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구판절판


우리 속 깊은 곳에 있지만 어떻게 들어가는지는 알지 못했던 집의 문을 마법의 열쇠로 열어주는 한, 우리의 삶에서 독서의 역할은 유익한 것이다.
반면에 독서가 정신에 자신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지 않고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면, 그것은 위험해진다. 그러면 진리는 더 이상 우리에게 사고의 본질적인 진보 및 우리의 진실한 노력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는 이상으로서 나타나지 않는다. 반대로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완전히준비된 꿀처럼 책갈피 사이에 놓여있고, 도서관의 책장에서 꺼내서 보는 수고만 하면 되며, 몸과 마음이 완벽히 평온한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맛을 보면 되는, 물질적인 어떤 것으로서 나타날 것이다.(프루스트)-246쪽

우리가 방문해야 할 것은 일리에 콩브레가 아니다. 프루스트에 대한 참된 경의란 그의 눈을 통해서 우리의 세계를 보는 것이지, 우리의 눈을 통해서 그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닐 것이다.-268쪽

(독서를) 학문 분과로 만드는 것은 단지 '자극'에 불과한 것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 위에 있다. 그것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삶을 구성하지는 않는다.(프루스트)

심지어 가장 훌륭한 책들조차도 결국에는 내팽개쳐야만 하게 마련이다.-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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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7-2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에 대해 밑줄긋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더워서 찾는 수고를 줄여버렸다.

2005-07-23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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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부나 간호사나, 모두 한통속인 이 진찰실은 흡사 유원지 관광차 같다. 일단 타면 일주하는 동안, 그 페이스에 맞출 수밖에 없다.(p154)

맞아, 이라부 종합병원으로 발을 들여놓고, 이라부선생과 마유미짱을 한번 만나게 되면 결코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꺼야. 그런데 나는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어쩌지? 이라부가 그 어려운 국가고시를 통과한 것에 프리메이슨이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만나고 싶다고. 학교 앞 갈비 뷔페를 문닫게 만들어버린 그 몸을 보면서, 하마가 웃으면 꼭 저런 모습일꺼야, 라는 생각을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구. 하마가 웃는 얼굴은 대체 어떤거지?

 

며칠 전,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헤매고 다니면서 감히 국장님에게 '10페이지밖에 안남았어요!'라고 외쳤던 나는 오늘 또다시 겁도 없이 사무실에서 이라부의 진찰실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누가 왔는지 나갔는지도 잊은 채 크하핫~! 하고 소리내며 웃다가 내 처지를 깨닫고 숨죽여 주위를 살펴봤다. 휴~ 다행이다. 마침 직장상사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사무실엔 다행히 나 혼자 앉아있었다. 몰래 힐끔거리며 책을 읽어도 불안할 사무실에서 겁도 없이 이 책을 꺼내들었다니. 행여나 이 글을 보고 나서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제발 맘껏 소리내어 킬킬거릴 수 있는 곳에서 이라부의 진찰을 느껴보시길.

 

이라부의 진단은 딱히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치만 그 한마디 말에 내 마음이 요동친다.

'인생, 길지 않다. 지금 당장 내뱉어야 할 걸 쏟아내지 못하면'(p177)

그렇지? 이것저것 재보지 않고 느낌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한대로, 내가 틀리면 틀렸음을 바로 인정하고 의도하는 바 없이 그저 신나게 웃고 솔직해지고.... 책을 읽다보니 그래야 할 것 같다. 인생, 길지않다. 솔직 담백하게 나의 인생을 살아가자, 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앞날을 살아가야겠다..는 그런거.

그런 느낌이 조금씩 내게 스며들더니 책을 덮을즈음 문득 맘이 짠해진다.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 주는게 말이다(p306).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는 우리에게 이라부 얘기를 해준거였어? 자신이 가진 보물을 이렇게 멋지게 나눠주고 있다니. 정말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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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해적오리 2005-09-0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사고 싶다.

해적오리 2005-09-03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냐 이 책 좀있다 주문할꺼거든...
언니한테 땡스투 눌러수다예.^^ 인형을 달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구판절판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격리된 삶은 과연 어떤 기반 위에 서 있을까?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폭로 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얼마나 상처를 주는가와 연관된 문제일 것이다. -157쪽

.. 서글프긴 하지만 서로에 대한 차이를 존중해주기로 결정했다. 왜 서글픈가? 누군가가 차이를 존중한다고 우쭐대며 말하는 것은 곧 그가 존중하려는 것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그가 솔직하다면 논리상으로는 존중할 수가 없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 가치를 어찌 존중할 수 있겠는가?-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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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6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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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대체 이 제목이 왜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인걸까.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표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새삼스럽게.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버리면 더 이상 자기를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 뒤에는 누군가가 우리에 관한 모든 사실을 다 알아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놓여있다. (p239)

그래서 전기작가들은 그 위대한 인물들이 코딱지를 갖고 노는 것에 대해 서술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아무 생각없이 보낸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나는?

우리가 탐색하고 있는 것은 사적인 삶이다.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내용들로만 전기가 채워질 뿐이라면 그의 삶이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란 말인가?(p152)

아니, 이 말은 지금 리뷰라는 걸 써보겠다고 책을 펴놓고 모니터 쳐다보며 자판을 치고 있는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책을 읽은 느낌은 오로지 나만의 것인데, 나는 그것을 은폐하면서 보통이라는 작가의 말만을 늘어놓고 있지 않는가.
책을 읽으려고 처음 펴들었을 때, 이것이 전기인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뭔지 도통 짐작이 안갔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사진을 펴 보면서 이사벨은 어렸을 때 좀 더 밝은 금발이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는 금발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사벨의 남자친구들 사진을 보다 어느 하나에 '어, 내가 아는 녀석이랑 표정이 똑같다. 재밌네'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봐도 그건 재밌네. 근데 이게 뭐 어쨌단 말인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책이 보통씨가 쓴 또하나의 연애 이야기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때문에 이 책의 되새김질이 시작된다.

책을 펴들고 살펴본다. 원제가 Kiss and Tell이로군. 그 말뜻을 보니 책의 내용이 확 와닿는 느낌이네. 음..근데 겨우 이틀 책을 들고 다니며 봤는데, 정사각형에 가깝던 이 책이 어째 평행사변형으로 변해버렸을까.... 중중거리며 책을 잡았다. 이거 어째 되새김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긴 하지만, 평소의 아무생각없는것과는 달리 머릿속으로는 또 다른 되새김질이 생겨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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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7-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책 보셨군요. 재밌죠?

chika 2005-07-1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이상인 보통씨 책, 이제 두권이 더 있는데, 어느 책을 먼저 읽을지 살짝 고민중임다. ㅋㅋ

비로그인 2005-07-1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멋져요..;;; 리뷰 잘 봤습니다(__)

chika 2005-07-1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댓글을 단 세사람의 공통점. 지금 보통씨에게 살짝(?) 반해있는 사람들. ^^;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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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 읽으려던 독서 계획을 어느 순간 무너뜨리고 몰아쳐서 읽어버리게 만든 책.

옥중서간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깊은 성찰과 높은 집중력으로 쓰인 글일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나의 상상을 넘어서는 글이 담겨 있는 책.

 

어렸을 때 지구를 집어 삼키려는 빨갱이 문어를 포스터로 그렸는데, 공산당의 침략을 잘 표현했다며 게시판에 내 그림이 붙었을때도, 간간이 터지는 간첩 얘기를 들었을 때까지만해도 난 뿔달린 간첩이 무서웠었다. 그때 내게 있어 간첩은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빼앗고 우리나라를 없애려는 나쁜놈,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그런 악당일뿐이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TV에 간첩조작 사건이 연일 발표될즈음 그들의 근거지가 되었던 근처에 살았던 우리 오빠가 그 간첩사건과 뭔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형사의 협박전화를 받고 아버지가 놀래 쓰러지셨을때도 나는 간첩이 무서웠다. 물론 경찰의 전화를 받았던 그 사소한 에피소드는 몇년후에 알게 되었고 어이없어 할때쯤엔 이제 더이상 간첩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름도 우스운 - 적어도 내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우습다는 느낌이 들 뿐인 '깐수'라는 간첩이 잡혔다고 했을 때 '아직도 간첩이 존재했어?' 라는 한마디만 내뱉고 그냥 잊어버렸다. 그 당시 나는 도대체 뭐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걸까?

아무런 기억도 없지만, 우리 학문의 발전을 위해 그의 한문적 연구를 계속 하게 해야한다는 성명이 발표되고...어쩌구. 그것 하나만 남아있었다.
그 단편적인 기억의 한조각을 부풀리면서 책을 읽어가는데 '아, 이것이 학자의 모습이고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간첩이라면 이제 내게 있어 간첩이란 조국통일에의 절절한 염원을 갖고 우리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리뷰를 쓰려고 할 때마다 컴이 멈춰버려 기를쓰고 덤비고 또 덤비는 몇번의 재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쓸 수 없었던 책.

그럼에도 꼭 리뷰를 적고 싶어 며칠 후 다시 시도를 했으나 그 전까지 말짱하던 컴퓨터가 이 책 리뷰를 쓰려고 하니 재부팅조차 안되어버려 화가 나게 만드는 원인이 된 책.

가장 중요한 것은 정작 책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까지의 에피소드만 나열하게 된 글이라도 부득부득 올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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