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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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안데르센(Andersen)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화려한 옷을 좋아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왕이 나온다재단사는 왕을 위해 만든 옷이 멍청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천으로 만들었다면서 거짓말한다왕은 사기꾼 재단사에 속아 벌거벗은 채 백성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행차한다.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은 신하와 백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을 마치 진짜 있는 것처럼 칭찬하며 감탄한다왕이 위풍당당하게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외친다. “임금님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어요벌거벗은 임금님이에요.”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한다노동자가 일하면서 겪는 차별과 위험성이 주목받지 못한노동자에게 무관심한 세상에 만들어진 작업복은 투명한 옷이다노동자의 몸을 제대로 보호하는 기능이 없는 작업복은 입으나 마나다결국 제대로 만들어진 작업복을 입지 않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다치기 쉬운 벌거벗은 사람.



저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옷을 입었는데, 

작업복이 아니에요

벌거벗은 노동자예요.”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에 소속된 기자들이 벌거벗은 노동자들을 세상에 알렸다. 기자들은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작업복의 열악한 실태를 취재했다. 신문에 연재된 기획 시리즈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는 이번에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작업복과 안전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작업복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은 잘 안 입는 평상복을 가져와서 입거나 직접 작업복을 제작해서 입는다. 어떤 고용주는 예산이 부족해서 품질이 좋은 작업복을 배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하거나 산업 재해가 일어나기 쉬운 위험한 일터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작업복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사가 지급한 작업복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노동자다.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은 일할 때 불편하다. 엉터리 작업복은 일하다가 다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남성 노동자가 많은 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남성의 신체 치수에 맞춘 작업복을 입는다여성 노동자는 본인의 몸에 맞는 작업복을 만드는 재단사가 된다그들도 벌거벗은 채로 일한다호텔, 은행, 항공사,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입는 유니폼은 작업복에 속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을 차별하게 만드는 옷이다. 여성 노동자가 몸에 딱 달라붙은 유니폼을 입으면 벌거벗은 여성이 된다. 작업복이라 할 수 없는 옷을 입고 일하는 벌거벗은 여성은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모만 부각하는 유니폼을 입은 여성은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한다.


옷과 관련된 영어 속담 중에 ‘Clothes make the man’이라는 말이 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우리말 속담은 옷이 날개. 보잘것없는 사람도 멋진 옷을 입으면 품위가 느껴진다우리는 옷을 잘 입으면 멋있어 보인다고만 생각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람을 만드는 옷에 작업복도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 없으면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긴다. 작업복이 없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크게 다칠 수 있다작업복은 일하는 노동자를 만들지 않는다. 작업복은 건강하게 일하는 노동자를 만든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다시 연재된다면 기자들이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복에 대해서 취재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안산에 작업복 전용 세탁소가 있다고 한다. 세탁소에 일하는 노동자 모두 장애인이다. 장애인 노동자는 무슨 옷을 입고 일할까?

   


관련 기사 출처


<[경기도 블루밍 작업복 세탁소에 가다

쇳가루 · 화학물질 찌든 작업복 맡겨 주세요”> 

매일노동뉴스, 20231014, 강석영 기자.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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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도서관 세 군데를 돌아다녔다. 도서관에 가서 빌린 책은 이미 번역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단편소설 <감정의 혼란><체스 이야기>.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첫 번째 선정 도서]

* 슈테판 츠바이크, 정상원 옮김 감정의 혼란》 (하영북스, 2024)


* 슈테판 츠바이크, 김선형 옮김 감정의 혼란》 (세창미디어, 2022)

 

* 슈테판 츠바이크, 서정일 옮김 감정의 혼란: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녹색광선, 2019)

 

* 슈테판 츠바이크, 박찬기 옮김 사랑을 묻다사랑의 본질에 관한 4가지 질문》 (깊은샘, 2020)


[구판 절판] 슈테판 츠바이크, 박찬기 옮김 《감정의 혼란》 (깊은샘, 1996)




<감정의 혼란> 번역본은 총 네 권이다. 최근에 새로 번역된 <감정의 혼란>이 수록된 번역본(하영북스)이 나왔다<감정의 혼란>의 분량이 길지 않아서 도서관 대출 도서인 세 권의 번역본(세창미디어, 녹색광선, 깊은샘)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네 편의 <감정의 혼란> 번역문을 대조하면서 읽어 보니의미가 다른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 정상원 옮김(하영북스), 70

 

 딱 한 번 그녀가 얼결에 말을 내뱉을 뻔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받아쓴 내용을 선생님께 건네면서 나는 말로를 묘사한 부분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를 열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감탄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나는 찬사를 덧붙였다.

 “그 누구도 말로를 이처럼 거장다운 솜씨로 그려내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홱 몸을 돌리며 입술을 깨물더니 정서한 종이를 팽개치며 한심하다는 어조로 뇌까리셨다. “그따위 바보 소리는 하지 말게! 자네는 거장다운 솜씨에 대해 아는 게 대체 뭔가?”



* 김선형 옮김(세창미디어), 123~124


 단 한 번 나는 그녀가 말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그날 나는 내가 받아 적은 것을 아침에 넘겨주면서, 그 표현이(말로우의 비유였다)[역자 주] 나는 대단히 감동시켰다며 나의 스승에게 감격하여 이야기하였다. 감정이 복받쳐 열렬하게 그 누구도 그렇게 탁월한 성격묘사를 기록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때 그는 갑자기 몸을 돌리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원고를 던지고 경멸하듯 중얼거렸다.

 “그런 바보 같은 말은 하지 말아요. 당신은 대가(大家)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 줄 알고 있나요?”



[역자 주] 어둠의 심장(Heart of Darkness, 1899)은 영국 작가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의 작품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는 콘래드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찰스 말로우(Charles Marlow)가 등장하는데, 작가는 어둠의 심장에서 당시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 지배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츠바이크가 말로우의 비유라고 표현할 만큼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은 성격 묘사가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품 속에 주인공이 탁월한 성격 묘사를 언급한 것으로 보면 말로우의 비유는 바로 어둠의 심장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



* 서정일 옮김(녹색광선), 112~113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들을 뻔한 기회가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받아 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선생님의 서재로 갔을 때, 그 표현(그것은 말로의 비유였습니다)을 보고 나도 모르게 너무 감격해서, 내가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쁨에 들떠 경탄하면서 어느 작가도 말로처럼 거장다운 성격 묘사를 쓸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차갑게 몸을 돌리면서 입술을 꽉 깨물고 내가 필기한 종이를 던져버리며 업신여기는 말투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게! 자네가 거장다운 내용인지 아닌지 뭘 안다고 그러는가?”



* 박찬기 옮김(깊은샘-개정판), 99

 

 언젠가 딱 한 번 진정으로 그녀의 얘기를 들을 뻔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필기한 것을 가지고 선생님께 갔을 때, 말로의 초상에 대한 표현에 내가 얼마나 감동했는지를 말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을 칭찬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외면을 하여, 입술을 깨물고 종잇조각을 내버리면서, 경멸의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그런 어리석은 말을 하지 말게! 자네가 뭘 안다고 훌륭하니 훌륭하지 않니 하고 비평을 하나?”



하영북스판본은 말로를 묘사한 부분’, ‘깊은샘판본은 말로의 초상에 대한 표현이라고 적혀 있다. 인용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 <감정의 혼란>의 주인공 롤란트(Roland)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에게 많은 영향을 준 영국의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를 묘사한 것(하영북스) 또는 초상화(깊은샘)에 감동한 상태다. 롤란트는 자신의 들뜬 감정을 교수에게 솔직하게 말하는데, 교수는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 교수는 말로를 거장으로 칭송하는 롤란트를 꾸짖는다.





















* 조셉 콘래드, 이석구 옮김 《어둠의 심연》 (을유문화사, 2008)


* 조셉 콘래드, 이상옥 옮김 《암흑의 핵심》 (민음사, 1998)




세창미디어판본과 녹색광선판본에서 롤란트가 감동한 것은 말로가 비유한 표현이다. 롤란트는 말로의 희곡에 나온 표현에 감동했고, 인상 깊은 구절을 교수에게 말했다. 반면 세창미디어판본의 역자는 본문 밑에 달아놓은 주석석에 말로’가 영국의 소설가 조셉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장에 나오는 찰스 말로우라고 주장한다.


번역문들이 너무 달라서 <감정의 혼란> 독일어 원문을 찾아서 확인해 봤다.



 Nur ein einziges Mal war ich nahe, ihr das Wort zu entreißen. Ich hatte morgens, als ich das Diktat überbrachte, nicht umhin können, meinem Lehrer begeistert zu erzählen, wie sehr mich gerade diese Darstellung (es war Marlowes Bildnis) erschüttert habe. Und heiß noch von meinem Überschwang, fügte ich bewundernd hinzu, niemand schreibe ihm ein derart meisterliches Porträt nach; da biß er, schroff sich abkehrend, die Lippe, warf das Blatt hin und murrte verächtlich: “Reden Sie nicht solchen Unsinn! Was verstehen Sie denn schon von Meisterschaft.”



독일어를 몰라서 인터넷 독일어 사전에 단어를 입력해서 뜻을 확인했다‘Darstellung’의 뜻은 표현또는 묘사. ‘Bildnis’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초상화비유따라서 ‘Marlowes Bildnis’말로의 비유로 번역할 수 있으며 ‘말로의 초상화’로 번역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번역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둘 중 하나가 옳은 번역이라고 판단할 능력이 없다. ‘Marlowes Bildnis’괄호 안에 넣고, 더 이상 판단하는 것을 중지(epoche, 에포케)’하겠다.


<감정의 혼란> 액자식 소설이다. 소설 주인공이자 화자인 롤란트는 예순 살에 접어든 영문학 교수. 그는 40년 전인 20대로 되돌아가 자신이 숭배했던 교수를 회상한다. <감정의 혼란>1927에 발표되었다. 이 해를 시점으로 40년 전이면 1887, 19세기 후반이다. <감정의 혼란> 발표 연도와 소설 속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시간적 배경이 무조건 같다고 볼 수 없다오류일 가능성이 높지만일단은 이렇게 추정해 본다. 조셉 콘래드가 정식으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해는 1895이다. <어둠의 심장>1899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1880년대에 20대였던 롤란트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장>에 나온 찰스 말로의 비유를 보고 감동했다는 내용은 부자연스럽다.


원문에 나온 Marlowes’영국 극작가의 성()이다. <어둠의 심장>에 나온 말로는 알파벳 ‘e’가 빠진 ‘Marlow’을 쓴다. 따라서 나는 롤란트가 말한 말로는 영국의 극작가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내게 뭘 안다고 번역이 이상하다면서 따지느냐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도 된다. 내가 틀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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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05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택의 폭이 넓어 좋구만. 왜 출판계가 츠바이크에 꽂혔는지 모르겠다만 난 고른다면 저 보라 책을 고르겠어. 딴뜻은 없고 예쁘잖아. ㅋ

cyrus 2024-06-06 11:39   좋아요 2 | URL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잘 표현되어 있어요. 이런 흥미진진한 내용의 단편이라면 금방 읽을 수 있어요. <감정의 혼란> 번역본 중에 실물이 좋은 건 누님이 고른 보라색 표지 번역본이에요. ^^
 
감정의 혼란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하영북스)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하영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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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문학 읽기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첫 번째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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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잘 만든 음반 커버는 훌륭한 예술 작품이 된다. 1960~70년대에 활동한 영국의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Hypnosis)는 가수들의 바이닐(Vinyl, 레코드판) 음반 커버 캔버스로 삼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멋진 음반 커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국의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정규 9Wish you were here 음반 커버는 마치 신비로우면서도 불길한 느낌이 감도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두 남자가 악수하고 있다. 그런데 한 사람만 불타고 있다. 악수하는 순간 남자의 몸에 불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몸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악수하고 있는 것일까.


힙노시스가 제작한 Wish you were here커버 디자인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소설과 잘 어울린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은 매우 뜨겁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도 뜨겁다. 작중 인물들의 마음에 열정이라는 화염이 일어난다정열에 지배당한 인물들은 불타는 사람이다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린 화염은 인물들의 정신뿐만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태워버린다이번에 새로 나온 츠바이크의 소설 선집 감정의 혼란에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감정의 혼란>, <아모크>(Amok), <책벌레 멘델>, <체스 이야기>.


츠바이크의 단편소설 <감정의 혼란>은 에로틱한 열정의 화염에 휩싸인 사람들이 나온다. <감정의 혼란>의 교수와 제자는 서로 만나면 불이 붙는 사람들이다롤란트(Roland)’라는 이름의 제자는 젊은이들 앞에서 연설하는 문학 교수의 열정에 매료된다. 교수는 풋풋하면서도 언제든지 활활 타오르는 힘을 가진 젊은 열정을 가진 롤란트를 좋아한다. 만나면 서로가 뜨거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수와 제자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상은 만날 때마다 불타는 두 사람의 뜨거운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교수는 롤란트를 만날 때마다 생기는 마음속 화염을 끄기 위해 아무 말 없이 사라지곤 한다. 롤란트는 자신을 잘 대해주다가 갑자기 차갑게 대하는 교수의 태도에 분노한다. 화를 끊일수록 교수를 만나고 싶은 열정의 화염이 점점 커진다. 교수가 만나지 못한 날에도 롤란트의 몸과 마음은 불타고 있다.


<아모크>는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다. ‘아모크살인 충동을 일으키는 정신착란 증세를 가리키는 용어다. 정식으로 공인받은 의학 용어는 아니다. 열대 지역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매우 높았던 20세기 초에 유행한 용어다. 당시 서구는 제국주의라는 횃불을 들고 다니면서 동양과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다. 제국주의 횃불은 동양과 아프리카의 고유한 역사와 언어, 문화를 모조리 태워버렸다<아모크>의 주인공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식민지에 파견된 의사. 의사는 식민지에서 8년을 살아왔으나 열대 기후와 동남아시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백인 여성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의사의 말라버린 감정에 에로틱한 열정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여자는 오만하고 쌀쌀맞게 의사를 대한다. 하지만 의사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급기야 그녀를 만나기 위해 스토커처럼 따라다닌다. 의사는 자신의 상태를 아모크와 비슷하다면서 자가 진단한다. 유럽인들은 열대 기후가 아모크를 유발한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본인의 스토커 행각을 열대 기후가 일으킨 증상으로 포장하려고 억지 주장을 펼친다. 의사는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 에로틱한 열정의 화염에 지배당한 사람이다.


<책벌레 멘델>은 모든 책 제목과 가격, 표지를 전부 기억하는 사람이 나온다. 멘델은 책만 보면 불타는 사람이다. ‘카페 글루크는 멘델의 뜨거운 열정을 보호하는 유일한 일터이자 보금자리다. 하지만 엄청난 화력을 가진 전쟁의 화염은 평화와 인간을 잔인하게 태워버린다. 책을 읽을 때마다 불타는 멘델은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무관심하다. 그는 전쟁의 뜨거운 위력을 모른다. 불행하게도 멘델은 수용소에 2년 동안 갇혀 지낸다. 살아서 카페에 돌아오지만, 멘델의 정신에 열정의 화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체스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명의 체스 천재에 관한 이야기다. 젠토비치(Czentovic) 인간적인 감정이 없으며 슈퍼컴퓨터처럼 완벽할 정도로 체스를 두지만, 상상력에 의존하면서 진행하는 블라인드 체스에 약하다. 반면 B 박사는 블라인드 체스의 달인이다그러나 체스판 앞에만 서면 체스를 두지 못한다교수는 블라인드 체스를 두면 불타는 사람이다B 박사는 수용소에 갇혀 있었을 때 우연히 발견한 체스 교본을 읽는다. 그는 체스 교본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읽는다. 체스 교본은 체스를 두고 싶은 열정의 화염을 만든 땔감이었다. B 교수는 책 속에 있는 체스 선수와 대국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체스 실력을 늘린다. 대국 상대가 없어지자, B 교수는 본인을 대국 상대로 정한다. B 교수는 블라인드 체스를 하면 흑을 쥔 자아와 백을 쥔 자아로 분열한다. 체스를 좋아하는 열정의 화염은 누구든지 이기고 싶어 하는 욕망과 만나면서 더욱더 커진다


열정은 나태한 마음을 태워버리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일을 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그러나 호기로운 열정이 지나치게 뜨거우면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화상이 생기고,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태워버리고 만다. 불타는 마음에 질투(<감정의 혼란>)와 집착(<아모크>)을 끼얹으면 열정의 화염은 도저히 끌 수 없는 상태가 된다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츠바이크의 소설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따라가게 된다라고 극찬했다. 츠바이크의 뜨거운 이야기를 따라가려면 기이한 열정의 화염에 휩싸인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를 감당해야 한다. 불타는 사람을 만나면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가? 악수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손을 빼야 한다. 끄기 쉽지 않은 열정의 화염이 순식간에 옮겨붙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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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토마시 비트코프스키 지음, 남길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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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논리학에서 언급되는 오류 중에 그릇된 권위에 호소하기(appeal to unqualified authority)’라는 것이 있다. 특정 분야에 전혀 알지 못하는 전문가나 유명인의 주장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때 생기는 오류이다. 수십 년 동안 한 분야만 공부하고 연구한 전문가도 때론 헛다리 짚을 때가 있어서 항상 맞는 말만 할 수 없다. 전문가가 똑똑하고 유명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한 잘못된 주장을 믿는 것도 오류이다.


프랑스의 시인 라퐁텐(La Fontaine)이 엮은 우화집에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전문가와 그들을 믿고 따르는 어리석은 대중을 풍자하는 우화가 나온다. 라퐁텐이 살았던 17세기는 점쟁이들이 활개 치고 다니던 시절이다. 과거 점쟁이들은 앞날을 맞추는 척하면서 전문가 행세를 했다라퐁텐은 점을 믿는 독자들에게 현명한 사람과 거짓말하는 점쟁이를 혼동하지 말라는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길을 걷다가 우물에 빠진 점쟁이가 나오는 우화를 들려준다. 우화가 아주 짧다. 



 어느 날 점쟁이가 우물에 빠졌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말했다.

 “바보 같으니라고. 자신의 운명은 한 치 앞도 못 보면서 어떻게 남의 운명을 점친다고 하는 거야?”

 

(다니구치 에리야, 김명수 옮김, 라퐁텐 우화중에서, 350)



지금도 여전히 점을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점쟁이의 말을 전부 믿지 않는다. 재미로 점을 본다. 과거가 점쟁이들의 점성(점성술과 전성기를 합친 조어)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구루(guru)의 영성(靈性, 또는 영성과 전성기를 합친 조어) 시대. 구루는 선생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지금은 전문가와 권위자와 같은 뜻을 가진 단어로 변했다. 대중은 구루를 마치 신을 떠받들듯이 따른다. 그들이 바라보는 구루는 그저 빛에 가까운 존재다. 심오한 영성과 빛나는 예지를 갖춘 스승이다. 구루 신봉자는 스승의 말이 진실이며 자신의 삶을 좋은 쪽으로 인도해 준다고 믿는다. 


만약 라퐁텐이 구루의 영성 시대에 다시 태어났으면 구루를 가짜 스승이라고 비난하는 우화 한 편을 썼을 것이다라퐁텐이 하지 못한 일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들(Scientific Skeptics)이 하고 있다과학적 회의주의자는 점성술이나 미신과 같은 비과학적 문화의 허점을 지적한다. 이들의 역할은 그럴듯하게 과학을 인용하면서 전문가 행세하는 사기꾼을 비판하는 일이다몇몇 대중은 심리학을 과학으로 간주하는데심리학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이 늘 경계하는 분야이다. 폴란드의 심리학자 토마시 비트코프스키(Tomasz Witkowski)대중을 속이는 심리학을 비판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다.


과학적 회의주의라는 메스를 든 심리학자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한 심리 치료, 전문가인 척하는 구루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그가 쓴 책 제목이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제목이 직설적이면서도 길다. 구루의 영성 시대를 비판하는 우화를 쓰는 라퐁텐이라면 아직 정신을 못차린 독자들을 향해 저렇게 직설적으로 충고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수많은 심리 치료를 만들고 홍보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심리 치료가 과학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대중은 과학적인 심리 치료를 신뢰한다. 전문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그들은 학계가 인정하는 전문가이며 그들이 과학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으니 심리 치료는 무조건 좋다고 믿는다. 기세등등한 심리 치료 전문가는 심리 치료를 잘 받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는 학문이 아니다과학이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진리가 언제든지 틀릴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며 진리가 타당한지 스스로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렇게 살아가면 행복할 수 있으니 당장 실행하라고 주장하는 과학은 자가 검증이 없는 유사 과학이다과학자는 앞날을 예언하는 일에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은폐하는 구루는 선생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그들은 명성을 오래 유지하려면 대중 앞에서 잘 보여야 한다. 대중이 싫어할 만한 약점이 알려지면 자신의 권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견해를 학계와 대중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학자들이 종종 저지르는 행동과 비슷하다. 학자들은 자신의 견해를 관철하려고 일부러 불리한 증거들만 쏙 뺀다구루와 전문가를 지나치게 믿지 말자. 그들의 번지르르한 권위에 기 눌리지 말고, 의심해 보고 검증하자. 거짓말하는 구루는 구라. 자신의 그릇된 견해를 과학으로 포장하면서 뻥치는 전문가는 구루(九漏)’[주]다.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구멍이 뻥뻥 나 있는 그들의 말에 더러운 것들이 새어 나온다.





[] 사람의 두 눈, 두 귀, 두 콧구멍, , 항문, 오줌 구멍을 아우르는 아홉 구멍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 아홉 구멍에 더러운 것이 새어 나온다고 한다.





※ cyrus의 주석








교황 연대기(바다출판사, 2014년, 절판)는 비잔티움의 역사를 연구한 역사가 존 줄리어스 노리치(John Julius Norwich)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남길영 번역가가 단독으로 번역한 책이 아니다. 임지연, 유혜인 번역가와 함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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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0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리는 있는 것 같다만 작가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난제다. ㅋ

cyrus 2024-06-04 06:47   좋아요 0 | URL
저자의 견해도 의심해 보면 좋죠. 저자의 견해 전부 다 옳을 수 없으니까요. ^^
 
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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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

5월의 책


(모임 날짜: 525일 토요일)





모든 것은 변한다이 자명한 진실은 동서양 곳곳에 있다석가모니 부처(佛陀)는 열반(涅槃모든 괴로움에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른 상태)에 가까워지자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당부한다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이라는 불교 경전에 부처의 마지막 말 자취가 있다.



 是故比丘無爲放逸我以不放逸故自致正覺無量衆善亦由不放逸得一切萬物無常存者此是如來末後所說.

 

 “그럼 비구들이여이제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고하노라만들어진 것은 모두 변해가는 법이니라게으름 피우지 말라나는 오직 게으르지 않음으로써만 홀로 바른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방일치 말고 정진하여라.” 이것이 여래의 최후의 말이었다.

 

(도올 김용옥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 1》 180)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는 만물이 변한다는 뜻을 가진 판타 레이(panta rhei)’를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로 비유하면서 설명한다. 



 어디에선가 헤라클레이토스모든 것은 나아가고 아무 것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들을 강의 흐름에 비유하면서 너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플라톤, 크라튈로스402a,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243쪽 재인용)



우리는 생각보다 변화를 낯설어한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영원한 안식처를 갖고 싶어 하고, 변치 않는 사랑과 우정을 갈망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존 윌리엄스(John Edward Williams)의 소설 부처스 크로싱(Butcher’s Crossing)은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삶의 본질을 떠올리게 해준다. 윌 앤드루스(Will Andrews)는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자연주의 사상에 심취한 청년이다. 앤드루스는 인간의 발길이 아직 생기지 않은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서부로 향한다.


앤드루스는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에 들소를 잡는 사냥꾼들이 주로 거주한다. 들소 사냥꾼들의 목표는 들소 가죽이다. 들소를 잡아서 얻은 가죽을 상인에게 판매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높은 사냥꾼 밀러(Miller)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들소를 잡는다. 과거에 그는 희귀한 들소 무리가 사는 평원을 우연히 발견한다. 평원을 잊지 못한 밀러는 그곳에 가기 위해 자신과 함께 사냥할 대원을 직접 모집한다. 그는 서부 자연을 궁금해하는 앤드루스에게 들소 사냥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한쪽 팔이 없는 찰리 호지(Charley Hoge)는 예전에 밀러와 함께 들소를 사냥했던 동료다. 그는 항상 성경을 품속에 들고 다닌다. 쉬고 있으면 성경을 펼쳐서 소리 내서 읽는다. 프레드 슈나이더(Fred Schneider)는 가죽을 벗기는 일에 능숙하다. 프레드 역시 개인주의자라서 종종 밀러의 의견에 직설적으로 반대한다.


밀러 일행은 강인한 인내심으로 물이 금방 바짝 말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무더위를 뚫고 지나가는 데 성공한다. 평원에 도착한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들소 떼를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선다. 이날을 오랫동안 고대한 밀러는 마치 같은 일만 반복하는 기계가 된 것처럼 들소를 학살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들소를 전멸하겠다는 일념만 가득 차 있다. 들소 사냥에 눈이 먼 밀러의 과욕은 점점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밀러의 사냥 집착은 결국 본인과 다른 사람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게 만든다. 들소의 피가 물든 평원은 들소들을 무참히 살해한 인간들을 순순히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화가 난 자연은 눈을 퍼부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다. 밀러 일행의 야영지는 폭설로 고립된다. 밀러 일행은 추위와 굶주림과 싸우면서 겨울을 버틴다.


밀러는 팔 수 있는 양의 들소 가죽만 챙기고, 나머지는 봄에 다시 와서 가져가기로 기약한다. 밀러 일행은 일 년 만에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일 년 사이에 확 달라진 세상이다. 밀러 일행이 열심히 들소를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있었을 때 들소 가죽 사업은 죽어가고 있었다. 어렵게 가지고 온 가죽을 팔지 못한 밀러는 큰 허탈감과 분노에 빠진다.


만약에 찰리 호지가 성경책 대신에 불교 경전이나 헤라클레이토스의 어록을 모아놓은 책을 들고 있었다면 과연 밀러는 평원으로 가는 여정을 멈췄을까? 부처와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모르더라도 세상이 언젠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했다밀러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판타 레이의 흐름을 읽지 못한 인물이다. 가죽 상인에게 복종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들소를 사냥하겠다는 그의 자신감은 지나치게 부풀어진 오만이다. 스스로 과장한 오만은 욕심까지 커지도록 부추긴다오만과 욕심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밀러는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환상에 갇힌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환상(fantasy)을 현실이라고 착각한다. 들소 사냥을 영원히 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들소 가죽을 전부 가지겠다는 환상. 밀러를 제대로 속인 판타지가 만들어 낸 현실에 판타 레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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