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에서
장영희 에세이집 <내 생애 단 한번>을 읽다가
귀에 부딪힐 것 같은 말을 만났다.

장영희 선생님이 <노인과 바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라고 밝힌,
장렬하기까지 한 노인의 말.

" It is silly not to hope.It is a sin."

가혹하리 만큼 직선적이고,
읽는 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이 희망을 끈을 놓지 않도록
희망이라는 밥상을 차려 주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이 절망이라는 늪 속에 한 쪽 발을 담그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둥켜 안고 있다가 같이 늪에 빠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워하고 있을 때,
같이 울어주는 것 보다 더 어렵고, 또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흔들리지 않음으로서 동요하지 않는 주변을 만들어 주는거다.

" It is silly not to hope.It is a sin."

이런 말이 도움이 될까?

두려움은 전염되고, 확대된다.
소문처럼, 눈덩이처럼 커진다.

흔들리지 않는 주변으로 존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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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4-12-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려와 희망감 심어 주는 것도 전염되고 확대되어서 흔들리던 사람도,위로하던 사람도 나중에는 할 수 있다는 최면이 걸려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기도 하죠. 무슨 자기계발서에서 본 글이 아니라 제가 겪어본 일이라 잘 알죠. ^^* 해마다 준비하던 시험 떨어지던 저와 부모님의 경우가 그랬어요. 나중에는 셤 떨어진 다음날 아침에 온 가족이 씩씩하게 웃으며(?) 아침밥 먹은 적도 있으니까요.

당시에는 별로 와닿지 않는 다독거림 일지라도, 대책없이 같이 울어주는것 같아도 그래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요.

kleinsusun 2004-12-0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정말 행복한 사람이네요.

너무 좋은 말이예요. 할 수 있다는 최면에 다들 걸렸으면 좋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겨울 2004-12-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리지 않는 주변으로 존재하기. 가슴을 후려치는 말입니다. 애써 대범한척 대수롭지 않은척 괜찮아, 잘 될 거야라고 웃는 요즘입니다.

글샘 2004-12-2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들리지 않는 주변, 그 경지를 '노인'이라 부르는 거 아닐까요? 고목의 껍질 같은 손과 검은 피부에 깊은 주름들... 그 안에서 우러나는 건조한 사랑.

흔들려도, 흐릿해도, 그래서 명징하지 못해도, 주변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잘 읽고 갑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