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유럽 컬러링북
큐브주(Cube Zoo) 지음 / 어바웃어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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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대한 컬러링북을 받아 열심히 색칠을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또다른 유형의 유럽관련 컬러링북을 받아보게 되었다. 컬러링북이 많아질수록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어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는데도 이 책은 유독 관심이 생겼다. 사실 직접 가서 체험할 수 없다면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라도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들여다보고 언젠가는 나 역시 그곳으로 가보리라는 꿈을 간직하면서 열심히 여행과 관련한 많은 것들을 체득하고 싶어하는 나에게는 [유럽 컬러링북]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색연필로 컬러링을 하기에는 기본 밑그림의 선이 너무 굵고 검은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 별로 맘에 들지 않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지금까지 색연필로만 컬러링을 하려고 하다가 물감으로 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끔하고 있다. 책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다른 컬러링북과는 다르게 이 책의 밑그림은 실제 유럽 풍경을 찍은 사진을 밑그림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그림의 원본 사진이 들어있어 간혹 '이 그림은 어떤 느낌으로 그려야할까'라는 생각에 난감해지면 슬쩍 사진을 보면서 그 그림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색에 대한 감을 잡을수도 있어서 좋았다.

내가 가장 먼저 칠해본 것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인데, 실제로 이탈리아의 소도시 아씨시를 여행하면서 수바시오 산에 올라가 그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좀 더 화려하고 화사한 느낌으로 칠하지 못한 것은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리고 며칠동안 하나 하나 조금씩만 칠해가면서 전체적인 느낌의 변화를 보며 좋아했던 것은 터키의 전통문양.

내가 가보고 싶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터키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 푸른 빛의 여러 색감으로 터키의 전통문양을 표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칠하기 시작했는데 좀 더 이쁘게 칠하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쉽다. 색연필을 깎기 귀찮아 쓸 수 있는 것으로 대충 칠하기도 해버려서 다시 새롭게 색을 잘 입혀보려고 잠시 멈춘상태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이쁘다는 생각은 든다.

 

[내가 사랑한 유럽 컬러링북]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유럽 곳곳의 풍경과 상징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미 그 풍경을 본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시간을 갖게 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나 본적이 없는 풍경에 대해서는 그곳에 대한 동경과 상상을 자극하며 자신만의 색으로 풍경을 그려내는 재미가 있는 컬러링북이다.

아, 그리고 책의 뒤에는 보낼 수 있는 그림엽서가 있어서 여행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친구에게 보낼 수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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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창비세계문학 40
마리오 베네데티 지음, 김현균 옮김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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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위로 찬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라는 시를 떠올리며 전쟁과도 같은 노동의 압박과 인간에게 있어 끝날 수 없는 노동이지만 잠시 숨쉴 틈을 주는 '휴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했다.

 

지금까지는 라틴문학에 대해 - 물론 폭넓게 읽거나 깊이있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내게 라틴문학은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며 은유적으로 사실주의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휴전]은 또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마리오 베네데띠의 전세계적인 대표 장편'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이 책을 집어들기 전까지 나는 그의 이름을 몰랐다. 간혹 라틴아메리카의 작가 작품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나의 얄팍한 인식체계는 그저 전설과 토속신앙과 민화가 뒤섞이면서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잠깐 하고 있을 뿐 그들의 현대문학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책이 몇년도쯤에 출판된 작품인지 확인을 해봐야 할 만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시작해서 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은유의 환상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의 모습때문에 더 강렬한 느낌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이리도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물론 누군가의 말처럼 더 강렬한 '노동문학'을 생각했다면 [휴전]은 기대에 못미치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사무노동자의 삶을 생각해본다면 이건 지독한 사실주의 문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휴전]은 1950년대 당시 우르과이의 법적 퇴직연령인 50세를 앞둔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 형식으로 쓰인 소설작품이다. 일기처럼 쓰여있는데다 이십여년이 넘게 홀아비로 지내면서 아버지로서뿐만 아니라 어머니 역할까지 해야하는 어려움이 세아이들과의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연애감정이라든가 직장 동료와의 에피소드에서도 많은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책읽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저 재미있게만 읽고 끝낼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러한 글조차 대수롭지 않게 비아냥처럼 읽고 지나쳐버릴수도 있으니 가볍게 술렁거리며 읽어도 좋고, 좀더 깊이있게 의미를 곱씹으며 읽어도 좋은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책을 다 읽고 어떤 부분을 예로 들어볼까, 하며 휙 펼쳤는데 3월 25일의 일기가 눈에 띈다. "에스떼반이 공무원이 되다니. 사교 클럽에서 활동한 덕분이다. 그애가 고위직에 임명된 것을 마냥 기뻐해도 될지 모르겠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윗자리를 꿰찬 꼴이지 않은가. 다들 어지간히 텃세를 부리겠지. 어련할까"

에스떼반은 마르띤 산또메의 아들이다. 아들이 공무원이 된 것을 슬그머니 비꼬고 있지 않은가. 책을 읽다가 순간순간 이런 글들에 약간의 통쾌함도 느끼고 반세기전의 우르과이나 현재의 한국사회나 별반 다르지 않은 자본주의 사회의 생활상이구나 싶은 자괴감도 느끼게 되는데, 그렇다고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를 읽다보면 중년이 지난 홀아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기도 하고 딸 또래의 어린 여자를 사랑하며 망설이고 주저하는 감성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기도 하니까.

하지만 또 [휴전]의 의미가 마르띤 산또메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다보면 그의 인생에서의 휴식의 의미, 사랑과 욕망과 죽음, 사회적인 보편인식의 변화와 삶의 굴곡에서 느낄 수 있게되는 휴전과 나 자신의 삶에서의 휴전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조금씩 더 깊이 파고들어가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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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2 1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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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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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저 게으름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순간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이야기하고 싶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그럴 기회가 생기더라도 열의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단한 책에 대한 설명과 좋더라,라는 한마디로 추천하고 끝내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제는 책이 참 좋았다,라고 말하면서도 그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좋았는지에 대한 말조차 제대로 할수가 없다. 그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나는 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읽은 수많은 책들, 내가 갖고 있는 수많은 책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얼마전 신부님과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성적이기도 하고 공부에 대한 욕심도 많아서 책도 많이 읽으셨다고 하는데, 강의를 다니시던 어느날 문득 한가지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며 말씀해주신 것이 있는데 그것은 회의감에 빠져있는 나의 책읽기 습성에 대해서도 큰 깨우침을 갖게 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생활하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며 책을 읽지 않는 세태만을 탓하고 있는데 그런다고 뭔가 해결책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생각을 하신 신부님은 자신이 책읽기를 좋아하고 그럴 시간도 되기 때문에, 신부님 자신이 책을 읽고 좋은 것들은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쉽게 말해 책을 대신 읽어주고 그 좋은 내용을 전해주는 것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을 읽어보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면 참 좋은 일이고, 상대방이 책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서로 함께 하는 시간에 좋은 이야기를 나눈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 후, 내가 읽는 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지만 정신없이 바삐 흘러가는 일상에 파묻혀 나는 또다시 예전의 책읽는 습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무심히 또 한 권의 책을 집어들었는데, 어쩌면 이 책이 내게 티핑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이 좀 많습니다]는 뭔가 특별한 책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단지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인터뷰를 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함께 읽고 싶은 책을 묶어놓은, 그러니까 평범한 애서가 스물세명의 이야기를 엮은 책 한 권이다.

사실 애서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왠만한 인터넷 서점의 서재블로거들만 살펴봐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단지 책자랑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책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에 넘쳐날수도 있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이 특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에서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나자신의 모습은 어떠한지,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 더 특별했달까.

어쩌면 내가 요즘, 지속적이지는 않았지만 간헐적으로라도 계속 나 자신의 책읽기와 내가 갖고 있는 책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나의 무작위적인 책읽기를 좀 조절해 볼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래도 여전히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무작정 새로운 책을 보면 덤벼들 듯 읽고 싶은 욕망과 책을 소장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제 첫걸음이니 인내심을 갖고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진다. 그런 결심과 더불어 나눔이라는 것은 '책'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책에 담겨있는 좋은 내용과 내가 책을 통해 알게 된 좋은 것들의 실천도 함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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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7 - 사악한 마을
레모니 스니켓 지음, 브렛 헬퀴스트 그림, 홍연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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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훌륭한 경구가 있다. 우리 모두가 그 말에 대해 동의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 지금 나는 '하지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보들레어 삼남매의 이야기를 하려면 언제나 그 좋은 말과 겉모습이 실제로 똑같이 현실화 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들레어 삼남매는 한 후견인이 아니라 V.F.D의 비밀을 풀기 위해 마을 전체가 그들의 후견인이 되어주는 V.F.D 마을을 선택해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은 '조류헌신자들의 마을'일 뿐이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마을 전체가 후견인이 되어주었다는 이유로  보들레어 삼남매가 도맡아야 하는 마을의 잡일들이다. 더구나 그 마을 주민들은 모든 것에 규칙을 세우고 규칙에 맞게 원리원칙대로만 행하는 엄격함으로 인해 규칙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어서 보들레어 삼남매는 무엇하나 자유로운 것이 없다.

위험한 대결을 읽다보면 레모니 스니켓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글로 표현되는 은유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번 사악한 마을편에서 보여주고 있는 규칙에 얽매인 조류헌신자들의 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법에 얽매여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은 법의 위대함이 아니라 악법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온통 규칙들만 적혀있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책을 다 읽어낸 클로스는 모순되는 규칙들을 찾아냈을뿐만 아니라 사형의 위험에 처한 무고한 잭 - 그러니까 올라프 백작으로 오해받아 마을사람들에게 붙잡혀 사형에 처하게 된 잭을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규칙도 찾아낸다. 하지만. 정말 나도 계속 '하지만'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임의로 덮어버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기에 보들레어 삼남매에게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행한 일들에 대해 말을 할수밖에 없다. 

또한 그처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비유의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할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살인이 행해졌고 그러한 일들이 감춰져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이번 이야기는 더 깊이있게 읽지 않을수가 없었다.

 

'신속정확일보'라는 이름과 달리 끊임없이 오보를 전하고 있는 언론매체와 그것을 맹신하는 어리석은 어른들과 자신들이 세운 규칙에 얽매여 바보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자신들보다 약한자들에게는 규칙의 엄중한 잣대를 내세우는데 손쉽게 무참히 그들의 규칙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행하는 악당들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어른들의 모습은 레모니 스니켓이 그려낸 소설속에만 있는 것일까?

아, 처음부터 보들레어 삼남매의 후견인을 찾아줘야 하는 포 아저씨 역시 아이들의 행복보다 원칙이 우선이며 '고아담당사업부부책임자'로 승진하면서 더 바빠지니 보들레어 삼남매에게 새로운 후견인을 찾아주는 것을 성가시다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 현실세계의 아이러니인 것이다.

 

아직 아이들의 위험한 대결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또 어떠한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 도저히 짐작할수없지만 지금까지 보들레어 삼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서로를 돌보아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그들을 계속 지켜보게 만드는 희망이다.

"자기들 앞에 놓여 있을 게 분명한 - 이렇게 말하기는 유감스럽지만 그것이 현실인 - 마른 하늘의 날벼락들과 마주칠 용기를 그러모았다. 자립적인 보들레어 삼남매는 어느덧 마을을 벗어나, 마지막 석양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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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야 기다려 - 네가 기다려준, 내가 기다려온 우리가 함께한 시간
방은진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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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가까이 해 본적이 없는데다가 어릴 때 무서워서 도망치던 나를 향해 달려오던 개의 무서운 질주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낯선 사람이 나타나자 물지는 않는데 더 이상 집으로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내 다리에 바싹 붙어 저지를 하면서 끊임없이 으르렁 대던 커다란 개에 대한 기억때문에, 묶여있지 않거나 주인없이 방황하는 개를 보면 무서움이 앞선다. 지금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멀리서 보는 건 좋지만 가까이 하는 것은 여전히 무서워하기 때문에 내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과 함께 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라마야 기다려'는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다. 물론 방은진이라는 사람이 궁금하기도 해서였지만.

하지만 그리 큰 기대없이, 이 책은 어쩌면 그저 단순하게 반려견인 라마와의 생활에 대한 추억여행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는데, 라마와 함께 지낸 십사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라마와 저자의 긴밀한 유대감뿐만 아니라 저자 자신의 성장배경을 떠올리며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시간들의 성찰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렇게 저자는 라마와 함께 한 시간속에서 솔직담백하게 자기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통해 나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유독 '기다림'이라는 말에 끌렸던 이유는 어쩌면 나의 어린 시절 역시 내가 인식하고 있든 그러지 못하든 기다림의 시간들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지나 온 시간들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 성공적인 삶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연기자로서의 최고 정점을 이루던 배우가 연출을 거쳐 감독으로서도 성공하였다,라는 것이 내가 아는 방은진이라는 사람의 삶이었다면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아는 방은진이라는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인내하며 기다리고 꿈을 간직하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다림의 시간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면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그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려견 라마에 대한 이야기, 라마와 함께 한 시간들, 어린시절의 기억부터 감독으로서 성공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그저 무덤덤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결코 녹록치만은 않았을 그 시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도 나 자신의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산다는 건 기다림의 긴긴 지속이나 다름없다. 다만 매 순간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 나와 당신에게 '고도'는 분명 존재한다. 내가 없는 시간 내내 언젠가 저 문을 열고 내가 들어올 것을 믿고 기다리는 라마와 마루에게, 나라는 고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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