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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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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나는 왜 자꾸만 한창훈의 나는 '어떻게' 쓰는가,를 책의 제목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도서 검색을 해보다가 다시 또 어떻게,가 아니라 '왜'인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 책을 '글쓰기'에 관한 글이 실려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나는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읽었다'라는 기억만 있을 뿐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에 책을 '읽었다'라고 했을 때 그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책을 과연 읽었다,라고 할 수 있는지. 읽지는 않았지만 그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다 알고 있다면 그 책은 이미 읽은 것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읽었다'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봤던 '기억'이 난다. 뭐가 이리 장황해?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한창훈의 글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얻었는지 생각해보려고 하니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보지 않고서는 잘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에 더하여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가 글에는 '진실'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다가 그녀의 사적인 일기같은 메모들이 왜 내게 유의미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할 때 그것을 자꾸만 뒤로 미루려고 한 이유는 '생각'이라는 걸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좋은 글이 내 안에 들어와 어떤 뜻으로든 유의미한 글이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의 것으로 글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깊이를 따질 수 없는 얕은 것일지라도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 귀찮아하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하고 있다.

"글쓰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놈의 생각이란 걸 해야 하니까"라고 엘리자베스 하드윅의 글을 옮겨놓은(239)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으면서 자신의 사적인 체험과 생각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 탄생한 소설가의 글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와 박상미의 [나의 사적인 도시]를 연달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을 따로 떼어놓지 못하는 것은 두 작가의 글이 내게는 글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의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조금은 얄궂게도 새침한 듯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는 뉴요커의 이야기보다는 - 비린 것을 싫어하는 내가 뉴욕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릿한 내음이 가득한 거문도와 여수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어우러져 웃고 울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몇년 전, 한창훈의 향연이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책을 읽으며 그저 허허거리고 낄낄거리며 읽었으면 됐지,라는 말을 써 놓았다. 아마도 나는 그런 삶도 있을 수 있는거겠지,라며 한편의 드라마를 시청하듯 그렇게 글을 읽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고 그들의 체험이고 그들의 마음일뿐이라는 방관자와 같은 입장이었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지금 다시 한창훈의 산문을 읽어보니 '글을 쓴다는 것은 기교를 부리는 기술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진솔함이 유머와 해학을 담고, 때로는 눈물이 쏙 빠지는 슬픔과 고통을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문자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글이란 정말 진심이 묻어나야 하는 것일거다.

한창훈이라는 작가가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이미 내게는 큰 의미를 품고 있지 않게 되었다.

내가 글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글을 쓰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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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2015-06-2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정말 공감되고 솔직하게 적어주셔서 손으로 따라적으면서까지 다시깊게읽었어요^^
좋은 리뷰감사합니다

chika 2015-06-2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