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유희 - 퍼즐과 역설에 관한 위대한 문제들 ㅣ Philos 시리즈 51
마틴 가드너 지음, 김영서 옮김, 김민형 해제 / arte(아르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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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는 수학(數學)을 수학(修學)한다.


학수(學修)하는 수학자는

자신이 풀지 못한 문제를

동료 수학자들이 풀어주기를 학수(鶴首)한다.


숫자와 기호가 잔뜩 적힌 수학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푸는지 몰라서 난감하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유열(流悅)하다.

그들은 문제의 해답을 찾거나 문제를 만드는 일에 희열(喜悅)하다.

숫자와 기호는 수학자들이 공책을 펼쳐 놓고 만지작거리는 장난감(toy)이다. 



수학 장난감은 수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깊이 생각하면서 문제를 느긋하게 푸는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든지 가지고 놀 수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수학을 잘못 만났다. 수학 교수들이 상아탑에 가둬놓은 수학 장난감은 학교라는 감옥으로 옮긴다. 갑갑한 공부 지옥에 갇힌 학생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연습을 반복한다. 문제를 천천히 풀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상아탑과 학교에서 썩히는 수학을 구출한 수학자다. 가드너는 1956년부터 1981년까지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칼럼을 썼다. 칼럼 제목은 <수학 게임(Mathematical Games)>이다. <수학 게임>은 ‘눈으로 보는 칼럼’이 아니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 칼럼이다. 가드너는 <수학 게임>에 자신이 직접 만들었거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수학 퀴즈와 퍼즐을 소개했다. <수학 게임>은 수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 문제를 푼 구독자는 해법을 정리한 편지를 써서 가드너에게 보냈다.







가드너는 유희 수학의 명인(名人)이다. 가드너가 태어나기 전에, 유희 수학의 명인들이 있었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은 본명으로 수학 서적을 집필한 수학자였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수학 퍼즐을 만든 유희 수학의 명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 곳곳에 수학적 개념과 수학 이론들이 숨어 있다. 가드너는 앨리스 연구의 명인으로도 유명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탐독하여 엄청난 양의 주석을 썼고, 주석이 달린《앨리스》를 출간했다. 캐럴은 언어유희의 명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다양한 형식의 언어유희가 적용된 문장들이 튀어나온다. 가드너도 칼럼을 쓰면서 종종 언어유희를 구사했다. 언어유희를 주제로 한 칼럼을 썼는데, 《수학의 유희》 3장이 된 칼럼의 주제는 ‘회문(回文)’이다. 회문은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철자가 같은 단어다.







《수학의 유희》는 가드너가 가려 뽑은 ‘최고의 칼럼’ 50편이 실린 ‘수학 게임 앨범’이다. 1990년대 초반에 가드너의 수학 칼럼들을 선별하여 편집한 두 권의 책이 출간된 적이 있다. 《이야기 파라독스》(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패러독스’다. 번역어는 ‘역설’이다)와 《이야기 수학 퍼즐 아하!》(초판본 제목은 《아하! 바로 그거야》였고, 제목이 바뀐 책은 개정판이다)다. 











이 책들이 나온 시기에 대학수학(修學)능력시험과 논술고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수학을 게임하듯이 즐기고 싶은 독자들이 만나야 할 가드너의 수학 칼럼 모음집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논리력과 수리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양 서적으로 둔갑했다.


책에 실린 각각의 칼럼에 ‘부록’과 ‘해답’이 덧붙여 있다. 부록이 없는 칼럼도 있다. 부록은 가드너의 칼럼을 보충하는 주석이다. 《수학의 유희》는 ‘주석 달린 <수학 게임>’이다. 부록은 칼럼에 대한 반응이 담긴 구독자의 편지나 자신의 견해에 반박한 학자들이 보낸 편지 내용이다. 가드너는 자신의 잘못된 견해를 정확하게 지적한 구독자의 편지도 공개할 정도로 오류를 자정(自淨)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드너는 한 편의 잡문에 가까울 정도로 주석을 길게 쓴다. 한 장에 차지한 ‘부록’의 분량이 칼럼 본문보다 많은 편이다.


《수학의 유희》는 유유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해답이 궁금해서 해법 과정을 생략한 채 읽는 것은 시간에 쫓기어 수학 문제를 푸는 상황과 같다. 가드너의 수학 퍼즐을 직접 풀어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틀려도 된다. 정답을 찾지 못해도 계산하는 과정을 즐겼다면 당신은 수학(數學)을 열심히 수학(受學)한 수학(數學/受學)자다. 《수학의 유희》는 독자의 계산 실력이 얼마나 잘 나오는지 측정하는 수학(數學) 능력 시험 문제집이 아니다.


잡학 다식한 가드너의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몰라도 되는 무용(無用)한 지식을 너무 많이 설명한다고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는 잘난이가 아니다. 그는 수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나 지식을 공부하면서 글을 썼다. ‘찾아보기’를 제외하면 800쪽이 넘는 ‘벽돌 책’인 《수학의 유희》를 완독하지 못해도 ‘머리말’은 읽어 보길 바란다. 가드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열하면서 칼럼을 쓰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톺아보고, 새로운 지식은 배워가면서 칼럼을 썼다.






 ‘수학 게임(Mathematical Game, M. G.가 내 이니셜이기도 한 것은 우연의 일치이다)’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사반세기 동안 계속됐다.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나는 점점 더 많은 수학을 배웠다. 어떤 주제를 자신에게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머리말, 9쪽)

 


마틴 가드너는 수학(數學)을 수학(修學)한 수학자다.



Q. E. D.

Quod Erat Demonstrandum

증명 완료







Q. E. D.

Question Every Deduction

모든 추론을 의심하라




* 742~743쪽


 일각고래의 엄니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을 찌르거나 얼음에 구멍을 뚫는 데는 사용되지 않지만, 짝짓기 시즌에 일각고래가 서로 엄니를 맞부딪치는 모습이 목격되어서 성적 의식에서의 역할이 주요 목적일 수도 있다. [주1]



[주1] 2017년 캐나다에서 일각고래가 엄니로 대구를 때려서 기절시킨 다음 잡아먹는 행동이 확인되었다. 엄니에 북극 바닷물의 염분을 감지하는 최대 1,000만 개의 신경 세포가 모여 있다. 바닷물의 염분이 높아질수록 수온은 내려간다. 과학자들은 일각고래가 덜 차가운 바다로 이동하기 위해 엄니로 바닷물의 염분 변화를 감지한다고 주장한다. 


[참고 자료] Britannica, 「What Does a Narwhal Use Its Horn For?」, 2026년 7월 24일 등록. 

https://www.britannica.com/science/What-Does-a-Narwhal-Use-Its-Horn-For






* 744쪽





플로베르의 희극 『성 앙투안의 유혹』 [주2]





[주2] 희곡 형식의 소설이다. 플로베르(Flaubert)가 20대부터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그는 25년 동안 이 소설을 쓰는 데 매달렸고 세 가지 판본을 발표했다. 《성 앙투안느의 유혹》(김용은 옮김, 열린책들, 2010년) 앞표지에 ‘희곡 소설(dramatic novel)’이 표기되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단어들>



* 수학(修學), 학수(學修): 공부한다.

 

* 학수(鶴首): 학의 목,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린다.

 

* 유열(流悅)하다: 좋아해서 탐닉한다.

 

* 희열(喜悅): 기뻐서 즐거워한다.


* 유유(悠悠)히: 움직임이 한가하고 여유가 있고 느리게. (=느긋이)


* 잘난이: 잘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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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9-21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틴 가드너의 책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습니다. 마틴 가드너와 윌리엄 파운드스톤 책은 번역되어 나오는 즉시 구입해 놔야하죠!ㅎㅎ

cyrus 2026-09-21 23:10   좋아요 0 | URL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마틴 가드너의 저작 목록을 확인했는데, 참 많이도 책을 썼더라고요.. ㅎㅎㅎ 선집 형태로 나온 칼럼 모음집은 열 권 넘었어요. 그리고 G. K. 체스터턴과 로드 던세이니 같은 작가들의 작품 주석판도 썼어요. 이런 책들이 번역되면 좋겠는데, 안 될 것 같습니다.. ^^;;

카스피 2026-09-2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사진속 책 두권 다 가지고 있어요.학창시절 교과서 수학책을 보면 머리가 지끈 거렸는데 저 두 책은 넘 재미있더군요.
그나저나 이제 일반인들은 굳이 수학공부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인공지능이 수학의 난제들도 풀어나기나 이제 인간의 사고력은 필요 없는 시대가 오나 봅니다.

cyrus 2026-09-21 23:15   좋아요 0 | URL
최근에 수학자들이 AI가 수학 문제를 푸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AI로 정답을 빠르게 찾는 일에 익숙해지면, 계산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되고 수리력이 떨어지겠죠. ^^;;
 
수학이 사랑한 음악 - 고대부터 AI 음악까지 음악사와 기술사의 교양서
니키타 브라긴스키 지음, 박은지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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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는 두 권의 공책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풀 때 펼치는 공책에 수학자가 계산한 흔적이 빼곡하다. 또 다른 공책은 수학자의 고막에 있다. 이 공책은 수학자가 음악을 들으면 펼쳐진다. 수학자는 음악을 듣더라도 선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선율이 왜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분석한다.


수학자는 어려운 문제를 계산해서 정답을 찾는 과정을 즐거워한다. 그러나 고막에 공책이 있는 수학자는 문제를 푸는 것보다 음악을 좋아한다. 마음에 쏙 드는 음악을 만나면 정답게 듣는다. 그에게 음악은 ‘고막 친구’다. 







《수학이 사랑한 음악》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수학과 음악의 끈끈한 우정(수음지교, 數音知交)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원제는 ‘수학적 음악(mathematical music)’이다. 음악의 역사에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만 있는 게 아니다. 음악에 날개를 달아준 수학자들도 있다. 







수학을 음악으로 표현한 최초의 수학자는 피타고라스(Pythagoras)다. 그는 비율이 좋은 음악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음악에 귀가 밝은 수학자들은 수학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라이프니츠(Leibniz)와 오일러(Euler)는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의 정신(영혼)이 무의식적으로 ‘계산’하게 되어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계산한 오일러는 듣기 좋은 음악, 즉 어울림음(협화음)을 만들 수 있는 수학 공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음악가들도 수학이 음악을 만드는 데 요긴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위법이 적용된 바흐(Bach)의 음악에는 정교하게 짜여진 수학적 질서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전통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은 어울림음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들은 고막을 긁는 불협화음도 수학적 음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학은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수학적 음악’은 컴퓨터와 AI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나날이 발전되는 현대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이미 수학과 음악이 한몸이었던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수학은 음악의 성장과 변신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지음(知音)이다.


《수학이 사랑한 음악》은 2023년에 번역 출간된 책이다. 초판은 양장본이며 최근에 나온 2판은 반양장본이다. 2판에 새로 추가되거나 달라진 내용은 없다. 초판에 고쳐야 할 내용이 2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초판에 컴퓨터 음악을 만든 미국의 화학자 레너드 아이잭슨(Leonard Isaacson)의 사망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117쪽). 그는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초판이 출간된 2023년에 ‘AI 음악의 대부’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는 살아 있었다(126쪽). 2025년에 별세했다.







205쪽에 언급된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의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 아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제4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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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독서 문화도 돌고 돕니다. 이번 달 초에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호메로스(Homer)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읽는 독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어렸을 때 봤던 ‘만화로 보는 그리스 · 로마 신화’를 다시 찾았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두꺼운 책 읽기’ 지정 도서, 추천 독자 & 모임장: 김성현]

* 호메로스, 이준석 옮김 《오뒷세이아》 (아카넷, 2023년)



《오디세이아》보다 먼저 나온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일리아스》입니다. 오디세우스가 참전한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서 《일리아스》도 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는 독서 모임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요.




















* 크리스토퍼 놀란, 김은주 옮김 《오디세이 각본집》 (웅진지식하우스, 2026년)




영화 <오디세이>의 첫 장면은 음유시인(트래비스 스캇 분)이 트로이 전쟁을 축약한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쿵쿵쿵!) A Face. (쿵쿵쿵쿵!) A Fleet. (쿵쿵쿵쿵!) A War.

(쿵 쿵 쿵!) A Man. (쿵쿵쿵쿵!) A Thought. (쿵 쿵 쿵 쿵!) A Trick.

 

A trick to break the walls of Troy,

and burn it screaming to the ground!

 


한 얼굴. 한 함대. 한 전쟁. 한 인간. 한 생각. 한 지략.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고 온 도시를 잿더미로 만든 지략.




음유시인이 ‘지략’을 언급할 때 해변에 반쯤 파묻힌 거대한 목마가 나옵니다. 트로이를 무너뜨린 그 유명한 목마입니다. 지략이 뛰어난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는 군인들이 숨을 수 있는 목마를 만들어 철옹성의 트로이에 잠입하는 작전을 제안합니다. 목마를 발견한 트로이 군인들은 시논(Sinon, 엘리엇 페이지 분)이라는 그리스 군인을 포획합니다. 시논은 목마가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생각한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벽 안으로 옮깁니다.
















* 베르길리우스, 김남우 옮김 《아이네이스》 (열린책들, 2013, 2021, 2025년)

















* 베르길리우스, 천병희 옮김 《아이네이스》 (도서출판 숲, 2007년)




시논은 원작에 없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없었으면 오디세우스의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시논은 다른 고대 서사시에 나옵니다. 이 서사시가 바로 트로이 왕족 출신이었고, 훗날 로마를 건국한 아이네이아스(Aeneas)의 일대기를 그린 베르길리우스(Virgil)의 《아이네이스》입니다. 영화에 묘사된 시논은 목마 안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숨어 있는 사실을 모르는 군인입니다. 반면 《아이네이스》의 시논은 목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트로이의 포로로 행세한 그리스 연합군의 첩자입니다. 그는 오디세우스의 중상모략으로 인해 그리스군에게 버림받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인 목마를 트로이 성안에 옮긴다면 신의 보호를 받아 적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시논의 거짓말에 속은 트로이 사람들은 성벽 일부를 부수면서까지 목마를 가져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8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583번째 책]

* 존 르 카레, 김석희 옮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2009년)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8월의 세계 문학 작품은 첩보 소설(스파이 소설)의 고전으로 알려진 존 르 카레(John le Carré)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년 작, 약칭 ‘추운 나라 스파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한 독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들을 즐겨 읽었고, 최근에 호메로스 읽기 모임을 만든 천성은 님입니다.







성은 님은 예전에 영화감독 박찬욱의 추천 독서 목록을 우연히 알게 됐고, 그 목록에 포함된 르 카레의 소설을 처음 만났다고 했습니다.















* 존 르 카레, 조영학 옮김 《리틀 드러머 걸》 (RHK, 2014년)




박찬욱 감독은 르 카레의 애독자입니다. 2018년에 르 카레의 소설 《리틀 드러머 걸》(1983년 작)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장편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죠. 박 감독은 사춘기 시절에 《추운 나라 스파이》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혔습니다.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는 첩자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주]


성은 님도 유년 시절에 소설과 영화 속 스파이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중학생 때 장래 희망을 스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년 성은의 눈에 비친 스파이는 모함과 기만이 판치는 세상 한가운데에 뛰어든 모험가입니다.









  








* [절판] 제임스 그레이디, 윤철희 옮김 《콘돌의 6일》 (오픈하우스, 2016년)

 

* [절판] 제임스 그레이디, 윤철희 옮김 《콘돌의 마지막 날들》 (오픈하우스, 2017년)




성은 님은 첩보 영화도 좋아합니다. 가장 재미있게 본 첩보 영화가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출연한 <코드네임 콘돌>(Three Days of the Condor, 1975년 개봉)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개봉했을 때 붙여진 영화 제목은 ‘콘돌’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제임스 그레이디(James Grady)의 첩보 소설 《콘돌의 6일》(1974년 작)입니다. 작가가 미국 출신이라서, 소설 속 주인공은 CIA에 소속된 직원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은 국가 간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해 추리소설과 첩보 소설들을 즐겨 읽고 분석합니다. 주인공의 CIA 동료들이 암살당하고, 자신을 노리는 집단 세력이 CIA에 침투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보호받지 못한 주인공은 적들의 위협을 피해 6일 동안 도피를 감행합니다.


《콘돌의 6일》은 국제스릴러작가협회(International Thriller Writers)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권’ 목록에 포함된 고전입니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1976년에 속편 <Shadow of the Condor>가 발표되었습니다. 《콘돌의 6일》이 출간된 지 40년이나 지난 후인 2015년에 새로운 후속작인 단편 『콘돌의 다음 날』과 장편 《콘돌의 마지막 날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콘돌의 마지막 날들》 번역본에 단편 『콘돌의 다음 날』이 수록되어 있지만, 절판되었습니다. 









[주] <박찬욱, 스파이 드라마 감독이 되기까지> 

시사인, 2024년 5월 9일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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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8-25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콘돌을 재미있게 보아서 원작소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네요.공간부족으로 더 이상 추리소설을 사 모우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눈도 안좋아서 책을 읽기 힘들어 그런것 같아요.
혹 중고서점에 보이면 한번 구매해 봐야 겠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yrus 2026-09-06 22:24   좋아요 0 | URL
1995년에 제임스 그레이디의 소설이 출간된 적이 있었어요. 제목은 <썬더>이고, 두 권짜리입니다. 절판된 추리소설을 잘 알고, 절판본을 가지고 계신 카스피님이라면 이 책을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SF 괴수괴인 도해백과
고성배 지음, 백재중 그림 / 닷텍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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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지구에 살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어딘가에 괴물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괴물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 살고 있다. 뇌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괴물을 만든다. 여기에 허풍까지 맞으면 괴물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괴물은 인간이 빚어낸 조물(彫物)이다. 인간은 괴물을 만든 조물주(造物主)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상력이 뛰어난 조물주는 징그럽거나 포악한 괴물을 두려워한다. 괴물을 피하는 우리의 모습은 자신이 직접 만든 괴물(creature)을 버리고 도망간 빅터 프랑켄슈타인(Victor Frankenstein)과 같다.


우리는 괴물을 무서워하고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흥미롭게도 닮은 구석이 있다.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에 묘사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인간처럼 말할 줄 안다(영화로 다시 태어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하다). 유대교 랍비의 명령을 따르는 골렘(Golem)은 흙으로 만든 거인이다. 이 거대한 피조물도 인간처럼 죽는다. 골렘의 이마에 ‘죽음’을 뜻하는 고대 히브리어가 적힌 양피지를 붙이면 사라진다.







괴물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된다. 영화는 괴물의 초상화다. 우리는 편안하게 난폭한 괴물을 구경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SF 괴수 괴인 도해 백과》는 영화에 묘사된 총 50종의 괴물들을 소개한 백‘괴’사전이다. 괴물과 오컬트를 아카이빙(archiving)하는 작가 고성배와 일러스트레이터 백재중이 합심해서 만든 책이다. 







괴물은 괴수와 괴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짐승과 식물의 습성에 가까우면 괴수, 인간과 거의 비슷하면 괴인이다. 도해(圖解)는 어떤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는 영화 속 괴물의 생김새와 습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괴물 해부도를 그렸다. 조잡하게 만든 오래된 B급 영화는 화질이 좋지 않다. 저화질을 뚫지 못한 괴물을 관찰하기가 어려워진다.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는 여백으로 남을 수 있는 불분명한 부분에 그들만의 상상력을 덧칠했다.







이 책의 묘미는 괴물과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부록이다. 저예산 B급 영화의 거장 로저 코먼(Roger Corman) 감독의 <흡혈 식물 대소동>(The Little Shop of Horrors, 1960년)에 거대한 식인 식물이 나온다. 밥 달라고 말하는 식인 식물은 초심자용 식물이다.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만 잘 지킨다면 ‘식물 집사’가 될 수 있다. 강심장은 식인 식물을 키워보자.






 

히말라야산맥에 사는 설인(雪人)을 찾아다니는 사냥꾼들을 위한 ‘설인 가면’이 있다. 설인이 눈앞에 나타나면 설인 가면을 써서 동족인 척 행동하면 된다.





 


귀염둥이 프랑켄슈타인에게 다양한 종류의 옷을 입혀주는 미니 게임도 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독자는 프랑켄슈타인을 힙하게 만들어보자.










내가 악인(惡人) 하이드(Hyde)가 된다면 얼굴이 어떻게 변할까? 약을 먹지 않아도 하이드로 변신해 보자. 단, 성격은 변하지 말 것.



이 책에 소개된 괴수 영화 절반은 어설프게 만든 B급 영화지만, 그래도 명작도 몇 편 포함되어 있다. 괴수물을 좋아하는 시네필(cinephile)은 이 책에서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색다른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나온 영화를 찾을 수 없으면, 영화가 된 원작 소설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의 무성 영화 <달 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 1902년)은 외계인이 최초로 등장한 영화다. 원작은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김석희 옮김, 열림원, 2002년)다.












‘더 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괴물 디 오리지널>(The Thing from Another world, 1951년)의 원작은 존 W. 캠벨(John W. Campbell)의 단편 소설 『거기 누구냐?』(Who Goes There?, 1938년)다. SF 단편 선집 《SF 명예의 전당 4: 거기 누구냐?》에 수록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만든 무성 영화 <크리스마스이브>(Noch pered Rozhdestvom, 1913년)의 원작은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의 초기작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이경완 옮김, 을유문화사, 2021년) 2부에 수록된 단편 소설이다. 번역본에 있는 단편 소설 제목은 ‘성탄 전야’다.







기묘하고 이상한 책을 리뷰하는

cyrus의 주석










추천사는 연상호 감독이 썼다. 

해방촌에 있는 문학 전문 서점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가 교정에 참여했다.








* 53쪽

 

소설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대본을 썼다. [주]




[주]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고 잘못 소개했다. 도일은 영화의 원작자다. 영화와 같은 제목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 국역본 2종(이수경 옮김, 출판사: 황금가지 / 김상훈 옮김, 출판사: 행복한책읽기)이 2003년에 출간되었는데, 모두 절판되었다. 각본가는 마리온 페어팩스(Marion Fairfa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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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시간을 죽이는(killing Time) 오락물이다. 교양 독서를 선호하는 독자들은 추리소설을 읽으면 시간을 낭비(wasting time)한다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은 SF와 더불어 독서 모임에 자주 초대받지 못한다. 박학다식한 다독가들의 머릿속에 추리소설이 단 한 권도 꽂혀 있지 않다. 다독가들은 추리소설이 독서 모임 필독서로 선정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마저 추리소설을 외면한다. 그들은 추리소설을 순문학과 반대되는 ‘비문학’으로 취급한다. 어정쩡한 추리소설은 ‘장르문학’이라는 특별 보호구역에 정착한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거의 없다. 추리소설 마니아가 독서 모임에 가면 추리소설의 매력을 몰라보는 독자들을 만난다. 그들과 대화가 통하면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추리소설과 친하지 않다. 추리소설 마니아는 외롭다. 자신의 독서 취향을 발산하지 못한다.


나는 추리소설 마니아가 아니지만, 추리소설을 별개의 문학으로 보는 관점에 반대한다. 추리소설이 항상 ‘장르문학’의 범위 안에서만 거론되는 것도 못마땅하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더라도 추리소설이 왜 (‘장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고) 문학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권의 책은 ‘문학적인 추리소설’을 옹호한다. 이 책들은 추리소설의 풍성한 매력을 어떻게 알릴지 늘 고민하는 마니아들에게 조력자가 되어 준다.















 




* [개정판] 줄리언 시먼스, 김명남 옮김 《블러디 머더: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우연한지식, 2026년)

 

* [구판, 절판] 줄리언 시먼스, 김명남 옮김 《블러디 머더: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을유문화사, 2017년)



영국의 추리소설가 줄리언 시먼스(Julian Symons)는 10살에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추리소설 중독자다. 그는 추리소설도 ‘어엿한 문학’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블러디 머더》(Bloody Murder)를 썼다. 시먼스는 자신의 취향이 첨가된 추리소설의 역사를 정리한다. 그는 역사를 돌아보면서 추리소설이 애초에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쓴 오락물이었다고 인정한다. 오락성이 짙은 추리소설의 줄거리는 단조롭다. 똑똑한 탐정이 퍼즐과 같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추리소설 중독자들은 퍼즐이 풀리는 이야기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시먼스는 인기가 많은 추리소설들이 선정 문학(sensational literature)의 일부였으며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는 추리소설을 가리켜 ‘재미난 쓰레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추리소설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따지는 비평을 중시했고, 예술 작품에 가까운 추리소설을 알리려고 했다. 


















* 이브 뢰테르, 김경현 옮김 《추리 소설》 (문학과지성사, 2000년)



프랑스 교육학과 교수 이브 뢰테르(Yves Reuter)의 《추리소설》은 분량이 얇은 ‘가벼운 학술서’다. 이 책도 추리 소설의 기원과 약사(略史)를 소개하는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문학과 추리 소설의 폭넓은 상호 관계를 다룬 6장에 있다. 추리소설은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변화의 과정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다양한 서사와 등장인물들을 선보이는 추리소설은 ‘살아 움직이는 소설’이다. 다양성과 실험성을 추구하는 추리소설은 ‘문학 대 부차 문학’이라는 경직된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

















* [절판] 에르네스트 만델, 이동연 옮김 《즐거운 살인: 범죄 소설의 사회사》 (이후, 2001년)




정치적 성향과 정파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편협한 독서를 한다. 자신과 반대되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저자를 비난하고, 그 저자가 쓴 책을 깎아내린다. 특정 이념을 지지하는 독선적인 독서는 위험하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취향에 정치적 성향과 정파 이념은 절대로 개입할 수 없다. 정치적 성향과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독자가 추리 소설을 즐긴다.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스탈린과 대립한 트로츠키(Leon Trotsky)를 지지한 독일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은 추리소설을 오락물로 취급하는 관점에 반대하는 추리 소설 마니아다. 그는 추리 소설을 분석한 최초의 마르크스주의자다. 만델의 관심사는 추리소설에 흔적처럼 남은 사회 제도의 변화 궤적이다. 1985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즐거운 살인》(Delightful Murder)의 부제는 ‘범죄 소설의 사회사(Social History of the Crime Story)’다. 만델의 사회사는 ‘자본주의의 역사가 얽힌 추리소설의 역사’를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반영된 추리소설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와 모순을 증언한다. 만델은 추리소설을 분석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범죄가 어떻게 조성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마르크스주의자답게 자본주의 사회는 범죄 사회라고 결론을 내린다.


















* 서머싯 몸, 이민아 옮김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열린책들, 2020년)

 

* [절판] 서머싯 몸, 신상웅 옮김 《어센덴》 (동서문화사, 2003년)



추리소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문학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문학적’이라고 규정한 작품을 쓴 작가들은 추리소설을 쓴 적이 있다. 이런 유형의 작가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순문학 중심으로 쓰인 문학사는 추리소설을 썼거나 추리소설의 매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작가의 이력에 주목하지 않는다. 짧게나마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이 첩보 소설을 쓴 사실을 아는 독자가 많지 않다. 몸은 제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1914년에 입대를 신청했다. 그러나 나이가 많고(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다), 키가 작아서 입대 불가 판정을 받았다. 몸은 독일어에 능숙해서 영국 비밀 정보부(MI6) 요원으로 일한다. 종전 후에 스파이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연작 단편 소설집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약칭: 어셴든, Ashenden: Or the British Agent)을 발표한다. 


원래 이 소설집은 총 31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몸과 친분이 있었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 초고를 먼저 읽었다. 처칠은 국가 기밀 정보가 언급된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고, 몸은 처칠의 조언을 받아들여 문제가 되는 열네 편의 이야기를 삭제했다. 《어셴든》은 출간 당시 독자와 비평가들의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다. 시먼스를 포함한 추리 소설가들은 이 소설의 진가를 알아봤고, 오늘날 《어셴든》은 첩보 소설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 [절판] 존 르 카레, 최용준 옮김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열린책들, 2007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8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583번째 책]

* 존 르 카레, 김석희 옮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2009년)

 

 

* 존 르 카레, 이종인 옮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열린책들, 2005년)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726번째 책]

* [품절] 존 르 카레, 조영학 옮김 《스마일리의 사람들》 (열린책들, 2013년)




추리소설은 ‘잡종의 문학’이다. 추리소설을 탐정 소설, 범죄 소설, 첩보 소설, 스릴러 소설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추리소설의 8할은 탐정 소설과 범죄 소설이다. 시먼스는 첩보 소설을 추리소설의 범주에 포함하지만, 탐정 소설과 범죄 소설과 계통이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블러디 머더》 16장은 첩보 소설의 계보를 다룬「스파이 소설의 짧은 역사」다.


시먼스는 첩보 소설의 형식에 두 가지 전통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전통은 권위를 지지하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두 번째 전통은 권위를 비판하고 급진적이다.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첩보 소설은 두 번째 전통에 속한다. 르 카레의 첫 번째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는 MI6 조직원 조지 스마일리(George Smiley)가 처음으로 등장한 작품이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약칭: 스파이)는 데뷔작이 완전히 잊힐 정도로 유명해진 르 카레의 대표작이다. 이 두 소설은 관료주의를 비판한다. 르 카레가 묘사한 MI6 요원들은 생각보다 영민하지도 않으며 초인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스파이》의 주인공인 비밀 요원 앨릭 리머스(Alec Leamas)는 MI6의 무자비한 권위에 이용당하다가 결국 희생되는 소모품과 같은 존재다. 르 카레는 《스파이》의 성공에 힘입어 스마일리가 재등장하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발표했다. 시먼스는 두 작품에서 보여준 르 카레의 필력이 전작들에 비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문학적이지 않은 추리소설도 재미있다. 추리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면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온다. 추리소설과 친해지고 싶지 않은 독자들은 추리소설을 펼치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은 추리소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추리소설 얘기가 나오면 재미가 없고, 유익하지 않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등 온갖 이유를 둘러댄다. 추리소설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독자인 우리가 직접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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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8-18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쓰신 글은 늘 제가 생각하던 것이네요.요즘에야 출판계에서 추리소설이 많이 간행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추리소설이나 SF소설은 한 마디 비주류 B급문학으로 취급당했습니다.
뭐 그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국 문단은 신춘문예나 유력 문학잡지를 통해 작가를 발굴했기에 사회적 메시지, 인간의 내면, 문장력을 중시하는 ‘순문학’ 중심이 되었고 그 결과 서양에서는 고급 오락으로 여겨졌던 추리, SF, 판타지 등은 ‘오락용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나 ‘하급 문화‘로 치부되어 작가나 독자 모두 한국의 주류 문학에서 소외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cyrus 2026-08-23 17:32   좋아요 0 | URL
요즘은 우리나라에 SF를 쓰는 젊은 작가들이 늘어났고, 접하기 힘든 외국 SF도 번역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추리소설과 SF를 즐겨 읽는 독자 한 사람 만난 경우가 없었어요. 지금까지 독서 모임 활동을 15년 했는데, 제가 만난 추리소설 마니아는 총 3명이었어요. 이중, 한 분은 SF도 좋아해서 직접 추리소설과 SF 전문 책방도 열었는데, 책방 찾는 독자가 많지 않아서 책방이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