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야 하는 딸들 - 단편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 전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어떤 책을 즐겨 읽으세요?"라는 질문으로 거리 인터뷰를 했다. 만화책을 즐겨 읽는다는 대답에 유재석과 김용만은 웃음을 터뜨렸고, 이 사건으로 <느낌표> PD 및 유재석,김용만은 배 터지게 욕을 먹었다.

이 사건은 만화를 무시하고,
독서라 하면 제목부터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있어 보이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독서에 관한 이런 "편견"에 부딪힐 때 마다 갑갑하다.
왜 사람들은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느낌표> 추천 도서들이 서점을 장악하고,
지하철에 탄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하나 같이 "느낌표 추천 도서"가 들려 있는 것도 참말로 웃기는 일이다.

책 읽을 때,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책 읽는 순간이 즐거워야 한다.

이 추운 날,
방 바닥에 배깔고 누워 뒹굴뒹굴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면...그건 완벽에 가까운 행복!

말이 길었다.
너무도 훌륭한 만화책을 읽고,
만화책을 무시한 <느낌표>가 생각나는 바람에...

<사랑해야 하는 딸들>.
"요시나가 후미"의 전작주의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요시나가 후미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요시나가 후미는 그 어떤 어려운 단어 하나 쓰고 있지 않지만, 사랑에 빠진, 또는 사랑 불능 상태인 여자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놀라움에 빠져 책을 읽었다.

자신에게 폭력적인, 나쁜 남자만을 사랑하는 여자,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는 철저한 자기부정에 시달리는 여자,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자기애를 상실해 가는 여자,
못생겼다는 컴플렉스에 짓눌려 이쁜 자신의 딸을 학대하는 여자,
사랑은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대하기 위해 수녀가 되는 여자...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속에는 각기 다른 사랑을 하는, 각기 다른 아픔을 겪는 많은 여자들이 등장한다.

총 여섯편의 만화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야코 이야기.

사야코의 할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자였다.
어렸을 때 부터 할아버지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가르치셨고,
사야코는 "사람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려 왔다.
착한 사야코는 이 강박증 때문에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남자 친구와 다른 남자들을 똑 같이 대하니 그럴 수 밖에...

선을 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사야코.
사야코는 친구에게 말한다.

"사랑을 한다는 건 사람을 차별한다는 거쟎아."

그렇다. 사랑을 한다는 건 사람을 차별한다는 거다.
한 사람을 특별히,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하는 거다.

너무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야코 같은 사람들을 몇번 만난 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들...
그래서 항상 "오해"를 받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기의 잘못(?)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잘해준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누구에게도 잘해 주지 못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사랑은 항상 이렇듯 "딜레마"를 만든다.
자기의 원칙을 다 지키면서 사랑에 빠지는건 넘넘 어려우니까...
그래서....연애는 재미있다.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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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2-1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누구에게나 잘해주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특별히 더" 잘 해준다는 얘길 듣고싶어요. 그게그건가???
연휴 마지막 날인가요? 아니면 3일이 더 남았나요? 전 오늘이 마지막. ㅠ.ㅠ

kleinsusun 2005-02-1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아주 이상적이죠. 누구에게나 잘해주고, 어느 누구에겐 "특별히" 잘해 준다면...
저도 내일 출근해요.그래도 내일은 상무님,팀장님 다 없어요.월,금중에 선택해서 쉬거든요.ㅋㅋ....

2005-02-11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02-11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랜만에 출근했어요. 오늘도 쉬는 회사들이 많아서 출근길이 한산하더군요.
저희는 월,금 선택 휴무라 사무실이 텅 비었어요.상무님, 팀장님 다 안계시답니다.아싸~ ㅋㅋ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icaru 2005-02-1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 수선 님...오늘 조금 널널하셔도 되겠다~!
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로드무비 2005-02-1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감기 걸리셨다더니 이제 괜찮으신 거예요?
저도 어제 책꽂이 정리 좀 했습니다.
연휴 그냥 보내는 게 좀 아쉬워서요.
요시나가 후미 리뷰도 역시 좋습니다.
미혼 때는 그 '차별'이 끔찍하게 싫게 여겨지더니
이젠 암시랑토 않습니다.
어차피 가족이 되었는데 내가 사랑 안해주면 우짤낍니까?ㅎㅎ

kleinsusun 2005-02-1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오늘 널널한 하루를 즐기고 있어용.ㅋㅋ
평소에도 이러면 회사생활이 즐거울것 같아요.
요시나가 후미의 <더 이상 말하지마> 샀어요. 요시나가 후미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