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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헬스에 갔다. 40분 동안 헉헉 거리며 자전거를 탔다. 30분만 타고 싶었지만, 트레이너가 유산소 운동은 40분은 해야 살이 빠진다고 해서 힘들지만 참았다.
헬스를 갈 때는 참 귀찮지만, 그래서 툭하면 안 갈 생각을 하거나, 실제로 안 가지만, 땀 흘리고 나서 샤워할 때 기분이 좋다. 개운하다.
오늘 오랫만에 후배 남생이랑 같이 운동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고딩들처럼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고, 라면 보다 비싼 커피랑 티라미슈를 먹었다.
자전거 40분을 헉헉거리며 숨차게 탔을 때 소모된 칼로리가 겨우 200 이었는데, 라면 + 주먹밥(이름하여 "러브" 주먹밥) + 티라미슈 반쪽을 먹었으니, 도대체 몇배인지? 40분 운동하기는 힘들어도 낼름 먹기는 쉽다. 그래도 안 움직이고 안 먹느니, 운동하고 먹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굳건히" 믿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말한건지, 소설 속 주인공의 말인지 헛갈린다.)
맥주를 마시기 위해 수영을 한다고...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시원한 맥주를 한병 들이킬 때가 가장 행복한데, 체중조절을 위해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는건 자신의 행복을 제어하는 일이다.
수영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기쁨, 운동 에너지도 얻고, 좋아하는 맥주도 마시고.... 맥주를 마시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는 것 보다 얼마나 생산적인가?
사랑하는 후배 남생이 얘기를 하려 했는데 말이 넘 길었다.
언젠가 사주를 봤을 때 점장이가 말했다. "인덕이 참 많네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항상 많아요."
그렇다.난 옆에서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항상 많다. 내가 넘 어리부리해서 그런가...
어렸을 때 내 별명은 "배삼룡"이었다. 항상 엎어지고 자빠지고 했기 때문이란다. 요즘도 가끔 자빠지긴 하지만...
난 길눈도 아주 어둡다. 모르는 길을 운전할 때면, 택시 아저씨들께 길을 20번은 큰 소리로 물어서 집에 들어올 때면 목이 잠긴다.
언젠가 한 친구가 말했다. "너를 보면 물가에 내논 어린애 같아."
어리부리한 나. 고맙게도, 다행히도, 옆에서 도와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길을 헤메긴 하지만 잃지는 않는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고마운 사람중의 한명이 바로 후배 남생이다.
작년 가을, 내 꼬임에 빠져 추석 연휴 상하이로 함께 여행갔던 남생이. 상하이에서 내 31번째 생일을 함께 보낸,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선물을 멋쩍어 하며 준 남생이.
얼마 전 내가 힘들어 할 때, 오늘 술은 내가 사겠다며, 이런거라도 쫌 하게 해달라며 부득부득 우겨서 계산을 한 남생이.
지하철역에서 헤어질 때 "언니, 힘내!" 하고 꼭 껴안아 준 남생이.
그러고도 마음이 안 놓였는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담은 문자를 날려준 남생이.
아침마다 좋은 하루 보내라고 메신저를 날려주는 남생이.
인터뷰 사진이 못생기게 나왔다고 나 보다 더 흥분한 남생이.
남생아! 정말 고마워. 너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아까 커피 마시다가 이 말을 할까 했는데...쑥스럽더라.
오늘 니가 말했지? "언니는 안친한 사람들이 보면 놀랄만한 엉뚱한 짓을 많이 해."
이런 엉뚱한 나를, 어리부리한 나를, 선배랍시고 따라주고,사랑해주고, 다독다독거려 줘서 정말 고마워.
고마워, 남생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