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 없으면 눈뜬 장님인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안경과 함께 살아왔다. 시력이 좋지 않아 혜택본건 군대에서 퇴짜 맞은 것이고, 나머지는 일상에서 안경과의 고투를 해야만 했다. 워낙 안경을 쓰고 다닌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사실 신체의 일부분처럼 너무 자연스러워 평상시에는 안경을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안경에 이상이 생겨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나는 난감한 지경에 처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 제일 먼저 안경을 찾아 더듬거리는 것이 내 일상의 시작이다. 대부분 머릿맡에 위치해서 특별하게 찾을 필요는 없지만, 가끔 안경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저번 주 일요일 날이 그런 날이었고, 난 안경을 찾기 위해 잠자리를 뒤지다 그만 안경을 밟아 버리고 말았다. 티타늄 재질의 날렵한 안경테이고 가벼울 뿐 아니라 탄성과 유연성이 좋다해서 비싸게 주고 산 안경테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진 않고 간신히 생존을 연명하고 있었고, 안경테를 다시 살리기 위해 행한 나의 노력은 티타늄 재질의 우수성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땜질하는데 2주가 걸린다고 하니 그럼 나는 2주 동안 맹인처럼 살라는 말인데...ㅠㅠ) 

그래도 우수한 놈인지라 간당간당한 생명을 끈질지게 유지하더니, 오늘 안경알을 닦는 내 손에서고이 사망했다. (명복을 빈다) 문제는 당장 내 눈이 피곤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 더구나 고굴절로 압축에 압축을 가한 안경알이라 안경을 조그맣게 쓰는 나는 딱 맞는 안경테를 대안으로 찿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이 동네 안경집을 다 뒤지고 멀리 인하대 앞가지 진출하여 간신히 안경알에 맞는 안경테를 구할 수 있었다. (뿔테로 ...ㅠㅠ) 

뿔테인데도 4만원이라 달라는 말에 난 군소리 못하고 (물론 좀 비싸다고 웅얼거리긴 했지만) 지불하고 나와야 했다. 안경은 나에게 천형이고, 렌즈를 끼던가 (게을러서 포기했다) 라식을 받던가 (무섭고 찜찜해서 포기했다) 해야 하지만 그냥 안경을 선호한다.  

워낙 오래 안경을 착용해서 그런지 내 얼굴은 안경에 맞게 진화한 것 같고, 안경을 벗은 내 얼굴은 내가 봐도 영~ 아니라서....  

안경테의 사망으로 오늘 오전을 그냥저냥 보내버렸다. 다시 한번 다짐 ...안경을 소중하게 모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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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6-15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머큐리 2009-06-15 2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도화 2009-06-1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아 안경 부러졌구나..뿔테라.. 궁금한뎅..^^
도화라니..모를것 같아...
용인 어딘가에서 가위를 가지고 논다는..

머큐리 2009-06-16 08:07   좋아요 0 | URL
뿙테인데...ㅎㅎ 안경 바뀐지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거...같은 까만색이라 그런가? 몸은 좀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