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지음, 윤병언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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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 라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탈리아의 현대문학은 - 물론 뭐 그리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은 그 몇권의 책을 떠올려봤을 때 - 우리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표현되는 것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 학업, 취헙, 가족.... 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모습이 바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못생긴 여자'라는 제목을 봤을 때 그녀의 모습은 곧 나의 모습일 것이며 그녀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과 같을 것이라는 예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더구나 글의 시작부터가 심상치않다.

 

"못생긴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꺼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삶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우리 못생긴 여자들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으면 마치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삶의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는다. 그곳에서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우리가 죽지 않고 숨이나 경우 쉴 수 있을 정도로만 열어놓은 조그마한 틈새에 대고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이다.

못생긴 여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할 줄 모른다. 그저 자신이 무엇을 누릴 수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 만족할 뿐이다.

... 나는 못생겼다. 진짜로 못생겼다.

그렇다고 불구는 아니어서 남들이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아니다. 내 몸에 붙어 있어야 할 것은 다 붙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영락없이 어딘가는 기준치보다 조금 더 짧거나 길다. 그것을 일일이 열거하는 건 의미도 없을뿐더러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어린아이처럼 예쁘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내 외모는 인간이란 종에 대한 하나의 모욕이고 무엇보다도 여성에 대한 모욕이다."(5-7)

 

그러니까 '못생긴 여자'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의 내용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처음 시작부터 완전히 현실적으로 내 이야기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든다. 나 역시 못생겼다. 못생긴 여자가 못생긴 여자를 읽고 있다. 이것이 아이러니가 될지 웃픈 이야기가 될지 슬픈 이야기 혹은 즐거운 이야기가 될지. 아주 조금은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혹시 '못생김'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하나의 은유로 쓰인 것은 아닐까, 못생긴 여자인 레베카의 모습은 또 다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작가는 레베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책장을 덮으며 뭔가 좀 아쉽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순간 이내 내 마음을 치는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나 역시 사회적으로 형성된 습관적 개념에 의해 레베카를 판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한 판단은 레베카의 외모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구인 루칠라와 루칠라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굴곡시켜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책을 다 읽고난 후, 나 역시 못생겼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는 내 오만이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나 또한 레베카를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지난 몇 년 간 나는 '차별'이라는 말에서 두려움을 느껴왔다. 민족, 사회, 문화, 외모, 취향....

감히 누가 어느 한쪽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이가. 이 소설은 그 '두려움'에서 태어났다. 환영도 사랑도 못 받는 레베카는, 지금도 우리 안에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레베카의 손을 잡고 입학식에 참석하는 것을 포기한 아버지, 너무 못생긴 레베카의 탄생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에 빠져 레베카를 외면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런 부모를 비난하며 레베카를 돌보기 위해 한집안에서 같이 지내고 있지만 그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던 에르미니아 고모까지 레베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해주는 가족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레베카에게도 모두에게 내세울 수 있는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이 있다. 그것으로 인해 레베카는 데 렐리스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레베카의 주변 인물들, 그러니까 가족을 비롯하여 레베카를 돌봐주는 마달레나와 친구 루칠라, 루칠라의 어머니와 이모(레베카의 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렐리스 피아노 과외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영향을 주고 그녀의 삶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하고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그 모두를 통해, 그러니까 관계와 일상의 모습 속에서 레베카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듯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데 렐리스 할머니는 레베카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얘야, 너는 특별한 아이야. 설령 네가 또 다른 외모를 가졌다고 해도 그것이 네 인생에 절대로 커다란 영향은 끼치지 못해. 넌 그 정도로 특별한 아이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 이 땅에 사는 날이 얼마나 된다고 외모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서로 다투어가며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느냔 말이지. 정말 한심한 노릇이야."(208)

그리고 그 말중에 요즘은 외모를 바꿀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수술을 하면 그뿐이라는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다. 그래, 왜 레베카는 수술을 하지 않는거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생각의 이면에 '못생김'이라는 것은 수술을 통해 그 표면적인 외형을 바꿀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내면의 못생김을 바꿔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데 렐리스 할머니를 만나면서 레베카는 조금씩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버지와의 관계도 변화하게 되고, 그녀의 집안 역시 조금씩 어머니의 향을 품어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레베카의 삶이 확연하게 바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백마를 탄 왕자님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학교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냄새나는 괴물 취급을 당하고 결국은 집단구타를 당하기도 하는 모습은 현실이 아닌 꿈속의 모습처럼 그려진다. 한참을 읽고 난 후에야 그녀의 현실적인 괴로움의 실체를 보게 되어 슬프기도 했지만, 이미 레베카가 "완전히 불행한 건 아니야. 이게 내 인생이니까"라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덜 슬펐다.

그러니까 인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이고 뭔가 특별한 삶의 선물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설속의 통념을 깨버리면서 레베카의 일상을 그대로 바라보게 만들어서 오히려 다행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말이다. 나 역시 '나름 잘 지내'라는 말을 모두에게 하고 있으니 내 인생은 그리 나쁘지 않아,인 것이다.

 

"하지만 못생긴 건 어쩔 수 없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나도 알아. 좀 더 뛰어날 수 있으면, 나를 잊을 수 있으면, 내 외모를 잊고 살 수 있으면 말이야..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아.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해 질 때까지 여기 갇혀 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면서 지내는 거야. 아버지는 대단한 미남이지만 나처럼 맞서서 세상일을 헤쳐 나갈 줄 몰라. 마음은 있지만 못하는 거야. 그 점에 대해서는 아버지를 이해해. 난 불행하지 않아. 완전히 불행한 건 아니지. 나름 잘 지내. 그리고 그렇게 외롭지도 않아. 관중들에게 익숙한 오페라 가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말이야. 마달레나도 있고 데 렐리스 선생님도 있고, 일로 만나는 사람들도 있고. 외롭다고 할 수는 없지. .그냥 그게 내 인생일 뿐이야."(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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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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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공부할 권리'라니. 이 책은 그닥 읽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내가 뭐 정여울 작가를 그리 잘 알아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가 이야기하는 '공부할 권리'라는것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그런 공부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권리'라고까지 이야기하는데 한번 읽어볼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공부할 권리'가 뭔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책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쓰윽 읽어버리고나서야 그 의미를 새겨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 나의 존엄을 지켜 주는 최고의 멘토"라는 그녀의 에필로그가 책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되새겨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제가 지난 10녀 년 동안 시간표도 선생님도 없는 나만의 작은 마음의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배움의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길 없는 길 위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과 이별했으며, 그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는데 용감하게 두 주먹을 꽉 쥔 아이, 마음이 단단한 작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바로 나 자신이었지요. 여러분도 이 소박한 마음의 학교에서 자신 안의 가장 소중한 아이,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천진한 내면의 아이를 꼭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작은 방 안에 있음을 깨닫고 이 세상이 너무 알고 싶어 '나'라는 껍질을 스스로 깨고 온 세상을 헤매다 비로소 나만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아이가 또 다른 길 위에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 떠납니다.

당신이 '공부할 권리'를 스스로 되찾는 순간, 새로운 인생의 2막은 비로소 활짝 열릴 것입니다"

 

조금 긴 글을 인용했지만 혹시 나처럼 '공부'라는 말에 응? 하면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녀의 말을 옮겨놓았다. 책을 읽는 동안 했던 생각들을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 그러니까 이것 역시 정여울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기는 하지만 -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보다 일상 속에서 책을 어떻게 써먹을까입니다"(321)

아니, 책을 수단화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책을 읽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냥 스쳐버리지 말고 내가 읽은 책이 삶으로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책의 메시지도 함께 나누고, 그에 더하여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삶의 모습으로 실천하기도 하며 책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미 읽은 책이지만 깊이있게 읽어내지 못한 책의 이야기도 있었고, 깊이 공감하며 함께 읽어나가는듯한 느낌이 든 책 이야기도 있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읽지 못한 책을 빨리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조급함이다. 왠지 내가 왜 이런 세상을 몰랐을까, 라는 마음이 드는 느낌이랄까.

 

어찌 보면 이 책은 정여울이라는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감상'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쉽게만 볼 것은 아니다. 글을 읽는 것은 쉽지만 그 글들이 내 삶의 모습과 연결되게 하는 것은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으니까. 그녀의 이야기 한토막처럼 '정의'와 '정의감'은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어쨌든 책은 너무 술술 읽혀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약간 소화불량에 걸린 듯한 느낌이 남아있는데 이제 다시 그녀가 이야기한 책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나대로 내 삶의 이야기를 더하여 나의 내면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해나가면 그 묵직함은 또 다른 깊이있음으로 바뀌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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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4-19 0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주문해서 지금 이 책 배송될때만 기다리고 있어요 ^^
읽은 책이 삶에 깊숙히 스며들 수 있도록, 책을 그렇게 읽는 사람과 그렇게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chika 2016-04-19 09: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부끄러움을 알게된 우리도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기로해요 ^^
 
숲에서 다시 시작하다 - 리셋 원정대의 뉴질랜드 트레킹
박재희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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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냥 '트레킹'이야기라고 한다면 그닥 이 책을 들춰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내 마음을 혹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리셋 원정대의 뉴질랜드 트레킹'이라는 부제다.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우연찮게 얼마전에 티비 프로그램에서 뉴질랜드로 여행을 간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그곳에 대한 로망과 환상은 '반지 원정대' 때문이었다. 이미 그곳이 영화 반지전쟁의 촬영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영화촬영지라는 것이 그리 큰 매력을 갖고 있지는 않았기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뉴질랜드의 풍경을 보니 그 수많은 곳 중에서 왜 뉴질랜드인지 알것같았다.

 

저자는 반지원정대에 빗대어 자신들을 리셋 원정대라고 명명하고 - 그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 때묻지 않은 청정 지역인 뉴질랜드로 떠난다. 밀포드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퇴로가 없는 전진 뿐임을 자각해야한다. 캠핑을 할 수 없는 곳이며 원두막에는 1박이상을 할 수 없기에 4일동안 줄곳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번에 갈 수 있는 인원은 40명.

그러한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보이는데 저자는 준비과정에서부터 세세하고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호기심으로 책을 들여다보는 이를 지쳐버리게 하지는 않는다. 이 대장정을 어떻게 해? 라는 두려움과 막막함 보다는 '이런 나도 하는데 당신도 도전할 수 있어요'라고 말을 건네듯 가볍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하지만 그 가벼움속에 현실적으로 요긴한 팁들이 마구 쏟아져나온다. 그래서 허술한 듯 하지만 전혀 허술하지 않은 트레킹 이야기가 완성된 느낌이다.

자연의 모습과 길을 걸으며 배우게 되는 삶의 지혜, 가르침은 그에 대한 덤일까 아니면 이 이야기의 주된 강조점일까. 아무튼 설렁설렁거리는 듯, 간간이 나오는 멋진 사진들에 감탄을 하면서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야기는 끝이 나 있었다.

 

밀포드 트레킹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다른 많은 모습을 알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뉴질랜드에 한걸음 다가선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밀포드 사운드,라는 이름에 대한 저자의 분개는 그들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까지 떠오르게 하며 공감하게 된다.

밀포드 사운드라는 이름은 그곳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하며, 애초에 원주민의 땅인 그곳은 흔해빠진 사운드(해협)도 아니고 빙하작용으로 생긴 피오르드라고 한다. 그리고 그곳을 일컫는 이름은 피오피오타히, 지금은 멸종된 피오피오생의 이름을 따서 조상대대로 불러왔다고 한다.

청정 자연을 지켜내기 위해 입산 인원수를 제한하고 소독을 철저히 하며 자연을 지켜내는 모습은 대단하지만 그 이름도 원래 주인들이 부르는 이름을 지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도 그곳으로 길을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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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플라워 패턴 일러스트
박영미 지음 / 미디어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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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패턴,이라고 해서 아주 샤랄라한 공주님 패턴만 떠올리며 나랑은 안맞겠구나 싶었는데 [북유럽패턴 일러스트]의 저자라는 걸 알게 되니 급 관심이 생겼다. 카드를 만들거나 손편지를 쓸 때 가끔씩 책장에 꽂혀있는 북유럽 패턴 일러스트 책을 꺼내들고 활용을 하고는 했는데 이 책 역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감이 진한 이전의 책과 달리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꽃무늬 패턴이라 은근히 화사한 것이 카드를 만들거나 포장지를 만들때도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쳐들고 가장 마음에 드는 꽃그림부터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보면서 펜으로 따라 그리기를 하고 색을 칠하는데 도무지 책의 문양처럼 색감이 나오지 않아 책을 집어넣고 묵혀두었었는데 앞장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니 이 책의 모든 패턴은 색연필로 그린 것이라고 되어 있다. 나도 색연필로 해 봤는데 왜 저자의 그림처럼 이쁘게 안나오는걸까, 하고 다시 봤더니 모양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것에 따라 색연필의 굵기도 달라져야 하고 강약을 주며 색을 칠하면서 입체감을 주는 것에 따라서도 결과물은 아주 많이 달라진다.

그리고 약간 엉성한 과정을 거치면서, 몇번의 실패도 해보면서 따라 그리고 색을 칠하고 그랬더니 처음보다는 꽤 괜찮은 러블리 플라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을 정교하게 잘 그린다면 훨씬 더 이쁜 패턴을 만들 수 있겠지만 나처럼 그림을 잘 못그려도 그림에 색을 입히고 자잘한 문양을 일정한 패턴으로 그려넣으면 그냥 밋밋한 여백이 있는 종이보다는 훨씬 이쁘고 정성이 담기게 보인다.

더구나 이 책은 러블리 플라워 패턴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카드나 엽서를 만들고 메모장이나 포장태그를 만들어 포장 장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팁이 같이 들어있다.

책 뒤에는 부록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패턴지가 있는데 여전히 쉽게 쓰지는 못하겠다. 어쨌든 세상의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소품을 만들 수 있는 팁을 주는 책이라 종종 꺼내어 활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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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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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조금 흥분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가 받아든 이 가벼운 책에 살짝 실망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묵직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는 어디로 가고 왠지 요 네스뵈에게 헌정하는 막간극의 대본같은 이야기가 있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요 네스뵈가 누구인가. 역시 그냥 그렇게 책의 무게마냥 가볍고 얄팍한 두께마냥 얍상한 이야기만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저 술렁술렁 읽어내려가다가 이것이야말로 정말 '이야기'구나 싶어진다. 왠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을 읽은 듯한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도입부분은 이전에 읽었던 로런스 블록의 '살인해드립니다'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표현을 쓰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한번쯤은 내뱉어야 할 것 같다. '낭만적인 청부살인업자'가 등장하는 이야기.

솔직히 어떤 이유에서든 '청부살인업자'에게는 그런 감상적인 단어를 붙여서는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켈러가 어쩌다보니 살인청부업자가 되었듯이 다른 모든 일에 젬병인 올라브 요한센은 청부살인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블러드 온 스노우'는 요 네스뵈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하드보일드하게 시작된다. 낭자한 피, 그것도 새하얗게 내린 눈 위로 흐르는 핏물... 백설공주라는 동화의 탄생과는 달리 (아니, 어쩌면 백설공주의 잔혹동화 버전을 생각하면 그것도 역시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살인과 죽음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야기속 이야기를 형성해가면서 바야흐로 살인청부업자의 로맨스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저 가볍게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속의 이야기는 뜻밖의 내용전개로 이어지고 요 네스뵈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나는 나만의 이야기로 이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응? 하는 느낌이 들고 이어서 하아, 하는 감탄이 나와버린다. 스포일러를 염려하며 이야기의 줄거리를 전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내 느낌이 과장되어 나온 것일까? 아니, 그것만은 아니다. 사실 나는 이야기속의 이야기에 심하게 동요되었으니 결코 과장은 아닐것이다.

이 짧은 이야기안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고, 수없이 예측불가능한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고, 이야기속의 이야기에 슬픔과 감성이 담겨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 엄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더는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가 없어요. 이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지어낼 순 없을 거예요."(192)

그러니까 말이다. 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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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4-1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 마지막에 하, 라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더라고요.
정말 그래요. 내 말이! ㅎㅎㅎ

chika 2016-04-14 17:54   좋아요 0 | URL
같은 느낌이었다니!! 괜히 더 반갑네요. ^^

이제 벽돌같은 요 네스뵈의 신작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어요. 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