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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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안데르센(Andersen)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화려한 옷을 좋아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왕이 나온다재단사는 왕을 위해 만든 옷이 멍청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천으로 만들었다면서 거짓말한다왕은 사기꾼 재단사에 속아 벌거벗은 채 백성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행차한다.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은 신하와 백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을 마치 진짜 있는 것처럼 칭찬하며 감탄한다왕이 위풍당당하게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외친다. “임금님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어요벌거벗은 임금님이에요.”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한다노동자가 일하면서 겪는 차별과 위험성이 주목받지 못한노동자에게 무관심한 세상에 만들어진 작업복은 투명한 옷이다노동자의 몸을 제대로 보호하는 기능이 없는 작업복은 입으나 마나다결국 제대로 만들어진 작업복을 입지 않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다치기 쉬운 벌거벗은 사람.



저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옷을 입었는데, 

작업복이 아니에요

벌거벗은 노동자예요.”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에 소속된 기자들이 벌거벗은 노동자들을 세상에 알렸다. 기자들은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작업복의 열악한 실태를 취재했다. 신문에 연재된 기획 시리즈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는 이번에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차별과 위험으로 박음질된 일터의 옷들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작업복과 안전 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작업복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은 잘 안 입는 평상복을 가져와서 입거나 직접 작업복을 제작해서 입는다. 어떤 고용주는 예산이 부족해서 품질이 좋은 작업복을 배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하거나 산업 재해가 일어나기 쉬운 위험한 일터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작업복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사가 지급한 작업복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노동자다.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은 일할 때 불편하다. 엉터리 작업복은 일하다가 다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남성 노동자가 많은 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남성의 신체 치수에 맞춘 작업복을 입는다여성 노동자는 본인의 몸에 맞는 작업복을 만드는 재단사가 된다그들도 벌거벗은 채로 일한다호텔, 은행, 항공사,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입는 유니폼은 작업복에 속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을 차별하게 만드는 옷이다. 여성 노동자가 몸에 딱 달라붙은 유니폼을 입으면 벌거벗은 여성이 된다. 작업복이라 할 수 없는 옷을 입고 일하는 벌거벗은 여성은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모만 부각하는 유니폼을 입은 여성은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한다.


옷과 관련된 영어 속담 중에 ‘Clothes make the man’이라는 말이 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우리말 속담은 옷이 날개. 보잘것없는 사람도 멋진 옷을 입으면 품위가 느껴진다우리는 옷을 잘 입으면 멋있어 보인다고만 생각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람을 만드는 옷에 작업복도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 없으면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긴다. 작업복이 없는 노동자는 일하다가 크게 다칠 수 있다작업복은 일하는 노동자를 만들지 않는다. 작업복은 건강하게 일하는 노동자를 만든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가 다시 연재된다면 기자들이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복에 대해서 취재했으면 좋겠다. 경기도 안산에 작업복 전용 세탁소가 있다고 한다. 세탁소에 일하는 노동자 모두 장애인이다. 장애인 노동자는 무슨 옷을 입고 일할까?

   


관련 기사 출처


<[경기도 블루밍 작업복 세탁소에 가다

쇳가루 · 화학물질 찌든 작업복 맡겨 주세요”> 

매일노동뉴스, 20231014, 강석영 기자.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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