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해류 -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최재천 감수 / 은행나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갈라파고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봐서 그런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증명이라거나 생명과학, 인문과학의 측면이라기보다는 좀 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관심이 더 크다. 그래서 백여개가 넘는 도판 수록, 이라는 말에 혹해 이 책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도판에 대한 내 기대치가 실제와는 너무 달랐던가.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도판이 눈에 띄지 않아 당황스러웠고 책장을 휘리릭 넘기며 찾아본 도판은 갈라파고스의 생명체에 대한 사진이라기보다는 여행자의 기록사진 같은 느낌이라 또 당혹스러웠다. 그렇게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지만 이 책을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한 분자생물학자의 여행에세이 정도로 읽는다면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책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출발하기 전 서문이 좀 길게 쓰여졌다 싶기도하고 그리 궁금하지 않은 배의 구조와 화장실의 작동에 대해서는 또 왜 그리 길게 이야기하고 있나 싶었는데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단순히 여행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옛날 다윈의 비글호가 항해했던 그 항로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며 생태보존을 위해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것임을 떠올리고 보니 이 책의 이야기가 진화론의 증명이라거나 단순히 호기심어린 눈으로 득특한 생물을 구경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되니 이건 뭔가,라는 느낌에서 좀 더 흥미롭고 진지한 이야기로 읽게 되기 시작하게 되기도 하고.


갈라파고스제도에 수많은 섬이 있는데 그 중 플로레아나섬은 가장 오래된 섬이며 갈라파고스가 에콰도르의 영토임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이민단이 이주를 위해 정착을 시도한 섬이기도 하다. 먹을 식량과 식수의 보급에 최적이라 원래 서식하던 땅거북이 그렇게 이주한 인간에 의해 멸종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에콰도르의 영토권 확보가 없었다면 이미 개발이 되어 진화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갈라파고스는 휴양관광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수없다. 


저자의 글을 천천히 읽다보면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뿐만 아니라 삶과 관계에 대한 인문철학적인 고찰도 같이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묘미는 백여개의 도판에도 있지만 그에 더한 글에 있지 않을까.

책의 뒷부분에는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생물들,이라고 해서 생물들의 도판이 잔뜩 실려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 경이로움을 보기 위한 과정의 글이 진수임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22-09-2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궁금했었어요. 그 유명한 갈라파고스가 왜 돈벌이 대상이 안 된 체 그대로 있는지에 대해서요!!
 

(제2연)
그가 말했어. "부모님 다음으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형이야.
나는 우리 삼촌보다 형을 더 좋아해. 내가 형을 사랑하는 방식은 종족을 영속시키는 일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선생님이 그러는데 사랑은 종족을 영속하게 해준다. 내가 언제 처음으로 형한테 진짜 우정을 느꼈는지 알아? 그건 바로 형이 나에게 은단 한 갑을 주었을 때야.
난 그걸 두 입에 다 비워버렸어." "그렇지만 넌 부자잖아. 은단 한 갑이 너에게 뭐 대단하다고?" "난 돈은 있지만 그걸 갖고 있을 수는 없어 기숙사에서 내게 돈이 떨어지면, 지로드가 주곤 해." "지로드가 누군데?"
"우리 반 친구야." 자연히 난 침울해졌지. "지로드가 왜 너에게 돈을 주는데?" "그야 날 기쁘게 하기 위해서지."


코러스

두말할 나위 없이 숭고하다. "그가 왜 너에게 돈을 주는데?" "그야 날 기쁘게 하기 위해서지." 여기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호메로스의 문장이나 라신의 운문과 마찬가지로 이 얼마나 숭고한 말인가!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사들 별들의 징조 1 : 네 번째 훈련병 전사들 4부 별들의 징조 1
에린 헌터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사들 시리즈가 출간된 것을 보니 이제 20년이 되어간다. 어린시절 열광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전사들을 찾으며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나는 이야기로만 들었지 고양이 전사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이 책을 읽어 본 아이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한번쯤 기회가 된다면 전사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는데 마침 스페셜 에디션이 출간되었고 블루스타의 예언편을 읽으며 고양이 전사들의 이야기가 아이들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판타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시리지를 읽은 것은 아닐지라도 별들의 징조 첫번째 이야기라는 것에 혹해서 어떻게든 이야기의 흐름은 파악할 수 있고 읽을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너무 쉽게 책을 펼쳤는데 1부부터 시작된 시리즈의 4부를 대뜸 읽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미 네개의 고양이 종족과 별족, 고양이들의 이름과 지위, 역할들에 대해서는 파악을 하고 있어서 '예언'과 '세번째 고양이'에 대한 것을 몰라도 별들의 징조 첫번째 에피소드에만 집중을 하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고양이 종족들이 경계를 두며 살아가는 영역에 가뭄이 심해져 호수가 말라가고 있고, 모든 종족 고양이들은 가뭄에 더해 식량부족으로 힘들어한다. 특히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강족은 다른 종족에 비해 더 고통을 받고 굶주리고 있다. 그런 강족이 호수에 대한 자신들의 영역 소유권을 주장하며 고양이 종족간 전쟁의 분위기가 고조된다. 

이런 상황속에서 천둥족 고양이에게는 별의 힘을 받은 별족의 예언 속 고양이인 제이페더와 라이언블레이즈가 있으며 두 고양이는 세번째 고양이의 존재가 나타날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과 고양이들의 대화까지도 들을 수 있는 고양이가 나타나고 그가 바로 예언의 세번째 고양이임을 알게 된 후 호수가 마르는 이유를 듣고 원인 해결을 위해 종족간 회의를 하게 된다. 호수가 마르는 이유에 대한 원인 해결이 되지 않으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득에 고양이 종족은 연합하여 생존을 위한 전사들을 보내기로 하는데...


전쟁으로 인한 물자부족과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난, 물가상승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유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국가간 협력과 논의를 해야하는 것처럼 고양이 종족들 역시 서로의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보여주고 있는 에피소드라 느꼈다. 

종족고양이와 떠돌이 고양이, 애완고양이의 협력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서로 도우며 하나의 종족처럼 서로를 위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좋았지만 문제 해결이 되고 서로 각자의 영역과 종족들에게 가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전과는 다른 전사고양이처럼 느껴졌다는 표현은 확실히 전사들이 판타지이지만 또한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별족에 대한 무한신뢰와 신비로움이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는 또 다르게 나타날 것 같은 암시도 있어서 앞으로 고양이 전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있다. 


"우린 이 예언이 우리한테 뭘 요구하는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준비를 해야만 해. 무엇이 됐든 우리 각자의 특별한 힘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야"(1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린 이 예언이 우리한테 뭘 요구하는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준비를 해야만 해. 무엇이 됐든 우리 각자의 특별한 힘을 인정하고 받이들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야.
137, 전사들 별들의 징조. 네번째훈련병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이란 없단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 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혁명과 배신의 시대 - 격동의 20세기, 한·중·일의 빛과 그림자 역사의 시그니처 1
정태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혁명과 배신의 시대,라고 하면 어떤 시대를 떠올리게 될까?

늘 정치적인 대립은 있어왔겠지만 명백히 혁명과 배신을 구분지을 수 있는 시대라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혁명가들과 개인의 부와 권력을 위해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한 배신자들로 나눌 수 있는 일제강점기가 아닐까.

이 책은 그 시대를 살아 온 한국과 중국, 일본의 지식인(!) 6명의 생애와 사상을 대비하면서 시대성을 읽어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의 루쉰은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라 굳이 이 책으로 관심을 갖고 싶지는 않았는데 6명의 인물 중 한국의 혁명가로 일컬은 독립운동가 조소앙은 내게 낯선 인물이라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물론 조선의 독립 운동가를 변호하고 일본의 침략전쟁의 부당함을 이야기한 일본인 후세 다쓰지라는 인물도 궁금해 그들의 평전이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들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알아야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왜 조소앙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오지 않고 루쉰의 이야기와 친일의 상징이라는 왕징웨이, 그러니까 중국의 혁명가와 배신자 이야기가 책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의아했다. 내게 좀 더 강하게 다가오는 대조적인 인물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인물이기에 그런가싶기도하지만. 

독립운동가 조소앙이 내게 낯선 건 그가 월북자로 분류되었다가 후에 납북자로 확인이되었고 80년대 이후에야 그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아서인 듯 하다. 그의 독립운동과 특히 민권에 대한 언급이 큰 의의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받은 근현대사 교육을 떠올리게 된다. 문학사에서는 대단한 인물로 언급이 되는 이광수가 내선일체를 강조하고 수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내기 위한 선동가였으며, 자유연애를 말하며 여성의 지위향상에 일조한 듯 하지만 실상은 그 자신이 아내를 버리고 자유연애를 하기 위한 궤변일뿐이었음을 새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더 혐오스러워진다. 

해방 이후 이런 교육을 받으며 친일의 길을 걸었던 이들이 자신의 친일행적을 지우고 지위와 권력을 앞세워 일본의 주장에 일조하고 있으니...지금도 일본의 지배를 받음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보면 여전히 일제의 침략과 배신자들의 행위는 계속되고 있는것인가 싶기도 하다.


가끔 농담처럼 중국도 소련처럼 소수민족으로 나뉘어 독립국가를 형성하고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곤 했는데 특히나 티베트 독립운동에 대한 무력탄압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친구와 중국봉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역사상 전세계를 지배했던 것은 중국의 한족이 아니지 않는가, 유럽으로까지 진출해 세계제패를 도모한 징기스칸은 몽골족이고 청나라도 만주족인데 한족중심의 중화민족은 아닌것같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이 책에서 중국의 배신자 왕징웨이가 '반만한족 민족주의 혁명 이념'으로 한족 하나의 민족에 의한 국가건설을 주장했다고 하는 글을 읽으니 역사적 진실은 역시 만천하에 드러나는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언급한 6인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비슷한 교육을 받았으면서, 제국주의 침략을 강행한 일본을 제하면 우리나라와 중국인이 일본에 유학하여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차별과 부당함을 풀어나가는 방향이 전혀 다를 수 있는지 아이러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내선일체와 민족개조라니. 문학사적인 업적이 우선이 아니라 민족을 배신한 친일 행위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먼저 언급해야하는 것 아닌가.

개인의 안위와 권력을 위해 살아온 배신자들의 낯낯이 더 명백히 밝혀지면 좋겠다는 소망이지만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 혁명 독립운동가 조소앙을 알지 못했음을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더 역사적 사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