기씨와 독자의 관계도 팔꿈치와 귀의 관계다. 금정연은매일 연금복권을 산다. 연금복권 한 방이면 인생 역전, 정연씨가 말했다. 누구나 죽기 전에 한 번은 복권에 당첨됩니다. 물론 정연씨는 아직 당첨되지 않았고 인생은 역전되지않았다. 죽을 때가 되지 않아서일까? 삶은 죽음으로 완성되는 것일까? 정연씨와 연금복권의 관계도 팔꿈치와 귀의관계다. 상우씨는 이어폰에 빠졌다. 매일 이어폰과 헤드폰후기를 검색해 정보를 알려준다. 에어팟 프로 완전 상세 리뷰! 구매 전에 반드시 봐야 할 영상! 음향 기술로 풀기 힘 - P228

든 것을 애플은 해냈다! 음향 엔지니어로서 완전 멘붕………상우씨는 본인의 이어폰을 우리 귀에 꽂아준다. 들어봐요. 후지이 가제, 스윗한 상우씨..... 그러나 상우씨도 우리도 백 퍼센트 마음에 드는 이어폰을 가질 순 없다. 이때 하이엔드 이어폰은 욕망의 대상그 자체가 아니라 욕망의 원인으로서의 대상 A다. 어떠한실체도 갖고 있지 않은, 그 자체로는 텅 빈 혼돈이지만 주체의 욕망을 통해 볼 때만 형태를 갖는, 실체가 아닌 것의 그림자, 닿을 수 없고 닿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그런…(이어폰), 그러므로 이것 역시 팔꿈치와 귀의 …… - P229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2-05-10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는 동안 제대로 휴식했어요 좋아요 정지돈 🥰

책읽는나무 2022-05-12 14:11   좋아요 0 | URL
저도 읽는 동안 많이 웃었네요.
비타님 읽으시고 정지돈 작가 유머가 좋다고 하신 듯한데 팟캐스트에 정작가님 나왔던데 생각보다 덜 웃기시더라구요?
뭐지? 하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책은 많이 웃겼어요ㅋㅋㅋ
저도 힐링도 하고, 좀 더 많이 걷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2022-05-10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2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2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2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2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2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22-05-12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북플 제 개인사만 쓰고 친구들
방 안 들어가고 조용히 있는데 나무님도 북플 안 들어오시나요? 바쁘신가요? 어버이날도 있고 해서 바쁘긴 하죠 !!! 날도 좋은데.. 꽃구경 다니시는 거 아닌가 몰라요!!!

책읽는나무 2022-05-13 18:04   좋아요 0 | URL
지난주 이사하느라 좀 바빴네요^^
이번주는 제사까지 마치고 나니 살짝 번아웃이 왔는지..널부러져 있었던지라..ㅜㅜ
주말까지 쉬고 담주 월요일부터 정신을 차려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곳은 여름이 시작되려는지 후덥지근해요. 여름꽃들이 피어있긴 하던데...낮엔 볕이 뜨거워 꽃구경하기 쉽지 않네요?
그늘만 찾게 되네요.
모쪼록 모두 다 건강한 여름을 준비해야할 듯한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