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해먹지? - 삼시세끼 부딪치는 집밥 고민 해결 레시피
이필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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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먹지? 라는 고민은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해야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에는 대충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한 끼니를 떼우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라면을 끓이고, 하다못해 치킨이라도 배달시켜서 주린 배를 채우곤 했어서 그리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는데, 나 역시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해야하게 되니 당연히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일주일 내내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졸린 오후, 점심을 먹은 것이 소화도 되지 않았지만 오늘 저녁 한끼니는 뭘 해 먹을까 고민이 된다. 나는 대충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 깻잎등을 뜯어서 오이 하나 썰어놓고 달걀프라이 하나면 간단하면서도 영양있는 식사 한끼니가 되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어떤 반찬을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사실 어머니는 가리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요리의 범위 내에서도 극히 제한된 재료만으로 식사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정말 그 밥에 그 나물처럼 식단의 변화가 거의 없다.

게다가 [오늘 뭐 해먹지?]라는 두툼한 요리책을 뒤적거려봐도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앞장부터 요리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있는데 문득, 이 요리들이야말로 정말 집밥에 나오는 것들이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집밥'이야말로 우리가 늘상 해 먹는 것이고, 가장 많이 먹는 것 아닌가. 그러고보면 반찬을 서너가지만 만들어놔도 하루의 식탁이 풍성해지고, 반찬거리에 소박한 나와 어머니는 한끼 식사에 두어가지의 찬만 꺼내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며 먹고 있으니 제철 재료로 영양을 맞춰 음식 준비를 하면 이제 날마다의 고민은 일주일에 한번쯤의 고민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감칠맛 나는 조미료는 '정성'이라고 했다. 할때마다 맛이 달라지고 때로는 실패작이 나와서 억지로 꾸역꾸역 먹어야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정성껏 만들다보면 조금씩 솜씨가 늘기도 하니 요리를 할때는 무조건 조급함을 버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는 사실 화려하고 내세울만한 특별요리는 없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시장에 들려 제철에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식재료를 사들고 뚝딱 반찬을 만들어내어 밥 한끼니를 먹을 수 있는 일상의 집밥 요리가 가득하다. 게다가 요리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든지 그리 어렵지 않게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드니 그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다른 요리책은 들여다볼수록 내가 준비해야하는 것들이 그리 쉽지 않아서 시도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요리가 많아서 한두번 들여다보다가 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좀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책의 뒷쪽에 실려있는 요리왕초보를 위한 초밀착코칭은 너무 큰 도움이 되는데다 본문의 각 요리법 밑에 팁처럼 실려있는 味수다는 재료의 손질에서부터 주의사항, 재료의 특징, 익힘의 정도, 다른 요리에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주고 있어서 한번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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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 도시 남녀의 365일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기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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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책을 읽는동안 신이 나서 실생활에서의 이야기까지 풀어내며 이들의 이야기가 실제 가능할것인가를 가늠해보기까지 했다. 솔직히 조금은 심각하게 단 며칠만이라도 실천이 가능할까, 고민해봤지만 선뜻 해 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는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두 프리랜서기자가 먼 곳에서 이송되어 온 재료는 전혀 쓰지 않고 본인들의 거주지에서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재료로만으로 1년간 생활을 해 나가는 자급자족 로컬푸드 생활기를 기록한 책이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그리 낯선것은 아니다. 이들이 로컬푸드 도전을 한 것이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고, '삼시세끼'라는 자급자족 농어촌 생활기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도 벌써 1년전의 이야기이이니 놀라울 것은 아니지만 1년동안 자급자족의 생활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도무지 예측할수가 없었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이들이 그나마 광활한 캐나다의 농촌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거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은 커녕 밀조차 재배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캐나다에서도 어느곳에서나 근거리에서 재배하는 밀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에다가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각종 소스들을 구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생각들을 하다보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자급자족의 생활이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이들의 도전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유쾌해진다는 것이었다. 실현 불가능할 것 같고 너무나 불편해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바보짓을 한다며 후회할 것만 같은 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동안에도 이들에게는 유머가 남아있었고 하나의 자그마한 수확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아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기도 하고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다.

 

캐나다에서의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은 분명 나의 현실과는 다르다. 방송으로 만들어지는 삼시세끼의 자급자족 역시 나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도시 생활을 하면서 100% 자급자족 생활기를 도전해봐야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들을 실천해나갈수는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원거리 식품을 줄이고, 수입 농산물을 줄이고,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 것도 그 하나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에 에세이를 읽다가 영국의 주말농장에서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농작물이 다 죽어가는 걱정을 하는 글을 읽으며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냥 물을 주면 될텐데 왜 그리 걱정을 하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친환경적인 농작물 재배는 인위적인 물을 뿌리지 않고 하늘이 내려주는 비로 자연재배를 하는 것임을 나중에야 깨닫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었는데, 지금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를 읽으면서도 또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지구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작은 실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들의 100마일 다이어트 도전을 보고 난 후 조금 더 완화시켜 150마일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 약간의 기호식품은 구입해서 구비해놓는다면 조금 더 긴 시간동안, 어쩌면 지속적으로 로컬푸드 도전기는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거창하게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첨가물이나 방부처리를 하지 않는 근거리 식재료를 구해 먹는 것은 내 몸에도 좋을뿐더러 시기별로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다면 일년 열두달이 다 비슷한 날들이 아니라 각 시기별로 날씨와 환경의 변화를 더 느끼게 되고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되고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언뜻 생각해봐도 좋은 점들이 너무 많다. -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 책의 말미에도 간략히 언급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백만배 동감하게 된다.

 

100마일 다이어트를 시도해 볼 생각조차 없고, 삼시세끼를 재미있게 깔깔거리며 본다고 해도 그들의 자급자족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하더라도 모두가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유쾌한 이들의 도전기에 나 또한 도전해 볼 엄두는 나지 않지만 나의 실생활은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모두의 삶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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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7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15-06-0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이런 책은 심각한 딜레마를 저에게 줍니다.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실현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 그리고 이미 온갖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에 길들여져 있는 입만 등등.... 뭐 간단히 말하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시하자일텐데 그럼에도 제가 실천하는건 너무 소소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어요. ㅠ.ㅠ
월요일 아침 치카님 유쾌하게 시작하셨나요? 월요병 까짓거 물리치고 즐거운 날 되세요. 우리에겐 금요일 오후가 있잖아요. ^^

chika 2015-06-08 14:00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 바람돌이님도 하실 수 있는 것이 엄청 많을걸요? 모든 것은 시시한 것의 실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

가만 생각해보면 마트보다는 동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거, 콩나물 하나를 사더라도 마트나 브랜드제품이 아니라 시장 아줌마 가게에서 파는 동네 콩나물을 사는 것 같은거요.
(그러니까 수입 바나나, 망고, 오렌지...이런거는 자제해야하는데 솔직히 그리 쉽지는 않아요. 저는 아침에도 바나나를 먹고 왔...ㅠㅠㅠㅠㅠㅠㅠㅠ)

월요병이 여지없이 지금의 나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녁에는 집에가서 집 마당의 상추와 깻잎을 따서 비빔밥 해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오후를 버티겠습니다. (점심 먹은지 한시간밖에 안됐는데도 ㅠㅠ)
우리 다 같이 즐거운 한 주간을 보내부러요~ ^^

 
소녀를 사랑하는 방법
헤일리 태너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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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읽어버린 소설이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소녀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니 소설의 제목이 그닥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이 제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나온다. 결코 있을법하지 않은 동화 이야기같지만 그 이야기에 담겨있는 아름다움이 좋아서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럽다. 독특한 표지마저도.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상의 현실을 본다면 결코 아름다울수가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에게는 사랑으로 전존재를 껴안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또 그러한 희망이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러시아를 탈출하다시피 빠져나온 바츨라프네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친구도 없이 지내던 바츨라프에게 이웃에 사는 러시아 소녀 레나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쁨에 바츨라프의 엄마 라시아는 좋아한다. 더구나 자신 역시 레나의 이모 예카테리나와 좋은 이웃으로 지내며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들떠있지만 예카테리나는 그저 레나만을 툭 떨구듯이 두고 가버린다. 그렇게 시작된 라시아네 가족과 레나의 인연은 몇년동안 계속 이어진다. 레나에게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레나의 이모로 인해 라시아는 날마다 저녁이면 레나를 데리고 레나의 집으로 가서 잠을 재워주고, 바츨라프는 처음으로 레나와 함께 놀이동산에서 본 마술을 본 이후로 레나를 조수로 삼아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마술사가 된 후 레나와 결혼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믿는다. 그런 일상이 되풀이되던 어느 날 바츨라프와 레나에게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러시아에서 이주한 이주민 가정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새로운 곳에서 희망을 갖고 정착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고난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말도 안될 것 같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지만 현실의 세계를 그렇게 아름답게만 포장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의 꿈과 환상처럼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우리의 세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바츨라프는 자신이 진실을 말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레나는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사랑했고 믿었다. 동화처럼, 노래처럼, 마술처럼. 레나는 그 이야기가 진실이 될 때까지 바츨라프를 사랑했다. 그러므로 그 이야기는 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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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6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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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것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시절이 나에겐 있었다. 내 마음은 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하고 있었지만 끝내 그 마음은 모래사장에 가닿지 못하는 파도처럼 부서지고 흩어질 뿐이었다. 그럴 때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길에 나와 내 감정을 쏟아부으면 그 길들은 얼마간 나의 공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난 더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더 멀리로 걸음을 내디뎠다. (192)

 

그러니까 이 소설은 사랑을 향한 마음이 부서지고 흩어질 때마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더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더 멀리 걸음을 내딛으며 느끼게 되는 감정과 깨달음을 잔잔하게 그려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여행을 떠난 것이고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나열되고 있는 '소설'이지만 왠지 자꾸 에세이같은 느낌을 벗어날수가 없다.

파리 빌라,는 내가 자꾸만 굳이 '소설 빌라'라고 하게 되는 것처럼 '소설'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이 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오래 전에 친구가 동생이 쓴 글이라며 읽어보라고 했던 때의 일이 생각난다. 글짓기대회에서 상을 받을만큼 글을 잘 쓴다는 동생의 글을 읽으며 내가 자꾸만 이런저널 토를 달고 있어서 중간에 빼앗아가버린 기억이 더 강한 그 글은 하루의 일상을 담담하게, 아니 지극히 평범하게 그려내고 있는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허무주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도대체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가져야 하는 감정은 뭐지? 라거나 나는 뭘 생각해봐야하는거지? 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었는데 굳이 뭔가를 주려고 강조하지 않는 글이라는 것을 되새겨보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파리 빌라는 그 느낌과는 또 다르지만 기승전결을 기대하고 하나의 하일라이트같은 에피소드가 터져나와야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무너뜨린다. 너무 잔잔히 흘러가고 있는데다 친구와의 만남, 여행지에서의 만남들이 너무도 우연히 이루어지고 단편적으로 끝나버리고 있어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정말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글 전체를 다시 생각해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책을 다 읽고난 후 굳이 떠올려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역시 아직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덜하다. 오히려 굳이 애쓰며 연결을 짓지 말고 '사랑'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것일까?

그래도 이 소설은 꽤 멋진 글을 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에 자꾸 사진이 끼어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 소설을 읽고 있는동안 이야기속의 사진들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소설과도 같이, 나의 마음도 현재의 역사가 이뤄지고 있고, 매일매일이 조금 다른 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좋다.

"모두가 현재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모든 과거는 미래를 낳는다. 오늘의 나는 사라지고 내일은 또 다른 내가 태어난다. 매일매일이 조금 다른 '나'일 것이다. 내일이 온다"(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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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6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를 찾아 떠난 스페인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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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여행에세이와는 달리 읽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담겨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내게는 좀 버거운 여행으로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스페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하기도 하지만,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에 더하여 나 자신과 가족, 고향을 떠올리게 하고 있으며 삶의 모습까지 들여다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천천히 느리게 여행을 하듯 책 읽기도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읽게 되는 것이다.

스페인을 생각하면 언뜻 떠오르는 유명 관광지, 먹거리, 문화가 많은데 이미 알고 있어서 익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들은 많지 않다.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개념 정의하듯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짧게 설명을 하고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얽힌 역사, 문화를 확장하여 풀어놓고 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여행에세이를 읽었다기 보다는 문화에세이를 읽은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에 빠져 있느라 저자의 사진을 제대로 보지 않고 책장을 넘겼다가 잠시 멈추게 되었을 때 다시 책을 훑어보면서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그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번 더 스페인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특별한 관심이 없으면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자의 관심이 - 저자 본인은 다른 사람들이 여행경비에서 흔히 항공, 숙박비가 반을 차지하지만 그 이상의 비용지출을 먹거리에 쏟아붇는다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저자의 관심거리는 역시 예술이 맞다. 내가 스페인을 꼭 가보고 싶은 이유를 꼽는다면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는 것과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는 것을 빼놓을 수 없는데 엘 그레코뿐 아니라 - 똘레도의 이야기가 한꼭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정작 저자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고하니 이건 왠지 나를 위한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살바도르 달리나 피카소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어떻게 보면 가십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모든 것이 다 진지한 삶의 성찰로 이어지고 있으니 이것이 작가의 필력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작년에 특별전을 보면서 호안 미로의 작품을 처음 봤었는데 그때 그의 그림에서 즐거운 음악 연주를 드는듯한 행복함을 느낀 이후로 스페인에 가면 호안 미로의 작품을 보는 것도 스페인 여행의 이유가 된 내게 호안 미로의 이야기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리고 나를 찾아 떠나는 스페인 여행도 뜻깊고 좋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수많은 사진을 보며 스페인 여행에 대한 꿈을 꾸는 행복한 상상의 시간을 갖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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