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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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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광고에 사용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과는 상관없이 의구심 반 호기심 반, 아니 사실 그렇게 나눈다기보다는 사형수의 가족이 말하는 가족의 일대기, 죄의 근원과 그에 대한 보속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책을 집어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대체 마이클 길모어라는 인물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 정도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중반정도 읽었을 때까지도 그저 그랬다. 이 길모어 가족의 불행한 인생여정기, 게리 길모어의 통제되지 않는 감정분출에는 그 가족의 불행과 폭력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보통의 생각들...

그런데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생각해보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사형수'에 대한 것. 그의 죄와 그 죄에 대한 댓가 정도로만 생각을 했던 내게 그 이상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 자신도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고, 게리 길모어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어린아이의 말, 사형당하지 말고 평생 감옥에서 그 죄에 대한 벌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여덟살 꼬마의 글 - "난 사람들이 아저씨를 어디다 가두어놓고, 아저씨가 거기서 영원히 살도록 벌을 줬으면 좋겠어요. 아저씨는 죽을 권리가 없어요. 아저씨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아무개 - 은 순간적으로 생각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게리의 말은 더욱더 나 자신을 밑으로 가라앉게 해 버렸다. "넌 마음속에 미움을 담기에는 너무 어려. 내가 어릴 적에 미움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날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렴"

 

"넌 어떻게 생각하니? 만일 게리가 22년동안 감옥에서 지내지 않았더라면, 그가 과연 한 인간의 머리 뒤통수에 총을 쐈을까? 그것도 그의 임신한 아내와 어린 자식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야. 또 다른 사람에겐 어땠을 것 같아?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숨이 끊어지지 않고 살아 있었대. 그러니까 그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죽지도 못하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쳤다는 얘기야. 그 짐승 같은 감옥 사회에서 받은 교육이 게리를 그렇게 만든 거라고 난 확신해. 그 짐승 같은 사회가 그런 비극을 저지르게 만든거야.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그는 더 비열하고 폭력적인 인간으로 변해갔지. 그건 마치 22년동안 베트남 같은 전쟁터에 있었던 셈이야. 그 수없이 많은 악랄한 짓에 희생자가 되기도 했고, 가해자가 되기도 했어"(589-590)

 

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아갔고 또한 그 자신도 제도에 의해 죽음으로 몰아간 게리 길모어에게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형 프랭크가 '마치 22년동안 베트남 같은 전쟁터에 있었던 셈이야'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저 막연하게 타인의 인생에 대해 무엇이라 판단한 자격이 내게 있는가,라는 물음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다시 보니 그가 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낌이 온다.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지금 나 자신에게는 아직 '혼란스러움'뿐이기는 하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겨우 일주일을 붙잡고 휘리릭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서 스쳤던 생각들을 미처 정리할 여유도 없이 끝까지 왔는데 그 느낌을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사형수 게리 길모어와 그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동생 마이클 길모어의 이야기를 십여년전에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리고 이 이야기를 1년후쯤에 다시 읽게 되면 또 어떤 마음이 들까. 여전히 나는 자신이 없다. 그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모든 이들의 불행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형 게리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감옥을 드나들었고, 동생 마이클은 도둑질을 하다가 걸렸을 때 가게 주인이 그에게 일을 시키고 그 노동의 댓가로 그가 훔치려던 물건을 주었으며 그를 붙잡은 경찰은 그에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며 그같은 죄를 다시는 짓지 않게 해 주었다. 책의 말미에 그들의 사촌 브렌다가 게리가 죄를 지었을 때 그를 경찰에 고발한 이유, 그러니까 그녀는 게리를 아끼고 늘 그를 걱정했는데 그를 감싸고 돌면 게리가 사람들을 더 죽일거라고 판단을 해 그를 감싸거나 보호해주려 하지 않았고 마이클은 그녀의 행동이 옳았다고 한다. 게리의 아버지가 그에게 가한 폭행이 없었다면, 어머니의 태도가 달랐다면, 그들의 가족의 역사가 달랐다면.... 이런 것들은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한번쯤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다. 거창하게 피의 역사에 세워진 미국의 역사 속에 또한 피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신화같은 종교의 이야기와 가족사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한번 생각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떠오르고 다시 자꾸만 책을 뒤적거려보게 하고 있다. 지금의 이 혼란스러운 생각과 시끄러운 마음으로는 그저 책을 뒤적거리는 것밖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만 접어야할 것 같다.

국가의 법제도로 인해 또 하나의 살인, 게리 길모어의 최후의 살인이 일어난 사형은 그 하나만으로 큰 이슈가 되었겠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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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디자인 2 Design Culture Book
조창원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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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디자인이라 이름 붙어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낯선 느낌이었다. 뭔가 독특하고 유쾌한 디자인이 더 궁금한 나는 평소였다면 선뜻 이 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게는 안정과 위안이 필요해서였을까? 갑자기 '위로'를 건네주는 디자인이라는 건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버렸다.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책을 들고 갔는데 밥을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책 들여다보느라 앉아있을만큼 쉽고 재미있는 디자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는데 책을 덮고 나니 뭔가 좀 아쉽다. 너무 깊이 없이 수박 겉핥듯 휘리릭 읽어버린건 아닐까,라는 아쉬움이다.

사실 책의 첫번째 디자인은 '구름'이었는데 사무실 천장에 매달려있는 무거운 솜뭉치처럼 보였던 첫장의 사진을 넘기고 조명을 받아 맑은 하늘의 구름 한 점, 혹은 저녁노을이 물들어가는 은은한 석양빛을 담은 구름의 사진을 보고 책이 무척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만화책 텃밭과 빨래를 걷고난 후 부분. 만화책 텃밭은 말 그대로 만화책을 이용해 텃밭을 만드는 것인데 정말 싹이 터서 꼬물거리며 올라온 새싹들을 보니 신기했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두툼해서 잘 세울 수 있는 책을 접시 위에 세워두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 끝. 공기가 잘 통하고 햇볕 좋은 곳에 놓아두면 싹이 튼다고 한다. 래디쉬나 브로콜리, 바질, 메밀 같은 것이 잘 큰다고 하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래디쉬 씨앗을 사다가 한번 꼭 시도해보고 싶은 만화책 텃밭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항상 접하는 빨래집게 이야기. 빨래집게의 윗부분에 태양광전지를 붙여두면 낮 동안에는 빨래집게의 본분을 다하고, 낮에 받은 태양열을 이용해 어두운 밤에는 조명을 켜 둔 것처럼 빛을 낸다. 저자는 그런 빨래집게가 불침번을 서고 있는 집에는 도둑이 들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하고 있는데 사진을 통해 본 빨래집게는 시골집의 여름밤 반딧불을 연상시켜주면서 은근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듯 해서 좋았다. 

 

책에 실려있는 디자인들을 떠올리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맘에 드는 디자인이 꽤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 모양 가구도 갖고 싶고, 버스 정류장의 'BUS' 디자인도 편해보였고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슬리핑체어와 간편하게 물건을 집어넣고 꽂아둘 수 있는 쇼파와 '오스트리치 필로'라는 타조처럼 생긴 휴대용 베개는 꼭 하나 장만하고 싶기도 했다.

미적 감각을 보여주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휴식공간과 놀이터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답기도 하면서 실용적인 공간을 창조해내기도 하는 디자인은 여러가지 방법과 형태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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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6-03-1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루피의 이미지와 치카님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어요.

잘 지내셨나요, 치카님? ^^

chika 2016-03-16 14:34   좋아요 0 | URL
아이쿠, 엘신님? `신의 귀환`이라고 해야할만큼 오랫만이구만요!
게다가 이렇게 저를 기억해주시다니, 감사해요!!! 흑.

잘 지내셨는지? 진짜 오랫만에 오신거 맞죠? 암튼 완전 반갑구만요 ^^

L.SHIN 2016-03-21 16:15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신의 귀환`이라니요.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요.
내 이름에 `신`자가 들어가는 건 맞지만 말입니다.
반가워요, 루피.. 아니 치카님. (이런, 헷갈리기 시작했어요.ㅋ)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 옛 초상화에서 찾은 한국인의 모습과 아름다움
이태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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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던가, 싶다. 아니 초상화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그림이라는 것은 교과서에 나온 도판말고는 직접 본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본 기억도, 초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장 드 봉의 초상화를 본 기억도 있지만.

저자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 선조들이 그렸던 초상화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초상화라 할 수 없다며 실제와 똑같이 그리려고 했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요즘 사진을 찍으면 일명 포샵처리를 한다며 보기 싫은 점도 빼고 얼굴색도 더 환하고 깔끔하게 표현하고 심지어 얼굴형도 다듬어 나오게 하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화원의 화가들은 기겁을 하겠구나 라는 상상도 하며 혼자 키득거리며 웃기도 했다. 이렇게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조선 후기의 초상화에는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웠던 윤두서의 초상과 이후 책을 통해 도판으로 봤었던 몇몇 낯익은 초상화도 보여서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선후기의 초상화를 이야기하며 가장 먼저 카메라 옵스쿠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진 기술에 이용되는 것이고, 서양화 이야기책에서 간혹 언급되었던 카메라 옵스쿠라를 보니 순간 이상했지만, 오히려 조선 후기의 시대적인 배경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한 나 자신이 좀 한심스러웠다. 간단하고 가벼운 이야기책이려니, 생각했다가 한 권의 논문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에 선뜻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전문적으로 미술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 이해하는 만큼만 읽고 아는 만큼만 그림을 보면서 책을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맘 편하게 도판도 보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전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유럽과는 달리 얇은 종이에 채색을 하는 우리의 그림은 뒷면에도 배색을 하여 완성한다는 것이라거나 조선후기로 들어오면서 입체적인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등은 설명과 도판 그림을 보면서 조금씩 그 차이를 알아가기는 했다.

 

좀 쌩뚱맞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가 터럭하나도, 검버섯과 주름진 피부조차도 똑같이 표현하려고 했던 초상화의 모습들 속에서 들창코까지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한 신종위 초상 안면세부를 보다가 어머니에게 도판을 보여주니 어머니도 빵 터지며 웃음 지었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것은 그에 대해 아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는 하겠지만, 굳이 학문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거나 예술적 감각으로 그림의 형태와 채색에 대해 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카메라 옵스쿠라 방식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다보니 예전과는 달리 실물과 그림의 비율에 대한 크기를 기록하게 되고 좀 더 사실적인 비율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필요한 내용이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내게 있어 아직까지 조선후기의 초상은 터럭하나도 다르지 않게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면서 그 눈빛과 초상인물의 기개가 넘쳐나고 색감까지 정확히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실제 초상화를 보면서 그 사실적이고 정확한 묘사와 색감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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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France - 프랑스의 작은 중세마을에서 한 달쯤 살 수 있다면… 세상어디에도 2
민혜련 지음, 대한항공 기획.사진 / 홍익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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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은 중세 마을에서 한 달쯤 살 수 있다면...' 이라는 부제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프로방스'였다.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그 먼 옛날 한국으로 파견되어 오면서 이미 죽음을 예정하고 순교지로 떠나는 사제를 보내며 눈물을 흘렸다는 엑상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특별한 관심때문에 생겨난 호기심이 프로방스에서 민박을 하며 며칠 지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더하여 김화영님의 에세이를 읽고난 후 언젠가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프로방스였다. 그런데 7개의 파트로 나뉘어있는 지역에는 프로방스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말 딱 7개의 포인트만 찍는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것일까?

그래서 사실 책의 내용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도 중세의 풍경을 간직한 프랑스의 곳곳을 담은 풍경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프랑스의 지리에 대해 잘 몰라서 그저 7개의 포인트만을 떠올렸는데, 제주도를 여행한다고 할 때 우도에 가면서 성산포에는 안가는걸까? 라는 생각을 한것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도 헛웃음이 나온다. 어쨌거나 내가 유일하게 가봤던 파리를 뺀다면 다 낯설어야 할 지방의 이름들이 그리 낯설지는 않지만 지리적으로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는 이 책을 펼치고 지도를 보면서 처음 살펴보게 되었다. 프랑스의 북쪽, 남쪽 정도로만 생각하고 별 생각이 없었던 나의 무관심과 무지함을 탓하며 책을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프랑스 지도는 낯설다.

하지만 각 지역의 도시를 꼼꼼하게 지나쳐 가면서 그곳의 역사와 문화,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지역의 특산물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을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닌 프랑스 문화 에세이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저자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프랑스하면 떠올리는 향수, 와인 등의 대중적인 관심사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그에 얽힌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 이야기하고 있으며 지역 출신의 문학가와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풀어놓고 있어서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이탈리아의 소도시에 대한 동경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솔직히 프랑스의 소도시 여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딱 한달만이라도 프랑스의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간다.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며 지금 현실에서의 나는 그저 이 책을 다시 뒤적거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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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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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미스터리라고 들었는데 글을 읽다보면 왠지 많이 읽어봤던 것 같은 서스펜스처럼 느껴진다. 말벌에 대한 두려움이 한바탕 밀려오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 두려움이 어처구니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이 드러나는...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의 필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말벌'을 하나의 촌극처럼 그저 빤한 스토리로 읽었다는 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빤한 스토리로 읽으면서 빨리 결말을 알고 싶어질 때쯤 갑자기 사건의 모든 관점과 이야기 진행이 달라져버린다. 아, 이건 그저 그렇게 읽을 이야기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미 책을 읽은 사람과 '말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신나게 이야기의 전개에서부터 시작해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서술트릭의 부분이 교묘하게 접목되면서 갑작스러운 이야기 전개와 결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마구 떠들어대며 인상적인 장면들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을텐데 이 이야기를 꺼낼때는 정말 조심스럽게 '말벌'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책 정보를 살펴보면 기시 유스케가 말벌에 대한 논문을 쓸 정도로 연구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말벌에 대한 지식으로 말벌의 공격에 대응하는 이야기속 주인공의 공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고 괴기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그것이 단순한 인간의 상상에 의한 공포라고 가볍게 생각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인간의 욕망에 의해 비롯된 공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또 다른 이야기가 튀어 나온다.

사실 마지막의 그 1인칭 시점은 굳이 그렇게 사건의 전말을 밝힐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좀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든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는 - 그러니까 나처럼 '어,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한템포 느리게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 독자에게는 정말 친절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시 유스케는 그 작품 소재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하고 글을 쓴다고 하는데, 왠지 그래서 그 세부적인 묘사와 설정이 더 현실감있고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미스터리 한 편을 읽은 것이기는 하지만 기시 유스케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기도 하니, 말벌이 꽤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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