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영어 실력이면 영어로 수다 떨 수 있다
권주영 지음 / 라온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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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수다 떨기,는 오랜 꿈을 넘어 로망이 되어버리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제는 여행갔을 때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완전히 포기할수는 없어 다시 한번 책을 들춰본다. 제목 자체가 중학교 영어 실력이면 영어로 수다 떨 수 있다,라고 되어 있으니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걸 말하는 것일까, 라는 기대감으로 책에 집중을 해 본다. 아니, 사실 영어공부는 하기 싫어도 영어회화는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에 더 현혹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건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단지 지금까지의 어려운 방법으로 시도하다가 포기해버린 영어를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접근하여 영어 말문이 트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 위한 시작으로 이 책을 펼쳐보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처음 중국어를 배울 때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영어는 누구나 다 조금씩은 하는 언어라는 생각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창피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말로 내뱉지 못하지만, 주위에 중국어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도 구사할 수 있는 문장을 중국어로 마구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문장에서 수식어가 들어가고 성조가 틀린 걸 깨달으면 또 스스로 성조를 고쳐가며 혼자 하나씩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어나갔었는데,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일상적으로 영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문장을 만들어내고 영어의 문장을 블럭쌓는 것처럼 늘려가며 연습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영어로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 것.

 

영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습관을 갖게 되면 조금씩 자신만의 문장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말로 내뱉는 연습을 하고 그 다음단계로는 발음을 교정하는 연습  - 이 책에서는 영어 목소리를 만든다는 표현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지나면 조금은 영어 자신감이 생겨나고 그것이 곧 실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내 경험이 없었다면 이 책 역시 한번 읽고 쓱 지나쳐가는 수많은 영어 학습서의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그려보고, 단순형에서 조금씩 블럭을 쌓아나가듯 수식어구를 늘려가면서 좀 더 풍성한 표현을 구사하고 어조와 강세, 발음을 신경쓰면서 말하기를 연습하면 수다떨기까지는 안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예시문을 소리내어 읽어봤는데, 소리내어 읽으며 문장 빨리 읽기를 시도해보기도 했는데 그렇게 어려운 단어가 나온 것이 아닌데도 자꾸만 더듬거리게 되는 걸 느끼면서 글로 배우는 영어와 말하기로 배우는 영어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뭔가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해본다, 라는 기분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해보려고 하니, 저자가 언급했던, 자신의 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이 떠오른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언어라는 것이 완벽하게 학습한 후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걸 떠올리며 이제 조금씩 말하기를 배워야겠다. 과연 나는 영어로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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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
이언 매큐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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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머니의 세계관과 아버님의 세계관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이들은 내면의 여행을 하고 다른 이들은 세상을 개혁하는 데 힘쓰는 게 가장 좋은 일 아닐까요? 문명을 일구는 것은 다양성이 아니던가요?"(71)

 

"두 분은 서로를 같은 이유로 비난했어요. 어머니는 아버님보다 더 강경하지 않아요. 둘 다 약해빠졌다고요! 두 분은 서로 자신의 죄책감을 상대방에게 덮어씌운 겁니다"(129)

 

책을 읽기 전부터, 아니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검은 개'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미 검은 개가 무엇인지 그 의미에 대해 나왔는데 내가 미처 모르고 지나친 걸까? 라는 의구심에 책을 읽다말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훑어보면서 또 읽었다. 도대체 이 검은 개,는 뭘까.. 싶을 때 준과 버나드의 딸 제인이 그에 대한 언급을 하려다 마는 부분을 읽게 된다. 아하, 앞으로 그 검은 개에 대한 설명이 나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계속 해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이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한편의 소설을 읽는 데 집중이 안되고, 쉽게 읽을수가 없었다. 준과 버나드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뭘까,에만 집중을 하다보니 자꾸 의미만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해 더욱 버벅대며 시간의 흐름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끊임없는 의문은 저자가 내게 답을 주지 않고 자꾸만 뭔가를 물어보고 싶게 만들기만 하고 있어서 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는 것은 나 스스로여야 한다, 인 것인가.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된 준고 버나드는 - 서로의 기억이 다른 교차점에서 누가 누구를 먼저 좋아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태어난 딸 제인과 결혼한 제러미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준의 개인사 기록을 위해 과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 역사의 순간에 동독을 찾아가는 버나드와 동행하게 되며 준의 기억 속 이야기와 상반되는 버나드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서로의 기억이 다를 수 있다, 라는 것에서 끝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애초에 오래전부터 영화, 드라마, 소설로 이어져오던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으리라. 그렇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기억의 차이 이전에 시선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정적인 등장이 검은 개...

 

사실 딱히 검은개의 상징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나치가 레지스탕스를 잡기 위해 이용하다 버린 게슈타포의 경비견이라는 사실은 다분히 충격적이었다. - 사뭇 우리의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그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들개가 되어버린 이용당한 개만을 사냥하는 것으로 끝내버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먼저 원초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니, 검은개의 등장은 이런 이야기에 묻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검은개,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현재의 시점이 하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그 현장이라는 것과 들떠있는 군중에게, 이상은 높지만 전혀 활동가로서의 모습은 찾기 힘든 버나드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꼰대와 비슷하게 그려졌다는 것이 또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해버렸다. 모든 것을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암시처럼 여겨버리는 듯 한 준에게 퍼붓고 싶었던 질문은 들어가버리고 버나드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또 한가득 나오고 있지만 실상 이 모든 물음은 준과 버나드가 아닌 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걸 깨닫는 것도 그리 놀라운 건 아니고.

 

이야기가 자꾸 겉도는 느낌이지만 세계의 충돌이 있었고 사상과 이념의 차이에 따라 전쟁까지 경험하고 나서야 서로의 화해를 위해 손에 손을 잡는 세상을 만들어가지만 여전히 세계는 나뉘어 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우리가 제대로 인식해야 하는 검은개의 그 정체는 무엇이라 해야 할까.

 

"시적인 진실이나 영적인 진실 아니면 저만의 개인적인 진실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 여자는 진짜 진실에는, 실제로 일어난 일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어. 두 인간이 각각 독립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실에는 무관심했다고. 그 여잔 패턴을 만들고 신화를 지어냈어. 그러곤 사실을 끼워맞췄지. ... 준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사실에 자신의 사상을 맞추지 않고 어떻게 자기 사상에 맞춰 사실을 왜곡하는가. 왜 대체 그런 짓을 하나, 왜 대체 그런 짓을 하나. 왜 계속 그러는 것인가"(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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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혼자 밥 먹기 혼자 밥 먹기 시리즈 2
강문규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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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영역에서일뿐이고 밖에 나가서 혼자 밥을 먹거나 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도 하지 못한다. 동네 골목골목을 산책하듯이 걸으며 이쁜 공간을 발견하거나 맛있어 보이는 밥집을 발견해도 선뜻 들어가지 못해 다음에 누군가와 약속을 하게 되면 그곳으로 찾아가곤 하는데 심지어 책방이나 소품가게 조차 혼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해서 새로운 가게가 생겨 가보려고 하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우리 동네도 아니고 오사카에서 혼자 밥 먹기, 라니. 내가 시도해보기는 틀렸구나, 싶은 생각에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문득 이 책을 '혼자' 밥 먹기의 '혼자'라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마음 편히, 좋은 곳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의 발견이라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가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은 유명관광지를 벗어나 오사카를 동네 산책하듯이 다니다가 이 곳 괜찮아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길을 멈추고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를 마시거나 배가 고플때 쯤 이 곳 음식은 어떨까, 라는 기대에 들어가 주문을 하는데 그곳이 바로 동네 현지인들의 핫플레이스임을 알게 되기도 하고 우연찮게 들어간 곳이 정말 맛있는 맛집일수도 있는 그런 곳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한번쯤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그런 곳, 하지만 기회가 되면 그래도 가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곳 말이다.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볼거리도 같이 소개를 해 주고 있는 공간도 많다. 헌책방과 함께 운영되는 까페 - 심지어 커피 맛도 좋다고 하는데, 사실 일본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골목이나 동네마다 주인이 직접 커피를 내리는 곳이 많고 그런 곳의 분위기도 좋아서 숙소 근처에서 그런 곳을 발견하면 괜히 덤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얼마 전부터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소화시킬 겸 남은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사무실 근처 골목길을 마구 다니면서 새로이 생긴 까페나 소품가게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비슷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오사카에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여행 계획이 구체화되면 떠나기 전에 이 책을 한번 더 훑어보고 관심이 있는 책방이라거나 저자의 표현으로 '사랑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득한 까페' 미모사 같은 곳은 따로 메모를 해서 찾아가보고 싶다. 그전에 우리 동네에 인도 음식 전문점이 생겼는데 그곳을 먼저 가보게 된다면 교토에 있는 전통 인도식 카레를 맛볼 수 있는 아잔타에도 가볼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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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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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로 읽는 현대 디자인의 지도,라는 부제가 달렸는데 말 그대로 디자인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보기 전에 목차를 보며 내용을 살펴보다가 디자이너에 안도 다다오가 있고 또 건축 항목이 따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디자인이라고 했을 때 건축을 떠올려본 기억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인지 좀 더 다양하게 열린 마음으로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처음 이 책의 초판이 나왔을 때만 해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할 얘기가 많았고,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와 설명은 제법 신선한 지식이 될만하다고 여겨졌는데 채 십년이 안되어 디자인에 쏠렸던 시선이 분산되고 하락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이 전문적인 영역의 디자인이 대중의 눈높이로 맞춰지고 소비만 하던 대중이 생산과 설계까지 해내게 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의 시대에 맞게 이 책을 새로 엮어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디자인을 우리 가까이하게 해 준 것에는 저자처럼 우리가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디자인을 글로 풀어낸 것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는 내가 지나치다가 디자인이 어떤지 보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화로 짧게 여러분야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는데 사실 짧은 만화컷 몇개로 핵심만을 끄집어 내어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저자의 역량이 아닐까 싶어진다. - 사실 이건 알고 있는 몇몇의 에피소드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더 그 빛을 발했다.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부분까지만이었다면 그저 이 책은 재미있게 잠깐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본문의 내용을 읽은 시간만큼이나 뒤에 첨부된 P.S 디자인을 천천히 읽었는데 디자이너에 대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저자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디자이너라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을 밝혀야 하고 사회와 문화에 대한 견해를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누구를 주된 클라이언트로 삼을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270)라며 선택은 자율이라고 하지만 바우하우스에 모인 디자인 선배들의 사진 속 표정을 꼭 다시 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있다. 사실 그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우리도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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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왔던 책이더라구요 :>

리뷰도 썼으면서 몰랐다니 그것 참.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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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소설가가 요리를 한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그가 요리를 하게 된 것은 -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도 했을지 모르지만 본격적이 된 것은 '그가 요리를 해 주는 그녀'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표현되는 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아내이며 아픈 그녀를 위해 중년이 되어서야 요리를 배우며 경험하고 느끼고 깨닫게 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책 제목만 보고 그냥 단순히 이건 또 하나의 요리책, 그러니까 줄리언 반스의 레시피, 정도의 책인 줄 알았다. 뒤늦게 시작한 요리배우기이니 나도 희망을 갖고 요리를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아, 그런데 또 이따위 책이라니. - 이건 한탄의 소리가 아니라 책 제목의 라임을 맞춰보려고한 것일뿐 절대 이따위 책은 아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책이라는 뜻일뿐. 말이 나온김에 책 제목을 다시 봤다. 책의 원제는 정말 영국스러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번역서의 책 제목이 왜 이래, 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딱 그 느낌이 남았다. 줄이언 반스 역시 부엌에서 책을 통해 요리를 배우며 되내었을 말이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요리책을 읽긴 해도, 그건 그냥 영감을 얻기 위한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다. 그런 사람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당신이라면 그저 영감이나 얻기 위해 법규를 대충 훑어보는 사람을 변호사로 고용하겠는가? (34)

 

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 문장을 읽으면서이다. 아니, 뭐 비슷한 느낌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던 것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책을 읽는 것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내 생각을 콕 끄집어내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친구에게 맞장구를 치는 느낌이다.

게다가 요리책을 이것저것 구비하면서 겪게되는 에피소드에 막 공감을 하고 있는데 문득 한때 우리에게도 옛 레시피 책이 유행했던 것이 기억났다. 다행인 것은 당시 나는 요리보다는 책에 관심이 많아서 요리'책'으로서의 관심을 갖기만 하고 말았을뿐이라 그리 큰 실망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리책을 처음 보면서 음식을 만들어볼 때 중량과 비율을 맞춰가며 열심히 따라해보려하지만 처음부터 막히기 시작했고, 그래도 이미 시작한 요리이니 끝까지 만들었는데 그 결과물의 맛이...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사실 처음의 명목은 어머니를 위한 요리였지만 결국 내가 만든 요리는 나 혼자 다 먹는다를 실행했을 뿐이었던 것도.

여러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읽히지만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이틀 전에 미리 집의 식기를 가지고 가서 음식 주문을 하고 집에서 익히기만 하면 되는 메인 요리를 내어 대접한 에피소드의 결과는...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일 것일지. ㅎ)

 

"요리한다는 것은 법석 떠는 과정을 거쳐 불확정성을 확정성으로 변형시키는 일이다"(138)

자, 이제 나도 한번 법석을 좀 떨어볼까?

 

 

 

덧. 아무리 살펴봐도 삽화가가 누구인지 책에는 없다.

덧2. 치커리를 반토막 내어 40분간 익힌다고? 내가 아는 치커리가 아닌가 싶어 검색까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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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커리를 아마 곤죽으로 만드는 레시피
인가 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