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는 정말....정신이 없었다.

출장 보고에 잔뜩 밀린 일들에,
쏟아지는 메일들과 끊임 없이 울려대는 전화...헉!

첫출근한 월요일,
회사를 그만 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날을 잡았단다. 9월 1일.

축하한다는 인사에 후배는
약간은 뻘쭘해 하며, 약간은 미안(?)해 하며 말했다.
"과장님도....하셔야죠."

기왕 늦은거 천~천히 하겠다는
라디오 방송 엔딩멘트 같은 한결 같은 답변에
후배는 접대용 멘트로 화답했다.
"하긴.... 과장님은 지금 모습 그대로 넘 멋져요."

하루 지난 화요일.
정신 없이 헉헉대고 있는데 핸드폰이 진동했다.
평소 잘 연락하지 않는 고등학교 동창의 이름이 떴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있잖아....나.....결혼해. 5월 16일!"

약간 놀랐다.
왜냐면....그 친구는 독신주의였기에!

축하한다고 인사를 하며,
결혼식 전에 한번 보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디따 바쁜데,
정신 못차리게 바쁜데,
이상하게 마음이 휑~했다.

뭐라고 할까....
아프리카에 단체 여행을 가는데
나 혼자만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느낌?

아니면...
나 혼자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척박한 땅에 사는 느낌?

거 참.... 왜 이런 느낌이 들지?
유행하는 운동화나 청바지를 못가진 중딩처럼...
언제 숙제검사를 할까 마음을 졸이는 혼자 숙제 안한 애처럼...

이런 느낌을 친한 선배한테 얘기했다가 한소리 들었다.
" 너 그런 얘기 남들한테 하덜덜덜 말아라.
왜 그러냐? 스타일 구기게...
말하는 순간 잘난 여자에서 결혼 못한 여자 되는거야. 알았어?"

선배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으면서도
난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어렸을 때부터 말은 지독하게 안 듣는다. 푸하하하.

모든 존재는 불안을 느낀다....고 누군가 말했다.
스쳐가듯 찾아온 불안을 잡아두지 않고 보내려면
먼저 그 존재를 인정해주는 게 예의.

비닐 부시럭 거리는 소리처럼
스타일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잠시 스치는 불안에 동요했음을 쿨하게(?) 인정.
그러니까....안녕!

- 스쳐가는 불안에 대응하는 방법으로서의 잡문 쓰기.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04-30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5-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배의 말씀에 저도 고개를 숙이게 되는군요. 요즘 제게 결혼한다고 연락하는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저보다 어리답니다. 마땅히 축하해야 하는데도 기분이 꿀꿀한건 무슨 탓일까요. 이런 제가 못나보이기까지 해요.

우아하게 축하인사를 건네면 속이 쓰라리고
그렇다고 솔직해지면 추해지니.

어찌할 도리가 없군요. 훗.

2007-05-01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02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5-0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한겨레에 님의 기사가 나온거 봤습니다. 평소 분위기와는 또 다르게 나온 사진이 예쁘네요. 음 이렇게 유명해지시면 곧.... 그래도 전 그 에릭클랩든 공연을 같이 봤던 분의 소식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