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들고 다니는 버릇... 버릇이라 해야 할꺼다. 어디를 외출하던가 책이 하나, 둘은 들어가는 소형가방이라도 메고 가지 않고 빈 손으로만 다니면 난 어딘가 불안하다. 그렇다고 딱히 가방에 뭐 중요한 물건을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전철에서 읽은 책 한 두권 정도? 

지난 주 토욜(12일), 시청에 가서 미선, 효순 분향소도 들르고, 공권력 탄압 집회도 참석해서, 열심히 성토하고 있었다. 장소는 대한문 앞, 그런데 저 멀리서 은은한 클레식 선율들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멀리도 아니고 바로 시청 앞 잔디광장.... 거기서는 시민을 위한 공연이 있었고 투쟁가와는 전혀 틀린 아름다운 성악들이 흐르는 것이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두 개의 대한민국!  

몇몇이 시청앞에서 촛불을 밝히자고 해서 집회 중 시청 광장으로 넘어갔다. 드문드문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촛불을 켜고, 흔히 얘기하는 고급문화를 즐기면서 대한문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  알다시피 잔디에 앉으면 엉덩이가 젖어오는 지라 행사 주최측은 친절하게 방석을 대여해 주는 것 아닌가? 냉큼 가서 방석하나 대여 받고 엉덩이 젖을 염려 없이 정말 일반(?) 시민들과 함께 고급문화를 즐기려고 했다.(문제는 내가 넘 클래식에 문외한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듣고 있었다는...흠)  대한문에서 사람들이 도로로 몰려 나오길 기다리며.... 

결국, 그날은 신문에서 보도한대로 큰 충돌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되었고, 난 깔고 있는 방석을 반납않고 가방에 넣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잊어버리고 있다가 오늘 가방에서 방석을 발견(?)했다는 얘기다.  반납할 생각도 없이 구겨 넣은 방석의 운명은 시작은 문화관람용으로 사용되었으나 나중은 집회용으로 변환 될 것 같다. 집회용 방석을 제공해 준 서울시에 감사한다. (설마 반납 안했다고 절도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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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6-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몇 개 더 챙겨두시지... ( '') 혹시 걸리면 서울시에서 절도죄로 데려갈지도 몰라요. 요즘 같은 서울시에서는...

머큐리 2009-06-17 14:16   좋아요 0 | URL
설마 아프님이 신고하시진 않겠죠...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6-1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무슨 서울시청에서 하는 국악의 날인가 하는 행사갔다가 받은 방석을 그대로 집회용 등산용으로 사용중입니다 ㅎㅎㅎ

머큐리 2009-06-17 15:12   좋아요 0 | URL
오 어떤 변론보다 저의 범죄(?)행위를 잘 변호하는 말입니다....ㅎㅎ
 

안경이 없으면 눈뜬 장님인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안경과 함께 살아왔다. 시력이 좋지 않아 혜택본건 군대에서 퇴짜 맞은 것이고, 나머지는 일상에서 안경과의 고투를 해야만 했다. 워낙 안경을 쓰고 다닌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사실 신체의 일부분처럼 너무 자연스러워 평상시에는 안경을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안경에 이상이 생겨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나는 난감한 지경에 처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 제일 먼저 안경을 찾아 더듬거리는 것이 내 일상의 시작이다. 대부분 머릿맡에 위치해서 특별하게 찾을 필요는 없지만, 가끔 안경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저번 주 일요일 날이 그런 날이었고, 난 안경을 찾기 위해 잠자리를 뒤지다 그만 안경을 밟아 버리고 말았다. 티타늄 재질의 날렵한 안경테이고 가벼울 뿐 아니라 탄성과 유연성이 좋다해서 비싸게 주고 산 안경테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진 않고 간신히 생존을 연명하고 있었고, 안경테를 다시 살리기 위해 행한 나의 노력은 티타늄 재질의 우수성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땜질하는데 2주가 걸린다고 하니 그럼 나는 2주 동안 맹인처럼 살라는 말인데...ㅠㅠ) 

그래도 우수한 놈인지라 간당간당한 생명을 끈질지게 유지하더니, 오늘 안경알을 닦는 내 손에서고이 사망했다. (명복을 빈다) 문제는 당장 내 눈이 피곤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 더구나 고굴절로 압축에 압축을 가한 안경알이라 안경을 조그맣게 쓰는 나는 딱 맞는 안경테를 대안으로 찿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이 동네 안경집을 다 뒤지고 멀리 인하대 앞가지 진출하여 간신히 안경알에 맞는 안경테를 구할 수 있었다. (뿔테로 ...ㅠㅠ) 

뿔테인데도 4만원이라 달라는 말에 난 군소리 못하고 (물론 좀 비싸다고 웅얼거리긴 했지만) 지불하고 나와야 했다. 안경은 나에게 천형이고, 렌즈를 끼던가 (게을러서 포기했다) 라식을 받던가 (무섭고 찜찜해서 포기했다) 해야 하지만 그냥 안경을 선호한다.  

워낙 오래 안경을 착용해서 그런지 내 얼굴은 안경에 맞게 진화한 것 같고, 안경을 벗은 내 얼굴은 내가 봐도 영~ 아니라서....  

안경테의 사망으로 오늘 오전을 그냥저냥 보내버렸다. 다시 한번 다짐 ...안경을 소중하게 모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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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6-15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머큐리 2009-06-15 2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도화 2009-06-1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아 안경 부러졌구나..뿔테라.. 궁금한뎅..^^
도화라니..모를것 같아...
용인 어딘가에서 가위를 가지고 논다는..

머큐리 2009-06-16 08:07   좋아요 0 | URL
뿙테인데...ㅎㅎ 안경 바뀐지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거...같은 까만색이라 그런가? 몸은 좀 괜찮은가??
 

이번에 전녀오크의 지지자 모임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흠 우리나라는 대단한 나라라는걸 이럴때 느끼곤 한다. 아니 오크에게도 사람 지지자가 있었단 말이다. ) 

알게된 것은 한계레 신문에 기사때문인데....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팬 클럽인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전지모)의 최정수 회장은 12일 '전지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민주당과 진보세력들은 분명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최대한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수확을 얻은게 사실"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김대중씨도 차라리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하라. 그러면 또 한번 한무리들의 굿판이 경복궁 앞에서 벌어져 또 한명의 자살열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 국민의 화합을 주장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국민을 분열하고 더 나아가 현 정권에 저항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김대중씨는 국가 내란죄로 전직대통령 예우를 박탈해야 할 것"이라며 "모 정당 대변인의 말처럼 주소지를 북한으로 옮기던지 자살을 통해 본인의 뜻을 지지자들에게 전해야 할 것"이라며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 

모임 이름은 전지모 (전국 지진아 모임?) 이고 회장이라는 사람 말하는 꼴이 전녀오크의 막말과 수준차이가 크지 않아, 전지모가 정말 오크지지 모임임을 확신할 수 있엇다.  

그래서 옛날 부터 끼리끼리 논다고 하나보다. 어쩜 그리 짝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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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6-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건 이데올로기론으로 설명이 안됩니다-_-;;

바이런 2009-06-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지모 ㅋㅋㅋ 이름부터가 참.. 여오크도 지지하고, 전문어도 존경하는걸 보면.. 대한민국은 진정 다문화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_=;ㅋㅋ
 

오늘 나는 출퇴근의 짬을 이용하여 게이고의 '예지몽'을 읽고 있으며, 다 읽은 '주권혁명'에 대한 리뷰를 써야 하나 망설이고 있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으며, 원숭이보다 못함을 한탄하고 저녁에 다운받은 '더리더'을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어제 머리를 좀 짧게 잘랐더니...호섭이 같다는 여론에 뻥쪄있는 중.....머냐 이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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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6-1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원숭이보다 못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제목이 너무 독자들을 약올려요ㅠ
 

어제 오랜만에 시청에 나온 카페 회원과 나눈 잡담들... 

"오랜만이네... 그래도 잊어버리진 않고 나오는구나...." 

"그럼요 작년 처럼 하진 못해도 큰 일이 있으면 나와야지요. 사실 작년에는 거의 미친거죠. 몇 달 촛불들었더니 생활이 안되서...지금도 먹고 사느라 큰 일 아니면 나오기 힘들어요..." 

생활이 운동인 사람들...활동가 정도가 아닌 이상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비 벌지 않고 줄구장창 나와서 싸우기란 힘들기 마련이다. 월급 받으며 무장된 공권력에 비해 일반인들이 불리한 건 먹고도 살고 이 정권과 싸우기도 해야 하는데, 싸움에 올인하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고, 먹고 사는데만 연연하다보면 사실 집회 한 번 참석하는 것도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좀 쉬어야 재충전해서 일이라도 하는데 주말에 허구헌날 견찰과 씨름하다 출근하는 월요일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집회 끝나고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을 때 

"작년에는 보이지도 않더니 생존이 벼랑 끝으로 몰리니까 싸울 수 밖에 없는게 슬프네요, 아마 저렇게 되리라고 작년에는 생각도 못했을거야...지금봐요 쌍용이 저렇게 싸워도 나머지 자동차 회사 노동자들이 연대나 하나? 그나저나 나머지 사람들도 당하면 저 맘을 알려나? 지금은 머 아쉬운거 없다 이거지...대우도 연대 안하는데, 현대나 기아가 뭐 아쉽다고...." 

"그러게 왜 노동자들은 자본의 야만적 공격 앞에서만 단결하나... 아직은 여유롭다 이거지 머. 바로 앞이 절벽인 것도 잘 모르고 ..."  

이런 얘길 하면서 우린 힘내시라고 고함쳤다. 이길거라고...힘 내서 싸우리고... 외치면서 우린 스스로 확신할 수 있었나? 단지 서명란에 한 줄 서명하면서 마음속으로 정말 이 분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소망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권력은 자비롭지 못하다. 공권력 투입은 여론의 눈치만 볼 뿐 이미 정해져 있고 단지 시간을 벌 뿐인것을...어쩌면 억울한 죽음을 다시 목격해야 할 지 모르는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가끔 집회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더 당해야 더 피눈물을 흘려야 정신차린다고 하는데...그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연대를 구하고 고립되지 않고 단결해서 싸워나가기엔 조직력이나 결속력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그 많던 촛불들도 1년이 지난 지금 성과 없이 산산히 흩어지고 자체 내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정권의 탄압이 집요한 면도 있고, 자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면도 있다. 어쩌면 거기까지가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시위때 구호는 '독재타도' '명박퇴진' 이다. 타도는 두들겨 넘어뜨린다는 것이고, 퇴진은 물러나란 얘기다. 우리는 타도를 원하는가 퇴진을 원하는가? 20년 전에는 타도가 명확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호하다. 타도하자는 얘긴지 물러나란 얘긴지...아님 우리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 조용히 살겠다는 얘긴지....우리의 상상력은 의외로 왜소하고 빈곤하며... 우리의 힘은 약하지는 않아도 생각보다 강하지 못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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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6-1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어도 머릿수 하나가 중요해서 나가요. 어제 다른 분들 만나셨나요?

머큐리 2009-06-11 16:05   좋아요 0 | URL
똑같은 생각이지요... 어제 해이님만 잠깐 뵙고..나머지 분들은..ㅎㅎ 아프님이나 휘모리님, 라주미힌님도 뵙고 싶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