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풀을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라면, 인간은 생각을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다. 소의 양식이 풀이라면, 인간의 양식은 경험이다. 소가 무의식 중에 들판의 풀을 뜯듯 인간도 무의식중에 다양한 경험을 한다. 경험은 인간의 양식이라 할 만큼 귀중한 것으로 삶 속의 실수를 줄여주고 세상을 알게 해준다. 그런데 인간 어른은 왜 그토록 많은 경험을 했음에도 고리타분한 꼰대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
그것은 풀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반추를 안 했기 때문이다. 되새김질을 안 했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되새김질을 안 하면 생각이 뻣뻣해진다.
어느 시점에 소가 풀을 게워내 다시 씹듯 인간도 경험을 반추해야 한다. 말하자면 반추는 경험의 소화 과정이다. 경험을 잘 소화해 살과 피로 만들어야 한다. 경험의 반추 과정을 생략하면 자기가 경험한 것들은 아무 의문없이 진리로 굳어버린다. 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의 지도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네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4
랜섬 릭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의 지도는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로 시작된 시리즈의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는 생각해보지 않고 무작정 덤벼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좀 무리였나보다. 사실 엑스맨 시리즈를 생각하면서 전편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는 생각에 무작정 중간과정을 읽지 않아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니 이야기의 흐름을 읽는데 큰 불편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것은 겨우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에 대한 시작점일뿐이었고 그마저도 그래픽노블로 첫번째 이야기만을 읽은 것이어서 흐름을 무리없이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제이콥 포트먼의 모험과 활약상이 있었고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왔는데 '시간의 지도'는 바로 그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사실 시리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는 줄 알았는데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가 시리즈이며 시간의 지도 역시 3부작으로 구성되어 그 도입부라는 것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새삼 깨달았다. 책표지에 3부작,이라고 되어있는데도 사전정보없이 글을 읽기 시작한 내 탓일뿐이니.

 

아무튼 시간의 지도 3부작은 현실세계로 돌아온 제이콥의 집에서 시작된다.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왔지만 제이콥은 정신병원에 갇힐 신세가 되어버린다.그런 제이콥의 가족 앞에 페러그린과 제이콥의 친구들이 등장하고 현실과 루프를 통한 이상한 세계를 넘나들며 그들의 또 다른 모험을 예고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집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할로우 사냥꾼인 할아버지의 친구를 찾아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그 진실의 의미를 알려줄 수 있는 H는 ...  이상한 세계를 해방시켜 줄 예언서의 인물인 노어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사냥꾼 V를 만나게 해 줘야 하나고 하는데... 시간의 지도 첫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그래서 거대한 바람속에서 살고 있는 V를 찾아 떠나게 되는, 시간의 지도 3부작의 두번째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상한 세계에 사는 이상한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20세기 미국의 현실 세계에 적응해보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10대 사춘기의 반항이라든가 제이콥과 엠마의 사이에도 제이콥의 할아버지 에이브에 대한 기억들이 끼어들면서 묘하게 얽히는듯한 감정 묘사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관점은 그런것이다. 제이콥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며 '선택'에 대한 대답으로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상한 세계와 이상한 아이들이 우리와 구별되거나 차별되어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미국 남부에서 자랐다. 기묘한열대 기후속에, 국내 다른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로 가득한 곳이었어도, 여전히 남부였다. 하지만 추악한 과거를 제대로 직면해본적은 없었다. 억지로 접할 기회도 전혀 없었다. 나는 주로 백인들로 가득한부유한 도시에 사는 부유한 백인 아이였다. 그점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단순히 우리주를 통과해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과거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짐 크로(19세기부터 가난과 어리석음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 흑인의 대명사로 쓰인 표현으로, 남북전쟁 후 남부 백인들은 노예 해방을 무효화하기 위해 인종차별법을 제정했고, 이 법률을 짐 크로법‘이라 부름 옮긴이)가 죽었다고 해서 인종차별주의도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젠장, 미국의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그런 차별법이 공식적으로 남아 있었다."(3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미국 남부에서 자랐다. 기묘한열대 기후속에, 국내 다른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로 가득한 곳이었어도, 여전히 남부였다. 하지만 추악한 과거를 제대로 직면해본적은 없었다. 억지로 접할 기회도 전혀 없었다. 나는 주로 백인들로 가득한부유한 도시에 사는 부유한 백인 아이였다. 그점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단순히 우리주를 통과해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과거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짐 크로(19세기부터 가난과 어리석음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 흑인의 대명사로 쓰인 표현으로, 남북전쟁 후 남부 백인들은 노예 해방을 무효화하기의해 인종차별법을 제정했고, 이 법률을 짐 크로법‘이라 부름 옮긴이)가 죽었다고 해서 인종차별주의도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젠장, 미국의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그런 차별법이 공식적으로 남아 있었다. 3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 스페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
김훈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를 재패하고 무적함대로 대적할 상대가 없었던 스페인,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알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퍼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라도 아니면 백년이 넘도록 건축중인 가우디의 파밀리아 성당과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고야, 벨라스케스 등의 화가와 그들의 그림이 걸려있는 미술관에 가보기 위해서라도 스페인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지금은 그저 관광지로만 떠올리지만 과거에는 훨씬 더 찬란한 제국의 시대가 있었을텐데, 그에 대한 역사가 궁금했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읽어보고 싶었던 역사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뭐......

 

'세계사를 뒤흔든'이라는 표현은 조금 과장된 것 같고 이 책은 과거의 스페인의 역사를 꿰뚫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스페인이 어떻게 세계사에 등장하고 있는가 정도의 느낌이 드는 내용이 담겨있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다섯가지 힘,이라는 것을 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이라는 챕터로 구분하여 설명을 하고 있는데 처음 언어를 이야기할때부터 저자가 말하는 세계사를 뒤흔든다는 의미와 내가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시적이든 거시적이든 세계사의 관점이 아니라 현재 스페인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라고 말하고 싶다. 단적인 예로 산티아고 순례길로 인한 관광산업은 역사적인 측면보다는 경제 문화적인 부분이니 말이다.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그리 나쁘지는 않다. 스페인어를 배워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저자의 언급으로 그냥 인삿말 정도만 상식으로 익히고 여행회화정도를 암기하는 수준으로 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의 언어학습은 작정하고 덤벼들지 않으면 어려울 듯 하다. 문학분야에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근현대로 와서 스페인 내전을 다룬 조지 오웰과 헤밍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 아니, 스페인의 민족분쟁에 대해 이야기하며 작가들의 작품 이야기를 한 것인데 거꾸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문화 유산이 수많은 사람들을 스페인으로 향하게 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건 세계사를 뒤흔든다기보다는 경제 문화적인 이야기로, 스페인에 대한 역사와 여행 이야기로 넘기는 것이 조금 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좀 남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