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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 도시 남녀의 365일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기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5년 5월
평점 :
오랫만에 책을 읽는동안 신이 나서 실생활에서의 이야기까지 풀어내며 이들의 이야기가 실제 가능할것인가를 가늠해보기까지 했다. 솔직히 조금은 심각하게 단 며칠만이라도 실천이 가능할까, 고민해봤지만 선뜻 해 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는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두 프리랜서기자가 먼 곳에서 이송되어 온 재료는 전혀 쓰지 않고 본인들의 거주지에서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재료로만으로 1년간 생활을 해 나가는 자급자족 로컬푸드 생활기를 기록한 책이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그리 낯선것은 아니다. 이들이 로컬푸드 도전을 한 것이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고, '삼시세끼'라는 자급자족 농어촌 생활기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도 벌써 1년전의 이야기이이니 놀라울 것은 아니지만 1년동안 자급자족의 생활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은 도무지 예측할수가 없었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이들이 그나마 광활한 캐나다의 농촌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거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은 커녕 밀조차 재배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캐나다에서도 어느곳에서나 근거리에서 재배하는 밀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에다가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각종 소스들을 구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생각들을 하다보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자급자족의 생활이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이들의 도전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유쾌해진다는 것이었다. 실현 불가능할 것 같고 너무나 불편해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바보짓을 한다며 후회할 것만 같은 이 어려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동안에도 이들에게는 유머가 남아있었고 하나의 자그마한 수확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아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기도 하고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다.
캐나다에서의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은 분명 나의 현실과는 다르다. 방송으로 만들어지는 삼시세끼의 자급자족 역시 나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도시 생활을 하면서 100% 자급자족 생활기를 도전해봐야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들을 실천해나갈수는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원거리 식품을 줄이고, 수입 농산물을 줄이고,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 것도 그 하나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에 에세이를 읽다가 영국의 주말농장에서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농작물이 다 죽어가는 걱정을 하는 글을 읽으며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냥 물을 주면 될텐데 왜 그리 걱정을 하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친환경적인 농작물 재배는 인위적인 물을 뿌리지 않고 하늘이 내려주는 비로 자연재배를 하는 것임을 나중에야 깨닫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었는데, 지금 [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를 읽으면서도 또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지구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작은 실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들의 100마일 다이어트 도전을 보고 난 후 조금 더 완화시켜 150마일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 약간의 기호식품은 구입해서 구비해놓는다면 조금 더 긴 시간동안, 어쩌면 지속적으로 로컬푸드 도전기는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거창하게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첨가물이나 방부처리를 하지 않는 근거리 식재료를 구해 먹는 것은 내 몸에도 좋을뿐더러 시기별로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다면 일년 열두달이 다 비슷한 날들이 아니라 각 시기별로 날씨와 환경의 변화를 더 느끼게 되고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되고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언뜻 생각해봐도 좋은 점들이 너무 많다. -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 책의 말미에도 간략히 언급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백만배 동감하게 된다.
100마일 다이어트를 시도해 볼 생각조차 없고, 삼시세끼를 재미있게 깔깔거리며 본다고 해도 그들의 자급자족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하더라도 모두가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유쾌한 이들의 도전기에 나 또한 도전해 볼 엄두는 나지 않지만 나의 실생활은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모두의 삶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