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와는 반대로 바다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영상에 담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많은 나라에서 어선 갑판원 대다수는 배를 타는 동안 휴대전화를 압수당한다. 내가 바다에서 몇 번이고목격한 상황이 오늘날에도 끈질기게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 무언가가 유튜브에 올라가 세상에 나오지 않는 한 그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바다 위에서벌어지는 참혹한 범죄가 담긴 희귀 영상이 이렇게 버젓이 있는데도, 불붙어 마땅한 분노가 일어나지 않고 잠잠한 듯했다.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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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은 사실 내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서 조금은 막연하게 환경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로만 읽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현실적인 느낌이 들기 시작한것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경계해역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대한 에피소드...아니, 사건?을 읽으면서이다.
먼 과거에는 우리 어선이 일본해군에 나포되어 벌금을 물었던 시기가 있었던것같고.
근래 뉴스에는 중국의 불법 저인망 어선이 우리 해역에 들어와 고기잡이를 하는데 그들을 막아선 해경이 다치기도하고...
아무튼 이곳이나 저곳이나 비슷한건가...싶었다.
그리고 어느곳이나 외교적 갈등을 원치않는다는 말 속에 수많은 진실이 묻혀있다는거.
... ...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자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베트남 선박이 인도네시아가 자국 바다라 주장하는 수역에 80킬로미터 이상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구조‘가 필요했던 것은 애초에 베트남 측에서 군이 탄 배를 들이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빼놓았다. 열띤 교섭이 몇 시간 동안 벌어졌고 그때 인도네시아 측은 베트남 어민을전원 돌려보내겠다고 누차 제안했으나 베트남 해양경찰 쪽에서군의 인도를 거부했다는 사실도 이야기되지 않았다.
나는 푸지아투티 장관에게 연락해 왜 정부가 사건을 눈가림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우리는 실망감을 전했고 베트남측에서 사과도 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대형 충돌을 원하지 않았고요." 푸지아투티는 갈등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개탄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전화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도 경찰이 인도네시아 수역에서 또 한 번 베트남의 파란배를 무더기로 나포했다고 했다.
이어서 푸지아투티는 인도네시아가 선박을 몇 척 폭파한 뒤로 난입을 중단한 중국과 달리 베트남 정부는 자국 어선단의 고뼈를 조일 역량이나 의지가 없다고 했다. 나는 베트남 측이 어쩌면 자국 수역에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어획하러 오는 것을 난입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푸지아투티는 웃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죠. 하지만 나는 선이 어디에있는지 지도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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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정욱 지음 / 북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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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따뜻한 날이었다"

소설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 소설은 역시 현실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이지만 낮 기온이 25에 달하던 그 날, 거리에서 반팔소매를 입고 있는 사람도 봤었기에 유난히 이 소설의 첫문장이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겨울은 역시 겨울이라고 말하듯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눈까지 내리는 겨울날씨가 시작되었고 소설은 현실을 투영하는 비현실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의 현실을 통찰해보게 한다는 의미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는 2023년 새해가 시작되는 날 갑자기 세계가 5년전으로 리셋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사실 수많은 타임슬립 소설을 읽으며 역사의 틀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조금은 예상되는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소설은  뻔하게 이어가다가 뻔하지 않은 전개로 시작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고객사의 돈을 유용했다가 모든 것이 밝혀지며 회생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태오는 회사 옥상에서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카운트다운 소리를 들으며 몸을 던져버린다. 

그런데 태오는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나는데 눈을 뜬 세상이 2018년이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자신의 삶을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일도 없었던 듯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으로 달려가는데... 그때부터 예상밖의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해 이 책을 단숨에 읽을수밖에 없었다. 5년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것은 태오만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세계가 똑같이 5년전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라는 발상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상상속의 세계지만 그 세계는 현실의 반영이 되는 세계이니 현실적인 문제들이 자꾸만 드러나게 된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기도 하지만 5살이 안된 아이들의 삶은 온전히 사라져버렸고 어른이 되었지만 다시 미성년자로 돌아가 부조리한 생활을 살아가기도 한다. 세상이 5년전으로 리셋되었지만 문제는 사람들의 생각은 사라진 5년동안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복무를 했지만 리셋되어버리며 다시 군복무를 해야하는 황당한 억울함도 이해가 되긴했지만 5년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없었던 일로 해버린다는 것은 선한 사람들에게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그 시간동안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의 성공을 가로채버리는 일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세상은 절대로 리셋되면 안돌 것 같다. 


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라는 것은 사라진 5년의 시간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지만 그 모든 상황을 바꿔놓을 수 없기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미래세탁법무사무실에서 의뢰받은 건을 해결해주는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감동적이기도 하고 세상은 결국 정의로움이 이길 것이다,라는 것을 말하면서도 그것이 뻔하게 느껴지지 않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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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게 구조 일을 해온 취재원은 우리 잘못이 아닐 거라고 했다. 인신매매업자는 이미 갑판원의 위치를 알았고 그를 다시 배로 끌고 갈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여기는 작은 동네잖아요. 소식이 빨리 퍼지죠.˝ 나는 경찰에게 연락하자는 말을 꺼냈다. 취재원은 놀랍다는 눈으로, 어쩌면 한심하다는눈으로 나를 봤다. ˝이언, 아까 그 사람들이 경찰입니다.˝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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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는 법집행을 교묘히 피해가며 환경을 파괴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저인망어선에 대한 다큐...로 시작하여 선상의 열악함을 넘어서는 상상이상의 생활환경을 언급하다가 결국은 인신매매 되어 노예 수준의 선원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짬짬이 읽어나가고 있는데 역시나 빠지지않는 아동성착취,인신매매...그리고 그런 불법의 뒷배는 경찰.
앞으로 이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지게 될런지.


10년도 넘게 구조 일을 해온 취재원은 우리 잘못이 아닐 거라고 했다. 인신매매업자는 이미 갑판원의 위치를 알았고 그를 다시 배로 끌고 갈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여기는 작은 동네잖아요. 소식이 빨리 퍼지죠." 나는 경찰에게 연락하자는 말을 꺼냈다. 취재원은 놀랍다는 눈으로, 어쩌면 한심하다는눈으로 나를 봤다. "이언, 아까 그 사람들이 경찰입니다."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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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의 폭발적인 원자력 시대 스릴러
제이다 유안 지음, 김민성 옮김, 크리스토퍼 놀란 서문 / 아르누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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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서문으로 시작하는 오펜하이머 아트북은 영화 오펜하이머의 제작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 등의 인터뷰와 더불어 촬영현장 사진과 스토리보드 등의 사진도 같이 담겨있는 책이다. 


"영화는 완성되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로부터 흥미와 의문을 느끼고 있습니다"(에필로그, 271)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의 일화를 탐구한 것은 그저 이 물리학자를 평생 흠모하게 될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은 아니었다. 그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 영화를 연출한 이후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관심이 많았지만 시간에 쫓겨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해야할지...아무튼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영화에 대한 책을 읽어도 되려나 라는 생각도 잠시 그냥 모르면 모르는대로 이야기를 따라가면 나중에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뭔가 다른 것이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펜하이머 촬영을 시작했을 때 놀란 감독의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유로 세트장에 딱 하루만 있었다는 배우도 있다고 하니 놀란 감독의 영향으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유명해진 것이라고 해도 딱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뷰와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본 예고편만으로 유추해보는 영화 오펜하이머는 실존인물에 대한 전기영화이지만 그 누구도 이 영화를 전기영화라고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폭발적인 원자력 시대 스릴러'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 영화 검색을 해 보면 '스릴러'로 분류되어 있다. 역사적인 사건과 실존 인물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된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맘 졸이며 집중하게 하는 연출을 했다는 걸 생각하면 역시 믿고 볼 수 있는 감독의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감독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각각의 인물들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알게 되어 좋았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가 제작되었을 때 책을 먼저 읽는 것과 영화를 먼저 보는 것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연기한 모습을 먼저 보는 것과 그 역할에 대해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는지를 알고 보는 것의 차이가 있을텐데 선택의 여지없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먼저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영화를 보면서 또 어떤 느낌이 들지 좀 궁금해진다.


책의 판형이 커서 영화 장면이라거나 놀란 감독이 직접 찍은 오펜하이머 생가의 사진이라거나 출연 배우들의 사진 등이 선명하고 크게 보이는 것은 좋았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판형이 큰 양장본이라 무겁다는 것과 소장하고 싶을 만큼의 사진 퀄리티는 아니라는 것이다. 소품이나 세부촬영장면, 스토리보드, 콘셉 같은 사진은 물론 좋았지만 기록사진들이 다 예술적으로 보이지는 않다는 것이 좀 아쉽다고 한다면 내가 영화를 보지 않았기때문에 사진 속 장면들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때문인 것일까? 아무튼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 아쉬움을 보류해봐야겠다. 

영화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책장을 넘기며 또 다른 한편의 기록영화를 보는 느낌일 것 같아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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