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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이라부나 간호사나, 모두 한통속인 이 진찰실은 흡사 유원지 관광차 같다. 일단 타면 일주하는 동안, 그 페이스에 맞출 수밖에 없다.(p154)
맞아, 이라부 종합병원으로 발을 들여놓고, 이라부선생과 마유미짱을 한번 만나게 되면 결코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꺼야. 그런데 나는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어쩌지? 이라부가 그 어려운 국가고시를 통과한 것에 프리메이슨이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만나고 싶다고. 학교 앞 갈비 뷔페를 문닫게 만들어버린 그 몸을 보면서, 하마가 웃으면 꼭 저런 모습일꺼야, 라는 생각을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구. 하마가 웃는 얼굴은 대체 어떤거지?
며칠 전,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헤매고 다니면서 감히 국장님에게 '10페이지밖에 안남았어요!'라고 외쳤던 나는 오늘 또다시 겁도 없이 사무실에서 이라부의 진찰실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누가 왔는지 나갔는지도 잊은 채 크하핫~! 하고 소리내며 웃다가 내 처지를 깨닫고 숨죽여 주위를 살펴봤다. 휴~ 다행이다. 마침 직장상사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사무실엔 다행히 나 혼자 앉아있었다. 몰래 힐끔거리며 책을 읽어도 불안할 사무실에서 겁도 없이 이 책을 꺼내들었다니. 행여나 이 글을 보고 나서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제발 맘껏 소리내어 킬킬거릴 수 있는 곳에서 이라부의 진찰을 느껴보시길.
이라부의 진단은 딱히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치만 그 한마디 말에 내 마음이 요동친다.
'인생, 길지 않다. 지금 당장 내뱉어야 할 걸 쏟아내지 못하면'(p177)
그렇지? 이것저것 재보지 않고 느낌대로, 내가 옳다고 생각한대로, 내가 틀리면 틀렸음을 바로 인정하고 의도하는 바 없이 그저 신나게 웃고 솔직해지고.... 책을 읽다보니 그래야 할 것 같다. 인생, 길지않다. 솔직 담백하게 나의 인생을 살아가자, 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앞날을 살아가야겠다..는 그런거.
그런 느낌이 조금씩 내게 스며들더니 책을 덮을즈음 문득 맘이 짠해진다.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 주는게 말이다(p306).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는 우리에게 이라부 얘기를 해준거였어? 자신이 가진 보물을 이렇게 멋지게 나눠주고 있다니. 정말 멋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