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지음, 성원 옮김 / 해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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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한 모금, 폐를 가득 채운다. 그다음 순간 생명의 태엽이 가차없이 째깍이며 정해진 운명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가 개입해서 장비에 끼어들고 리듬을 방해한다. 의식적인 마음은 몸의 원시적인 힘을 이기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호흡을 중단시킬 수는 없어도 지연시킬 수는 있다. 1분, 어쩌면 2분정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매초 힘들어지는 노력, 그 노력이 필요하다. 저항의 노력이 치열해질수록 마음의 집중 역시 강렬해진다. 그리고 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375)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폐에 공기가 차며 숨을 쉬기 시작하며 생명의 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생명과학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저 문학적인 표현에 책장을 쉽게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폐수술을 하고 언제 또다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가 망가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 내용을 더 유심히 보게 한다. 뿌옇게 스모그가 낀 도심의 거리, 이제는 매일의 날씨예보를 하듯 날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공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내 생명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벌써 이십여년이 된듯한데, 캐나다 여행을 하고난 후 서울에 도착했을 때, 예전에는 몰랐었던 서울도심의 매캐한 매연을 맡고 황급히 차창문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 숨쉬기가 불편할만큼 고약한 매연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미세먼지는 냄새도 없어서 무심결에 지나쳐버리고 만다. 한때 비흡연여성의 폐암발생비율이 높은 이유가 부엌에서의 조리과정에서 흡입하는 연기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왔었는데, 실제로 담배가 폐암에 영향을 끼치기는 하겠지만 폐암의 이유가 절대적으로 담배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산불이 나면 자연재해라고만 생각을 하는데 나무가 연소되면서 나오는 연기 역시 폐에는 좋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코로나팬데믹 이후 봉쇄조치로 인해 자연환경이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공기가 깨뜻해지고 탄소배출량이 줄어들었지만 이후 팬데믹이 해제되면 그 모든 효과는 사라지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봉쇄조치만으로 깨끗한 공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제의 대비로 기업의 변화와 국가적 지원이 따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전기차의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전기차를 운반하는 대형트레일러는 여전히 디젤차이고 석탄을 사용하고 화목난로 역시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깨끗한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지금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십여년전만해도 중국은 정보를 통제하고 맑은 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정치쇼를 했고 우리는 미세먼지의 폭풍속에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었다. 2011년 소셜미디어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정보통제가 되는 것처럼 베이징의 날씨는 언제나 쾌청하다고 했을까......

상징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공기의 질, 특히 베이징뿐 아니라 인도의 뉴델리, 영국의 런던까지 악화된 공기가 특히 어린아이들의 폐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명확한 자료와 경험치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막연히 환경을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확실히 깨끗한 공기, 깨끗한 환경을 위해 행동을 해야하는때가 되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 마스크를 잊지 말아야지,라는 것만을 떠올리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하고 실천해야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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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2.5. 글자와 숫자, 치명적인 위협을 숨기고 있는 건조한 표기.
2.5마이크로그램보다 작은 초미세먼지. 대부분의 박테리아에 비해 크기가 절반이고 일부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미립자,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모여 있으면 햇볕이 침침해지고 건물과 산의 형체가 흐려지는 물질. 하지만 각각은 가장 성능이 좋은 도구가 있어야만 볼 수 있다.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어둡고 불길하다. 각자 모양도 다르다. 어떤 것은 부드럽고 둥글게 생겼고, 어떤 것은 삐죽삐죽하고 면이 많으며, 불규칙한 타원형으로 구부러진 사슬과 나뭇가지 모양으로도 늘어나 있다. 아니면 이상한 모양의 찰흙 덩어리나 밀도 높은 솜털처럼 짓눌려 있다.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것들은 인간이 태울 수 있는 모든 것 안에 들어찬 온갖 성분들이다. 탄소와 규소, 철과 알루미늄, 타이타늄과 황, 그리고 구리와 텅스텐과 납. 때로는 형체가 바뀌고 비틀어져서 치명적인 새 파트너와 결합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바람을 타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대양과 대륙을 건널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창문 아래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정도로, 공기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들이마실 때까지. 몸속에 들어간 다음에는 폐를 통해 깊이, 더 깊이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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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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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정치적 우화"라고 소개된 이 책은 오르한 파묵 이후 노벨문학상에 가까운 튀르키에 작가로 불리는 쥴퓌 리바넬리의 소설이다. 

사실 오르한 파묵의 글을 읽을 때 쉽지 않았었는데 '정치적 우화'라고 하니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읽는 것이 망설여졌는데 이 소설은 절대 어렵지 않은, 하지만 적나라하게 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우화로 읽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지상낙원, 사계절 내내 온화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세상이었던 섬에 '그'가 나타난 이후로 공동체의 삶뿐 아니라 자연생태계마저 파괴당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부터 모두가 그렇게 예상을 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어긋나며 틈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문명에서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에서 모두가 가족은 아니지만 대가족이 살아가는 것처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어느날 전대통령이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섬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가 섬을 바꿔놓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늘을 드리워주던 섬의 나무를 베어내버리고, 나무에 앉아 쉬던 갈매기들이 나무가 사라진 길에서 전대통령의 손녀가 손에 든 과자로 달려들던 갈매기를 피하다 넘어지는 사고가 나고 그것이 갈매기를 없애려는 이유가 된다. 인간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잘라내버린 나무 하나가 가져온 파급효과는 결국 섬의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리게 된다. 

그것이 인간에게서 시작한 것임을 잊고 애꿎은 동물과 자연을 탓하는 모습이 정말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바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굴복에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 이 상황에서 고개를 숙인 인류가 더 똑똑했던 건가, 아니면 저항한 갈매기가 더 똑똑했던 건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맞지 않을까?"(286)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또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말솜씨가 없는 내가 전하는 우화이야기는 재미없게 간추려버린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소설을 펼쳐든다면 뻔해보였던 이야기가 전혀 뻔하지 않게 전개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구멍가게 아들이 소설 속 작가의 손을 잡아 끌던 모습이, 처음으로 소리를 내던 모습이 가장 따뜻하고 가장 마음이 아팠다. 우리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우리의 용기없음이 가져오는 비극일 수 있다는 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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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자네는 지금 게으름으로 인하여 가장 힘든 삶 속으로 이끌려 들고 있네. 아! 자네가 스스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달이라고천명하다니! 일할 준비를 하게 무시무시한 기계 하나를 본 적이 있는가? 압연기라고 하는 기계라네. 조심해야 할 기계라네. 몹시 음흉하고 사나운 기계지. 누구든 그 기계에 옷자락 하나라도 물리는 날이면, 온몸이 기계 속으로 끌려 들어가지. 그 기계가 곧 게으름이라네.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때 자네를 단단히 붙잡아 피신하게! 그러지 않으면 끝장일세. 얼마 아니되어 자네는 톱니바퀴 속에 들어가있을 걸세. 일단 걸려들면 희망이 없네. 게으른 자들에게는 고통밖에 없네! 더 이상 휴식은 없네 무자비한 노동의 강철 손아귀가 자네를 움켜잡을 걸세. 먹을 것을 벌고, 종사할 일을 가지며, 의무를 이행하는 것 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것이싫다는 말이지! 그럼 좋아! 자네는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될 걸세. 노동은 곧 법일세. 그것을 권태롭다고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형벌로 그것이 주어질 걸세, 자네가 노동자 되기를 원치않을경우, 자네는 노예가 될 걸세. 노동이 자네를 한 손으로 놓아주는 것은, 다른 손으로 자네를 다시 잡기 위함일세. 자네가 그것의 친구 되기를 원치 않을 경우, 그것의 검둥이 노예가 될 걸세. 아! 자네가 많은 사람들이 감당하는 정직한 피곤을 마다한 대가로, 자네는 저주받은 사람들의 땀을흘려야 할 걸세. 다른 이들이 노래할 때 자네는 헐떡거릴 걸세. 자네가 멀리에서, 까마득한 저 아래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쳐다보노라면, 그들이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걸세. 밭갈이하는 사람, 수확하는 사람, 대장장이 둥이, 낙원에 들어가 지극한 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찬연한 빛으로 감싸인 듯 보일 걸세. 대장간의간의 모루에서 작열하는 빛이 얼마나 찬연한가! 쟁기로 밭을 갈고, 곡식의 이삭을 다발로 묶는 일이 곧 기쁨이라네. 바람을 받아 자유롭게떠다니는 작은 배, 그것이 곧 축제라네! 그러는 동안 게으른 자네는곡괭이질 하고, 끌고, 구르고, 한없이 걸어야 할 걸세! 자네의 목에걸린 굴레를 끌어야 하니, 자네는 지옥의 길마 진 짐승일세! 아! 아무일도 하지 않는 것이 자네의 목표라니! 그러면 단 한 주간도, 단 하루도, 단 한 시간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할 걸세. 극도의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들어 올릴 수 없을 걸세. 어느 한순간도, 자네의 근육이 우지끈 소리를 내지 않고는 흐르지 않을 걸세. 다른 이들에게는 깃털에 불과한 것이 자네에게는 거대한 바위처럼 무거울 걸세. 지극히 간단한 것들이 절벽처럼 보일 걸세. 자네를둘러싸고 있는 삶이 괴물로 변할 걸세. 가고 오고 숨 쉬는 것조차 무서운 고역이 될 걸세. 자네의 허파가 일백 리브르의 중량에 짓눌린 것 같을 걸세. 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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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잖아,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 못 하는 것 말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그 순간 내가 해야만 한다고 느꼈어."
실패로 막을 내린 마지막 민중항쟁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열사가내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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