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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축구는 남자만 하는 게 아니다
축구에 대해 비아냥거릴 때 공 한 개 놓고 90분 동안 열나게 그리고도 무식하게 뛰는 운동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더욱이 골이 한 골도 터지지 않은 그런 경기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것은 축구에 대해 모르는 소리이다. 축구는 축구이기 때문에 사랑받아 마땅하다. 이런 마음이 나같은 남자에게만 있느냐? 아니었다. 여자들도 축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 더군다나 40대-50대 아줌마들이 클럽을 만들어서 축구를 한다니! 우아 정말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이다. 진짜 축구는 남자만 좋아하는게 아니고, 진짜 축구는 남자만 하는 게 아니다.
경기에 지더라도 축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축구클럽은 축구선수출신도 없고 코치도 두 명이나 있지만, 다들 비전문가이다. 그리고 어떤 시스템이나 훈련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친선경기나 대회에 나가면 1무 2패, 1승 3패, 2무 2패 이런 식이다. 그래도 우리 팀은 모여서 공을 찬다. 엊그제 월요일에는 충북 제천까지 가서 친선경기를 했다. 그런데, 오전 9시에 2시간 운전해서 도착했는데, 헉! 운동장이 완전 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젠장! 공차다가 자빠지진 않을지, 미끄러져 다치진 않을지, 도대체 공을 찰 수 있는지? 모든 게 의구심이 들었다. 하필이면 이 먼 곳까지 와서 눈밭에서 공을 차야 한단 말인가! 다행히 시간이 지나가면 햇빛이 나서 운동장은 조금씩 초록빛으로 물들었고 1시까지 즐겁게 공을 찼다. 골도 넣었음 좋았을텐데. 내가 개발이라....경기결과는? 쿼터제로 했는데, 1쿼터만 2:0인가 이기고 진 경기들이었다. 책의 저자, 김혼비가 몸담은 팀도 늘 우리 팀처럼 죽을 쑤는 팀이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을 축구선수 못지 않다. 축구는 원래 그런 인간들이 하는 운동이다.
총무가 클럽을 탈퇴하다
작년이었다. 우리 팀에 최고령 회원이 60대이시다. 그분이 성격이 조금 고약하다. 말도 좀 함부로 하시고 거칠다. 나는 아예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숙이고 그냥 견디는데, 다른 분들은 아닌가 보다. 이전 총무와 회계가 그분의 성격과 인격을 용납을 못 하는 거다. 그분이 나가지 않으면 자기들이 나가겠다고 했다. 결국 임원 두 사람을 포함해 세 명의 회원이 클럽을 탈퇴하셨다. 그런데, 책을 보니 김혼비 팀도 총무가 2주간 섭외해서 강원도까지 1박2일 일정에다 11만원의 회비를 내면서 대회를 출전했는데, 총무가 경기를 1분도 못 뛰었다. 감독 입장에선 무조건 이기고 싶으니 그럴 수 있지만, 후보선수들도 일단 잔디를 밟아보려고 그 고생을 하는 것인데...감독이 그걸 배려하지 못했다. 결국 총무는 팀을 나갔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언제나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솔직히 후보로 갔다가 운동장 잔디 못 밟고 오면 나 같아도 병 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총무인데...!!! 이럴 땐 우리 팀이 경기력이 좋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다. 우리 팀은 언제나 후보들이 운동장을 꼭 밟고 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참 다들 공을 못 건드려도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 쾌감을 느끼기 위해 공을 차는 것인데, 그라운드를 못 밟는다면 그 상실감은...우리 국가대표선수 이승우가 불만을 토로한 것이 이해되긴 한다.
축구, 그거 실력 대개 안 는다
“대개 초보자들은 ‘공(점)’만 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선수의 동선(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한 발 더 나아가면 그 선들이 변이 되어 만들어내는 ‘공간(면)’을 보게 되는 것”(136p)
나는 아직도 공만 보는 초보인 듯 하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랄 때 축구보다는 야구를 많이 했었다. 축구가 유행되는 시기는 한참 뒤인 것으로 기억한다. 야구는 프로야구가 있었으니 나의 초딩 시절 운동은 언제나 야구였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축구는 골 맛이다!
작가 김혼비가 골을 넣은 사연은 없다. 김혼비는 자살골 1, 어시스트 1로 에세이집은 마무리된다. 축구는 골 맛이다. 하지만, 그 골의 기회를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유효슛이라도 쏴 보면 다행이다. 아마추어 축구하는 이가 공만 쳐다보다가 고개를 드는 데 5년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어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어제 축구하면서 ‘쨍하고 해 뜰날’이 올까 싶다. 미니게임 말고 제대로 된 큰 경기에서 골 한 골 넣을까 싶다. 20대에는 뭣도 모르고 늘 스트라이커만 했다. 그땐 내겐 공을 다들 잘 주었다. 개발dog’s feet인 나에게 배려를 많이 해 준 셈이다. 하지만, 내가 몸 담은 클럽에서 내가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하기엔 멀어 보인다. 난 기본기를 다시 닦고 있는 셈이다. 젠장! 어쩌겠는가! 짠밥이 좀 쌓이면 최전방 공격수가 될 수 있을까! 코치와 선배님들은 나의 주력을 칭찬한다. 내가 달리기 하나는 자신있다. 근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 교만인 듯 하다. 세상에 나보다 빠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 그리고 나이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나는 주력이 빠른 편에 속한다. 근데 문제는 패스와 드리블이다. 젠장!
그래서, 지금은 코치가 지명해주는 대로 한다.
정말 나의 존재감이란? 김혼비의 책에서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없는 있음이며, 있는 없음”(김현의 ‘말들의 풍경’에서)이다. 젠장! 이런 느낌이 들면 내가 이 나이에 축구를 계속해야 하나 이런 자괴감이 든다. 축구 때려치우고 책이 한 권 더 보고, 글이 더 쓰면서 정신적인 만족감을 누릴까 그런 생각도 자주 한다. 하지만, 뭐! 독서도, 글쓰기도, 인생도 체력이 모든 것의 기초이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축구하면서 열등감 운운하면 축구 계속 못하는 것이니....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수비하다가, 미드필더 하다가 종종 오버래핑을 한다. 욕 듣기 싫어서 공수전환 시 열나게 원래 자리로 내려오다가 숨이 턱턱 막히지만. 욕 먹지 않으려면 열심히 뛰는 수 밖에 없다. 재수없는 날(?)은 골키퍼도 한다. 나이가 어리고, 때론 총무(임원)이란 이유로 골키퍼를 보기도 한다. 축구는 골 맛이지만, 축구를 제일 잘 하려면 역시 ‘체력’이다. 감독은 김혼비에게 하루에 운동장 30바퀴씩만 돌면서 체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운동장 30바퀴라...모든 게 그냥 되어지는 것은 없는 거다.
나도 한 골 넣었다!
나는 그래도, 축구가 좋다. 김혼비가 축구하는 것을 열렬히 응원하는 바이다. 축구에 관한 에세이를 계속 써줬음 좋겠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솔직히, 이 책 이웃인 Syo님이 추천했는데, 도서관에서 희망도서 신청해놓고 연장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중간에 포기할려고 했다. 읽을 고전들이 널려있는데, 축구이야기 책을 내가 굳이 읽어야 할까? 근데 자기 전에 Bookholic님의 리뷰를 딱 보고서 ‘앗!’ 결국 그 다음날 읽었다. 역시 알라딘은 책을 패스하는 축구경기 같다. 한 사람이 추천 책을 패스하면, 또 다른 사람이 패스를 해 주고, 때론 그 패스한 책이 허공을 향해 날아가거나 노골이 되어 영원히 읽히지 않는 책으로 남기도 하여 무위로 끝날 때도 있지만, 이번의 패스는 제대로 되었다. 결국 나는 이 김혼비의 책을 패스받아 멋지게 꼴을 한 골 넣은 셈이다. 다들 축하해 주시라!
푸하하하하! 골! 골! 골!
역시 축구는 골맛이다! ㅋㅋㅋ
*참고로, 이 사진에는 제가 없음을 밝힙니다. ㅋㅋㅋ(엊그제 눈밭에서 축구경기하기 전 몸풀고 있는 선수들!)
여담: 원래 이 책 리뷰를 쓸려고 한게 아닌데, 안 풀린다. 내가 리뷰 쓰는 걸 왜 이렇게 고심하면서 사나 싶기도 하고 내가 참...우습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렇게라도 글을 하나 적고 잔다. 굿나잇!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