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의 김치 장아찌
김수미 지음 / 그린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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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채소 한무더기를 줬는데  위에 갓이 얹어져있어 꽤 많은 분량이라 귀한 갓김치를 만들어먹을 꿈에 부풀었다.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마침 집에 도착한 김수미의 김치장아찌를 펼쳐들고 갓김치 만드는 법을 찾아봤다. 그런데 아쉽게도 갓김치 레시피는 없는 것이다. 아쉬운대로 장아찌를 만들어볼까 하고 책을 뒤적이다 갓을 씻어 절여둬야겠다는 생각에 갓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위에 얹어진 서너포기를 꺼내니 밑에 깔려있는 건 다른 채소였다. 퇴근후 갓을 씻어다듬고 김싼치를 만드는 수고가 줄어든것은 좋지만 쌉싸름한 갓김치를 먹을 기회도 사라져 괜히 아쉬운 마음에 책만 뒤적거렸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워본적이 없고 엄마의 맛을 찾아 어깨너머로 본 기억을 떠올리며 만들어 본 것이 전부라는 김수미님의 레시피는 어렵지 않고 간단하다. 전문 요리가들처럼 맛을 내기 위해 양념에 과일을 넣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때나 쉽게 채소를 이용해 김치를 만들고 장아찌를 만들어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전부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는 좀 비싸고 흔치않은 식재료에 속하는 갓김치레시피가 없는 것이었나 싶다. 


기본적으로 김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놓을 것은 멸치액젓과 황태육수다. 멸치액젓을 끓여 면보로 걸러주면 불순물과 군내가 제거되어 맛이 깔끔해진다고 한다. 건고추의 고추씨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우려내 칼칼한 맛을 더하고 황태머리에서 지느러미와 아가미부분을 제거해야 육수맛이 깔끔해진다는 수미팁을 기억하며 멸치액젓과 황태육수를 준비해두면 언제든 김치를 만들어먹을 수 있다. 황태육수를 이용하는 것은 또 처음 접하는데 김치의 깔끔한 맛을 낸다고 하니 이번 겨울 김치에 한번 활용해보고 싶다. 


장아찌편에서는 만능장아찌간장을 끓이는 버전과 끓이지않는 버전 두가지 방법이 나와있는데 재료에 따라 어울리는 만능장아찌간장이 있다. 양파, 무, 고추채, 궁채, 새송이버섯 등이 끓여 만드는 만능장아찌 간장과 어울린다고 하는데 수분이 많은 채소가 끓인 간장과 어울리는 건가 싶기도 하다. 

김치와 장아찌를 만드는 과정이 사진으로 잘 표현되어 있는데다 레시피 설명도 간단히 나와있어 따라하기가 쉬운데 '수미의 팁'이 있어 재료나 조리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맛을 내는 것, 요리초보자가 쉽게 알 수 없는 소소한 부분들을 배울 수 있어 말 그대로 요리의 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강조하며 여러사람에게 밥 한끼 먹이고 싶다는 김수미님의 마음은 좀 더 간단히 만들면서도 쉽게 상하는 반찬들과 달리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김치와 장아찌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짠음식을 피해야하는 내게는 이것이 딜레마다. 그래도 별다른 반찬이 없을 때 밥상을 채워주는 건 맛있는 김치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 각종 장아찌니 제철채소를 이용해 시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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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과 버려진다는 것… 그리고 혼자 남겨진다는 것!
놀랍게도 그것들은 다 소중한 의미였다. 정적인 섬에서의 삶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과거의 그날들을 떠올린다. 강탈당한 그 천국을 생각하며 가슴을 쥐어뜯으며 통곡이라도 하고 싶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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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1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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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2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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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2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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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7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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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7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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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물건들 - 옛 물건은 훗날 역사라 부르는 모든 사건의 '씨앗'이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 1
주용 지음, 신정현 옮김 / 나무발전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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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글이 읽히지 않을 때가 있고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때가 있고 글이 자연스럽게 안쓰여질 때가 있다. 이럴때는 무상무념 티비보면서 멍때리는 것이 최고겠지만 눈 앞에 쌓여있는 책을 읽어야한다는 강박이 자꾸만 책을 펼쳐들게 한다. 소설이라면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도판이 많은 책은 또 다르다. 이 책 '자금성의 물건들'은 그래서 글을 읽기 전에 먼저 도판을 보기 시작하며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청동 유물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섬세한 유물과는 또 다른 모습이라고만 생각하며 도판을 넘기다가 설명을 읽고난 후 다시 사진 속 물건을 보니 그 느낌이 또 다르다. 그저 받침다리로만 보고 넘겼던 것이 귀엽게(!) 혀를 내미는 호랑이 형상이라는 것도 재미있고 단순한 생활의자의 등받이에 물결무늬가 또 새롭게 보인다. 

저자가 자금성의 유물들을 물건이라고 부르는 것은 시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러 왕조의 비바람이 수렴되어 있고 시간의 힘이 응축되어 있는" 물건의 무한한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또한 언젠가 다 사라질 것이지만 저자는 "우리 옛 문명에 대한 경이와 경탄이며 문화의 핏줄에서 나오는 자부심이다"라 말하고 있다.(6-11)

저자의 이 말이 모든 문화유산에 대한 것이라면 좋았을텐데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말하는 '우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중국의 유물에 대한 것뿐이라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마음이 쎄해진다. 


"China가 도자기를 의미하는 것을 중국인은 모두 안다. 그러나 Japan이 칠기를 의미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일본 사람들이 칠기를 나라 이름으로 삼은 것은 칠기가 화려하고 아름답고 자연과 융합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칠기의 역사가 자기의 역사보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명은 그 문명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문명이 중국보다 유구하다고 표현하려는 의도도 있다. ... 우리 스스로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 이를 찾아오려면 서둘러야 한다"(296)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와 더불어 나르시시스트는 피해야 되는 사람들이라고 하던데 모든 세상의 중심은 차이나, 라고 하는 것 같은 발언에 옛 물건들에 감탄을 하던 마음이 조금은 식어버렸다. 하지만 이는 그저 저자의 이야기일뿐 옛 물건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사라지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니 사심없이 아름다움에 빠져들어보자. 당나라 시대의 채색한 도기 인형이 중국의 비너스라고 칭하는 것에는 반박할 이유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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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세이지 - SF오디오스토리어워즈 수상작품집
본디소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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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F오디오스토리어워즈 수상작품집, 이며 제목 '온 세상의 세이지'는 대상과 동일한 제목이며 우수상 5작품을 포함해 총 6작품이 실려있다. 독자투표와 심사위원 선정을 통해 작품이 선정되었다고하니 이해가 안될 것 같은 SF의 세계관도 조금은 접근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 선뜻 읽어보기를 청했다. 사실 SF는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분야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현실의 반영이라 하더라도.


대상 '온 세상의 세이지'는 서로 완전히 다른 두 사람, 사현과 세이지의 만남이 연인으로 바뀌고 그 다름으로 인해 결국 헤어지게 되지만 뜻밖의 사고로 두 사람은 새로운 동거가 시작된다. 하지만 두 팔을 잃은 세이지가 사라지고 몇년 후 사현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현실과 가상현실에 대한 늘 예상이 될 것 같은 세계의 이야기지만 데이터로 구현된 가상현실을 넘어 '온 세상이 세이지'가 되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단조로운 사현의 세상이었다. 홍사현은 다이브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70). 이렇게 되내이는 사현의 모습에서 '사랑'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대상인 '온 세상의 세이지'와 작품집에 실려있는 마지막 작품 '저장장'이 예상밖의 전개이지만 아날로그 세계가 더 익숙한 내게는 더 마음에 남는다. 현실의 기억이 데이터화되어 가상세계를 이루고 현존하지 않는 사람이 현존하는 것 처럼 꾸며지는 세계와의 조우가 미래의 현재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미래의 현재가 좋을지 잘 모르겠다. 


사랑의 블랙홀은 소영과 다정의 에피소드 같지만 결국은 우주탐사에도 적용이 되는 여성의 임신과 경력단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주탐사선에 올라 블랙홀의 세계로 사라져버린 것은 소영의 남편이지만. 소영과 다른 선택을 한 다정에게 "여성 인권도 20년 당겨졌네"라고 말하지만 소영을 바라보는 다정의 세계관은 또 다르다. 어쩌면 이 에피소드를 통해 어떠한 선택이든 후회없음에 방점이 있다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지구의 지구와 데드, 스투키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가 서로 다른 환경과 시간의 흐름을 갖고 있으며 그 경계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는 성서의 재해석을 담은 종교적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어서 좀 더 그 의미를 생각해보며 읽었지만 솔직히 가장 이해하기가 힘든 세계관이었다. 


덧. 이 수상작품집이 독특한 것은 오디오북으로 먼저 출간이 되었다는 것이며 작품집에는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으로 연결되는 큐알코드가 담겨있다. 그 특성을 먼저 살려 오디오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지만 밀리의 서재 회원이 아니어서 일단 종이책으로 읽었는데 오디오북으로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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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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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곳에서 지낸 밤들은 말 그대로 별세상이었다. 우리는 밤이면 땅바닥에 누워 칠흑처럼 새까만 밤하늘에 다이아몬드처럼 총총 박힌 별들을 구경했다. 유성은 푸르고 하얀 꼬리를 길게 끌며 하늘을 가르고 인공위성들이 우주를 여행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231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기만 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내 아프리카 초원지대에서의 현실생활은 상상이상으로 고되고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칼라하리의 절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 공화국의 칼라하리 지역에서 지낸 생태학자 부부의 7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것도 무려 지금으로부터 오십여년전인 1970년대에.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사파리 여행을 간다고 해도 위험하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데 반세기 전에 트럭하나에 전재산을 싣고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났다니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들이 아프리카로 떠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칼라하리에서 지낸 모든 이야기가 현실인가 싶다.


... 무엇인가를 마구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다가 지우고. 도무지 글을 이어나갈수가 없다. 티비에서 보던 동물의 왕국 속 느긋한 성우의 목소리를 떠올리다가 문득 델리아와 마크의 기록이 알려주는 것은 티비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화면속에서 직접 사자와 하이에나, 쟈칼 등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며 바로 사자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맞닿은 곳에서 죽음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긴박함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보다 델리아와 마크 부부가 관찰했던 블루 프라이드의 본즈, 블루, 모펫, 빔보...사자들뿐 아니라 갈색하이에나와 부부의 식사냄비를 탐내던 코뿔새 치프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관찰하며 지켜보던 본즈의 어이없는 죽음도 안타까웠고. "불행히도 사자들은 먹이 사냥을 위해 자연보호구역을 나오는 순간부터 자신이 사냥감이 된다는 인간들의 법칙을 알 길이 없다"(289)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잘 해결하였고 - 경비행기의 필요성을 느끼고 바로 면허를 취득하고 야영지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과정은 만화처럼 흘러가는 이야기에 살짝 실제 이야기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이들 부부에게 닥친 온갖 어려움은 잘 헤쳐나갔고 사자에게 잡아먹힐뻔한 위험의 순간도 잘 모면하고, 더 이상 버틸 물도 식량도 돈도 없을 때 구원자처럼 나타난 버지의 존재도 드라마의 한 장면같기만 했다. 책을 읽을 때는 단숨에 읽어내려가느라 잘 못느꼈는데 지금 이렇게 되새기려고보니 정말 모든 것이 다 실화일까 싶을만큼 엄청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관찰한 동물에 대한 기록뿐만이 아니라 버지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우연히 그의 딸과 만나게 된 이야기까지. 

"우리는 초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시냇물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나비들이 너풀너풀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나는 버지의 재를 바람에 날려 보냈다. 버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영원히 그를 자유롭게 해주었다."(375)


오십여년전에도 그랬고 오십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더 생태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지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그 이상으로 개발되고 무너지는 생태환경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왜 이들의 기록을 '칼라하리의 절규'라고 했을까... 의아했었는데 아마도 자연의 섭리에 의한 블루 프라이드의 본즈의 죽음이 아니라 사파리 사냥을 놀이처럼 하는 이들에 의한 본즈의 죽음과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철망안에 갇혀 물과 먹이를 찾아가는 길이 막혀 죽어가는 수많은 동물들의 소리없는 외침에 대한 표현은 아닌지.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그리 밝지 못한 그들의 미래가 보이는 듯 해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다. 


"수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황야 한가운데에서 모펫, 블루, 빔보는 인간의 무분별한 파괴로부터 살아남았다. 아마 녀석들과 페퍼와 코코아와 다른 동물들도 이곳에서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근처 나무에 매달린 뭔가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지금까지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것은 미풍에 펄럭이고 있는 파란색 탐사 리본이었다."(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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