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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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정치적 우화"라고 소개된 이 책은 오르한 파묵 이후 노벨문학상에 가까운 튀르키에 작가로 불리는 쥴퓌 리바넬리의 소설이다. 

사실 오르한 파묵의 글을 읽을 때 쉽지 않았었는데 '정치적 우화'라고 하니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읽는 것이 망설여졌는데 이 소설은 절대 어렵지 않은, 하지만 적나라하게 이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우화로 읽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지상낙원, 사계절 내내 온화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세상이었던 섬에 '그'가 나타난 이후로 공동체의 삶뿐 아니라 자연생태계마저 파괴당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부터 모두가 그렇게 예상을 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어긋나며 틈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문명에서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에서 모두가 가족은 아니지만 대가족이 살아가는 것처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어느날 전대통령이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섬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가 섬을 바꿔놓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늘을 드리워주던 섬의 나무를 베어내버리고, 나무에 앉아 쉬던 갈매기들이 나무가 사라진 길에서 전대통령의 손녀가 손에 든 과자로 달려들던 갈매기를 피하다 넘어지는 사고가 나고 그것이 갈매기를 없애려는 이유가 된다. 인간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잘라내버린 나무 하나가 가져온 파급효과는 결국 섬의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리게 된다. 

그것이 인간에게서 시작한 것임을 잊고 애꿎은 동물과 자연을 탓하는 모습이 정말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바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굴복에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 이 상황에서 고개를 숙인 인류가 더 똑똑했던 건가, 아니면 저항한 갈매기가 더 똑똑했던 건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맞지 않을까?"(286)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또 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말솜씨가 없는 내가 전하는 우화이야기는 재미없게 간추려버린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소설을 펼쳐든다면 뻔해보였던 이야기가 전혀 뻔하지 않게 전개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구멍가게 아들이 소설 속 작가의 손을 잡아 끌던 모습이, 처음으로 소리를 내던 모습이 가장 따뜻하고 가장 마음이 아팠다. 우리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우리의 용기없음이 가져오는 비극일 수 있다는 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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