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분석관K : 미래범죄 수사일지
소현수 지음, 이미솔 기획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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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게 읽히는 소설이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아쉬움의 긴 여운이 남는다. 

사건 분석관K는 미래세계를 그리는 과학소설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인간인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세계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재탄생시킨 것이기도 하다. 티비 방송 공상토크쇼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소설화하였다는 것에 소설의 재미보다는 기록물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내용이 짜임새 있어서 좋았다. 

흔히 생각해왔던 미래세계,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영생을 얻기 위해 마인드 업로드를 한다는 것 등의 이야기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 모든 것이 '공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에 더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이 여정의 끝이 부디 바람직한 모습이길......"


소설의 마지막을 읽으며 마무리되지 않은 결말에 후속작품을 기대해야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한편 이 소설의 뒷 이야기가 소현수 작가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로의 전개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공상가들'이라는 토크쇼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사건분석관 K는 그 자체로 과학소설로서의 재미가 있는 책이다. 

지구에서 전쟁이 끝나고 인류의 절반이 사라지고 대지진은 또 그 인류의 절반을 사라지게 하고 대부분의 터전이 사라지게 되어버린 세계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인간 의식 전이가 가능한 세계에서 미래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범죄'로 인해 사건분석관이라는 강력범죄수사관이 생겨났다. 

2094년의 세계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살인사건이 생기고 희생자들의 신원을 찾아가다가 그들이 복제인간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의식을 복제하고 그 복제된 인간을 살해하였다면 과연 살인자라 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 세계가 일상화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리플레이 공간에서의 폭력과 살인이 현실세계에서의 살인으로 이어지고 절대 살인을 할 수 없는 사건분석관이 그 범인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안드로이드 해방 전선과 아서와 프리드리히라는 천재 소년의 존재 역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끌어가게 되는지 열린 결말처럼 소설이 끝이 나버려 좀 아쉬운 마음이다. 이야기의 전개와 살인사건과 얽힌 미스테리가 소설로서의 재미도 갖게 하고 있는데 역시 주된 세계관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싶다. 


"진정 영원한 삶을 누리길 바랍니까? ... 죽음이란 살아 있기에 느껴지는 고통, 고뇌의 종착지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 자명한 자연의 순환이 품은 진리입니다. ...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십시오. ... 영원을 바라는 것은 아주 극소수의, 이 불평등한 구조의 고착을 꾀하는 자들, 힘있고 권력있는 자들뿐입니다.  ... 영원을 바라십니까? 그것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 죽지 않는 인간을 인간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 인간다움이란, 삶 그리고 죽음에 있습니다. 나는 우리 인류가 인간으로서 살다가 죽길 바랍니다."(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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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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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로미오가 아닌 줄리엣과 줄리엣이라니. 뭔가 독특할 것 같기는 했지만 이미 제목에서 그 내용이 짐작이 가는 시나리오라는 생각에 그리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연극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희곡집이라니 말맛으로 읽어야하는건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처음 줄리엣과 줄리엣 희곡을 접한 느낌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이 책은 그냥 희곡집이 아니라 희곡집 에세이,이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에세이''에 방점을 찍으니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2018년 초연된 '줄리엣과 줄리엣은' 여성퀴어극으로 꽤 유명세를 탄 작품이고 벌써 4연까지 공연된 작품이다. 이 책의 구성은 줄리엣과 줄리엣의 대본이 실려있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 배우이자 작가인 한송희 자신의 이야기와 연극의 주요 장면과 대사가 실려있다. 책을 읽으면서 배우 한송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녀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극을 하며 느끼고 깨닫게 된 것들이 그녀 자신의 가족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줄리엣과 줄리엣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점점 더 몰입하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라는 영화를 봤을 때 정말 셰익스피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새로운 시선과 이해가 놀랍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줄리엣과 줄리엣 역시 그 놀라운 상상력 - 이지만 현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수는 없는 이야기의 변주가 참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동성애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무관심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 저자가 나름 차별이 없는 표현을 썼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을 때 대사에 무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느껴진다는 관람객의 평에 자신을 반성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에 또 생각이 많아진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을 그렇게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다가 잘못흘러가고 있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지 않은가.


아무튼 줄리엣과 줄리엣. 이것은 사랑의 이야기이고, 사람의 이야기이고, 누군가의 혹은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내내 어떻게 하면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빌려 내것으로 만들까 궁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열심히 써먹어 보려고 오래도록 대본을 바라보다 보니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반짝이는 말들과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에 새롭게 감복할 때도 많았다. 공연을 본 후 관객들이 셰익스피어의 대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거나 역시 셰익스피어는 위대하다는 평을 남길때마다 속으로 '거봐요, 선생님께도 좋은 일이죠?"하고 중얼거렸다."(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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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원작의 유명한 대사들을 살리면서 동시에 내가 만든 대사들도 그의 대사들과 잘 어울리게화려한 수사와 비유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대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생긴 문어체와 같은 뉘앙스 역시 조금은 살려보고 싶었다. 셰익스피어의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그의 언어를 공부하고 분석하는것이 아니라, 내 의도대로 셰익스피어 선생님을 이용해 먹기 위해(?) 그의 작품에 접근했다. 인물에 동화되어 연기하는 메소드 연기 방식처럼, 세 선생님의 화법에 동화되기 위해 <한여름 밤의 꿈>을 포함한 5대 희극이 담긴 희곡집을 펼쳤다. 그리고 그의 말투를 하나씩 훔쳐나가기 시작했다.
흉내 내는 글쓰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어쩐지 셰 선생님도 썼을 법한 표현이 내 손에서나올 때는 혼자 감탄하기도 했다. 티볼트의 ˝그럼 찬란한 여름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걸 알리는 화창한 4월의 날씨도 백작보다 더 상쾌하지는 못할걸? 패리스의 얼굴을 잘 봐둬. 그 친구의 얼굴은 아름다운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니까.˝ 이 대사는 원작의 캐플렛 부인이 패리스 백작의 외모를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고비유한 대사에 살을 덧붙인 표현이었다. 원작의 대사들과 내가 만든 대사들이 한데 섞여 한 접시에 담길법한 그럴싸한 음식이 되는 장면을 만들고 나면 흡족함에 여러번 혼자 대사들을 음미해보기도 했다. 또두 연인이 사랑에 빠져 세상에 있는 온갖 미사여구를끌어다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희극적인 장치들을 배치하면서 낄낄대기도 했다.
특히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를 ˝당신의이름은 왜 줄리엣인가요?˝로 변주하면서 가장 큰 쾌감을 느꼈다. 원작의 줄리엣은 원수의 이름을 가진 로희극이 담긴 희곡집을 펼쳤다. 그리고 그의 말투를 하나씩 훔쳐나가기 시작했다.
흉내 내는 글쓰기는 고통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어쩐지 셰 선생님도 썼을 법한 표현이 내 손에서나올 때는 혼자 감탄하기도 했다. 티볼트의 ˝그럼 찬란한 여름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걸 알리는 화창한 4월의 날씨도 백작보다 더 상쾌하지는 못할걸? 패리스의 얼굴을 잘 봐둬. 그 친구의 얼굴은 아름다운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니까.˝ 이 대사는 원작의 캐플렛 부인이 패리스 백작의 외모를 펜으로 그린 명화 같다고비유한 대사에 살을 덧붙인 표현이었다. 원작의 대사들과 내가 만든 대사들이 한데 섞여 한 접시에 담길법한 그럴싸한 음식이 되는 장면을 만들고 나면 흡족함에 여러번 혼자 대사들을 음미해보기도 했다. 또두 연인이 사랑에 빠져 세상에 있는 온갖 미사여구를끌어다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희극적인 장치들을 배치하면서 낄낄대기도 했다.
특히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를 ˝당신의이름은 왜 줄리엣인가요?˝로 변주하면서 가장 큰 쾌감을 느꼈다. 원작의 줄리엣은 원수의 이름을 가진 로미오에게 이름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 그 이름을 버리라고 하지만, 이 희곡에서 줄리엣은 당신의 이름에 포함된 모든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겠다고결심하며 이름 그대로 존재하라고 말한다. 또 원작에서 이름은 가문을 뜻하지만 <줄리엣과 줄리엣》에서는성별과 성정체성을 포함한 줄리엣 몬테규 그 자신을상징한다. 각도를 약간 틀어 만들어낸 대사들이 원작과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선명한 공통점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같고도 다른 지점들이 생겨날때마다 매우 신이 났다. 마치 세 선생님과 함께 흥미진진한 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외람된 말이지만 글을 쓰는 내내 어떻게 하면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빌려 내 것으로 만들까 궁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열심히 써먹어 보려고오래도록 대본을 바라보다 보니 이전에는 발견하지못한 반짝이는 말들과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에 새롭게 감복할 때도 많았다. 공연을 본 후관객들이 셰익스피어의 대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거나, 역시 셰익스피어는 위대하다는 평을남길 때마다 속으로‘거봐요. 선생님께도 좋은 일이죠?‘ 하고 중얼거렸다.
내 생각에는 셰 선생님도 내 마음을 알아주실 것 같다. 선생님께서도 이미 오래전에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드셨으니까.
그 이야기는 이탈리아 이야기집에 실린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혹시 모른다. 셰선생님이 들은 이야기가이름이 같은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일지도.


오래도록 대본을 바라보다보니 이전에는 발겮 못한 반짝이는 말들과 인간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에 새롭게 감복할 때도 많았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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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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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2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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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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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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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건축 학교 - 세우고 쌓은 것들의 기원과 원리 지도 위 인문학 4
임유신 지음, 김재준 감수 / 이케이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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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건축학교,라고 되어 있지만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성인이 읽기에도 좋을 책인 것 같아 관심을 가졌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본문에 쓰인 구어체표현과 정말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와서 10대의 청소년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지만 그부분을 슬쩍 넘기면 이 책은 세게의 수많은 건축물에 대한 기본상식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은 건축의 일반적인 내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건축물의 형태, 구조공간, 기능, 의미와 상징 그리고 추상을 형상화한듯한 이색적인 건축물들에 대한 세계의 수많은 랜드마크와 문화유산까지 포함해 정리하고 있다. 물론 문화유산이라는 관점보다는 건축물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니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는 건축보다는 종교나 고분과 관련된 건축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문화 역사적인 내용도 담고 있는데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는 것도 좋다. 가자의 피라미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대부분 알고 있는 건축물이지만 나일강의 범람으로 3,4개월동안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부들에게 일거리를 주어 굶주리지 않게 하고 무덤도 짓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 등은 건축 이야기에 더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다양한 모양의 건축물을 이야기하며 오이모양,이라고 해서 오이? 라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30 세린트 메리 액스,가 오이를 닮은 모양이라고 해서 - 사실 총알모양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은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총알보다는 오이모양이 더 귀엽게 들려 좋다 -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 건물은 이중유리로 되어있어 에너지를 비슷한 크기의 다른 건물에 비해 40% 정도밖에 쓰지 않는 친환경 건물이라고 해 더 맘에 든다. 열효율이 없어 냉난방을 위한 열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유리건물들을 떠올려보면 더 외관뿐 아니라 친환경에 가까운 건물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방주교회는 실제 가본적이 있어서 그 느낌이 와 닿는데 가시면류관을 형상화해 지었다는 브라질리아 대성당은 실물을 보고 싶었다. 책에는 일부분 큐알코드가 있어서 찾아볼 수 있는데 큐알코드가 그 건축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브라질리아 대성당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어서 그 부분은 좀 아쉽다. 혹시나 싶어 동양에서 가장 길다는, 박공지붕 건물이 연달아 붙어있다는 조선대학교 본관을 소개하고 있는 큐알코드를 찾아봤더니 역시나 조선대학교 홈페이지로 연결이 되어있다.


예전에도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특색있는 건물을 보고 싶어하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좀 더 마음이 끌린다. 건축물 투어를 위한 여행계획을 세우기는 힘들겠지만 언젠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 지역의 랜드마크뿐만 아니라 이색적이고 독특하고 의미있는 건물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더 커졌는데 우리나라의 새로운 랜드마크라 불리는, 사우론의 눈을 닮아 사우론의 눈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외관이 반짝이는 생선을 닮아 잠실고등어라 불리기도 한다는 롯데월드타워에 먼저 가보게 되는 날을 손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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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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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가명강 시리즈 중 27번째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이동신 교수의 영미문학을 중심으로 한 SF 소설에 대한 글이다.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이라는 부제에서 SF문학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한때 과학소설의 앞에는 항상 '공상'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국에서는 지금도 SF와 판타지가 같은 장르로 분류되어 있다고 하는데 비슷한 듯 다른 것이 두 분야일 것이다. 상상과 공상이 다른 것처럼 과학소설과 판타지소설은 분명 다르다는 것은 알겠다.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 꽤 많은 SF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소설의 제목은 들어봤지만 실상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소설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개념과 각 시기별로 변화되어가는 SF의 대중적인 인기에 대한 역사적 흐름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과학적 발견에 대한 전파의 수단으로 잡지형태로 SF문학이 생겨났다고 한다면 전쟁으로 인한 종이소비의 변화가 SF소설을 잡지가 아닌 책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좀 흥미롭게 느껴졌다. 


SF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타임슬립은 이미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타임슬립으로 인한 시공간의 변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그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가는 것에 대한 판타지가 아님을 깨닫게 해 준다. 내가 읽은 타임슬립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오래전에 읽었던 한국만화가 강경옥의 별빛속에와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이었다. SF가 공상과학을 그려내는 미래의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세계를 반영한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해 준 작품들이었다. 이 책에서 옥타비아 버틀러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서가명강 시리즈가 일반 교양을 강의하는 시리즈인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이상할 것이 없기는 하다. 


SF적 상상력, 우리가 SF를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지만 솔직히 21세기에 '사변적 과학소설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글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 혹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과학 지식체계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과연 존재하는지 물어보고 그런 게 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나서는 장르가 SF라는 것"(207)이며 그 대표적인 예가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또다시 나는 SF소설을 찾아 읽는다. 

이 책의 저자 이동신 교수가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여 한국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수줍은 고백과 함께 한국작가 김초엽을 언급했는데 짬을 내어 김초엽 작가의 작품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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