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몇 년전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그 책을 들추어볼 계기가 생겼다. 너무 힘이 들면 그런 책을 또 보게 된다.

 

 

 


 

2

아우슈비츠 나치 수용소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가스실(화장터)로 갈 지, 작업장으로 갈 지는 한 순간의 문제이다. 조마조마하면서 얼굴빛이 덜 창백하고 더 생기있어 보이기 위해 뺨을 문지르고 했을 것이다.

 


수용소에 먼저 들어온 이들이 조언한다.


 

"가능하면 매일같이 면도를 하게.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해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마지막 남은 빵을 포기해야 하더라도 말일세. 그러면 더 젊어 보일거야. 뺨을 문지르는 것도 혈색이 좋아 보이게하는 한 방법이지. 자네들이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단 한가지 방법밖에는 없어. 일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50p)

 

가스실과 작업장이란 두 선택지 앞에서 담당자는 오른쪽, 왼쪽 표시만 하면 한 사람은 죽음의 가스실로 가는 것이고, 또 한 사람은 작업장에서 힘든 노역을 해야하지만 일단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에 환호하고 안도했다. 사람들은 늘 배가 고팠다. 자신 일한 노동의 댓가로 수프 한 그릇 보다 12배나 비싼 담배(‘수프 12그릇이면 한동안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를 사는 포로는 죽음을 앞 둔 자였다고 했다.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기 직전에 담배를 태운다고 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항상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다.

 


', 그래도 거기보다는 여기가 낫지 않은가!'

 

 


 

3


'우스꽝스럽게 헐벗은 자신의 생명 외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18p)

 

 


 

4


'Why 살아야 하는 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19p)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 중에서 마지막 자유''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 뿐이다.

  

 









5

 

삶의 고통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 때 필요한 것은 나보다 더 한 고통을 겪은 자를 볼 때 오는 공감과 위로이다. 거기서 우리는 도전을 받고 힘을 낼 수 있다.


 

', 그래도 거기보다는 여기가 낫지 않은가!'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 밖에서는 정신과의사였지만, 포로수용소에서는 비천하고 헐벗고 배고프고, 모든 것이 엉망인 포로에 불과했다. 정신과의사라는 이유로 종종 자신의 고민을 들어달라는 십장(수용소에선 '카포'라 불렀다)이 간혹 있었다. 그는 그 지옥의 문턱과도 같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나왔다. 그리고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로고테라피'(logotheraphy)라는 정신치료의 한 분야를 발전시켰다. 그가 살아나왔다는 것이 대단하다! 살아나왔기에 이 책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인간이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의지로 선택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성취해야 할 삶의 잠재적인 의미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성이 아니라 정신적인 역동성이다. 말하자면 한쪽 극에는 실현되어야 할 의미가, 그리고 다른 극에는 그 의미를 실현시켜야 할 인간이 있는 자기장 안의 실존적 역동성이다.'(176P)

 

 

'사람은 수많은 현재의 가능성 중에서 끊임없이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을 무위로 돌리고, 어떤 것을 실현시킬까? 어떤 선택이 단 한번의 실험을 '시간의 모래 위에 불멸의 발자국'으로 만들 것인가? 언제나 인간은 좋든 싫든 자기 존재의 기념비가 될 만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198p)

 

 

 

 

6

 

시인 정호승은 '희망은 절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절망 바로 옆에 희망이 존재한다. 이런 말은 진짜 하기는 쉽다. 하지만, 막상 그 절망의 깊은 수렁에 빠진 자에게 희망을 떠올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꾸역꾸역 버티고 버티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삶을 포기하지 못해 사는 것이다. 미련이 남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사는 것이다. 그런 깊은 슬픔과 낙담과 좌절의 벼랑에 서 있는 자에게 빅터 프랭클의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삶이 그래도 아우슈비츠 수용소 보다는 낫지 않은가!'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은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120p)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121p)

 

-내가 당하는 고통과 시련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인간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거기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의미를 찾는 자유가 있다는 것!

 

 

삶을 의미있고 목적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다.

-빅터 프랭클

 

 


 

7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138p)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139p)

 

 

 

 

8

 

부종 때문에 고생했던 수용소 동료에게 어떻게 나았냐고 저자가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대답한 말이었다.

 

"실컷 울어서 내 조직 밖으로 몰아냈지."(140p)

 

'눈물은 사람이 엄청난 용기, 즉 시련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것을 깨달았다.'

 

 

 

 

9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145p)

-니체

 


그대의 경험, 이 세상 어떤 권력자도 빼앗지 못하리!

 

"저는 제 비좁은 감방에서 주님을 불렀나이다. 그런데 주님은 이렇게 자유로운 공간에서 저에게 응답하셨나이다."(156p)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제 이 세상에서 신이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161p).'

 

 

 

10

 

'어둠 속에서도 빛은 있나니.'Et lux in tenebris lucet

 

빛은 어둠 속에서도 빛났다(83p).

 

어둠이 짙으면 짙을 수록 빛은 더 강렬하게 빛난다. 삶의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거기보다는 여기가 낫지 않은가!'




인용만으로도 빛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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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26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미를 찾는 자유가 있다는것˝ .... 부여된 삶의 의미보다, 우리가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가는 자유도 있다는 말......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존재가치를 빛나게 하는 의미있는 삶.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카알벨루치 2020-11-26 09:02   좋아요 1 | URL
저자의 고통의 깊이가 글의 깊이를 가져온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의미를 찾는 하루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