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분노에 떨었다.

외국인 노동자 9명이 불타 죽었다. 쇠창살에 매달려 울부짖다가.
고매한 한국 정부가 관리하는 외국인보호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 외무부의 엘리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무총리는 어떻게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안타깝다고?
한국인 불법 체류자가 일본 외국인보호시설에서 불타 죽었다면?
그때 아베 아저씨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면?

아...오늘은 정말...한국인인 것이 부끄럽다.

前회사에서 일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02년 월드컵 때, 태국 바이어들을 초청했다.
그 중 한명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졌고,
그는 인천공항에서 인하대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 사실을 들은 가족들은 울부짖었고,
밤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한국 도착 시간은 토요일 아침.

그 날 아침, 인천공항 출입국 관리소에서 전화가 왔다.
(가족들 앞으로 발행한 회사 명의의 초청장에 내 연락처를 적어 놓았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JFK 공항의 출입국 관리소 직원 보다 더 싸가지 없는 목소리로,
미국 대사관 비자과 직원보다 더 퉁명스럽고 뻣뻣하게 말했다.

"왜 회사 전화를 안 받습니까?"

난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주 5일 근무라 토요일에는 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그때 그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반말로.
"그럼 내가 당신이 브로컨지 뭔지 어떻게 알아?
뭘 믿고 이 사람들을 내 보내?"

난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지금 그 사람들 가족이 뇌졸증으로 입원해 있다구요.
회사에서 발행한 초청장이니 빨리 그 사람들을 내보내 주세요."

그 아저씨는 비웃기까지 하며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냐구?"

결국....당직 근무자와 통화를 하고 나서야
그 가족들은 나올 수 있었다.
그 동안 그 가족들의 심정은 도대체...어땠을까?
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백인들을 보면 되지도 않는 영어로
손짓 발짓을 하며 말을 한다.
"Please!"를 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예의도 바르시지!

한국 보다 못사는 나라, 중국,동남아,서남아 사람들을 보면
"서 있어!" 하며 한국말로 호령을 한다.
세상에 있는 권력은 자기들이 다 가진 것 같은 모양새로!

공항이라는 열린 공간에서도 그런데
"보호"라는 명목으로 외국인들을 "감금"한 공간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안타까운"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한국인 불법 체류자가 일본에서 불타 죽었다면
일본 대사관 테러하고 난리 났을 꺼다. 그렇지 않은가?

담당자 몇명 문책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
"방화 사건"이라고 책임을 회피할 문제가 아니다.
며칠 떠들썩하다가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또한....외국인들의 인권에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사람 몇명 죽는거 우습게 아는 정부는
자국민들의 인권도 보호할 수 없다.

김선일 피랍 때 한국 정부는 어떻게 했는가?
평소의 굼뜨는 스타일과 다르게
"결코 파병 철회는 없다."는 신속한 성명을 발표해 그를 외면했다.
파명 철회 외에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국 정부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부끄러워 해야 한다.

분노는....외부에만 터뜨리라고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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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2-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런 면에선 대한민국이나 일본이나 다를 바 없어요. 슬프고 창피하게도.

kleinsusun 2007-02-1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부끄러워요. ㅠㅠ

바람돌이 2007-02-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 노동자의 인권문제는 어제 오늘이 아닌데도 늘 제자리죠. 이럴때 내가 대한민국에 산다는게 부끄럽습니다.

kleinsusun 2007-02-13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또 며칠 시끄럽다가 잊혀지겠죠? 아....부끄러워요.

사마천 2007-02-13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식민지 경험하고 중간 하청업체 하던 사람들이 더 목소리가 크고 권위적입니다. 한국군이 월남에서 한 것도 그렇고 미국 대사관 근무하는 한국 사람들이 더 웃기지도 않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그렇고... 뭐 따지면 많죠.
우리 내면의 민주화를 제대로 해야죠. 노무현 하는 꼴도 보고 있으면 박정희가 고스란히 담겨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