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소설,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구조는 소설의 형식을 끊임없이 탐구해 온 오스터가 즐겨 써온 기법으로, 이번 소설 역시 그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번 소설은 세 인물이 서술을 하는 큰 틀 속에서, 주인공 애덤 워커의 회고록이 세 가지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소설은 1967년과 2007년, 4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베트남전의 악령이 미국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던 1967년, 당시 청년들은 전쟁의 당위성 문제는 둘째 치고 당장 대학을 졸업하면 군대로 끌려가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에 당면해 있었다. 2007년 예순 살이 된 워커는 당시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과 징병이라는 상충되는 문제 속에 고뇌하던 자신에게 벌어졌던 기묘한 사건들, 자신의 삶의 행로를 바꾼 1967년의 일을 기록한다.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 생활의 기본"이라는 정신으로 무장한 저자는 남극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파티의 나날'로 바꿔 놓는다. 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일 파티를 챙기는 것으로 모자라 만남과 이별의 파티, 아프거나 다친 사람이 나아도 파티,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섣달 그믐날 파티, 미드윈터 축제 기간 동안 내내 파티를 즐긴다.
이십여 년 전 한국을 떠난 뒤로 죽 독일에 거주중인 작가는, "7,80년대의 참담한 시절이 지날 거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독일로 와서 공부도 하고 타국의 문화도 접했지만 제가 겪었던 그 시절이 아직도 우리를 떠나가지 못하고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노라 고백한다. 이어 자신의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써내려간 소설을 통해 꿈을 꾸는 것조차 억압받았던 당시 청소년들까지 섬세하게 보듬어 안는다.
"가시나가 ..뚱.뚱. 해서 ...어디서 주워.... 엄마, 인생이 뭔교..니는 만날 그......"
어서 오세요, 우리들의 아름다운 유령의 집으로
죽은 자와 산 자가 동거하는 고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기묘묘한 사건들
“유령은……추억을 닮았다”
탁월한 필력과 허를 찌르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노스탤지어의 세계
이상은의 삶은 여행, 베를린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 런던 보이스.
목차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지도에 없는 마을, 언젠가는, 비밀의 화원....... 그녀의 앨범 제목과 같구나. 솔직히 문학적으로 글을 아주 잘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싫지는 않다. 어쩌면 글 속에서 묻어나는 그녀의 목소리. 그게 너무 좋아서인지도.
우연찮게 TV화면을 보다가 너무 익숙하고 좋은 느낌에 가만히 앉아 엔딩 크레딧의 음악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역시 그 드라마의 노래를 부른 사람은 이상은. Falling...이었던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떠났던 대서양 맨 끝자락에 있는 나라, 포르투갈. 그곳으로 소설가 김연수는 지도 하나 없이 훌쩍 떠난다. 김중혁의 소설 <좀비들>의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무대가 된 스웨덴의 스톡홀름. 그가 선택한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왕궁도, 박물관도 아닌 바로 공원 묘지였다. 삶과 죽음이 더해진 공원 묘지에서 김중혁은 <좀비들>을 탄생시켰다.
어제 책을 찾다 김중혁의 좀비들을 발견했다. 당장 읽어야지 하고 쌓아둔 책이 어느새 저 밑에 깔려있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기 위해 사는 걸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사는 걸까. 좀비처럼 깔려있는 책들의 무덤이 내 방 이곳저곳에 폭탄처럼 떨어져있다. 김주원의 폼나는 서재는 폼나는 사람들의 것일뿐 내게 있어 책들은... 아, 그냥 뜬금없이 여행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