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에 싹튼 열정』

(Une Passion dans le désert,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 '군대생활 장면')

 

 

 

발자크의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는 총 여섯 가지의 ‘장면’으로 분류된다. ‘사생활 장면’, ‘지방생활 장면’, ‘파리생활 장면’, ‘정치생활 장면’, ‘군대생활 장면’, ‘시골생활 장면’이다. 발자크의 대표작인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 《외제니 그랑데》 등은 제1부에 포함되어 있다. ‘정치생활 장면’은 아직 단 한 편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피에르 바르베리스의 《발자크》(화다, 1989)에 ‘정치생활 장면’ 수록작 <Z. 마르카> 일부가 인용되었지만, 이것만 가지고 작품의 특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군대 생활 풍경’에 발자크의 처녀작 <올빼미 당원>이 수록되어 있음에도 이작품 또한 번역되지 않았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번역된 작품이 바로 『사막에 싹튼 열정』이다. 분량이 짧은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외국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거짓말에 관하여》(중명, 2000)에 수록되었다. 네이버 책 정보에 검색하면 《거짓말에 관하여》에 관한 책 소개를 확인할 수 있다. 마크 트웨인, 안톤 체호프, 데이비트 허버트 로렌스, 도스또예프스끼 등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발자크의 『사막에 싹튼 열정』은 이 책 맨 마지막에 나온다.

 

작품의 화자는 애인과 함께 동물원을 구경하고 난 후에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애인을 설득하기 위해서 화자는 동물 감정설을 믿게 된 계기를 밝힌다. 과거에 화자는 동물원 쇼를 구경하다가 한쪽 다리가 절단된 늙은 병사를 만나면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병사가 들려준 이야기를 화자가 애인에게 들려준다. 병사는 한창 젊은 시절에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프랑스군의 이집트 원정에 참전했다. 그는 이집트 원주민들에게 붙잡혀 포로가 되었으나 구사일생 탈출에 성공한다. 프랑스군 야영지를 찾으려고 광활한 모래사막을 헤매다가 임시 거처로 정한 동굴 속에 휴식을 취했는데, 하필 그곳에서 표범을 만난다. 병사는 표범이 자신을 공격하여 잡아먹을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병사의 걱정과 반대로 표범은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사에 다가가서 반려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고 장난을 친다. 병사가 표범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표범은 더 좋아했다.

 

 

 

 

 

페르낭 크노프  「스핑크스 또는 애무」 (1896년)

 

사자 머리만큼이나 큰 표범의 머리는 여성스러운 우아함을 띠고 있었고 맹수의 잔인성을 속에 감춘 채 체구는 호리호리한 여성의 몸매처럼 잘 빠져 있었다. 한마디로 사막의 표범은 와인을 마신 네로 황제처럼 기분 좋은 듯 쾌활함을 풍기고 있었다. (『사막에 싹튼 열정』 중에서, 260쪽)

 

 

표범을 향한 경계심이 사라지게 되자 병사는 여성 같은 표범에게 ‘미뇽’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병사는 표범이 잠들면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표범은 병사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병사 곁에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는다. 병사가 모래 수렁에 빠졌을 때, 표범이 그를 구출하기도 한다. 표범의 은혜에 감동한 병사는 죽을 때까지 표범과 같이 지내기로 한다. 이 사건 이후로 병사는 표범에 여성의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과 표범의 평화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갑자기 표범이 야생 본능을 지닌 이빨을 드러내면서 병사의 다리를 문다. 병사는 살고 싶은 마음에 칼로 표범의 급소를 찌른다. 표범의 공격으로 병사는 다리 한쪽을 잃어버렸지만, 애지중지하게 여겼던 표범을 죽인 행동에 죄책감을 느낀다. 극적으로 구조된 병사는 전 세계를 누비면서 항상 가슴 속에 표범 가죽을 품고 다닌다. 그러면서 표범과 함께했던 사막이야말로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예찬한다.

 

발자크가 글을 썼던 시절에는 실제로 동물 감정설이 하나의 과학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스위스의 관상학자이자 의사인 요한 카스파르 라바터(1741~1801)는 <관상학 소고>라는 책에서 동물과 인간의 감정과 성격이 서로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을 과학적으로 비교한 찰스 다윈보다 더 먼저 나왔다. 그러나 라바터의 관심은 동물학이 아니라 관상학이었다. 만약에 그가 동물 연구에 과학적으로 심혈을 기울였다면, 다윈처럼 그의 이름이 명예롭게 동물학 연구사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라바터가 쓴 책은 유럽 전역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관상학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라바터는 얼굴의 표정이나 형태를 통해서 감정을 정확히 읽어내려고 했다. 그의 관상학은 생리학, 해부학 등 당시에 새롭게 주목받는 학문을 총망라한 것이라서 그누구나 믿을 수 있는 그럴싸한 정설로 자리잡았다. 발자크도 라바터의 이론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다. 라바터의 관상학뿐만 아니라 프란츠 요제프 갈(1758~1823)의 골상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발자크는 사람의 외면을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그 사람의 내면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생리학적 관찰로 인간의 속성을 파악하려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여 쓴 작품이 바로 <결혼 생리학>이다. 발자크는 자신의 작품 곳곳에 등장인물을 관상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귀 가죽》(문학동네, 2009)에서 라파엘은 자신에게 엄격한 금욕생활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 심술궂고 깐깐한 인상으로 묘사한다.

 

“큰 키에 메말라 홀쭉이며, 면도날같이 예리한 얼굴에 안색은 창백하고, 말씀은 항상 짤막하게 하는데다 노처녀처럼 심술궂으며 고위 행정관료처럼 깐깐한 그런 양반이었네. 아버지의 부성애는 나의 발랄하고 유쾌한 생각들을 굽어보듯 감시하고, 납관 속에 가두어버렸네. (...) 나는 학교 다닐 때 선생보다 아버지를 훨씬 더 무서워했어.” (《나귀 가죽》 중에서, 139쪽)

 

소설 결말에 병사는 사막의 아름다움이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사막의 아름다움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할 뿐이다. 이 작품은 다른 발자크 소설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낭만주의적 성향이 나타난다. 낭만주의자들은 이국적 풍경에 매혹되었고, 동방 여행에 대한 동경심을 문학 및 예술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리얼리스트 발자크도 한때 낭만주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일까. 사막을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간직한 곳으로, 그곳에 사는 표범을 매혹적인 관능미를 가졌으면서도 때로는 야만적으로 변하는 '사막의 여제'로 묘사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다면, 자신의 책에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으로 동양을 그려낸 문제 소설로 이 『사막에 싹튼 열정』 을 추가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북다이제스터 2015-08-1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발자크 책 리뷰를 자주 올리시니 누군지 모르지만 괜시리 구미가 점점 발동합니다. ^^

cyrus 2015-08-12 17:56   좋아요 0 | URL
발자크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서 그가 쓴 작품들을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전작주의 독서를 좋아합니다. ^^
 

 

 

 

 

 

 

 

 

 

 

 

 

 

 

 

 

 

 

 

 

 

 

 

 

 

 

 

 

 

 

 

 

 

 

* 『영생의 묘약』 (L'Elixir de longue vie, 1831년, <인간 희극> 제2부 철학 연구)
** 이야기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돈 후안은 여자 없이 단 하루도 살지 못하는 방탕한 귀족이다. 그의 눈빛과 몸짓에 여심은 여지없이 흔들렸다. 그의 유혹에 홀렸던 여인이 전 유럽에 걸쳐 2000명에 달한다. 15세기 이후 수많은 작가는 돈 후안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를 재료로 다양한 인격의 돈 후안을 만들어냈다. 17세기 스페인의 신부 출신 작가 티로스 데 몰리나는 1630년에 《돈 후안 : 석상에 초대받은 세비야의 유혹자》(을유문화사, 2010)라는 희곡을 썼고, 그다음에 오늘날 가장 많이 연극 무대에 오른 몰리에르《동 쥐앙 또는 석상의 잔치》(기린원, 2010)가 나왔다. 몰리에르의 동 쥐앙은 몰리나의 돈 후안에 영향을 받았지만, 주인공의 면모에 차이가 있다. 몰리나의 돈 후안은 전형적인 바람둥이, 호색한의 대명사다. 그는 수많은 여성을 유혹하고 파멸시킨다. 그가 목표로 한 것은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오직 정복일 뿐이다. 몰리에르의 동 쥐앙은 끝까지 자유를 원하고 굴복하지 않는 시대의 반항아로 등장한다. 그의 바람기는 속박을 넘어서려는 저항 행위다. 사회제도, 종교의 규범, 귀족의 권위 같은 것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사랑할 수 있는 자유만을 숭배한다. 길들지 않는 자유인 동 쥐앙은 17세기 이성주의에 반기를 든다. 이러한 파격적인 설정 때문에 《동 쥐앙》은 당시 초연 2주 만에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발자크의 단편소설 『영생의 묘약』 역시 돈 후안 전설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지만, 감각의 쾌락을 더 누리려는 욕심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싶은 존재로 나온다. 기존의 돈 후안 이야기가 엽색 행각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발자크의 돈 후안은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는 악마적 면모가 강하다. 또한, 발자크의 돈 후안은 스페인의 세비야가 아닌 이탈리아 도시 페라라에 거주한다. 돈 후안의 아버지 바르톨로메오는 곧 죽음을 앞둔 나이에 접어들자 삶에 대한 미련이 생긴다. 돈 후안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아버지에게 위로하는 척하면서 내심 그가 얼른 죽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죽으면 유산은 고스란히 자신이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르톨로메오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아들에게 의미심장한 유언을 남긴다. 죽은 자를 살려낼 수 있는 ‘영생의 묘약’을 자신의 몸에 바르라고 부탁한다. 아버지의 기묘한 유언을 믿지 못한 돈 후안은 시험 삼아 ‘영생의 묘약’을 아버지의 시체에 발라보기로 한다. 아버지의 오른쪽 눈에 묘약을 바르자 놀랍게도 그 눈이 번쩍 뜨인다. 부활의 조짐을 알리는 눈물방울이 공포에 떠는 돈 후안의 손등에 떨어진다. 아버지가 완전히 부활한 줄 알았던 돈 후안은 아버지의 눈을 뽑아버린다. 아버지의 유언을 거역한 돈 후안은 급하게 아버지의 시신을 땅에 묻고 장례식을 치른다. 아버지의 유산으로 마음껏 호화로운 방탕을 누린 돈 후안이었지만, 그도 세월의 변화를 비껴갈 수 없다. 점점 늙어가는 돈 후안은 아버지처럼 온갖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인생을 허망하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죽기 전에 아들에게 당부한다.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묘약을 자신의 몸에 바르게 해달라고. 그런데 아들은 묘약을 돈 후안의 얼굴과 오른쪽 팔에 바르고 말았다. 돈 후안의 부활을 기리는 시성식이 진행되는 과정에 돈 후안의 얼굴만 죽은 몸통에 떨어져 나와 살아난다. 얼굴만 움직이는 돈 후안이 자신의 시성식을 주관하는 사제의 머리를 물어뜯으면서 소설은 이렇게 충격적인 장면으로 끝이 난다.

 

 

 

 

 

오귀스트 로댕  「우골리노」 (1882년)

 

 

돈 후안의 머리가 사제의 머리를 물어뜯는 엽기적 결말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등장하는 우골리노 백작 이야기와 흡사하다. 우골리노는 자식과 함께 감옥에 갇혀 굶어 죽는 형벌을 당한 후,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죽은 아이들의 시신을 먹는다. 지옥에 간 우골리노는 자신을 감옥에 갇히게 한 대주교를 다시 만나, 그의 머리를 물어뜯는 끔찍한 복수를 한다. 발자크는 단테의 《신곡》 한 장면을 패러디하면서 머리만 살아남은 돈 후안을 반종교적 악마로 그려냈다. 머리가 신체에 분리되어 무시무시한 존재로 변형되는 설정 하나로 『영생의 묘약』은 섬뜩한 공포 효과를 주는 데 성공했다. 마치 결말에 이르러서야 충격적 장면 하나로 관객의 심리를 압도하는 단편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정말 결말이 인상적이다. 원래 돈 후안이라면 지옥 불에 떨어져 천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발자크의 돈 후안은 영생의 꿈이 도달하지 못하여 끔찍한 괴물이 되는 벌을 받지만, 끝까지 참회를 거부한다. 자신의 삶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다. 종교의 권위를 거부하고 도덕 윤리마저 잘근 씹어 먹는 악마 본성을 드러낸다. 괴물이 된 돈 후안에게서 ‘승리자 같은 오만방자함’(《시지프 신화》 중에서, ‘카뮈 전집 특별판 2권’, 347쪽)이 느껴진다. 

  

돈 후안은 사랑도 언젠가는 내 몸에 잠깐 스쳐 지나가는 달콤한 감정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사랑의 종말에서 비롯되는 허무감을 피하기 위해서 여성을 향한 자신의 욕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그래서 그는 이천 명이나 되는 여성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여성과의 만남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평생 죽을 때가지 누리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서 카뮈는 돈 후안에게서 부조리한 인간의 면모를 발견한다. 죽음에 직면하는 발자크의 돈 후안은 온 몸을 다해 자연의 섭리를 거부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어도 아직까지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모른다. ‘영생의 묘약’의 효과를 믿고 오로지 현재 그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그렇지만, 임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게 되자 영생이라는 헛된 욕망을 드러낸다. 현재에 누누릴 수 있는 쾌락을 포기하지 않는 삶은 죽음의 두려움에 끝까지 침묵하기 위한 반항이다. 발자크는 카뮈보다 먼저 돈 후안의 운명을 통해 실존의 부조리를 역설했다. 유한한 삶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돈 후안. 카뮈는 돈 후안의 죽음을 신에 도전하는 인간의 무모한 웃음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발자크의 돈 후안은 죽지 않았고, 신이 내린 벌을 받은 것도 아니다. 신에 도전하는 인간의 허세다. 어쩌면 발자크는 자신이 각색한 돈 후안을 괴물로 변신함으로써 신에 도전하는 인간의 허세를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발자크도 돈 후안처럼 부조리한 세상을 살다 갔으니까. 다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수백 수천수만 번이나 밀어 올리는 행위를 해야만 했던 시시포스처럼 발자크는 평생 해도 완성하기 힘든 <인간 희극> 을 쓰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에서 종이와 씨름을 했다. 글을 써야하는 와중에도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발자크는 ‘문학의 시시포스’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이 책은 서울의 현대사를 횡단하는 데 최단 거리의 이동 경로를 제시해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박해천(디자인 연구자, 『아파트 게임』 저자)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임동근, 김종배

인구통계가 확립된 1965년 이후 지난 50년간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10배로 늘어났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간 매년 5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이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적자원인 동시에 물, 전기, 가스, 교통, 주거,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기도 했다. 늘어나는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 교육, 치안, 경제, 병원, 도로 등의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수도권)이라는 독특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냈고, 또 그만큼 독특한 ‘서울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그런 독특한 통치술, 독특한 선택들을 하나 하나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그 효과와 부작용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가령 동사무소라는 독특한 한국적 행정기관은 왜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린벨트는 왜 만들었고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아파트는 어떻게 전 국민의 로망의 되었으며 또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왜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지,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오피스 지구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등등 의문점들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펼쳐진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8월 10일 ~ 8월 16일 (당첨자 발표 : 8월 17일)

발송: 8월 19일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사랑과 행복의 비밀》

(La Paix du Menage, 1830년,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의 ‘사생활 장면’에 수록)

 

 

 

 

발자크가 글을 쓰던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사회는 가장 긴박한 변화의 흐름에 직면해 있었다. 나폴레옹의 등장과 연이은 왕정복고라는 정치적 격변기 속에 귀족 사회는 붕괴하였고, 누구나 글을 읽을 줄 아는 부르주아와 노동자 계층이 등장했다. 이제는 영웅이 아니라 일반대중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였다. 발자크는 당시 급변하는 사회 속의 복잡한 인간상과 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인간 희극>을 구상하게 된다. <인간 희극>은 프랑스 사회 풍속사의 전모를 보여주는 거대한 벽화다. 그래서 발자크의 소설에서 당대 사회에 공유된 대중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La Paix du Menage)의 원제는 ‘가정의 평화’다. <인간 희극> 제1부 풍속 연구 중 「사생활 장면」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발자크의 초창기 작품에 속한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군과 맞선 바그람 전투에 승리하여 유럽 패권을 차지하기 시작한 1809년 이후이다. 이 시기는 나폴레옹의 절정기였다. 소설은 나폴레옹 전성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발자크는 귀족들의 화려한 파티가 벌어지는 파리를 ‘완전히 취해버린 제국의 두뇌’라고 표현하면서 사치스러운 향락에 빠진 사회 풍조를 묘사했다. 그리고 군인에 열광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광적인 행동'이라고 썼다. 나폴레옹 전성기에 최고의 신랑감은 군인이었다.

 

군인을 그렇게 매력적인 존재로 만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일찌감치 혼자 몸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이었을까? 죽은 남편이 남겨 놓은 연금이었을까? 아니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소망이었을까? 가슴에 숨겨 둔 연정을 전쟁터에 묻겠다는 남자의 강한 의지 때문에, 여자들이 그렇게 군인에게 이끌렸던 것일까? 아니면 한 여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라는 매력으로 남자들의 그런 광적인 행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모든 이유가 복합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 중에서, 14쪽)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프랑스는 모든 국민이 병역 의무를 지는 국민 개병제를 채택했다. 징병제를 통해 종래의 10배인 200만 명 규모의 상비군을 키워냄으로써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영광’을 맛볼 수 있었다.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는 군인에게 훈장과 연금이 지급되었다. 또한, 공을 세운 뒤에 전사한 군인의 가족도 국가가 주는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금전적 혜택 덕분에 군인을 선호하는 남자들이 늘어났고, 군인 출신의 귀족들은 상류사회에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일등 신랑감의 조건도 달라졌다. 화려했던 나폴레옹의 시대는 저물고, 부르봉 왕조의 샤를 10세를 향한 민중의 불만이 7월 혁명을 알리는 불씨를 피웠다. 혁명으로 인해 복고 왕정은 무너지고, ‘시민왕’ 루이 필리프를 왕으로 맞이한 7월 왕정이 성립하면서 귀족 세력의 부귀영화는 막을 내렸다. 혁명의 주체인 부르주아, 즉 자본가 계급은 산업 자본주의 시대를 지배하는 기득권층이 되었다. 학력이 높고, 돈 잘 버는 상인자본가들이 일등 신랑감으로 급부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발자크 자신도 귀족이 되기를 원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귀족들처럼 흥청망청 노는 것을 좋아했다. 책상에 앉아 펜을 잡기 시작하면 상류사회를 냉소하는 작가가 되었지만,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 상류 사회에 편입하고 싶은 ‘귀족 발자크’(de Balzac)로 변신했다. 발자크 평전을 쓴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를 돈과 신분을 차지하려고 귀족 미망인을 유혹하는 속물로 묘사했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중적인 삶은 <인간 희극>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발자크는 《나귀 가죽》(문학동네, 2009)의 서문에서 작가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풍속과 성격에 친숙할 정도로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한 권의 책을 쓰기 이전에 모든 성격을 면밀히 분석하고 모든 풍속을 겪어보며 지구 전체를 주유하고 모든 열정을 느껴보아야 한다. 혹은 정념의 나라, 풍속과 성격, 본성에 관한 일과 도덕에 관한 일, 이 모든 것이 그의 생각 속에 들어와야 한다. (《나귀 가죽》 서문 중에서, 17쪽)

 

상류 사회 진출을 노리기 위해서 파리로 몰려오는 젊은이들의 심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르주아들이 선호하는 유행문화도 잘 알았다. 《고리오 영감》의 라스티냐크처럼 맨몸으로 파리에 정착하여 성공하고 싶은 젊은이들은 발자크의 소설을 읽었다. 그들은 발자크의 소설에 나오는 세련된 부르주아들처럼 흉내를 냈고,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발자크의 비범한 관찰력은 사회의 풍경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만들어준 윤활유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행복하자 2015-08-0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파상의 벨아미도 그런 인물중 하나죠~ 상류층으로 진입하기 위해 미모를 파는~~ 옴므파탈~

사이러스님~ 계속 발자크로 유혹하고 계세요~~ 😆😆

cyrus 2015-08-10 21:42   좋아요 0 | URL
프랑스 근대문학을 요약하면 ‘스탕달, 발자크 → 플로베르 → 모파상, 에밀 졸라’로 이어져요. 발자크 전 작품을 다 읽으면 플로베르, 모파상, 졸라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

stella.K 2015-08-0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내가 호강한다.
그렇지 않아도 발자크란 작가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작심하고 한 작가의 작품을 몰아서 읽을 줄 아는 네가
부럽기도 하고 기특하다.ㅋ

cyrus 2015-08-10 21:45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고리오 영감>만 읽으면 발자크를 다 안다고 착각했어요. 인내심이 언제까지 갈지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전작주의 독서를 해보려고 합니다. ^^
 
사랑과 행복의 비밀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강주헌 옮김 / 큰나무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발자크의 단편소설 ‘사랑과 행복의 비밀’(원제: 가정의 평화)‘아듀’가 수록되어 있다. 두 편 모두 <인간 희극>에 포함된 단편소설이다. 발자크의 초창기 작품이라서 원숙기에 나온 장편소설들보다 덜 알려진 점이 아쉽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은 1830년에 발표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발자크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두 편의 이야기는 나폴레옹 전성기(‘사랑과 행복의 비밀’)와 그 전성기가 끝나갈 무렵의 시대(‘아듀’)를 배경으로 한다.

 

 

 

 

 

오토 폰 파버 두 파우르  「베레지나 강 건너기」 (19세기경)

 

 

‘아듀’는 1812년 베레지나 전투 때문에 생이별을 하는 연인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베레지나(Beresina)는 강 이름이다. 빅토르 페랭이 지휘하는 프랑스군은 철수하는 과정에서 베레지나 강을 건너려고 하다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바람에 수많은 병력을 잃고 말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빅토르 원수’가 바로 빅토르 페랭이다. 이야기의 슬픈 결말보다 러시아군의 공격과 추위 앞에 두려워하는 프랑스군을 묘사한 장면이 더 인상적이다.  서로 살아남으려고 강을 건너는 뗏목 위에서 동료를 밀치는 프랑스군의 이기적인 행동은 전투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랑과 행복의 비밀》의 역자는 발자크의 삶과 작품 세계를 간략하게 소개할 뿐, 두 편의 작품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역자는 발자크의 소설이 ‘재미있다’, ‘지루하지 않다’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크게 띄워주고 있지만, 그에 비하면 작품 해설이 너무 빈약하다. 나폴레옹이 등장했던 프랑스 역사를 모른다면 나폴레옹 시대를 설명하는 발자크의 서술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발자크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프랑스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발자크의 소설에는 당대 사회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언급되는 문장이 많이 나온다. 이런 문장에 역자가 주석을 달아서 설명하지 않으면 독자는 발자크의 소설을 이해하지 못한다. 독자가 발자크의 소설을 재미없어하는 또 다른 이유가 번역에 임하는 역자의 태도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