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끝났다. 원고는 세 꼭지 더 써서 65% 달성.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8월말 일본 출장도 있고, 휴가로 밀린 일들에 정신 없이 바쁠 텐데 8월말까지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려면 미친 척하고 써야 겠다. 천재가 아닌 이상 글은 새벽 3시에 찾아 오는 영감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나 톡톡 튀는 감각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다. 무식하게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한다. 책상과 의자 사이에 몸을 집어 넣고 있으면 어떻게든 꾸역꾸역 쓸 수 있다. 며칠 전, 한 잡지사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다. "내 인생의 책 한 권"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달라고 했다. 한참 고민했다. 바쁘기도 하지만 도대체 딱 한 권의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CEO 책에서 길을 찾다]는 책을 도서관에서 쭉 넘겨 본 적이 있는데, 이메이션코리아 라는 회사의 이장우 사장은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를 추천했다. 그 책을 읽고 자기 보다 더 고생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나?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고생을 많이 한 심형래의 <디 워>도 비난하면 안되지! 쩝) 그의 책 추천에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다른 거니까. 무슨 의도로 그런 책을 추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책 추천은 익명의 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 몇 명이 되었건(단 한 명이라도!)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책을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건 조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영향까지는 아니더라도 책값을 날리게 할 수 있다.) 호감을 갖고 있는 잡지인데다 원고 분량이 5.5매 밖에 안 되기에 쓰겠다고 했는데, 어떤 책을 선택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수영복 한번 안 입어 보고 휴가가 끝났다. 뭐 수영을 하는 것도, 사람 많은 해수욕장에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니 이번 휴가에 후회는 없다. 생각 보다 원고를 많이 쓰지 못했을 뿐. 어제 친한 후배 N이 응원을 한다며 크리넥스를 한 박스 들고 오피스텔에 놀러 왔다. 지나 다니며 찍어 뒀던 아담한 이자까야에서 저녁을 먹으며 기린 이찌방을 마셨다. (아...넘 맛있어. 기린 이찌방. 정말 이름대로 쵝~오!) 계산을 하려 했는데 응원하러 왔다며 술값도 후배가 냈다. 꽤 나왔는데... (고마워, 남생아!^^) 오피스텔은 독립 기념으로 받은 주변 사람들의 선물들로 가득하다. 스텐드, 체중계, 커피머신, 무선 주전자, 머그컵, 그릇, 공기청정기, 스팀다리미, 토스트기, 믹서기, 정수기, 테팔 후라이팬, 빨래 건조대... 금일봉을 주신 분도 세분이나 있으니 거의 내가 산 게 없다. 고맙고, 또 미안해서라도 좋은 글을 써야 겠다. 휴가가 끝날 때는 우울모드에 빠지기 쉽다. 그래도 다음주에 광복절이 있으니 희망을 가지자. 또 9월이 되면 추석 연휴가 있으니! p.s) 자꾸 어제 마신 기린 이찌방이 생각난다. 하루 종일 틀어박혀 글을 쓰자는 의지와 친구를 불러내서 한잔 하고픈 욕망이 상충하고 있다. 과연.... 오늘 밤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