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여행하면, 자연히 '여행을 하는 우리만의 방식' 같은 게 생길 것 같아요.
- 카오산처럼 크지는 않지만 남미에도 여행자 거리가 있어요. 그런데; 그곳에선 현지 음식은 안팔고 햄버거 가게나 피자집만 많아요. 여행자들이 다른 문화를 접하러 와서 익숙한 것만 찾고 있다는 거죠. 다른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또 지나치게 돈을 아끼려고 하는 것도 곤란해요. 그건 여행의 맛을 죽이는 셈이니까요.
흥정할 때 삿대질 하며 싸우지 말고, 떼쓰지 말고 현지 사람들을 존중해야해요. 돌아다니다보면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요. 한국 사람들 쌈닭이다. 비싸면 안사면 되는거지, 비싸다고 바가지 씌운다고 굳이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 역사나 문화를 조금씩 공부하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중동 지역은 버스비가 나라마다 많이 다른데 터키가 특히 비싸요. 터키는 주변국에서 석유를 안주기 때문에 미국을 통해 석유를 비싸게 공급받거든요. 그래서 버스비가 비쌀 수 밖에 없어요. 요르단은 사막뿐인데 왜 잘 살까? 이라크전 때 미국과 영국에 붙어서 떼돈 벌어서 그렇구나! 뭐, 이런 것들.
이곳을 지나치는 수많은 여행자 중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냥 무심코 '이 나라는 물가가 비싸다' 하고 마는 거죠.
어떤 가이드북을 보니 라오스가 외국 자본으로 도로 건설을 하면서 외국인에게 더블 프라이스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섰던데, 이런 게 잘못된 시각이에요. 라오스는 2-30년 동안 무역이 금지된 나라였고 폭격으로 온 나라가 초토화됐어요. 이런 역사 인식 없이 가이드북을 만들고 그 책으로 여행을 하면서 라오스 사람들에 대해 멋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봐요. 라오스 사람들이 잘못하는 게 아니에요. 책의 시각이 잘못된 거지.-42-43쪽
중동을 여행할 때 혹 이스라엘에는 안갔나요?
- 이스라엘은 들어가기가 애매해서 지나쳤어요. 여행이라는 게 여러 나라를 보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키부츠에서 일했다는 어떤 한국 친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싸우다 이스라엘 경찰들과 함께 그들을 폭행한 일을 무용담처럼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슬픈 얘기죠. 여행이란 게 재미도 있어야겠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나요? 그리고 키부츠가 공동체라고 할 수 있나요? 팔레스타인을 배제하는 공동노동인데.....
결국 두 사라이 이스라엘에 가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나 '팔레스타인 사람들 불쌍하지 않냐?'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다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단다.
-4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