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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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조금 흥분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가 받아든 이 가벼운 책에 살짝 실망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묵직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는 어디로 가고 왠지 요 네스뵈에게 헌정하는 막간극의 대본같은 이야기가 있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요 네스뵈가 누구인가. 역시 그냥 그렇게 책의 무게마냥 가볍고 얄팍한 두께마냥 얍상한 이야기만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저 술렁술렁 읽어내려가다가 이것이야말로 정말 '이야기'구나 싶어진다. 왠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을 읽은 듯한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도입부분은 이전에 읽었던 로런스 블록의 '살인해드립니다'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표현을 쓰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에 한번쯤은 내뱉어야 할 것 같다. '낭만적인 청부살인업자'가 등장하는 이야기.

솔직히 어떤 이유에서든 '청부살인업자'에게는 그런 감상적인 단어를 붙여서는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켈러가 어쩌다보니 살인청부업자가 되었듯이 다른 모든 일에 젬병인 올라브 요한센은 청부살인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블러드 온 스노우'는 요 네스뵈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하드보일드하게 시작된다. 낭자한 피, 그것도 새하얗게 내린 눈 위로 흐르는 핏물... 백설공주라는 동화의 탄생과는 달리 (아니, 어쩌면 백설공주의 잔혹동화 버전을 생각하면 그것도 역시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살인과 죽음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야기속 이야기를 형성해가면서 바야흐로 살인청부업자의 로맨스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저 가볍게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속의 이야기는 뜻밖의 내용전개로 이어지고 요 네스뵈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나는 나만의 이야기로 이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응? 하는 느낌이 들고 이어서 하아, 하는 감탄이 나와버린다. 스포일러를 염려하며 이야기의 줄거리를 전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내 느낌이 과장되어 나온 것일까? 아니, 그것만은 아니다. 사실 나는 이야기속의 이야기에 심하게 동요되었으니 결코 과장은 아닐것이다.

이 짧은 이야기안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고, 수없이 예측불가능한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고, 이야기속의 이야기에 슬픔과 감성이 담겨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 엄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더는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가 없어요. 이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지어낼 순 없을 거예요."(192)

그러니까 말이다. 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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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4-13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 마지막에 하, 라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더라고요.
정말 그래요. 내 말이! ㅎㅎㅎ

chika 2016-04-14 17:54   좋아요 0 | URL
같은 느낌이었다니!! 괜히 더 반갑네요. ^^

이제 벽돌같은 요 네스뵈의 신작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어요. 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