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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식물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그들 세계의 아름다움과 복잡함, 그리고 신비를 찬양하고 싶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을 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498)
희망의 씨앗에서 제인 구달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소망이 헛된것이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바꿔나가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두툼한 책을 읽는 동안 식물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나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그렇게 의미없이 지나쳐왔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삶의 의지'라고 표현된 마지막 장을 읽을 때에는 생명의 위대함에 대해 감동을 받았고, 새삼 그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처음 희망의 씨앗을 읽어나가면서 제인 구달의 개인적이고 잡기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인가, 싶어 이 책을 언제면 다 읽을까 라는 의무감같은 책읽기의 마음자세를 갖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점차 확대되어가면서 단순히 제인 구달의 개인적인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식물의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을 전해주고 있기도 하고, 식물의 생명력과 역사는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문학을 전해주고 있기도 하고, 우리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빼앗고 있는 자연환경을 어떻게 하면 보존하고 살려야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자세와 그를 위한 실행 의지를 다지게 해주는 동기부여와 격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희망의 씨앗은 제인 구달이 어릴적부터 가졌던 식물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식물의 수렵과 채집, 원예에 대한 이야기에서 식물을 자연상태에서 보존하고 관상하는 용도로 - 물론 작물재배와 같이 식량의 개념도 찾아볼 수 있는데 거기서 조금 더 확장하여 식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유전자 변형을 하며 변형시키고 종을 말살시켜 버리기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식물은 그 자신의 강인함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결코 쉽게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내 어릴적 소망 중 하나는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비밀의 화원 같은 화원을 갖는 것이었다. 정원가꾸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이쁜 꽃이 피는 나무와 연초록에서부터 짙어가는 색으로 어느 하나 모양과 색이 같지 않은 나뭇잎을 품고 있는 나무들이 가득한 그런 정원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집 마당의 자그마한 공간에서 자라는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도 얼마나 큰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알게 된 후 허투루 자라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면서 수십년 된 소나무가 수없이 베어져나갔다. 그런데 얼마 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멀쩡한 소나무를 베어버리기도 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평창 올림픽을 위해 수백년 된 나무를 베어내버렸다는 뉴스를 비롯해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하는 인간들의 무지함과 소수의 이익을 위한 폭력에 분노하지 않을수가 없다.
자그마한 식물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서도 엄청난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열심히 물도 주고 키워보려했지만 내가 미숙해서 죽여먹은 식물도 수없이 많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새삼 인간의 손길에 의해 잘 자라는 관상용 식물도 있지만 아무런 보살핌 없이 자연속에서 저절로 생명을 얻고 죽어가고, 죽어버린 듯 하지만 그 다음해 새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하는 모습에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제인 구달이 희망의 씨앗을 통해 그러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자연,지구환경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식물의 수렵과 채집, 원예 파트에서 온갖 식물에 대한 에피소드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재미있어 하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고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기도 하다. 내게 있어서는 정원을 가꾸고 조경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부터 시작해서 자연을 지켜내기 위해 실천하고 행동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게 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