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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 -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각의 모든 과학
문동현.이재구.안지은 지음 / 생각의길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평소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은데 최근에 어느 하루 점심을 먹고난 후 계속 걸어다니고, 행사도 있어서 오후 늦게까지 서 있었더니 알게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갔는지 저녁에 잠을 잘 때 근육통이 있는 것처럼 저리고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평소 - 날씨가 궂은 날은 더 심하게 어머니가 자꾸 다리가 쿡쿡 쑤셔서 아프다고 하실 때 그저 참아보라고만 했었는데, 정말 그런 통증이 있다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얼마나 괴로운 것인가,를 새삼 체감하게 되었다.
한때 통증을 완화시키는 수술이 있다며 어머니가 너무 하고 싶어하셔서 알아봤었는데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감각을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해서 말렸던 기억도 난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만 할 뿐 근본적인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았을 때 몸에 가해지는 무리가 쌓여 몸이 완전히 망가질때까지 모른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저 이론상 그런 내용을 받아들였는데 [감각의 제국]을 펼친 순간 그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와서 놀랐다.
감각의 제국,이라는 원초적인 제목의 느낌과는 달리 우리에게 '감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감각한 이들의 고통과 끊임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이의 고통, 도대체 왜 이 감각이라는 것은 이렇게 고통을 수반하는 것일까.
[감각의 제국]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통증과 무통증의 고통을 겪는 사례에 이어 베니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구작가의 이야기가 실려있을뿐만 아니라 자폐증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서번트 증후군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며 조금씩 '감각'이라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와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파트에서는 그 모든 감각을 총괄한다고 표현해도 맞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감각과 자극을 인지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장에서는 사피엔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공감'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 사례들을 토대로 인류 보편적인 감정과 느낌, 표정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공감'이 얼마나 위대한 인류의 유산인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은 호기심을 갖고 '감각'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만 인식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내가 예상치못한 '공감'이라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감각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감각'에 대해 의미있는 인식을 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알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고 사진 자료 설명도 많아 금세 쓱쓱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그렇게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그 의미를 곱씹는 시간이 좀 줄어들기는 했다는 단점도 생기지만.
어쨌든 [감각의 제국]은 단순히 감각, 우리가 알고 있는 오감이라거나 통증에 대한 관심 혹은 그 모두를 관장하는 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접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감각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감각이 어떻게 인간을 공동체로 만들어주는 '공감'으로 변화되는지 그 의미를 다시 되새겼으면 좋겠다.
"공감하는 능력은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재능 중 하나다. 2퍼센트에 불과한 '공감제로'(사이코패스나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98퍼센트는 천성적으로 공감하고 사회적 연대를 맺으며 살 수 있는 존재다. 공감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넘어 빈곤에서 무장폭력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감각'은 인간을 결속하는 공동체로 만들어주는 '공감'을 위한 것이었다."(274-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