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아이큐 - 성공을 위한 10가지 경로
티파니 보바 지음, 안기순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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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기업은 무조건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는 것이 재미있다. 규모를 유지하거나 줄이는 것은 애초에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신규 직원의 채용도 안 되고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도 안 되며, 무엇보다도 주식 가격이 오르지 않으므로 주주들이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의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런 무한정한 성장은 불가능하지 않나? 결국은 성장의 가속화가 인류의 공멸을 앞당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어쨌든, 기업을 성장시키려면, (1)고객 경험, (2)고객층 침투, (3)시장 가속화, (4)제품 확장, (5)고객, 제품 다각화, (6)판매 최적화, (7)고객 이탈 최소화, (8)제휴 관계, (9)협조적 경쟁, (10)비인습적 전략이라는 10가지 경로 중, 상황에 맞는 것들을 단독으로, 또는 조합해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제일 중요한 가치는 어쨌든 고객이다.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더 많은 돈을 쓰게 하고, 돈을 쓰면서도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떠나지 못하게 붙드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다. 기업가만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을 팔아서 살아가는 개인의 경우에 적용시켜도, 고용주, 상사, 동료, 기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인간들의 마음을 붙잡는 것이 세상살이를 잘하는 비결일 것이다. 단순 무식한 표현이지만, 역시 손님은 왕이었다.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가 나와 있어서 재미있었다. 세상일에 어두운 나도 이름은 알고 있는 유명한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는지를 읽고 나니, 21세기의 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포라는 포스 기계, 로열티 프로그램, 온라인 구매,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활용해 고객에게 있는 현재와 미래의 욕구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덕에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상적인 고객 경험을 앞장서서 제공함으로써 충성스러운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 P36

“고객 서비스 혁명 The Customer Service Revolution˝을 저술한 존 디줄리어스John DiJulius는 ”기업의 고객이 직원보다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없다“라고 말했다. 경영 사고의 ‘레드불’이라 불리는 현대 경영의 창시자 톰 피터스는 디줄리어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말은 경영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라고 언급했다.
- P41

규모가 더 큰 기존 기업의 핵심 사업에는 뛰어들지 마라. 좀 더 규모가 작은 틈새를 파고들어 승리를 거두어라. 시장을 배워라. 교두보를 발달시켜라. 소비자를 자사 제품과 브랜드의 궤도로 끌어들이고 나서 시장과 제품 제공을 확장하라.
- P105

일부 잠재 수익을 놓치더라도 위험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제휴 관계를 맺어 다른 기업과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다. 자사에는 없는 특유한 기술이나 탄탄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제휴해야 한다.
- P163

고객, 제품 다각화 경로는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거의 경험하지 못한 영역으로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다면 어째서 모든 위험을 고려하고서도 다각화를 해야 할까?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다각화를 실시해 미래에 발생할 전반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 제품군으로 운영되는 기업은 성장 중단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으므로(예를 들어, 비약적인 기술 발전의 등장, 고객층의 변화, 공급 사슬의 붕괴, 전략적 협력사의 실패, 문화 변화), 격렬한 상황이 벌어지면 거의 예외 없이 운을 달한다. 하지만 고객층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다양한 기업은 끔찍한 충격으로 영향을 받더라도 필요할 때 사업의 ‘다른’ 부문으로 초점을 이동해 살아남을 수 있다.
- P196

영업 직원이 언제나 고객을 위해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라.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 P231

협조적 경쟁Co-opetition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취약한 개념이다. 단어 자체는 경쟁competition과 협조 cooperation의 합성어다. 논리적으로는 상반된 뜻을 내포하지만 현실에서는 탁월한 효과를 내왔다. 소기업에서는 특히 성장 저하에 빠졌을 때 채택할 수 있는 훌륭한 생존 전략이고, 동시에 대기업에도 훌륭한 확장 전략이다.
- P311

2014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자사를 통해 오픈소스 운동에 참여하고 특허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해서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중략) 전기자동차 시장은 한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시장이 침체되자 테슬라는 접근 방법을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기업의 경쟁을 막으려고 애쓰는 전략에서 탈피해 시장을 부추겨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자사 기술을 기폭제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협조적 경쟁은 테슬라가 전진하는 경로였다. 테슬라는 지적 재산을 공개하는 방식을 사용해 자사가 개발해온 다른 제품인 배터리와 충전소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전기자동차 생산이 늘어날수록 배터리가 더 많이 필요하고, 배터리가 많이 사용될수록 충전소가 더 많이 필요하다. 머스크는 경쟁사이든 테슬라 차량이든 전체 파이에서 더욱 큰 조각을 원했다.
- P313

모든 성장 경로 중에서 협조적 경쟁 경로는 가장 위험성이 크다. (중략) 기업이 조심하지 않으면 프레너미frenemy와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독점적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맹렬한 적과 한 울타리에 있게 될 것이다.
- P335

깨어 있는 소비자들은 세상에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소비재를 기꺼이 구매하고 싶어 한다. 가치 제안을 통해 그렇게 포지셔닝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명분 관련’ 마케팅은 좋은 기업 시민이라는 브랜드 명성을 구축하도록 기업을 돕는다. (중략) 제품에 이야기를 붙인다. 당신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고객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일대일 기부를 통해 지속 가능한 노력을 기울인다.
- P357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비인습적 전략 중에서 가장 강렬한 형태에 속하고, (긍정적인 운동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기존 고객을 결속하는 동시에 (기업의 이미지에 관심을 갖는) 새 고객을 끌어들인다. 또한 기업을 특별한 방식으로 단련하고, 건전한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아주 뛰어난 신입 직원을 끌어들이며, 단순히 단기 이익을 넘어서서 더욱 높은 장기 목표를 기업에 제시한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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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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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판의 페이지이다.

이 책 속에 담긴 일련의 상징들은 삶의 에피소드, 무대 장치, 오락 따위의 모든 것을 지워 버리고 남은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
- P25

空의 매혹이 뜀박질로 인도하게 되고, 우리가 한 발을 딛고 뛰듯 껑충껑충 이것저것에게로 뛰어가게 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공포심과 매혹이 한데 섞인다. 앞으로 다가가면서도 (동시에 도망쳐)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대가를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말 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문득 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空의 매혹 L‘Attrait du Vide>
- P34

나는 그를 사랑한다. 물루는, 내가 잠깰 때마다 세계와 나 사이에 다시 살아나는 저 거리감을 지워 준다. <고양이 물루 Le Chat Mouloud>
- P40

사람을 싫어하는 이들과 이기주의자들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행동인은 고양이를 좋아할 시간이 없다. <고양이 물루 Le Chat Mouloud>
- P51

그토록 대단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아 동네에 원수를 많이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한 이 짐승을 그냥 버리고 떠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략) 그 집 남자는 고양이라면 원수같이 여긴다고 했다. 그는 개들을 흥분시켜 가지고 고양이를 못살게 만들면서 잔인한 쾌감을 맛보는 것이었다. 안될 일이었다. 물루를 남에게 맡기고 간다는 것은 못할 짓이었다. 동네 안에 그를 미워하는 적이 있다면 결국 그가 끊임없이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그를 희생시키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저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고작인 형편이었다. 수의사인 쎄르벨 씨가 한 마리에 12프랑씩을 받고 개나 고양이를 죽여 준다는 소문이 있었다. 출발 전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마음을 정했다. <고양이 물루 Le Chat Mouloud>
- P58

혼자서 살다가 혼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심장이 멈춰 버릴 것만 같다. 터무니 없는 직분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는 반항심을 불러일으킨다. 러시아 사람들이 笞刑과 시베리아 수용소에 의하여 얻어낸 안이한 효과를 구하지 않고 비밀과 가난 속에 은신할 때 우리는 모멸에 의하여 靈感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어떤 여행자가 쓴 케르겔렌 群島의 묘사로 이 글을 끝내고자 한다. 이 묘사는 내가 다가가고 있는 명상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케르겔렌 군도는 선박이 다니는 일체의 항로 밖에 위치하고 있어서...... 약 삼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잇고 그 해안에는 흔히 안개가 끼어 있으며 그 주위에는 위험한 암초들이 둘러싸고 있으므로 그곳에 접근하는 선박들은 극도로 경계한다....... 그 고장의 내부는 완전히 황폐하고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케르겔렌 群島 Les Iles Kerguelen>
- P75

나는 획득했다고 그날 나는 몇 번이나 되뇌었다. (1924년 성탄절이었다.) 나는 획득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잃고, 또 헛되이 다시 만회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그시간에, 내가 꼬집어 말할 수 있는 그 장소에서, 획득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단숨에 획득했다. (중략) 바다 위에 떠가는 꽃들아, 가장 예기치 않은 순간에 보이는 꽃들아, 海草들아, 시체들아, 잠든 갈매기들아, 배의 이물에 갈라지는 그대들아, 아, 내 행운의 섬들아! 아침의 예기치 않은 놀라움들아, 저녁의 희망들아. 나는 그대들을 이따금씩 다시 보게 되려는가? 오직 그대들만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그대들 속에서만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알아 볼 수 있다. 티없는 거울아, 빛없는 하늘아, 대상 없는 사랑아. <행운의 섬들 Les Iles Fortunees>
- P85

˝당신도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남들과 교제하고 싶고 재미있게 놀고 싶어해요. 다만 당신은 신경이 예민한 분이라 다른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싶지 않아서 속으로 웅크리기만 하는 거예요. 나도 당신 같았어요. 그 때문에 나는 죽게 된 거예요. 나는 나만을 위해 사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남들을 위해서 살고 있었던 거예요.“ <復活의 섬 L‘ile de Paques>
- P93

나는 파크 섬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대목을 열었다. 그 섬은 해골과 뼈들이 널려 있는 거대한 棺과 다를 바 없다. 그 섬이 기막힌 것은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백 개나 되는 거대한 彫像들 때문이다. 그 어느 사멸한 종족이 무엇을 위하여 그것들을 만들어 세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엄청난 우상들이 섬 가장자리에 가물가물한 높이로 세워져서 여행자들을 그토록이나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를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백정은 돌연 정신나간 듯 외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눈에 보여요, 그것들이 눈에 보여요.” 하고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고 그의 얼굴은 겁에 질려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가 어떤 우물의 번들거리는 벽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그 우물 위로는 오직 그 야만의 우상들만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復活의 섬 L‘ile de Paques>
- P100

어떤 문명에 의해 형성된 어떤 정신의 소유자는 우리들의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기가 몸담고 사는 사회가 그의 명상을 방해하지 않아 주는 일뿐이다. <상상의 印度 L‘Inde Imaginaire>
- P107

마죄르 호반의 자갈밭과 난간을 따라가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저 그것의 영광스러운 대용품들이나 찾을 밖에! 그럼 무엇을?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보로메 섬들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가냘프게 그리고 인간적으로 보호해주는 마른 돌담 하나만으로 나를 격리시켜 주기에 족할 것이고 어느 농가의 문턱에 선 두 그루의 씨프레 나무만으로도 나를 반겨 맞아 주기에 족할 것이니...... 한 번의 악수, 어떤 총명의 표시, 어떤 눈길..... 이런 것들이 바로 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 나의 보로메 섬들일 터이다. <보로메의 섬들 Les Iles Borromees>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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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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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도 별로고, 뒤표지에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쓰고 싶은데.....” 하는 소개 문구에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 무슨 당연한 얘기야? 쓰고 싶으면 쓰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내용은 의외로 좋았다. 도움이 될 것 같은 말들이 많았다. 퇴고할 때는 첫 단락을 없애보고 마지막 몇 문장을 지워보라는 얘기는 글을 많이 써 본 경험에서 나온 귀한 충고였다.

  


  읽는 사람은 없는데 쓰고 싶은 사람만 많은 현실에 대한 저자의 불안 섞인 의문에 공감했다. TMI 수필이 잘 팔리는 것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는 친구 사귀는 걸 귀찮아 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진짜 친구를 사귀려면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감정도 소모되니까, 친구인 척 하는 책을 읽으면서 만족하는 거겠지. 그런데, 그런 식으로 편하게만 살다가 안 그래도 낮은 관계 능력이 더 떨어지면 어쩌지?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해 쓰기’,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쓰기’는 어떨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이유, 불편한 이유, 싫어하는 이유다.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에서는 특히 이 세 가지가 중요한데, 남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길게 쓸수록 좋다. 그 표면적인 ‘이유’가 거짓말일 때가 많아서다.
- P27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반드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면, 그 리뷰는 반드시 읽힌다고 해도 좋다. 폭넓은 소비층이 아니어도 소수의 확실한 팬덤이 있다면, 열성적인 검색을 통해 당신의 글은 독자를 확보하게 된다. 어쩌면 당신 자신이 그런 소수의 충실한 팬덤에 속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2차 창작, 팬아트는 특정 작품을 완전히 숙지한 사람들이 즐기는 고도의 리뷰 행위이기도 하다. 당신의 글에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질 독자를 얻기에 좋은 소재 선정일 수 있다.
- P72

조지 손더스는 시러큐스 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졸업 연설에서,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에 대해 말했다. 가장 후회되는 순간. 가난? 남에게 보일 만하지 못한 일을 해야 했던 것? 망신당한 일? 노년에 이른 작가가 후회하는 일은, 친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 P132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 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 P133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 배우던 때의 일이다. (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배웠다고만 했기 이해했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달라.) 너무 어려워서 ‘말하자면 이런 건가요?’ 하고 자꾸 이상한 비유를 가져다 대는 학생에게 물리학과 교수가 말했다. “세상에는 한 번 정도 어렵게 어렵게 고민해서 이해해야 하는 것도 있다. 모든 걸 다쉽게 설명할 순 없다. 복잡해서 복잡한데 어떻게 쉽게 풀어주느냐.” 필자가 이해를 못해서 어렵게 보이게 쓰는 일도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쓰느라 어려워진 글도 있다.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가지를 다 쳐내고 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철학이 대표적인 경우고, 역사 또한 그렇다. 철학자가 쓴 책을 이해할 수 없어서 해설서(심지어 비전공자의)만 읽고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 논할 수는 없다!
- P170

데즈카 오사무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에서 만화를 그릴 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인권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다음의 세 가지를 주의하라고 썼다.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민족이나 국민,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꽤 명쾌하지 않은가. 이 정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글을 굳이 읽어야 할지 의문이다.
- P196

퇴고하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중략) (5)고유명사는 맞게 들어갔나 인용은 정확한가 (6)도입부가 길지 않은가. 한 단락을 지워본다. (7)마지막 단락이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몇 문장을 지워본다. (9)반복되는 표현, 습관적으로 쓴 단어(특히 부사와 접속부사)는 없는지. (후략)
- P197

소설의 인기는 전 같지 않고, 자기계발서도 전만큼 읽히지 않는다. 인기 에세이의 주인공 중에는 ‘보노보노’ ‘곰돌이 푸’가 있다. 귀염성 없는 인간과 싸워도 승산이 없는데 보노보노와 싸워 이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 P212

이런 책들의 내용을 TMI에 비유한 것은, 우울증에 대한 책이라고 우울증 얘기만 있는 게 아니고, 떡볶이 얘기도 등장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게 특정된 사연은 특정된 독자를 불러 모은다. 공감, 혹은 창작자가 읽는 나를 ‘알아(봐)준다’는 느낌이 중요해졌다. 책을 한 권 읽으면 같은 고민을 가진 한 사람의 친구를 얻는 것과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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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니샤드 - 인간의 자기 발견에 대한 기록
정창영 옮김 / 무지개다리너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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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교 스승들의 가르침인 <우파니샤드>를 읽는 내내 종교라는 것들은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힌두교의 가르침은 불교와 특히 비슷하지만, 도교와도 비슷하고, 기독교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 생각에 종교란 뇌의 특정한 생화학 반응에서 비롯되는 신비 체험과 대중을 움직이게 만드는 이야기의 조합인 듯하다. 대중에게 그들이 바라는 '잘 모르겠지만 대단해 보이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제공해주는 종교는 대중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종교의 결과는 좋은 쪽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터무니 없이 나쁜 쪽으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성 있는 자들은 마땅히 종교를 경계해야 한다.




카타 우파니샤드 3부 3장 4절
육체를 벗기 전에 브라만을 깨달으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물질과 육체의 속박에서 영원히 벗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면 육체를 입고 여러 세상에 거듭거듭 태어나지 않을 수 없다.
- P54

카타 우파니샤드 3부 3장 14절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욕망을 포기하면 죽을 존재가 불멸의 존재가 된다. 가슴을 얽어매고 있는 모든 매듭이 풀리면 죽을 존재가 불멸의 존재가 된다. 그는 이 세상에서 살면서도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 이것이 우파니샤드 가르침의 결론이다.
- P57

문다카 우파니샤드 3부 1장 1절
늘 함께 다니는 정다운 새 두 마리가 같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그 가운데 한 마리는 열매를 딱먹느라고 정신이 없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아무 집착이 없어 열매를 탐닉하고 있는 친구를 초연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열매를 탐닉하고 있는 새는 에고이고, 그것을 초연하게 바라보고 있는 새는 참 자아이다. 그 둘이 함께 앉아 있는 나무는 육체이고 열매를 탐닉하는 새가 따먹고 있는 열매는 행위이다.
- P84

슈베타슈바타라 우파니샤드 2장 10절
명상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라. 깨끗하고 조용하고 시원하고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고 바닥에 울퉁불퉁한 돌이 없고 먼지가 많이 일지 않고 비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동굴 같은 곳, 그러나 너무 안락하지 않은 곳을 찾아 그곳에서 명상 수행에 몰두하라.
- P106

슈베타슈타바라 우파니샤드 2장 12절
요가 수행자가 강인한 수행을 통해 5가지 원소로 구성된 육체를 통제할 수 있게 되면 질병과 늙음과 죽음을 뛰어넘는 새로운 육신을 얻는다. 수행의 첫 번째 결과는 육체의 건강이다. 몸의 이곳저곳에 쌓이 불순물이 제거되고 피부과 탄력과 윤택을 되찾으며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고 몸에서 향기가 난다. 이런 증거가 나타나면 수행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
- P106

만두키야 우파니샤드 2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브라만이다. 참 자아 아트만이 곧 이 브라만이다.
- P168

브리하다란야카 우파니샤드 4부 4장 5절
사람은 행하는 그대로 됩니다. 선한 행위를 하면 선한 사람이 되고 악한 행위를 하면 악한 사람이 됩니다. 선한 행위는 사람을 순수하게 만들고 악한 행위는 사람을 더럽힙니다. 인간은 자신의 영혼이 바라는 대로 되는 존재입니다. 바라는 대로 의지가 형성되고 의지는 행위를 낳고 행위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행위에 따라 그에 걸맞는 결과가 따라옵니다.
- P197

이샤 우파니샤드 1절
변하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브라만의 품안에 있다. 그러니 인간들이여, 집착을 버리고 브라만 안에서 영원한 기쁨을 찾으라. 모든 것이 브라만에게 속해 있으니 무엇을 갖고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 인위적인 욕망을 품지 말고 그때그때 주어지는 것을 수용하며 자기가 해야 할 행위를 하라. 그러면 이 세상 일로 하여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으리라.
- P215

찬도기야 우파니샤드 3부 18장 1절
육체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사람의 마음을 브라만으로 알고 숭배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 브라만이기 때문이다. 신적인 능력의 입장에서 본다면, 허공을 브라만으로 알고 숭배해야 한다. 마음과 허공은 둘 다 텅 비어 있으면서 충만한 닮은꼴이다.
- P229

찬도기야 우파니샤드 4부 4장 3절
사트야카마는 히라드루마타 가우타마를 찾아가서 말했다.
“선생님,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가우타마가 물었다.
“자네는 어느 가문 출신인가?”
“죄송합니다만 그걸 모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머니께서 젊었을 때 하녀로 이집 저집 옮겨 다니는 도중에 저를 낳았기 때문에 누구의 피를 받았는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제 이름은 사트야카마이고 저의 어머니 이름은 자발라이니까 제 이름을 사트야카마 자발라라고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스승 가우타마는 감탄하며 말했다.
“진정한 브라만 가문 출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그대처럼 진실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 부디 진리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라.”
- P231

찬도기야 우파니샤드 6부 16장 1절
사람들이 재판장에게 어떤 사람을 두 손을 꽁꽁 묶은 채로 끌고 와서 “이 사람이 도둑질을 했소. 벌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끌려온 사람은 자기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부인했다. 그러면 재판장은 도끼 자루를 불에 달구어서 그 자루를 잡아보라고 한다. 그러면 겁을 먹고 도둑질을 했다고 자백을 하든지, 아니면 뜨거운 도끼 자루를 잡아 손을 데고 형벌을 받게 되든지 한다. 그러나 정말로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결백을 맹세하고 도끼 자루를 잡는다. 그가 진정으로 결백하다면 그 진실이 그를 보호하여 뜨겁게 달구어진 도끼 자루를 잡아도 손을 데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풀려난다. 진실을 말하기로 맹세한 사람이 실제로 결백하다면 뜨거운 도끼 자루를 잡아도 손을 데지 않는 것처럼, 진실로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거듭해서 태어난다.
- P246

타이티리야 우파니샤드 3부 10장 1절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마라.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다. 배고픈 사람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 항상 음식을 준비해두어라. 배고픈 사람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면 자기도 좋은 음식을 받고, 적당히 대접하면 자기도 그렇게 받을 것이고, 소홀하게 대접하면 자기에게도 음식이 늘 부족하리라.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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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그 자리에 - 첫사랑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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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엔 ‘영국 신사’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몇 차례 했다. 조지 오웰의 책을 전부 읽은 것을 시작으로 해서, 윌리엄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을 읽었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회를 보고 왔고, 이번에는 올리버 색스다. 번역서가 굉장히 많이 나와 있는 유명한 사람 같은데, 뒤늦게라도 알게 되어서 기쁘다. 


  1부는 어린 시절 이야기, 2부는 신경과 의사로 일하면서 만난 환자들의 사례를 더한 뇌 이야기, 3부는 죽음으로 다가가는 노년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엄청나게 기발한 내용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지적이고 교양이 넘쳐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지나간 시대의 미덕을 잘 간직하고 있는 80대의 지적인 노인과 여유롭게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정말 좋았다. 


  처자식 이야기가 없어서 게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역시 그랬다. 유럽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없애는 계기가 된 것은 나폴레옹 점령에 따른 법 체계의 정비였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을 비롯해 나폴레옹에게 점령되지 않은 나라들은 20세기에도 동성애를 가혹하게 처벌했다는데, 그런 분위기가 호크니와 색스의 미국 이주에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젊은 시절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인 미국을 동경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여기에도 그런 맥락이 있겠거니 생각했다.


  올해의 독서 경험을 근거로 판단하기에, 영국의 신사 교육은 매우 훌륭하다. 그 전통 있는 지적 토양에서 자라난 사립학교의 도련님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과학의 연구로 인류에 공헌해 왔다니, 건강하면서도 낭만적인, 아름다운 이야기다.


내가 사우스켄싱턴에서 맨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언제나 과학박물관이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내가 제일 처음 방문했던 박물관으로, 내게는 고향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어린 시절, 어머니는 간혹 나와 형들을 그곳에 데려가곤 했다. (중략)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구식 탄광램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아버지, 그러니까 너희 외할아버지가 저걸 발명하셨단다.” 고개를 숙여 안내판을 들여다보니, 다음과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 란다우 램프Landau lamp는 1869년 마르쿠스 란다우에 의해 발명되어, 험프리 데이비 램프를 대체했다.” 그 후로 나는 그 안내판을 읽을 때마다 이상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그 박물관과 (1837년에 태어나 돌아가신 지 한참 지난) 외할아버지에 대한 개인적 유대관계를 느꼈다.
- P20

자연법칙의 위엄성과 불변성,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노력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느낌은 사우스켄싱턴 과학박물관의 주기율표 앞에 선 열 살짜리 소년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 느낌은 평생 동안 나를 떠나지 않았으며, 50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
- P22

환각은 그 내용이 계시적이든 평범하든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며, 인간의 의식과 경험의 통상적 범위에 속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영적 생활에서 나름의 역할을 담당하고, 개인에게 커다란 의미를 제공할 수 있음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믿음의 근거로 삼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환각이 여하한 형이상학적 존재나 장소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제공할 수는 없다. 그것은 환각을 창조하는 뇌의 힘에 대한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 P120

만약 우리가 운 좋게 건강한 노년에 도달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열정과 생산성을 유지해주는 것은 ‘삶의 경이로움’일 것이다.
- P215

형 마이클은 열다섯 살 때 급성 정신병에 걸려, 도처에서 ‘메시지’를 보며 자기 생각이 읽히거나 방송되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형은 발작적으로 킥킥거리며, 자신이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1940년대에는 환각제가 드물었으므로, 내 부모님(두 분 다 의사였다)은 마이클이 정신병을 초래하는 질병, 이를테면 갑상샘 질환이나 뇌종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마이클은 조현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 P234

독서란 매우 복잡한 과제로, 수많은 뇌 영역을 호출한다. 그러나 독서는 언어와 다르다. 즉, 언어는 인간의 뇌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독서는 인간이 진화를 통해 획득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는 비교적 최근(아마도 5000년 전)에 진화했으며, 뇌의 시각피질 중 미세한 부분에 의존한다. 우리가 오늘날 시각단어형태영역visual word form area(VWFA)이라고 부른 이 부분은, 좌뇌 뒤쪽 근처에 있는 피질영역의 일부다. (중략) 사람들은 독서와 관련하여 제각기 독특한 신경회로neural pathway를 형성하며, 개인의 독서 행위는 기억과 경험만이 아니라 감각양식sensory modality과도 제각기 독특하게 결합한다.
- P315

그러나 이제 (기적을 용납하지 않는) 인생의 마지막 주간을 맞이하여 (구역질이 너무 심해, 액체나 젤리형 고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다), 나는 게필테 피시gefilte fish의 진가를 재발견하고 있다. 비록 한 번에 100그램 이상을 섭취할 수 없지만, 깨어 있는 동안 한 시간에 한 번씩 게필테 피시 1회분을 섭취하면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다. (중략) 나는 네 살 적에 먹어본 게필테 피시의 맛을 기억하고 있지만, 내 입맛은 그 이전에 이미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통 유태인 가정에서는 유아의 이유식으로 종종 영양분이 풍부한 게필테 피시의 젤리를 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필테 피시는 인생의 알파요 오메가인 셈이다. 지금으로부터 82년 전 나를 이 세상에 데려다주었듯이, 조만간 나를 이 세상에서 데려갈 테니 말이다.
- P343

나는 좋은 글쓰기, 미술,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만, 품위, 상식, 선견지명, 불행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관심 같은 인간의 미덕을 바탕으로 수렁에 빠진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과학뿐이라고 생각한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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