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1880826에 태어났다내 생일과 같다. 정확히 108년이 되는 날에 내가 태어났다.



















아폴리네르황현산 옮김 알코올》 (열린책들, 2010)

 

[절판] 아폴리네르성귀수 옮김 기욤 아폴리네르 시집내 사랑의 그림자》 (아티초크, 2015)



















* 아폴리네르, 황현산 옮김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 2016,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9)

 

* [절판] 아폴리네르, 송재영 옮김 미라보 다리(민음사, 1975, 구 민음사 세계시인선 5)

 



시인의 이름보다 그가 쓴 한 편의 시가 더 유명하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랑이 센강(Seine River)의 물결처럼 흐르는 『미라보 다리』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는 시인의 대표작이 된다. 그러나 유명한 작품만 대표작으로 칭송받는 것은 부당하다작가가 잘 쓴 작품이 대표작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잘 쓴 작품 속에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작가의 문학적 매력이 들어 있다. 잘 쓴 작품을 읽는 독자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표작의 조건이다미라보 다리는 아폴리네르의 대표작이 아니다미라보 다리에 가면 시인을 만날 수 없다.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시인은 오지 않는다미라보 다리는 아폴리네르를 유명하게 해준 작품이다. 그러나 한 편의 시는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은 네 개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 회화, 환상, (). 아폴리네르는 기존 문법과 형식을 파괴한 자유시를 썼다. 구두점을 생략하거나 시 구절로 그림을 만들었다










시 구절을 자유롭게 배열하여 이미지로 형상화한 시상형 시(Calligram)’라고 한다. 아폴리네르의 상형 시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동시성을 보여준다.


아폴리네르는 화가들의 친구였다. 아폴리네르와 친하게 지낸 화가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앙리 루소(Henri Rousseau) 등이 있다. 아폴리네르의 과거 연인이었던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도 화가다.


















* 아폴리네르, 라울 뒤피 그림, 황현산 옮김 동물 시집(난다, 2023)

 

* 이소영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RHK, 2023)




화가들은 아폴리네르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라울 뒤피(Raoul Dufy)는 아폴리네르의 동물 시집을 위한 목판화를 제작했다.









아폴리네르는 전통을 답습하지 않는 젊은 화가들을 지지했다. 그가 1913년에 쓴 미학적 명상: 입체주의 화가들(Les Peintres Cubistes, Méditations Esthétiques, 오병욱 옮김, 일지사, 1991년)은 입체주의 화가와 작품들을 처음으로 비평한 책이다이 책에서 아폴리네르가 주목한 피카소와 브라크는 20세기 초 현대 예술 운동 중 하나인 입체주의의 핵심 인물이다. 입체주의는 자연을 똑같이 모방하고, 유행을 따르는 미술을 거부한다. 입체주의 화가들은 자연의 형태를 해체하여 기하학적 형상(, 원통, 입방체)으로 다시 만든다.



















* 앙드레 브르통, 황현산 옮김 초현실주의 선언(미메시스, 2012)





아폴리네르의 자유로운 창조 정신은 그가 죽은 뒤에 등장한 초현실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초현실주의를 처음으로 쓴 사람은 아폴리네르다. 초현실주의는 이성으로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실을 전복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자유와 상상력의 힘을 믿는다.



















* [절판] 아폴리네르, 장혜영 옮김 티레시아스의 유방(연극과인간, 2004)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말도로르의 노래(문학동네, 2018)



아폴리네르는 희곡 티레시아스의 유방서문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초현실주의를 실천한다고 썼다. 초현실주의적 창조의 원천은 우연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서로 관련이 없는 물건들이 우연히 만나면 새로운 예술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해부대 위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답다.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여섯 번째 노래중에서, 황현산 옮김, 248)



로트레아몽(Lautréamont)의 산문 시 말도로르의 노래에 나오는 이 문장은 초현실주의를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다.






 

 











* [절판] 아폴리네르, 성귀수 옮김 이교도 회사(문학수첩, 1999)




이교도 회사초현실주의적 소설집이다.소설가 아폴리네르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이교도 회사1910년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에 오를 정도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몇몇 비평가는 아폴리네르의 이야기가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E. T. A. 호프만(E. T. A. Hoffmann)의 소설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 [절판] 아폴리네르, 성귀수 옮김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문학수첩, 1999)

 

* D. A. F. 드 사드, 성귀수 옮김 사드 전집 1: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워크룸프레스, 2014)



무명작가 시절 아폴리네르는 은행에 일하면서 틈틈이 글을 쓴다. 하지만 은행 업무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아폴리네르는 먹고 살기 위해 신문과 잡지에 실리는 기사를 썼다. 궁핍한 생활은 아폴리네르의 창작 활동을 방해했다. 무명의 매문가 아폴리네르는 익명으로 포르노 소설을 썼다. 그가 쓴 포르노 소설이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어린 돈주앙의 무용담이다. 그는 또 과거에 출간된 포르노 소설들을 발굴하여 자신이 직접 주석을 붙인 선집을 만들기도 했다. 아폴리네르는 오랫동안 잊힌 포르노 작가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했는데, 그 작가가 바로 사드 후작으로 알려진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사드의 작품을 해설한 아폴리네르의 글 신성한 후작사드 전집첫 번째 책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에 수록되어 있다1차 세계 대전에 포병으로 참전한 아폴리네르는 참호에 몸을 숨기면서 시를 썼다. 당시 사귀었던 루(Lou)라는 별칭의 여성에게 보낸 시는 에로틱한 연애 시.






 

 



 










* 황현산 황현산 전위와 고전: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강의(수류산방, 2021)


* 황현산 아폴리네르: 알코올의 시 세계(건국대학교출판부, 1996)




미라보 다리만 아는 독자는 아폴리네르를 서정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도 비좁은 수식어 서정 시인은 입체적이면서도 전위적인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폴리네르는 자유’, ‘회화’, ‘환상’, ‘과 관련된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 모아서 자신만의 문학을 완성했다. 아폴리네르의 문학은 ‘넉넉한 콜라주(Collage)’.








 

아폴리네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황현산 선생은 현대 전위 작가와 미술가들에 영향을 준 아폴리네르를 이렇게 평가한다. 아폴리네르는 자식이 참 많다.” (황현산 전위와 고전: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강의, 407) 전 세계의 자식들을 키워 낸 아폴리네르의 문학적 매력은 참 많다.

 

아폴리네르의 수많은 자식 중 한 사람인 황현산 선생은 201888일에 별세했다. 내게 8월은 아폴리네르와 황현산을 다시 보게 만드는 달이다.








이제 곧 이제 곧 8월이 가리라.

아폴리네르와 황현산을 다시 보게 되리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8-2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