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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책의 제목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전혀 짐작이 안됐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어떤 은유를 담고 있는지 알겠다. 솔직히 처음엔 뭔가 알쏭달쏭한 느낌에 집중이 힘들었는데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그 흐름을 잡게 되니 손에서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또 단숨에 읽어제껴버리면서 이 책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것을 나의 언어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괜히 더 안타깝기만 하다. 책의 내용이 더 흥미롭고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여서 더욱 그런 마음일 것이다.
이야기가 앞서가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연말정산을 하면서 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는 계속 세금이 증가했다고 떠들어대고 있는데, 연말정산에 대해 세무서 직원이나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전과 달리 세액공제를 하기 때문에 세금 감면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를 했다. 실질적으로 세액공제를 하면 세금감면효과가 크려니.. 생각했지만 경로우대를 받는 80세 1인 세대주가 연간 삼천도 안되는 소득에 나온 결정세액이 오십만원이 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도대체 뭐가 세액감면이라는 것이지?
책을 읽으며 가만 생각해보니 관공서 직원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연말정산의 세액공제 어쩌구 설명을 하면서 결론적으로 세금감면혜택,이라는 말에 그저 그런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프레임의 덫'이라는 것이 이런것이겠구나...
사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미 집에서 어머니와 뉴스를 보면서 '프레임'의 허구와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있었다. 특히 경제 관련 뉴스는 나도 잘 개념이 안잡히는 것이 많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기업을 살리는 정책이라는 것이 곧 우리 국민의 경제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호황을 누려 순이익이 늘어난다고 한들 그 수익금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아무 생각없이 뉴스를 듣다보면 그들의 흥망성쇠가 곧 우리 가정의 경제와 똑같이 되는 듯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해 대기업이 경제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라는 뉴스만 흘러나오고 그로 인해 우리의 농업이 무너지고 가격경쟁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하게 된다는 것은 은폐된다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솔직히 나도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뉴스를 보면서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가만히 듣다보니, 내게는 뷔똥같은 고가의 가방 가격이 낮아지거나 말거나 별 상관이 없고 매일 밥반찬을 고민하면서 시장에 가서 사야하는 나물 가격이 더 중요한데 뉴스에서는 오로지 뷔똥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번 그런 것을 깨닫기 시작하니 이제는 뉴스의 헛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누군가의 표현처럼 정말 뉴스쇼일뿐이지 우리가 진짜 알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뉴스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친구가 '기획뉴스'의 맹점에 대해 열변을 토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봇물터지듯 나오게 되는 책이지만 아직은 나의 말이 아니라 그냥 이 책을 건네주며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미 책을 읽는 사이에 선물하려고 다시 구입을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흔히 사회복지를 위해 자금을 투입하려면 정부에서는 세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하고, 그것은 곧 우리의 세금이 올라가는 것이라는 등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공동선을 위해서 투자하는 것은 좋지만 수입이 한정되어 있는 나의 소득에서 세금명목으로 더 떼어가는 것은 싫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 하지만 공적자금, 공공재, 공공선을 위한 투자라는 것은 우리의 세금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에는 은연중에 우리 서민들의 세금이 올라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며 개인주의를 슬금슬금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최상위층에 - 말 그대로 최상위층, 수적으로 반발이 커질수도 있는 중상위정도가 아니라 - 누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세금의 증가는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와 함께 말이다.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은 이 글을 잠시 묵혀두고 있었는데 더 잘 정리하려다가는 책을 읽고 또 읽게 될 듯하여 그냥 나의 말을 줄이고 이 책을 직접 읽어보라는 말을 되풀이할수밖에 없겠다. 더 놀라운 내용을 말하고 싶지만 내 어설픈 이야기보다는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을 읽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자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정리한 네 가지 지침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 나 역시 그 지침을 다시 새겨본다.
상대를 존중하라
프레임을 재구성하여 대응하라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라
자신의 신념을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