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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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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든 월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88)

 

어쩌면 이 문구를 읽는 순간부터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더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든지, 내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늘어서 있다고 한들 이 글들이 모두 내게 무의미할뿐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그 모든것을 내가 다 꿰뚫어 읽을수는 없다는 것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데 굳이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내가 지금 느끼고 얻게 된 딱 그만큼을 남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내 독서의 시작과 (끝도 포함해서) 모든것은 지독하게 사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할테니까.

 

"글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놈의 생각이란 걸 해야 하니까"라고 엘리자베스 하드윅의 글을 옮겨놓은(239)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으면서 자신의 사적인 체험과 생각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 탄생한 소설가의 글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이 글을 읽을즈음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처음엔 어쩌다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사적인 도시]를 계속 읽어나가려고 펼친 순간 저자가 메모해 놓은 글의 출처가 무엇일까 궁금해하다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책이 있어 꺼내어 펼쳐봤더니 자신이 밑줄 그어 놓은 부분이 나오고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던 문장 하나의 정체도 밝혀졌다는 부분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그럴때가 있는데... 그리 생각을 하니 신경숙 작가가 불쌍해졌다. 모두 알고 있는데, 어쩌면 자기 자신마저도 알고 있는데 끝까지 모르는 것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굳이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미 글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깨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생각과 글이 나의 생각과 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생각을 거쳐 형상화되는 것이기때문에 다르게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의 사적인 도시'에 대한 박상미라는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글이 - 때로는 알 수 없는 이름들과 이야기들로 가득할때도 있지만 - 내게 흥미로움을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나의 생각을 끌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인 듯 하기도 하다.

 

나의 이런 표현이 딱히 어울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 표현의 한계안에서 비유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수준에 맞지 않는 글일지라도 수준에 맞는만큼의 이해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이야기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왠지 공감이 가는 그런 이야기들, 그러니까 친구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알 수는 없지만 함께 웃고 떠들며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수준'이라는 것은 결코 그 높낮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자신의 관심이 흘러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그녀의 일상과 환경, 작업과 일, 관심사는 나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것은 아니기때문에 그녀의 사적인 도시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내게 그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글은 조금 많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그녀가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했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녀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느낌이 끼어들 여지가 있어서 한꼭지씩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사적인 도시가 이제 내게는 조금 특별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것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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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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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나는 왜 자꾸만 한창훈의 나는 '어떻게' 쓰는가,를 책의 제목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도서 검색을 해보다가 다시 또 어떻게,가 아니라 '왜'인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 책을 '글쓰기'에 관한 글이 실려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나는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읽었다'라는 기억만 있을 뿐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에 책을 '읽었다'라고 했을 때 그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책을 과연 읽었다,라고 할 수 있는지. 읽지는 않았지만 그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다 알고 있다면 그 책은 이미 읽은 것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읽었다'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봤던 '기억'이 난다. 뭐가 이리 장황해?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한창훈의 글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얻었는지 생각해보려고 하니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보지 않고서는 잘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에 더하여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가 글에는 '진실'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다가 그녀의 사적인 일기같은 메모들이 왜 내게 유의미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할 때 그것을 자꾸만 뒤로 미루려고 한 이유는 '생각'이라는 걸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좋은 글이 내 안에 들어와 어떤 뜻으로든 유의미한 글이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의 것으로 글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깊이를 따질 수 없는 얕은 것일지라도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 귀찮아하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하고 있다.

"글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놈의 생각이란 걸 해야 하니까"라고 엘리자베스 하드윅의 글을 옮겨놓은(239)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으면서 자신의 사적인 체험과 생각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 탄생한 소설가의 글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와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를 연달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을 따로 떼어놓지 못하는 것은 두 작가의 글이 내게는 글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의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조금은 얄궂게도 새침한 듯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는 뉴요커의 이야기보다는 - 비린 것을 싫어하는 내가 뉴욕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릿한 내음이 가득한 거문도와 여수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어우러져 웃고 울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몇년 전, 한창훈의 향연이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책을 읽으며 그저 허허거리고 낄낄거리며 읽었으면 됐지,라는 말을 써 놓았다. 아마도 나는 그런 삶도 있을 수 있는거겠지,라며 한편의 드라마를 시청하듯 그렇게 글을 읽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고 그들의 체험이고 그들의 마음일뿐이라는 방관자와 같은 입장이었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지금 다시 한창훈의 산문을 읽어보니 '글을 쓴다는 것은 기교를 부리는 기술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진솔함이 유머와 해학을 담고, 때로는 눈물이 쏙 빠지는 슬픔과 고통을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문자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글이란 정말 진심이 묻어나야 하는 것일거다.

한창훈이라는 작가가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이미 내게는 큰 의미를 품고 있지 않게 되었다.

내가 글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글을 쓰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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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2015-06-2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정말 공감되고 솔직하게 적어주셔서 손으로 따라적으면서까지 다시깊게읽었어요^^
좋은 리뷰감사합니다

chika 2015-06-2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 감사합니다 ^^
 
행복의 디자인 Design Culture Book
김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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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디자인이라는 책 제목 자체가 왠지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는, 친근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았다. 우스개소리처럼 '드자~이너'가 고급지게 - 아, 이거 비문처럼 되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안되겠다. 그러니까 미적 감각을 찾아보기 힘든 내게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하면 거리가 멀어보이고 특별하기만 할 것 같은 그런 것이 아니라 - 물론 '특별함'은 있겠지만 내가 근접못할 그런 특별함이 아니라 자꾸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쓰고 싶게 하는 그 무엇인가의 특별함을 담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았다는 뜻이다.

저자는 '행복의 디자인'을 세 잎 클로버가 무성한 오래된 기찻길에 비유했다.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같아서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에 따라 쓰임을 달리한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삶을 디자인하는 모든 사람들의 도구이기 때문이다"라며 "마치 철길과 사람 사이의 세 잎 클로버와 같이 디자인이 만들어 낸 해결책들은 어떤 환경에서는 그저 뽑아버려야 할 잡초로, 또 어떤 환경에서는 행복의 길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행복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작품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니까 저자의 비유처럼 흔하디 흔한 잡초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클로버가 넓은 들판에 꽃을 피워올리며 흐드러지게 널려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이쁘구나,라고 느꼈던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익숙해있던 디자인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해서 좋았다.

독특하다,라는 느낌에서 확장되어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때는 그 디자인이 훨씬 더 좋아지기도 했다. 큰 관심이 없어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안삼열체는 글자 하나에도 우리네 삶의 모습이 담겨있고, 한 글자가 각자 한 사람의 인생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안삼열 디자이너의 말을 되새겨보게 된다. 그의 글자체를 보고 글자 디자인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저 이쁘게 보이기만 하는 것이 글씨디자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자를 디자인하면서 나름의 철학이 생기고 글자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려 하고, 가식없고 담백한 소통을 하기 위해 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감탄을 할 뿐이다.

행복의 디자인을 읽다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는 디자인을 떠올리면 상상놀이, 소통, 편안함과 실용성, 공공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추억...이런 단어들이 같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하지 않은 디자인은 어설프기에 우리에게 보살핌의 시간을 허락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가르쳐 줍니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그런 거예요. 우리 모두가 불완전하기에 서로 의지해야 할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더욱 빛나는 것 말이예요."(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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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두고 먹는 글라스자 샐러드
와카야마 요코 지음, 황세정 옮김 / 니들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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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자, 라고 하면 뭐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 책에 적혀있는 설명 그대로 '유리병 샐러드 도시락'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굳이 유리병인 이유는 '건강하고 신선한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때문이다.

여름이 되어가면서 별다른 반찬거리도 없고, 마당에서 뜯어 낸 상추, 깻잎, 민트, 풋고추, 토마토... 여기에 상큼한 오이도 곁들여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이 너무 궁금했었다. 샐러드 드레싱도 실려있다고 하니 꽤 유용하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펼쳐들면서 나의 편협한 샐러드에 대한 상식, 편견을 완전히 버려야만 했다. 아니, 왜 아직까지도 샐러드라고 하면 온갖 종류의 풀(!)을 모아놓은 것만 생각하고 있을까. 동네 밥집에서도 점심 특선으로 샐러드 세트를 주문하면 빵과 닭가슴살에 해쉬드포테이토까지 곁들여서 주는걸 맛있다고 먹었으면서도 말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샐러드는 아침, 점심, 저녁, 술안주용, 파티용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만드는 법 중간중간 샐러드를 이쁘게 담는 법부터 미리 만들어두면 편리한 굴 오일 절임, 참치 콩피 만드는 법도 실려있다. 물론 미리 만들어두는 드레싱도 있는데 각각의 드레싱이 어떤 샐러드에 이용되는지 정리되어 있어서 참고하며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실려있는 샐러드 그대로 만들어 본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응용하여 넣어 본 도시락. 가벼운 샐러드만 생각하고 있다가 한끼 식사용으로 도시락처럼 들고 가서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가장 밑에는 쏘시지 야채 볶음을 넣고 재료가 뒤섞이지 않게 경계선도 만들 겸 그 위에 감자를 놓고 상추와 민트를 담았다. 그 위에는 토마토와 사과, 요즘 나오는 새콤한 하귤 깐 것을 넣었는데, 마지막에 과일위에 요거트를 뿌리려다가 왠지 그건 밑으로 흐를 것 같아서 깔끔하게 이 상태로 유리병 도시락 완성.  많지는 않지만 감자와 쏘시지 야채볶음이 있으니 한끼 식사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책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응용해 활용한 나만의 샐러드 유리병 도시락.

책에는 다양한 샐러드 요리법이 나와있어서 좋은데 일본인 저자의 책을 그대로 번역해 놓은 것이라 요리초보자인 내게는 좀 낯선 재료들이 있다는 것과 내 입맛에 맞는 -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가 많지 않다는 것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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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남미 - 그 남자 그 여자의 진짜 여행기
한가옥.신종협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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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남미, 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엇을 상상했을까? 아무래도 남미의 개방적인 성문화, 동성애자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책의 제목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진짜' 여행기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잠깐 남미를 훑어보는 것으로 그곳을 여행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는 이야기이다. 잠시 머무르며 여행을 한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하는, 생활자로서 체험한 남미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19금 남미는 그 남자와 그 여자가 함께 여행을 떠나 각자의 관점에서 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남미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체험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이 남자는 처음부터 '여행'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생활을 정리하고 이민을 가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떠났다. 어쩌면 그래서 돌아가게 될 그곳을 기억하지 않고 떠도는 여행길에서 머무르고 싶은 곳을 찾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선교사로 남미에 파견된 신부님들 이야기를 읽게 되거나 예전에 그곳에서 선교생활을 하던 신부님에게서 남미는 결코 녹록치않은 곳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가진 것을 모두 털리고, 길에서 강도를 만나면 돈을 빼앗기는 정도는 정말 다행이고 대부분은 버스를 탔다가도 총 든 강도를 만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지만 솔직히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엄연한 남미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왠지 너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의 남미이야기에는 흥겨움이 있고, 문화가 있고, 자연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인식에 앞서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욕망이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여자의 이야기는 정확히 여행을 떠난 이야기라기보다는 콜롬비아에 정착해서 호스텔을 운영하며 체험하고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접점은 아마 콜롬비아의 호스텔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공간적인 접점이 아니더라도 남미에서의 생활은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무엇인가가 있게 느껴진다.

남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곳의 역사는 어느 한 특정 국가만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하기보다는 남미를 떠올릴 때 같이 떠올리게 되는 그들의 억압되고 수탈당하며 고통받은 사람들, 혁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정치, 사회적인 상황에 대해 남미가 하나의 나라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뭐라 딱 꼬집어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 물론 남미의 전부라고 할수는 없는 것이지만, 남미의 현실이며 그것은 곧 과거의 모습이며 미래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럼에도 남미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에 담긴 암울한 내용들과는 달리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이 너무 멋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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