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로 워크샵을 다녀왔다. 공기 좋은 양평 산자락에 잔뜩 멋부려 지어 놓은 펜션에서 생각했다. 놀러온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를 외치지 않고 밤새 도란도란 얘기하며 술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작년 봄, 영업사원 극기훈련 때는 진정...뻘쭘했다. 몸은 힘들지만 백사장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하는 게차라리 나았다. 난 학교다닐 때 운동회를 너무도 혐오했던(운동회 보다는 차라리 시험이 좋았다!) 유명한 몸치에 엇박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체력" 하나만은 좋아서 박자에 상관 없이 체력 하나만으로 버티는 극기훈련(?) 같은 건 평소에 운동 안하는 뚱뚱한 남자들 보다 잘 버틴다.올해 신임과장 연수 때는 "암벽타기"를 하면서나의 새로운 적성을 발견했다. "집중력+ 체력"으로 하는 운동. 공기놀이를 할 때공기에 집중을 하듯이, 다음에 잡아야 할 돌에 집중하면서 팔을 뻗어 돌을 잡으면 된다. 상급자 코스 꼭대기까지 올라가 종을 치면서 난 스스로 감격했다. 아......나도 잘하는 운동이 있구나!!! 말이 한~참 옆으로 샜다. 다시 극기훈련으로 돌아가서...몸으로 버티면 되는 1일째 일정과 달리 2일째 일정은 "하면 된다!" 뭐 이런 정신교육이었는데 "난 ........를 하겠다. 난 할 수 있다!"를 한명씩 앞에 나가서 온몸을 뒤틀며 운동장이 떠나가게 소리쳐야 했다. 몸짓이 크지 않거나 목소리가 작으면잘할 때까지 다시! 진정....뻘쭘했다. 오직....한번에 들어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유세하는 정치인들 마냥 억지스럽고 과장되게, 그러나 진정성 없이 소리만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하면 된다!"고 온몸을 뒤틀며 소리를 지르는 건 목이 쉬는 것 외에 도대체...어떤 효과가 있을까? 워크샵 가기 전날, 그러니까 목요일 밤에 몇가지 "건의 사항"을 생각했다. 찍히더라도 꼭 말하고 말리라~ 비장하게! 한 사람에 20분씩 발표시간이 주어졌다. 난 내 프리젠테이션을 15분 정도로 마치고 5분 동안 건의사항을 얘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그런데...항상 실제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진행된다.내 발표순서는 6번째. 1~4번째 발표한 사람들이 질문 폭탄을 받으면서 시간이 침 묻은 엿처럼 늘어났다.급기야 식사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다음 발표자들은 "간략하게" 발표를 하라고 했다.5번째 발표자까지도 괜찮았다.하지만...6번째 발표자는 서둘러야 했다. 시한폭탄에 장착된 초시계가 카운트 다운 되듯이, 얼마 남지 않은 식사시간이 카운트 다운 되고 있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발표를 하며 준비한 건의사항 중에 하나라도 말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서둘러 발표를 끝냈을 때, "수고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회의실 앞 대형 스크린에는 이런 문구가 떴다. "시스템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이렇게 해서....결국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땐 아쉬웠다. 화도 났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이 든다.말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잠시 간이 소풍을 나왔었나? 잊지 말자, 나의 본분을!나는 나는 소심한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