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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여행
김정희 지음 / 더블:엔 / 2016년 5월
평점 :
여행이야기를 원래 좋아하기는 했지만, 몇 년전부터 이제는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야하는 상황이 되어서 그런지 가족여행이나 나이드신 부모를 모시고 다니는 여행이야기에는 특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이야기는 잘 걷고 외국음식에도 잘 적응하는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우선 어머니의 먹거리 - 심지어 컵라면도 안드시는 분이라 즉석밥과 즉석국에 밑반찬은 기본으로 준비를 해야한다 - 와 오랜 시간 걷지 못하기 때문에 보행기를 준비해야할지 휠체어를 준비해야할지까지 고민을 해야하는 내 여행계획에는 사실 실질적으로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속에서 나도 조금은 희망을 가지며 어머니와의 여행을 꿈꿔보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노모와의 여행 이야기를 읽는 의미는 크다.
아니 그런데 그냥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어설픈 모자의 터키 여행이야기는 쏘옥 빠져들게 하는 재미가 있다. 저자 본인 스스로 사진도 잘 못찍고 어설프고 어딘가 꼭 2%쯤은 모자란 여행을 하고 있다 말하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이 가는데, 글이 재미있어서 2배,3배의 즐거움으로 함께 터키 여행을 한 느낌이다. - 사실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시기 전 처음으로 긴 시간 해외여행을 했었는데 돌아오는 날짜를 착각해 마지막 날 호텔에서 날짜를 거듭 확인하다가 호텔 직원에게 자꾸 오늘이 오늘 맞냐고 물어봐서 서로 당황했던 기억과 그로 인해 그 아름답다던 시에나를 둘러보지도 못하고 피렌체에서 서둘러 로마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탔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어설픈 모자의 터키 여행이 결코 모자람이 없이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을 한다. - 아니 나이드신 어머니 모시고 배낭여행이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완벽한 여행 아닌가?
숙소를 예약했는데 직접 실물을 보지 않은 이상 - 아니 직접 본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만족을 누리기는 힘들텐데 여행을 떠나면 일정부분은 포기를 하고 최선의 선택으로 만족을 하는 것이 여행자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저자가 어머니를 모시고 숙소를 찾아 갔는데 생각보다 환경이 좋지 않다거나 엉뚱하게 맛없는 음식값을 갑절은 비싸게 지불한다거나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괜한 시간만 허비하고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했다거나... 저자의 이야기가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 역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면서 한번씩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문이 안잠겨서 방을 옮기기도 하고, 빗물이 새고 있는데 다른 방 역시 별다를 것이 없어서 축축한 바닥을 하루만 견디자는 마음으로 잠을 청하기도 했고 별다른 기대없이 갔는데 주인부부의 친절과 갓난쟁이의 미소는 덤이고 숙소의 갈끔함에 경치는 옵션이었던 곳을 만나기도 했고... 내 경험치가 있어서 그런지 저자의 온갖 에피소드가 불안불안 하면서도 다 여행의 추억이 되어 결과적으로는 뿌듯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강점은 저자의 입담이 아닐까 싶다. 실질적인 여행 정보서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한 여행 에세이로 다가오기 때문에 저자의 허를 찌르는 듯한 재미있는 글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이 쓱쓱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버리고 만다.
나 역시 언젠가는 - 빨리 테러의 위험이 사라져야 할텐데 - 어머니와 함께 터키 여행을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책을 읽으며 어떤 곳이 좋고 어느 지역의 관광은 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음식은 어떤 것이 좋은지 좀 더 눈여겨보게 된다. 물론 정확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여행정보는 최신으로 찾아보겠지만 어머니와 함께 하는 여행의 팁은 이 책이 좀 더 유용하고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 무엇보다도 정보 이전에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며 여행의 추억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 희망이 실현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의 의미는 더 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