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다례 - 찻잔에 담긴 맛과 멋
성균예절차문화연구소 지음 / 파라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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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다례는 '찻잔에 담긴 멋과 맛'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것처럼 찻자리의 멋과 예의, 차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과 맛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차의 종류나 차도구들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실제 사진이 담겨있어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흔히 '차'라고 하면 녹차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녹차뿐만 아니라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는 산화와 발효에 따른 분류를 한 것이며 그 각각의 차는 또 세분하여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기본 지식이 쌓이는 느낌이 든다. 물론 찻잎을 따는 시기와 찻잎의 모양에 따른 구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산화와 발효에 따른 구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우연히 보이차도 생차와 숙차로 구분할 수 있다고 알게 되었는데 이 보이차가 곧 흑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흑차의 하나가 보이차인지 명확한 설명은 없지만 보이차는 흑차에 속하는 차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차나무의 기원은 중국과 인도의 기원설이 있었지만 최근 최고령 차나무와 2억오천만 년 전 추정 찻잎 화석까지 발견되어 중국 운남성이 그 근원지로 인정받고 있다. 차나무는 지역에 따라 강우량과 일조량, 토양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으며 찻잎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서도 차의 종류와 맛이 달라진다. 덖음과 유념을 반복하여 건조하여 만드는 한국의 차와 다양한 살청방법을 사용하는 중국, 증제차 비율이 높은 일본의 녹차 비교도 흥미로웠다.

차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읽고 있으니 차를 마실 때도 조금 더 세세하게 구분하여 마시면 그 맛과 향을 즐기며 또 다른 멋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차의 이론적인 이야기에 이어 우리 역사 속 차인 이야기는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와 인연,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 찻자리에 초대받았을때의 예절과 초대를 하는 예절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차에 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책이어서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갖고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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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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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또 밤인가."


첫 문장부터 심상찮은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책을 다 읽고난 후 다시 읽어보니, 중세의 암흑기를 과거의 역사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자고 또 밤,인가. 중세의 마녀사냥은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로만 넘길 수 있는 이야기인것인가, 묻고 있는 듯 하다.


소설의 배경은 안드로이드가 고도로 발달한 세계다. 창조주인 신의 피조물 인간의 유일성에 도전하는 안드로이드의 존재를 거부하는 근본주의자들과 그에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과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세계에 대한 정의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은퇴한 사제 레미지오는 요양촌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노쇠한데다 치매 증상까지 있는 레미지오 신부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어느 밤에 병자성사를 청하는 자매의 전화를 받고 길을 나선다. 뭔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성수를 뿌리며 병자성사를 주지만, 병자성사를 받은 루치아라는 자매는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에게 성사를 집행한 레미지오 신부는 성사가 무효임을 외치지만 이미 루치아는 '엑스 오페레 오페라토'를 외치며 성사가 유효함을 주장한다. 

성사를 받고 천국으로 갈 수 있을것이라고 하던 루치아는 사라져버리고 안드로이드에게 성사를 집행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한 레미지오 신부는 은퇴사제 요양촌 책임자인 유안석 몬시뇰에게 그 사실을 고백한다. 

인간형 로봇의 제작을 반대하는 가톨릭 보수단체 '호르투스데이'의 핵심 인물인 유안석은 그가 후견하는 김제이를 통해 루치아를 추적하여 없애려하는데......


안드로이드가 스스로 판단을 하며 인간화되어가고 인간은 불로불사에 가까워지려는 것처럼 소멸되어가는 육체를 기계로 연명하며 기계가 되어가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철학적인 문제제기가 전부인 어려운 소설은 아니다. 천국을 염원하는 안드로이드 루치아를 뒤쫓는 김제이의 형사물 같기도 하고, 또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어머니와 신학생인 동생을 위해 유안석 몬시뇰의 개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김제이의 존재에 얽힌 미스테리함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이며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끌어내고 있다.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추격전이 적당히 어우러지며 마지막에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처음의 시작과 연결이 되며 비로소 '녹슬지 않는 세계'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된다. 천국과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은 무엇일까...고민에 빠져보게 되지만 이 소설을 통해 종교적인 의미부여나 해석은 일단 보류해보는 것으로 하고.

다만 잘 짜여진 구성과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소설 녹슬지 않는 세계를 읽고나니 김아직 작가의 또 다른 소설들이 너무 궁금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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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늙음이 무엇이기에 한때 히폴리투스와 오리게네스, 테르툴리아누스의 사상을 논하던 사제를 저렇게 존재의 찌꺼기같은 몰골로 만들어버리는가.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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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노인이 쓰러져 돌봄 문제가 발생하면 오로지 지원 방법이나 요양돌봄과 같은 의료, 간호, 복지 측면에서만 해결방법을 찾아왔다.
하지만 노인의 삶과 현실적인 생활 문제로 눈을 돌려, 아직 힘이 남아 있는 동안에 배우고 준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밝혀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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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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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도대체 죄인을 왜 살리는 겨? 다 뒤지게 냅둬야지."


소설의 첫 문장부터 심상치가 않다. 정말 죄인은 다 뒤지게 냅둬야하는게 맞는 것 같지만 실상 내게 그리 묻는다면 선뜻 그런 답을 하기 힘들 것 같다. 

이 소설은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병삼과 병삼으로 인해 개과천선하여 목사가 된 바울과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주위의 성인 남자들이 땀냄새를 맡게 되면 이유없이 화를 내게 만들어버리는 보라, 아버지의 비리를 고발하고 그 뒤를 이어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된 재일, 네 사람을 중심으로 한 액션 활극,이라 말하고 싶지만 그보다는 부조리한 세상의 비리를 고발하는 풍자극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울이 목회자로 있는 한마음 교회에서 운전기사를 하는 병삼은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교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경찰서에서 폭행논란이 생긴 싸움을 지켜보다가 한 여자의 뺨을 후려치고 만다. 그에게 뺨을 맞은 여자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기 시작한다. 그 여자의 사기 행각에 죄를 뒤집어쓸뻔한 사람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인 재일이다. 뜻하지 않게 재일을 구해주게 된 병삼은 재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으며 재일교회로 이직할 것을 권유받는다. 그곳에서 또 다른 사건들이 시작되는데...


이미 짐작이 되는것처럼 사기꾼에 부량아처럼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정직한 생활을 하고 있고 모두를 속이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비리형 인간들이 있음을 여러 사건과 은유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결말이 빤히 보이는 듯 하지만 왠지모를 흡입력으로 자꾸만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현실은 바뀌지 않아, 라는 결말로 이어지는건가 싶다가 또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질 때, 문득 '후려치는 안녕'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처음 제목을 읽으면서 자꾸만 후려치는 인생,이 먼저 떠올라 적응이 안되었었는데 책을 다 읽고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이 결말이야말로 정말 '후려치는' 안녕인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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