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무덤 - 바티칸 비밀 연구
존 오닐 지음, 이미경 옮김 / 혜윰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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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무덤, 바티칸 비밀 연구 라는 말에 혹했다. 오래 전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로마에서 유학중이던 신부님 덕분에 바티칸 시티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때 바티칸 광장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좋은 언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신부님이 건물 하나를 가리키며 저곳이 바티칸의 문서고 라고 말해줬었다. 바티칸의 문서고는 아무나 볼 수 없는 문서실이 있고 몇년에 한번 개방하는 문서실도 있고 기한이 걸려있는 문서뿐만 아니라 아직 세상에 공개하면 안되는 문서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사실 믿거나 말거나 농담처럼 바티칸 성당에는 역대 교황의 이름이 새겨진 벽이 있는데 이제 그 공간이 거의 다 차고 있어서 더 이상의 공간이 없게 되는 그 시기에 지구가 멸...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어부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이 책의 내용이 사실에서 시작하여 허무맹랑한 이단의 이야기로 끝이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좀 망설여졌었기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했구나, 싶은 약간의 허무함이 들 정도로 이야기 자체는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

 

어부의 무덤,에서 이야기하는 어부는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명, 교회의 기초가 되는 반석이라 일컬어지는 베드로를 칭한다. 바티칸 대성전은 바로 그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바티칸의 성전에는 베드로의 유해가 있는 것일까?

이미 2013년에 프란치스코 교종이 베드로 사도의 유해임을 공식 선언하셨으니 이미 결론은 나와있는 것이었는데 그 베드로 사도의 유해 발굴 과정에 대한 칠십오년의 역사가 이 책에 실려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이 위대한 발굴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공로가 있는 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익명으로 후원금을 기꺼이 낸 조지 스트레이크의 인생역전과 같은 일생에서 시작하여 바티칸의 지하를 파헤치다가 발견한 이교도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 2차세계대전을 치르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조금씩 진행되어가는 지하 발굴 작업은 여러 우여곡절끝에 결과물을 찾게 되는데...

 

비밀유지를 위해 소수의 내부 관련자들만 작업을 진행하면서 고고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제의 개입이라거나 정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증거물들, 그래피티 월의 명문을 해석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그것의 중요성조차 깨닫지 못하고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파괴해버리고 마는 행동들을 볼 때는 어떻게 그럴수가 있나 싶지만 모든 것은 우연같은 필연으로 - 신앙인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하느님의 섭리로 모든 것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고고학자 마르게리타 과르두치이다. 조지 스트레이크가 마중물 역할을 해 준 인물이라면 마르게리타 과르두치는 우물을 샘솟게 해준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할수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부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는 익명성을 요구한 조지 스트레이크의 남모르는 기부에 대한 관점보다는 고고학자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르게리타 과르두치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더 욕심을 낸다면 바티칸에서 공식적으로 베드로 사도의 유해 발굴에 대한 기록들을 글로 써 낸다면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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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살리는 필라테스 - 유럽 최고의 필라테스 마스터 린 로빈슨이 직접 구성한 핵심 프로그램
린 로빈슨.카멜라 트라파.제니 호크 지음, 박선령 옮김 / 도어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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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내 운동은 들쑥날쑥이다. 더구나 며칠 전 검사예약이 되어있을 때는 검사 결과때문에 불안해서, 3개월 후 다시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괜찮다는 얘기에 또 마음이 풀어져서 잠시 운동을 멀리하다보니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지가 않고 몸도 살짝 붓기시작했다. 확실히 겨우 몇분동안만이라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만으로도 손발저림과 붓기가 조금 덜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장운동으로 인한 변비해소도 그렇고.

그래서 요가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필라테스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필라테스 자세는, 요가도 힘들어하는 내게는 더욱 힘든 스트레칭이라 느껴져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그런데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아름다움보다 건강한 생존'이라는 문구가 마음을 잡아 끌었다. 대부분 자세교정을 말하지만 실상은 몸매교정을 중점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강도높은 운동을 따라하기 힘들게 하는데 이 책은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따라가면 건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필라테스의 어원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그 자체가 요제프 필라테스, 라는 사람의 이름이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매일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면 그것이 어떤 운동이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겠지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강도높은 운동을 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그에 맞는 운동이 필요한데 그런 운동중의 하나에 필라테스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은 이전까지 내가 필라테스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량이 아니라 올바른 자세와 호흡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새기며 책을 펼쳐 운동을 시작해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세와 호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책에 실려있는 사진을 참고하여 설명을 읽어도 명확하게 그 자세에 대해 감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아서 의욕상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책을 통해 익혔던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익숙한 비슷한 자세를 먼저 훑어보면서 시도를 해보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이완과 호흡을 시도해보았다. 조금 많이 헤매기는 했지만 일주일정도 날마다 조금씩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뭔가 감이 오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여전히 이완자세의 나침반 운동에서 허리를 움직이는 것은 실제 허리를 움직이는 것인지 호흡으로 장기를 움직이는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기립정렬은 운동을 한다기보다는 걸어다니며 신호등 앞이나 기다려야 하는 잠깐의 시간에 의식적으로 기립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중요한 건 운동량이 아니라 동작의 질이라는 걸 기억하고 조금씩 따라하면 된다.

 

호흡과 이완, 기본적인 자세를 익히고 메인 운동 프로그램을 따라가며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파트 3에 있는 증상, 질병별 필라테스를 시도해보면 될 것이다. 성급하게 뒷부분 먼저 펼쳐보기도 했지만 역시 이 부분은 동작의 질을 높인 후 펼쳐봐야 할 부분이다. 요며칠 붓는 것이 좀 덜하다가 다시 또 밤 늦은 시간이나 아침에 깨었을 때 손과 발목이 좋지 않은 느낌이 오는데,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고 계속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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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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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그 누군가처럼 미친듯이 웃기지는 않다. 미친듯이 웃기지는 않지만 은근히 웃기면서 또 은근히 생각해볼거리를 던져넣는 마이클 부스의 이야기들이 그래서 좋다, 나는.

아니, 사실 마이클 부스의 이전 여행에세이는 좀 냉소적인 느낌이 더 강했어서 과연 인도 여행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쏟아져나올까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재미있다. 결코 냉소적이지도 않고 스스로에 대해 자조적이지도 않은 깔끔한 유머를 쏟아내주고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글의 흐름속에 담겨있는 마이클 부스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글을 읽고 있게 된다.

 

늘 식도락을 찾아 혼자 여행을 떠나곤 했던 마이클 부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가족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 인도의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 여행 계획을 짜고 싶지만 그의 아내 리센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처음엔 그러한 이유로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라는 제목이 나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정말 '기도'의 느낌으로 읽게 되는 부분이 있어 좀 새롭기는 했다. 아무튼 그 이전에 마이클 부스의 좌충우돌 인도 여행기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인도의 문화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단적으로 예를들자면, 아이들의 적응력과 무감함에 놀랍다고 말하지만, 인도의 거리에서 보게 되는 가난함의 모습과 그에 대조되는 호텔의 화려함을 은근슬쩍 넣는 것은 내가 이미 인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기도 하다. 기차를 타고 갈때도 자리 예매의 부당함 혹은 불편함을 언급하고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도의 부유층에 속하는 몇 안되는 이들은 결혼식 참석만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혹시 그냥 웃어보자고 하는 이야기를 나만 비껴서 보고 있는 것일까?

 

여행의 초반에 그저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 떠날 것처럼 말하고 있는 그의 너스레(?)와는 달리 인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키스탄과의 분리 역사에 대해 역사가 아니라 그가 만난 식당 주인 말호트라씨와의 대화를 통해 그 슬픈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가 갖는 긍정의 마음과 그로 인한 희망에 대해서도.

 

마이클 부스의 유머러스한 인도여행을 재미있게 읽다가 조금은 진지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요가수련기는 뜻밖에도 절제와 참선, 명상을 떠올리게 하고 실제로 마이클 부스도 자기계발서를 읽고 실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인도를 여행하며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의 하나가 아닌가. 거기에 더해 정말 묘하게도 마이클 부스 역시 인도여행을 다녀 온 이들이 얻게 되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인도로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심지어 바람직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 삶이 엉망이 된 외국인들이 잔뜩 몰려들어 보태지 않아도 인도에는 이미 그 나라만의 문제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인도가 우리를 도울 수 있는 한가지가 있다면 시야를 넓혀준다는 거다.  새스넘 상헤라가 [상투를 튼 소년]에 썼듯이 '인도에서는 창밖만 한번 내다봐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438-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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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피곤한 과학 지식 1 - 그래도 무식하게 죽지 말자! 알아두면 피곤한 과학 지식 1
마리옹 몽테뉴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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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이 책은 정말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다. 뭔가 진중한 과학지식을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조금은 쓸모없는 과학지식을 접하는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이 책이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대중문화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세대의 차를 느끼게 되는건가, 싶다. 글을 읽다보면 실제로 10대 아이들의 질문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이 정말 궁금할까, 생각하게 되니 더욱 그렇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읽다보면 허무맹랑한 주제와 비과학적인 이야기의 나열 같은 이야기가 엄연히 과학적으로 증명 된 사실을 보여주거나 연구자료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자는 동안 거미가 입안으로 들어 올 확률은 0에 가깝지만 바퀴벌레가 소리없이 근처를 지나갈 수 있다는 건 간혹 떠올리기도 하는 나를 보면 모든 것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도 하게 된다.

과학 시간이라면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 남녀의 성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마지막에는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까지 언급을 하고 있으며 냉동인간이나 로봇에 대한 연구 과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우주의 주인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제기는 그 자체는 좋았지만 예를 드는 폭력적인 그림은 좀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왜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의 대답격인 쥐실험의 연구결과였다. 물론 이것이 그저 단순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살제로 행해진 쥐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살찌게 하는 세포가 있어서 유전적으로 살찌기 쉬운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과학적인 실험으로 증명되는 것들이 과학을 떠올리기보다는 예전에 한의사 선생님이 내 체질에 대해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바로 그 부류라고 했던 것을 먼저 떠올리게 하지만. 쉽게 살찌는 체질이라는 것도, 어쩌면 비만 세포가 있어서 그런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겠는가.

 

처음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내 취향은 아니야,라고 생각해버렸는데 지금 다시 책을 훑어보며 읽고 있으려니 처음과는 또 다르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더 많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알아두기엔 피곤하지만 그래도 무식하게 죽는 것 보다는 가끔 쓸모있는 상식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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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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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브렛. 마흔 다섯. 별로 깊은 생각 없이, 삶이 불완전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무한히 계속되리라 여긴다.... 자신의 삶은 이제 정점에 이르렀으며 이십 년간 지속된 토드 길버트와의 부부생활로 천천히 침식당한 청춘의 탄력성이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따는 사실을 그녀는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념이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서 살인자의 모습이 튀어나오기까지 앞으로 고작 몇 달의 시간이면 충분할 텐데도. (10)

 

첫시작부터 '살인자의 모습'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그 여자 조디 브렛과 그 남자 토드 길버트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지만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도무지 살인의 징조는 찾아볼수가 없는데 말이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들을 참아내며 성장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남편의 외도를 참아내며 결혼생활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고 있지만 그는 그녀에게로 돌아왔고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아니, 그건 그녀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 남자가 바란 것도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바람을 피운 상태가 그의 절친인 딘의 딸 나타샤였고 그에게도 딸과 같은 그녀는 어린 치기가 아니라 정말로 그남자의 이혼을 요구하고 임신한 자신과의 결혼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그와 그녀의 결혼생활이 무너진다는 뜻인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관찰, 대응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상댕방의 대응하는 생각과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줄거리만을 보면 뻔해보이는 이야기가 결코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서술 방식은 이처럼 그여자와 그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것과 그에 더하여 그여자의 이야기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은 그여자에게서 튀어나오는 살인자의 모습을 잊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결국 집을 떠나버린 토드가 기다려도 오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 조디는 결국 자신의 평온함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결심하게 되는데...

문장에 담겨있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들은 책을 읽으며 집중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뭔가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된다.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궁금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는 미래에 눈을 두지 않고 일상사에만 집중하며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간다'라는 첫장을 시작하는 문장과는 달리 나는 그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살인을 암시하지만 살인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이야기의 끝에서 자꾸 그녀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불안해진다. 결코 선이라고 할 수 없는 이 마음이 악이 될수도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불안감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조용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는 건, 어쩌면 조용한 아내, 그 여자가 내 주위에도 평범하게 존재할것만 같기 때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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